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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98화
PAYLUA ORIGINAL · 제98화

98화. 같은 번호의 두 받침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79자

오프라인 책장
두 받침의 현물 조사는 예상보다 간단하게 시작됐다. 북문 수리소에서 보관하던 물건은 낡은 청동판 하나였고, 왕궁 제이 인쇄실의 것은 비슷한 크기의 나무 받침이었다. 무게가 같다는 장부 기록이 오히려 이상했다. “나무와 청동의 무게가 같다고요?” 루카스가 물었다. “같을 수도 있지. 안에 뭘 넣었는지 모르잖아.” 네일이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티르센이 나무 받침의 옆면을 가리켰다. 작은 덮개가 있었고 그 안에는 납 조각이 들어 있었다. 누가 무게를 맞춘 건지, 원래 균형추였는지는 감정해야 했다. “열어 봐도 됩니까?” 법원에서 파견한 참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가된 범위는 외부 덮개와 무게 조정 부품까지입니다. 내부 각인 제거는 금지입니다.” 나는 허가 범위가 적힌 종이에 내 서명을 남겼다. 물건을 열기 전에 규칙을 확인하는 일은 느려 보이지만, 사건이 끝날 때까지 증거를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나무 받침을 들어 올리자 바닥에 낡은 종잇조각이 붙어 있었다. '첫 사용일'이라고 적힌 부분과 그 아래 빈칸이었다. 억지로 떼면 찢어질 것 같아 그대로 촬영하고 봉인했다. 티르센은 종이의 발행처와 내 수첩 안쪽 표지의 섬유를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제 수첩을 또 열어야 한다는 뜻입니까?” “외부 재료 감정만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겠습니다. 사적 글씨는 여전히 가리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진 물건이 증거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가진 모든 말까지 증거로 넘겨줄 필요는 없었다. 왕궁 물자실에는 누군가가 왕실 인장 복제판을 손질한 흔적이 있었다. 수리 일지는 남아 있었지만 사용자의 이름이 비어 있었다. 레온하르트 차관은 이 역시 정식 반출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자가 서류를 잃어버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책임자가 누구인지 알고 계십니까?” 내가 물었다. “실무자를 다 기억할 수는 없소.” “그렇다면 인사 배치표를 확인해야겠군요.” 그는 내게 가까이 와서 말했다. “당신은 아직도 여기가 한국의 관청인 줄 아는 모양이지.”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아니요. 한국 관청에서도 장부가 사라지면 똑같이 확인합니다.” 긴장이 흐르자 브란트 경비대장이 사이에 섰다. 나는 차관을 모욕하거나 명령권을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한 사람의 기관부호로 찍힌 공문이 실제로 누구의 지시였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었다. 그날 오후 마계 감사관 세르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마왕의 약초방 거래세 12금화 납부 증빙과 방벽 유지료 미수령 대조표를 다시 확인하려고 왔다. 나는 한 장짜리 최근 문서를 보여 주었다. '보증 관리인의 대리 확인은 당사자의 부재를 대신할 수 있다.' 세르나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 문장은 마계 원본에 없습니다. 공동 보관물의 보존을 위해 임시 관리인을 세울 수 있다는 문장은 있지만요.” “관리와 동의를 섞은 거군요.”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다만 누가 언제 섞었는지는 아직 다른 문제예요.” 나는 그녀의 신중함을 좋아했다. 마왕의 감사관이 인간 왕국 징수관보다 더 법률 문구를 소중히 여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르나는 납부 영수증을 흔들었다. “그나저나 아자르켄 폐하께서 궁금해하십니다. 이미 세금을 냈는데 왜 인간 왕국의 장부에는 여전히 '마왕 미납'이라고 쓰인 문서가 돌아다니느냐고요.” “그건 다른 거래의 미납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고쳐야겠습니다. 이미 납부한 12금화를 다시 청구하면 안 되죠.” 그녀가 미소 지었다. “폐하께서는 또 납부하게 되면 이번에는 영수증을 왕좌에 걸어 두겠다고 하셨어요.” 잠깐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내가 마왕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불꽃보다 영수증을 잘 보관하는 습관일지도 몰랐다. 세르나가 돌아온 덕분에 우리는 인간 왕국의 서식만 정답이라고 가정하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영번 기록봉의 마계 쪽 번역 초안을 펼쳤다. 같은 고대 글자라도 인간 번역에서는 '승인', 마계 번역에서는 '보관 확인'으로 적힌 곳이 있었다. 어느 쪽도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었다. “이 글자는 동의가 아니라 대조라는 뜻에 가까워요.” 세르나가 설명했다. “두 당사자가 서로 다른 기록을 보관할 때 어긋난 부분을 알려 준다는 의미죠.” “그럼 왜 왕국의 새 서식에는 대리 승인이라고 적혔죠?” “그건 지금 조사하셔야 할 일이겠죠.” 그녀는 일부러 말끝을 가볍게 했다. 한순간 장난처럼 들렸지만 나는 그 말이 정확하다는 걸 알았다. 마계 감사관이 서류의 원뜻을 말해 줄 수는 있어도 왕국에서 누가 문장을 고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인간측 독립 번역인과 마계측 기록관의 합동 감정을 제안했다. 서로 상대의 번역을 읽기 전에 각자 해석한 문장을 제출하게 했다. 나중에 비슷한 구절이 나오더라도 한쪽이 다른 쪽을 따라간 결과인지 구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일입니까?” 로웬이 물었다. “그 문장을 근거로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출석을 강요했습니다. 글자 하나의 차이가 권리 전체를 바꿨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감정 비용을 별도 표에 적으라고 했다. 나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세르나는 마왕의 영수증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아자르켄 폐하께서는 세금과 공물을 구분하라고 하셨습니다. 인간들이 옛날 전쟁 때 가져간 물건을 세금이라고 주장하면 화를 내실 거예요.”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세금은 적법한 거래와 과세 근거가 있어야죠.” “그러면 폐하께서도 신뢰하실 겁니다. 누군가 이미 낸 12금화를 또 요구하지만 않는다면요.” 루카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왕이 영수증을 그렇게 아끼실 줄은 몰랐어요.” 세르나가 대답했다. “당연하죠. 오랜 세월 마왕궁을 지탱한 것은 불꽃만이 아니거든요. 누가 무엇을 냈는지 아는 장부도 필요하답니다.” 그 말은 이 세계에서 가장 우스우면서도 가장 정상적인 말이었다. 오후에 북문 시장에서 연락이 왔다. 출입을 확인하는 표식이 없으면 마계 상인에게 물건을 팔지 말라는 사설 안내문이 돌고 있었다. 세르나는 문서를 보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협약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왕국의 현행 통관 규정에도 없습니다.” 나는 답했다. “다만 위험 물품 검사와 합법적인 거래세는 계속 적용됩니다.” 우리는 시장에 공동 안내문을 보냈다. 불법 사설 표식과 정식 통관증을 구분하는 방법을 적었다. 세르나는 마계 등록 약초방의 적법한 세금 납부 영수증 사본을 붙이겠다고 했다. 나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후 판매액과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합법 납부를 증명한다고 해서 가게의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할 필요는 없었다. 오딜은 그 안내문을 읽고 웃었다. “마왕도 납세증명서를 지키는 세상이군요.” “그래야 사람도 지킬 수 있겠죠.” 나는 말했다. 저녁에 티르센은 두 받침의 차이를 그림으로 보내왔다. 외부 형판에는 동일한 사각형이 있었지만 나사 구멍의 마모 정도가 달랐다. 두 물건이 한 기계에서 번갈아 사용됐을 수도, 서로 다른 시기에 별도 제작됐을 수도 있었다. 판의 손상은 증거가 될 수 있었지만 누가 손을 댔는지의 증거는 아니었다. 나는 그 그림 위에 작은 메모를 썼다. '같은 흔적은 같은 권한을 뜻하지 않는다.' 그 말이 이 사건 전체의 제목처럼 느껴졌다. 영번 전사본의 공동 번역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단어를 세 줄로 정리했다. 보관, 반환, 대조. 번역인들은 각 단어가 누군가에게 새 권한을 주는지 여부를 별도 칸에 적었다. 고대 문자에 비슷한 뜻의 낱말이 있다고 해서 현재 법률의 같은 효력이 자동으로 생기진 않았다. “이 부분은 공동 보관자의 책임입니다.” 인간측 번역인이 말했다. “마계 사본에는 공동 증인의 권리라고 적혀 있어요.” 세르나가 답했다. “어느 쪽이 원뜻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더 확인해야 합니다.” 루카스는 피식 웃었다. “이제 답이 예상됩니다.” 나는 그에게 두 표현이 충돌하는 부분을 표시하게 했다. 기계가 남긴 압흔을 조사할 때와 똑같았다. 같은 글자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뜻을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록의 역사와 실제 쓰임을 확인해야 했다. 마계 서기관은 오래된 사례 하나를 들려주었다. 한 마을의 방벽에 금이 갔을 때 공동 보관자는 수리용 쇠못을 임시로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맡은 쇠못을 자기 재산이라고 주장하거나, 쇠못을 가져가려는 사람에게 대리 서명을 강요할 권한은 없었다. 그 사례가 지금도 법적으로 적용되는지는 별도 문제였지만 원래 제도의 목적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결국 보관은 책임이고 소유는 권리군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승인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필요하죠.” 세르나가 덧붙였다. 나는 수첩에 썼던 세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직접 본 것, 남에게 들은 것, 나중에 떠올린 것. 혼동되는 것들을 분리하는 일이 내가 가진 유일한 확실한 기술인 듯했다. 로웬은 번역 심리비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적법한 예산 범위에서 진행하고, 이미 제출된 감정과 중복되는 부분은 생략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금 징수관이 조사 비용 때문에 나라를 또 파산시켰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퇴청 무렵 세르나가 나를 붙잡았다. “폐하께서 가끔 당신의 소환 이야기를 물으십니다.” “마왕께서도 답을 아시는 건 아니겠죠?” “적어도 저는 모릅니다.” 그녀는 진지했다. 나는 마계의 오래된 서식이 내 출신을 설명할 거라고 쉽게 믿지 않기로 했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문장이 내 고향을 대신해서는 안 됐다. 합동 번역 회의를 마친 뒤 세르나는 봉인된 금화 260닢에 관해 다시 물었다. 그녀는 그 돈이 마계에 지급돼야 할 방벽 유지료 일부일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소유권을 확정할 증거는 없다고 확인했다. 나는 그 말을 회계표에 적었다. 법정의 봉인 상태를 바꾸지 않고, 마계 쪽 미수령 기록을 추가 확인하기로 했다. “인간들은 돈이 쌓여 있는 걸 보면 바로 쓰고 싶어 하는군요.” 세르나가 말했다. “마계는 다릅니까?” “물론 비슷하죠. 그래서 회계감사관이 있는 겁니다.” 나는 웃었다. 드래곤의 신탁금, 마왕의 거래세, 왕국의 봉인금. 모두 금속 조각이라는 점은 같지만 권리자는 달랐다.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돈이 움직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 수첩의 날짜처럼 돈에도 반드시 출처와 목적이 붙어야 했다. 저녁에 티르센의 연락이 왔다. 나무 받침의 밑면에서 세 개의 압흔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하나는 오래된 제작자 표식, 하나는 최근 물자실 반출 번호, 나머지 하나는 희미한 작은 사각형이었다. 마지막 사각형의 모양은 내 수첩 첫 장과 비슷했지만, 그 모서리의 미세한 결손은 인쇄실에서 쓰는 표제 틀에도 존재했다. “그럼 누가 먼저 베낀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 몰라. 다만 개인적인 내 그림만은 아니라는 건 알겠지.” 밤이 깊어 갈 무렵 오렐이 왕실 보존고에서 조용히 꺼낸 접수 장부를 보여 주었다. 열하루 전, 내 수첩이 봉인되기 훨씬 전에 누군가 왕궁의 공개 회계 보고를 복사해 갔다는 기록이었다. 수령인의 이름 대신 기관명이 있었다. '제삼 결제소 임시 기록실.' 나는 그 줄에 표시했다. 그들이 국고 열일곱 닢이라는 숫자를 알 수 있는 정당한 경로가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그들이 전사본을 만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수첩을 훔쳐봤다는 가정 하나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 그때 루카스가 말했다. “징수관님. 복사 요청 옆에 번호가 하나 더 있어요.” 번호는 마이렌 출석을 조건으로 한 미반환 상자의 반출번호와 연결되어 있었다. 숫자의 끝 세 자리가 일치했다. 우연일 수도, 관련 서식일 수도 있었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어느 종이를 누가 훔쳐봤는지가 아니라, 한 번호로 어떤 물건을 옮겼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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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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