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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97화
PAYLUA ORIGINAL · 제97화

97화. 첫 사용일은 입고일이 아니다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936자

오프라인 책장
이름을 바꾼 수레꾼의 새 주소는 북쪽 작은 제방 마을에 있었다. 우리는 주소를 알아냈다고 바로 찾아가지 않았다. 법원의 증인 접촉 절차를 통해 출석 의향부터 물었다. 그는 연락을 받고 이틀 뒤, 사람들 눈에 덜 띄는 낮 시간에 구호소 옆 중립 사무실로 왔다. “저는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첫마디로 말했다. “그렇게 판단하려고 부른 게 아닙니다. 삼 년 전 공동구매단의 종이 납품을 기억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그는 자기를 케른이라고 소개했다. 옛 이름을 쓰지 않는 이유는 물건값을 떼먹고 달아난 상인과 이름이 같아 도무지 장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적으로 개명 신청을 마쳤고, 새로운 이름으로 세금도 냈다. 나는 그의 새 이름만 기록했다. “그럼 왜 그 오래된 임대 영수증에 이름이 있습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내가 월세를 낸 건 아니오. 보증 물건을 옮겼다는 확인란에 서명했지.”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화재 뒤 한동안 종이와 가죽 표지를 구호소에 나눠 주었고, 남은 것을 왕궁 외곽 창고에 옮겼다. '빈 표지 열두 장'이라는 수량은 회계용 기초 장부에 쓰려고 만들어 둔 견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어디에 최종 납품됐는지는 기록을 보지 않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제 수첩의 겉표지가 그때 것일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소. 하지만 왕궁에 납품된 수첩 표지는 여러 번 같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가 내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당신이 국고 열일곱 닢을 외치던 사람이구먼.” “그 이야기를 아십니까?” “시장 사람은 다 알지. 그런 숫자를 잊는 게 더 어렵소.” 나는 웃었다. 수첩 첫 장이 공개되기 전에도 그 숫자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케른은 중요한 기억 하나를 덧붙였다. 표지 납품 전표에는 제작일이 아니라 '첫 사용일'을 적도록 요구받았다고 했다. 수첩을 사용하기 시작한 날과 표지를 만든 날이 다른 경우를 자주 봤다고 했다. “왜 그렇게 했습니까?” “지원금을 계산할 때 실제 배부한 날이 필요했겠지. 그러나 누가 그런 양식을 만든 건지는 모르오.” 나는 나의 첫 날짜를 다시 생각했다. 내 수첩 안쪽에 눌린 숫자가 있다면 그것은 종이 제작일도, 내가 왕국에 온 날도, 내가 실제로 첫 문장을 쓴 날도 아닐 수 있었다. 단지 보조원이 수첩을 지급했다고 처리한 날일 수 있었다. 케른이 돌아간 뒤 나는 그가 새 이름을 가졌다는 사실보다 여전히 수레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삼 년 전 화재 때 구호소로 물자를 옮긴 사람은 지금도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 과거의 이름을 버렸다고 과거의 행동까지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루카스는 증인 기록을 정리하면서 내게 말했다. “같은 사람이 이름을 바꿔도 운송 영수증을 이어서 볼 수 있네요.” “당사자의 동의를 얻은 범위에서는 그렇지. 그러나 그 기록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게 해 두면 위험해.” “어떤 위험이요?” “옛 이름 때문에 가게가 망한 사람이 다시 그 이름으로 불릴 수도 있잖아.” 루카스는 접수표를 다시 펼쳤다. 그는 케른의 옛 이름이 적힌 칸에 비공개 표시를 하고, 공개용 표에는 운송 날짜와 물품 수량만 남겼다. 나는 그가 빠르게 배우는 모습이 좋았다. 한때 그는 세금 장부에 적힌 숫자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숫자 뒤에 붙은 사람의 이야기도 확인하려 했다. 오후에 우리는 운송 꼬리표의 원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북문 마차 조합을 찾았다. 조합장은 꼬리표 뒷면에 '첫 날짜는 입고일이 아니다'라는 메모가 남아 있던 이유를 설명했다. 견본품은 수령한 날보다 실제로 쓰기 시작한 날에 비용을 잡는 경우가 있었다. 공동구매단은 납품 일자와 사용 시작일을 나눠 적곤 했다고 했다. “그걸 모르면 누가 날짜를 고쳤다고 오해하겠군요.” 내가 말했다. “그렇소. 그러나 실제로 날짜를 고치는 사람도 있었지. 그래서 원본 꼬리표를 남기는 거요.” 조합장은 운송 중 물품이 분실되면 운송인과 수령인이 함께 확인서를 써야 한다는 규칙을 보여 주었다. 문제는 공동구매단이 사라지면서 수령인이 비어 있는 꼬리표가 여러 장 남았다는 점이었다. 어떤 물품은 인수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단지 기록이 다른 곳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표지 열두 장의 중간 보관자를 추적했지만 마차 조합의 장부에 남은 것은 '임시 기록관'이라는 직책뿐이었다. 이름이 없다고 해서 그 기록이 허위라는 뜻은 아니었다. 오래된 단체는 당직자 이름 대신 직책을 쓰기도 했다. 나는 비슷한 관행이 마이렌의 '제12석 임시 관리' 표식에도 있었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점심 무렵 국왕의 소집령이 왔다. 왕실 인장 관리 규칙을 보완하는 회의였다. 나는 세금 징수관으로서 관련 내용만 설명했다. 폐기 번호가 다시 승인란에 등장했다고 해서 모든 인장이 위조라는 뜻은 아니었다. 폐기와 보존, 시험 인쇄를 구분하는 장부가 없으면 정상적인 시험품이 범죄의 증거로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 “그럼 시험 인쇄를 금지하겠소.” 국왕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정상 인쇄기를 점검할 수 없습니다. 시험품은 실사용 문서와 구별되는 표식을 찍고 별도 보관해야 합니다.” 왕이 로웬을 바라봤다. “국가를 지키는 규칙이 늘어날수록 나라가 느려지는 것 같소.” “그래서 꼭 필요한 규칙만 남겨야 합니다.” 내가 답했다. “한 번 적법하게 확인한 사항을 시민에게 계속 다시 확인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왕은 무심코 서류에 서명하려다가 손을 멈췄다. “이것도 확인해야 하나?” “네. 서명하기 전에는요.” 그는 한숨을 쉬며 문서를 읽었다. 다행히 서명 내용은 시험품 보관 규칙의 개선안이었다. 나는 그제야 국왕도 서명란 앞에서는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왕이 자신의 서명에 시간을 쓰는 나라라면, 국민에게도 같은 권리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 뒤 에리카는 내가 첫 날짜에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 대답했다. “처음엔 돌아갈 날짜를 찾고 싶어서 그랬어요. 지금은 누가 내 날짜를 자기 권한으로 바꾸려 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말했다.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여기서 있었던 일을 기록해 주세요. 우리가 진짜로 했던 일들 말이에요.” 나는 손을 내밀었다. “그 약속은 수첩이 아니라 사람 앞에서 할게요.” 에리카는 내 손을 잡았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장부의 승인도 필요하지 않았다. 마차 조합에서 돌아와 우리는 케른의 운송표를 다른 사건의 물품표와 맞춰 보았다. 첫 번째 표는 화재 뒤 기증된 가죽 표지 열두 장, 두 번째 표는 최근 왕실 인장용 받침 두 개, 세 번째 표는 북쪽 초소에서 반환되지 않은 상자 하나였다. 세 사건에 모두 '임시'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첫 사건의 임시는 보관 장소, 두 번째는 제작용 규격, 세 번째는 반출 책임을 뜻했다. “같은 단어인데 뜻이 이렇게 다르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래서 오래된 계약은 원래 쓰인 맥락을 봐야 하는 거야.” 우리는 각 기록의 원본 관리 기관과 작성 당시의 표준 양식을 요청했다. 며칠 안에 답이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법원의 보전 명령이 없으면 일부 자료는 폐기될 예정이어서 먼저 보전 신청을 냈다. 다만 신청 범위에 관련 없는 민간인의 거래 기록은 넣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제12석 임시 관리'라는 표식은 급식실에서 자리를 잠시 대신 관리한 사람에게 붙던 표식이었다. 이것만으로 마이렌 대신 돈을 받거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임시 기록관'이라는 직책이 물품을 운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표지를 소유한다는 뜻도 아니었다. 에리카는 그 설명을 듣고 말했다. “누군가 두 표식을 일부러 같아 보이게 만들고 있네요.” “가능성이 있죠. 다만 의도를 입증하려면 누가 그 서식들을 한곳에 모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경로가 왕궁 제이 인쇄실일 수도 있고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물품과 문서가 거기서 만났다는 흔적을 좁히는 단계죠.” 우리가 말을 마치자 로웬이 들어와 세관의 정상 수납 보고서를 보여 주었다. 오늘도 적법하게 들어온 세입은 적었지만 영수증 번호가 빠진 건수가 줄었다고 했다. 나는 보고서의 숫자보다 그 숫자 옆에 적힌 접수 담당자 이름을 먼저 봤다. 책임을 추적할 수 있는 장부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네가 온 뒤 모든 사람이 서명을 두려워하는 것 같소.” 로웬이 말했다. “서명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라,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서명이 쓰이는 게 두려운 거겠죠.”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 왕국의 혼란은 누군가의 서명 하나로 시작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바로잡는 일도 누군가 정확하게 남긴 서명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날 밤 케른은 자신이 서명한 운송표가 증거로 쓰이는 데 동의한다는 서한을 보내왔다. 다만 새 이름과 거처가 퍼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두 요청을 따로 적었다. 증거 제공의 동의는 사생활 공개의 동의가 아니었다. 서한 끝에는 작은 부연이 있었다. '사람을 옮긴 적은 없소. 표지와 잉크, 빈 장부만 옮겼소.' 나는 그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누군가는 물품 인계 기록을 사람의 출석 기록으로 바꿔 썼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케른의 진술도 그날 수레에 실은 모든 물건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적하 목록과 함께 확인해야 했다. 나는 루카스에게 운송표의 품목란을 다시 세어 보라고 했다. 표지 열둘, 실 여섯, 그리고 글씨가 희미한 작은 묶음 하나. 그 마지막 묶음은 아직 무엇인지 모른다. 우리는 작은 칸에 '품목 미확인'을 적었다. 모르는 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조된 장부와 다른 장부를 만들 수 있었다. 며칠 뒤 오후 에리카가 왕실 인쇄실의 동일 번호표 문제를 정리한 보고서를 가져왔다. 번호가 겹친 물품은 둘이었다. 북문 수리소에 반납된 받침과 왕궁에 남았다고 기록된 받침. 둘의 무게는 같았지만 고정 나사 위치가 달랐다. 기록자가 한 물건의 반납을 두 번 적었을 가능성은 작아졌다. 그러나 두 물건이 실제로 각 장소에 존재하는지는 현물 확인이 필요했다. 나는 법원에 현물 조사 요청을 냈다. 그 사이 모브의 대리인은 공개 질문장을 보냈다. '강태준은 수첩의 최초 사용일도 증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검증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한참 웃었다. “왜 웃으세요?” 루카스가 물었다. “나는 검증자 자격을 달라고 한 적이 없거든. 그 자격을 증명하지 못하면 왜 내 권리가 사라져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에리카는 답변서를 두 줄로 줄였다. '신청인은 검증자 지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미확인 자격을 이유로 개인 수첩의 공개를 강제할 수 없다.' 짧지만 정확한 문장이었다. 저녁에는 재무청에서 정상 세입 회의를 했다. 로웬은 급식소 보수 예산을 다시 설명했고, 나는 승인된 금액과 실제 집행 가능한 현금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의 빈칸은 마법으로 메울 수 없었다. 이상하게도 그 단순한 말이 회의를 처음보다 차분하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 케른이 남긴 작은 운송 꼬리표를 펼쳤다. '표지 열둘, 실 여섯 꾸러미, 수령처: 임시 기록관.' 기록관의 이름은 긁혀 있었지만 물품에 붙이는 인수 표식은 남아 있었다. 세로획 둘과 작은 원 하나. 마이렌의 급식실 기록에 있던 '제12석 임시 관리' 표시와 비슷했다. 그렇다고 두 표식이 같은 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임시 보관을 뜻하는 흔한 기호일 수도 있었다. “같은 사람이 두 일을 했다는 뜻일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같은 직책을 여러 사람이 썼을 수도 있지.” 나는 말했다. “기호가 아니라 그 기호를 쓸 권한을 찾자.” 그때 케른에게서 다시 편지가 왔다. 운송 꼬리표 뒷면에 예전에 자신이 썼던 글자가 하나 있는데, 오늘 전달하면서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서류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꼬리표를 뒤집자 작은 글씨가 보였다. '첫 날짜는 입고일이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누군가 아주 오래전에, 지금 우리가 저지를 실수를 미리 경고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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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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