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보상금 창구가 다시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건 시장이 가장 붐비는 시각이었다.
이번에는 간판에 '왕실 재교부 대행소'라는 글자를 쓰지 않았다. 대신 작은 팻말 하나만 세워 두었다. '삼 년 전 화재 기록 정정 안내.'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을 만큼 평범한 문구였다. 창구 앞에는 유족뿐 아니라 주소를 고치러 온 상인도 있었다.
“뭘 받으러 오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할머니 한 분이 말했다. “죽은 아들 이름이 아직 남아 있대요. 지우면 연금이 나오는 줄 알았지.”
“연금 지급 여부는 여기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공식 확인 창구는 구호소 옆 재무청 접수처입니다.”
그녀는 팻말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지난주엔 여기서 손바닥을 찍으라고 하더니.”
우리는 강제로 손님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법원에서 받은 가짜 서식 보전 명령을 제시하고 실제 공문과 혼동되는 안내문을 임시 철거하도록 요청했다. 창구 운영자는 자신이 단순 접수 대행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수료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손도장은 왜 모으셨습니까?”
“원본 대조를 위해서죠.”
“대조할 원본의 소유자와 관리기관은 어디입니까?”
운영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가리킨 서랍에는 사람 이름 대신 가구 번호가 적힌 종이들이 있었다. 번호만으로 신원정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표가 다시 조합될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는 법원의 허가 범위에서 관련 서식과 접수 목록을 봉인했다. 직원의 개인 물품을 무단으로 가져가지는 않았다.
북문에서 따로 보관하던 은화 네 닢은 여전히 피해자 보관금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운영자에게 그 돈이 여기서 나온 것인지 물었지만 그는 모른다고 했다. 그 대답이 거짓일 수도 있었고 정말 별개의 사기 창구일 수도 있었다.
“구호소에서 돌려주는 돈이면 여기서 먼저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남자가 말했다.
“누가 그랬습니까?”
“처음 본 사람입니다. 모자를 깊이 쓰고 있었어요.”
우리는 그 말을 기록했다. 모자만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대신 그가 나눠 준 종이의 절취선을 확인했다. 절취선 모양은 왕궁 제이 인쇄실에서 쓰는 절단기와 비슷했지만 북문 인쇄공들도 흔히 쓰는 칼날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조급해했다. “징수관이면 당장 벌금을 먹이고 문을 닫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공식 기관인 척했다는 혐의와 실제 돈을 훔쳤다는 혐의는 따로 조사해야 합니다. 확인된 위반은 처리하겠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속으면요?”
그 질문이 가장 아팠다. 나는 합법 창구의 안내문을 크게 붙이고, 이미 낸 돈이나 손도장이 있다면 별도 비공개 신고를 받겠다고 했다. 누가 손을 찍었다는 사실을 시장에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 범인은 멀어지고 피해자는 다시 숨어 버린다.
오딜은 아이들을 데리고 시장을 지나며 새 팻말을 읽어 주었다.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보다 먼저 영수증을 확인하세요.”
아이 하나가 물었다. “영수증도 가짜면 어떡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래서 발행한 곳을 찾아 확인하는 거야. 종이 한 장만 믿지 말고.”
이 나라에서 어린아이에게 할 말치고는 너무 복잡했다. 그러나 납세자 보호란 결국 그들이 나중에 이런 질문을 덜 하도록 만드는 일 아닐까.
시장 창구에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손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 이웃에게 알려진 여성이 상인들 앞에서 추궁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가짜 보상금을 받으려 한 사람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그녀는 보상금을 받은 적이 없고, 죽었다고 처리된 남편의 이름이 왜 명부에 남아 있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게 사실인지 어떻게 압니까?” 한 상인이 물었다.
나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분의 사정은 여기서 증명할 일이 아닙니다. 손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 범죄의 증거는 아니에요.”
“그러면 사기꾼을 어떻게 잡습니까?”
“돈을 누가 받았고 서류를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해야죠. 조사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이 자리에서 개인의 사정을 공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상인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의 분노를 이해했다. 지난달부터 가짜 통관증과 보증증이 돌아다니면서 실제 피해를 본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분노가 향한 곳은 서류를 만든 자가 아니라 서류를 믿고 찾아간 사람이었다. 사기를 친 자가 원하던 그림이 바로 그것일지도 몰랐다.
오딜이 여성을 구호소로 데리고 갔다. 나는 따라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기다렸다. 안에서 물컵 부딪히는 소리와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오딜이 나왔다. “그분이 어제 찍었다는 손도장 문서를 자기가 다시 보고 싶다고 합니다.”
“볼 권리가 있습니다. 접수 원본을 가진 곳에 정식 열람 요청을 내죠.”
“제 이름은 남기지 말아 달래요.”
“열람 자체에는 신원 확인이 필요하지만 공개 보고서에서는 가리겠습니다.”
우리는 그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 여성이 언제든 신청을 취소하거나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 부분도 따로 적었다. 처음부터 손도장 하나로 모든 권리를 양도했다고 오해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꼭 찾아야 했다.
오후에는 창구에서 일하던 어린 직원이 재무청을 찾아왔다. 그는 이름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첫날에는 가구 번호를 적는 일만 맡았다고 했다. 둘째 날부터는 번호 밑에 '확인 완료'라는 작은 도장을 찍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는 손도장을 받은 사람이 본인인지 확인한 적이 없었으며, 그저 종이가 돌아오면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누가 시켰습니까?”
“점주가 시켰어요. 점주는 다른 사람이 가져온 지침이라고 했고요.”
“그 지침을 봤습니까?”
“가장자리만 봤어요. 깃털 같은 그림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그림을 근거로 마왕이나 결제소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검은 깃털은 수많은 위조 문서에도 쓰였고, 원래는 오래된 공동 검증 기관의 표식이었다. 중요한 건 누가 그 표식을 사용할 권한이 있었느냐였다.
직원은 말끝을 흐렸다. “제가 확인 완료라고 찍었으니 저도 남의 돈을 훔친 겁니까?”
“그 도장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조사해야 합니다. 사실대로 말한 것과 실제로 책임이 있는지는 별개예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자동으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당장 결론을 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안도하는 대신 더 불안해 보였다. 쉬운 면죄부를 얻으러 왔지만 내게서는 쉬운 답을 듣지 못했다. 나는 경비대 조사관과 별도 상담할 수 있는 제도를 안내하고, 일터에서 협박받고 있다면 보호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피해금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북문 수납병이 따로 봉인한 은화 네 닢은 실제 소유자를 확인해야 하는 보관금이었다. 앞서 귀환 수수료 명목으로 청구된 다섯 가정의 은화 열 닢은 청구액이지 실제 납부액이 아니었다. 그 가운데 확인된 한 가정의 은화 두 닢은 이미 당사자에게 환급됐다. 화재 보상금 은화 마흔 닢은 삼 년 전 지급 승인 표시일 뿐 실제 출금 여부조차 불명확했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돌려받을 돈'처럼 들렸지만 나는 세 줄을 한 줄로 묶지 않았다.
루카스가 계산을 끝낸 뒤 물었다. “그럼 돈이 들어올 때마다 구분하는 칸을 새로 만들어야겠네요?”
“그렇지. 돈을 세는 사람보다 돈의 주인을 찾는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때가 있거든.”
“저는 숫자만 잘 세면 되는 줄 알았어요.”
“숫자를 잘 세는 건 시작이야.”
이 말을 마치고 나는 새로운 공고문을 확인했다. '왕국의 모든 보상은 서류 진위와 수령인 확인 후 집행됩니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너무 딱딱했다. 나는 오딜에게 내용을 읽어 달라고 했다. 그녀는 마지막 줄을 한참 바라보다 고쳤다. '누군가 손도장을 찍으라고 해도, 무엇에 쓰는지 먼저 물어보세요.' 그 말이 더 많은 사람을 지킬 것 같았다.
창구가 철거된 다음 날에도 시민들은 같은 자리를 찾아왔다. 가짜 간판이 사라졌어도 사람들의 기대와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재무청에 안내 직원을 한 명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직원이 돈을 지급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려 줄 수 있었다.
첫 번째 방문자는 손도장 문서의 사본을 들고 온 노인이었다. 노인은 자신이 글을 모르니 담당자가 대신 서명해 줬다고 했다. 나는 그가 문서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우선 누가 무엇을 설명했는지부터 듣기로 했다. 그는 재교부 신청을 하면 '당장 내일' 돈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는 누구도 지급 기일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날이 언제입니까?”
“시장에 큰 비가 오던 날이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십니까?”
“내가 날짜는 모르지만 시장에 물이 찼을 때는 다들 기억하오.”
우리는 그날의 시장 배수 작업 기록을 찾아봤다. 비가 온 날은 둘이었다. 어느 날인지 더 확인해야 했지만, 배수 기록이 노인의 말을 거짓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날짜를 모르는 사람도 겪은 일은 말할 수 있었다.
직원이 물었다. “이렇게 제각각 말하면 장부를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록은 한 사람의 기억만으로 만들지 않는 겁니다. 서로 맞는 부분과 다른 부분을 남겨야죠.”
노인은 잠시 생각하다 문서를 가리켰다. “그러면 내가 손을 찍은 걸 없었던 일로 해 줄 수 있소?”
“찍었던 사실 자체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손도장이 허용하지 않은 권한에 쓰였다면 그 효력을 다툴 수 있고, 더 쓰지 못하도록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없던 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보다 그 말이 오히려 도움이 된 듯했다.
루카스는 신고서 뒤에 접수인의 설명 여부를 적는 칸을 추가했다. 나는 그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주의 문구를 붙였다. 설명을 들었다는 도장이 곧 이해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다시 종이 한 칸이 사람의 권리를 대신하지 않게 해야 했다.
나는 창구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세금 징수라는 업무는 고지서가 발급되면 끝나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고지서가 도착한 뒤 사람들의 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감정관은 이번 서식의 글씨가 최근 영번 전사본과 유사한 규격이라는 예비 결과를 가져왔다. 활자 세로길이와 줄 사이가 같았다. 하지만 동일 활자를 사용하는 여러 인쇄실이 있었기에 제작 장소까지 특정하진 못했다. 특히 '대리 확인' 칸은 사망 보상금 서식의 것이 아니라 고대 공동 증언 보관 서식에서 옮겨 온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람이 대신 확인해도 된다는 뜻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렇게 쓰려고 한 것 같지만 효력은 전혀 별개야. 고대의 보관 절차가 지금 누군가의 임금을 빼앗을 근거가 되진 않아.”
브란트 법관은 서식 발행 주체에 관한 공문을 요청했다. 제삼 결제소는 자신들은 화재 보상금 재교부를 대행한 적 없다고 답했다. 나는 그 답을 증거로 보존했다. 모브가 거짓말을 했는지는 별도의 문제였다. 적어도 그가 공식적으로 어떤 책임을 부인했는지 명확해졌다.
저녁에 북문 시장의 작은 인쇄소 주인이 찾아왔다. 그는 절취선의 규격보다 더 이상한 점을 알려 주었다.
“이 안내문은 같은 문장을 두 번 인쇄했어요. 한 번은 먹으로, 다른 한 번은 거의 보이지 않는 얕은 압인으로.”
“왜 그렇게 합니까?”
“종이를 접어서 다른 칸에 누르면 글씨가 이동한 듯한 자국이 남죠. 그게 다른 서류의 뒷면을 찍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그는 빈 종이로 시범을 보였다. 손도장을 받는 칸 아래에 작은 사각형이 있었다. 서식을 접으면 그 사각형이 정확히 '제12석 대리 확인' 칸 위에 올라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의 손도장을 지워진 증인의 대리 승인처럼 보이게 만들려 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동작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오늘 모인 자료에 세 문장을 적었다. 첫째, 피해자의 손도장은 본인 동의 없이는 다른 서류에 쓰일 수 없다. 둘째, 은화 마흔 닢은 지급 승인 흔적만 있을 뿐 실제 출금·수령이 확인되지 않았다. 셋째, 서식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접수인이 범인은 아니다.
그때 인쇄소 주인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 사각형, 어디서 본 것 같군요. 징수관님 수첩 그림이랑은 비교해 봤습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또다시 개인 수첩이 공문서의 한가운데로 끌려오고 있었다.
제96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