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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95화
PAYLUA ORIGINAL · 제95화

95화. 살아 있던 열하루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38자

오프라인 책장
마이렌의 임금을 계산하는 날, 나는 장부보다 먼저 의자를 놓았다. 그가 직접 법정에 오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보호기관의 대리인과 군무청 급식실 기록 담당자, 당시 근무를 기억하는 메라가 함께 앉을 자리가 필요했다. 일부 기록은 비공개로 열람했고, 임금을 받을 사람의 거처와 새 이름은 공개 자료에서 가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군무청 담당자가 물었다. “삼 년 동안 죽었다고 적어 놓은 장부를 고치는 일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책상 하나 더 놓는 게 어려운 일이면 안 되겠죠.” 인정된 근무 일수는 열하루였다. 마이렌이 주장하는 실제 근무 일수는 열사흘이었고, 급식실 출입표로 확인되는 날은 아홉 날뿐이었다. 나는 세 숫자를 같은 값으로 묶지 않았다. 아홉 날은 현재 명확히 입증되는 부분, 두 날은 대조 서류로 추가 인정된 부분, 나머지 두 날은 아직 다툼 중인 부분이었다. 아델은 군무청 내부 지급표를 설명했다. “견습 일당이 은화 한 닢은 아닙니다. 급식 제공 여부와 야간 근무에 따라 보수가 달라집니다. 당시 산식으로는 우선 인정된 열하루에 은화 여덟 닢과 구리화 일부가 미지급으로 남습니다.” “숫자를 정확히 적어 주시죠.” 에리카가 말했다. 아델은 구리화 단위까지 적었다. 나는 그 금액이 인정액인지 실제 지급액인지 표시하라고 부탁했다. ‘미지급’이라는 도장을 찍는 순간 누군가가 다음 날 ‘지급 완료’라고 베껴 쓸지도 몰랐다. 법관은 다툼 없는 부분을 분리해 지급 심리로 넘기고, 나머지 두 날은 재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군무청 측은 예산에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로웬의 눈이 흔들렸다. “국고에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가 낮게 물었다. “없는 돈을 있다고 쓰지는 못합니다. 다만 법적으로 인정된 채무를 없던 것으로 만들 수도 없죠.” 우리는 지출 계정과 지급 순서를 다시 확인했다. 체불임금과 사망 보상금 은화 마흔 닢은 다른 돈이었다. 보상금의 지급 승인 표시는 실제 출금이나 수령 증빙이 아니었다. 또 방벽 유지료 승인 720금화, 출금 증빙 480금화, 옛 조폐소 봉인 260금화도 이 임금 지급을 위해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그 많은 숫자를 알고도 못 주는 겁니까?” 대리인이 물었다. 나는 목이 메었다. “못 주는 게 아니라, 지급할 수 있는 합법적인 예산 경로를 찾아야 합니다. 잘못된 돈을 빼서 드리면 나중에 마이렌에게 반환하라고 할 수도 있어요.” 대리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삼 년이나 늦었습니다. 그렇다고 불법으로 주지 말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요.” “그 말은 기록하겠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소에서 메라가 보내온 따뜻한 수프가 도착했다. 마이렌이 먹던 국과 비슷한 냄새였다. 대리인은 수프를 보더니 잠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것이 감사의 표시인지 아픈 기억인지 묻지 않았다. 루카스는 자기 임금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그의 밀린 세 달치 임금은 마이렌의 사건과 무관하게 별도 원장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그가 내게 말했다. “저도 임금을 못 받으면 서운했어요. 그런데 마이렌은 살아 있다는 것부터 증명해야 했잖아요.” “너도 기다린 시간이 헛된 건 아니야.” 나는 답했다. “우리는 남의 고통이 더 크다고 해서 네 권리를 깎을 수 없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말이 이 왕국의 재정 원칙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금 산정표에 도장을 찍기 전 나는 아델에게 옛 회계 규정을 다시 설명해 달라고 했다. 열하루에 은화 여덟 닢과 구리화 일부라는 계산은 일당에 근무 일수를 곱한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견습에게 지급되던 식사 비용이 현물로 제공됐는지, 야간 작업이 실제로 있었는지, 재해 당시 근무가 끊겼을 때 어떤 보호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각각 살펴야 했다. 아델은 낡은 규정집을 펼쳤다. “야간 수당은 승인자가 서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화재 당일 승인자가 없어요.” “그래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게 처리해 왔습니다.” “승인자가 서명하지 않은 이유가 노동자에게 있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법정에 미서명이라는 사실과 실제 근무 정황을 각각 제출하기로 했다. 사망 처리 뒤 누구도 출근 기록을 챙기지 않은 일을 노동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됐다. 메라는 당시 조리실의 화덕 기록을 가져왔다. 재를 갈아낸 시간, 물을 길어 온 양, 늦게 도착한 밀가루 포대 수가 남아 있었다. 식사 제공 인원과 노동자 근무 시간을 일치시킬 수는 없었지만, 야간까지 급식실이 운영됐다는 정황은 얻을 수 있었다. 오딜은 구호소로 이송된 환자의 치료 기록을 확인해 주겠다고 했다. 치료 기록은 마이렌의 동의 아래 필요한 시각만 제출할 수 있었다. “치료 기록을 받으면 그날 일한 게 증명됩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날 어디에 있었는지를 좁혀 줄 수 있어. 하지만 일을 했다는 사실은 다른 자료가 필요하지.” “그러면 증거가 끝도 없네요.” “필요한 데까지만. 더 찾느라 임금 지급을 계속 미루면 조사도 잘못된 거야.” 나는 다툼 없는 부분을 먼저 분리하자는 의견에 그 문장을 덧붙였다. 기록을 더 모으는 동안 인정된 열하루의 대가까지 묶어 두는 일은 정당화되기 어려웠다. 로웬은 불편한 얼굴로 예산표를 펼쳤다. “군무청이 체불임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수백 명이 한꺼번에 청구할 것이오.”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청구한다면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청구한다고 곧장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 예산을 어떻게 세울지죠.” “이 왕국이 언제부터 그렇게 부자였나?” “아직 가난하죠. 그러니 더더욱 누구에게 얼마를 빚졌는지 알아야 합니다. 없는 돈을 있다고 적는 것만큼 없는 채무로 지우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국고 17금화에서 출발한 기억이 여전히 그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당시 만기 채무 8,000금화를 상계했을 때 많은 사람이 왕국이 갑자기 부자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상계는 빚과 채권을 맞춘 법적 결산이었다. 창고에서 새 금화가 솟아난 게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보상금 은화40의 승인 표시가 있다고 해서 마이렌이나 가족의 손에 은화40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날 로웬은 작은 결정을 했다. 급식소에 배정돼 있으나 사용하지 않은 운영예산 중 일부를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적법한 전용 심의에 올리겠다고 했다. 나는 그 결정을 인정했지만 실제 지출로 적지는 않았다. 의회·회계 승인과 채권자 확인이 남아 있었다. 로웬은 내 표정을 보고 씁쓸하게 말했다. “칭찬을 한마디쯤 해 줄 수 없소?” “잘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영수증이 나올 때 다시 한 번 칭찬하겠습니다.” 그는 마침내 소리 내어 웃었다. 오늘 하루 내내 수당과 사망을 이야기하던 방에서 처음 들리는 웃음이었다. 오후에는 라니아가 급식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가족들의 의견을 가져왔다. 어떤 사람은 일한 날을 입증할 서류가 없어서 청구할 생각조차 못 한다고 했다. 나는 증인 진술과 현물 물품 인계표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는 안내를 만들라고 했다. 단,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록 없는 모든 청구를 일괄 인정해서도 안 됐다. 서로 다른 사정에 맞게 확인할 경로가 있어야 했다. 라니아가 내게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돈을 당장 주겠다고 하지 않아서예요.” “그건 좋아할 이유가 아니잖아요.” “희망만 팔던 사람들보다 낫죠. 적어도 오늘 어떤 단계인지 알려 주니까.” 나는 그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세무조사관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가 절차라는 사실은 여전히 낯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무원이 지급 결정을 늦추면서 '당사자의 생존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문장을 반복한 이유를 조사했다. 마이렌의 신원은 비공개 절차에서 이미 정정됐고 생존도 확인됐다. 남은 문제는 임금과 권한이었다. 그 문장이 계속 붙으면 돈을 주지 않은 이유가 마이렌에게 있다는 인상이 생겼다. 나는 문구를 고쳐 달라고 신청했다. '신원 미확인'을 지우고 '지급 계정 승인 대기'라고 적는 데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몇 글자가 바뀌자 당사자에게 책임을 미루던 문서의 방향도 바뀌었다. 그날 재무청 밖에서는 어린 견습 둘이 서로에게 새로 배운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하나는 '승인', 하나는 '지급'이었다. 아이들은 두 단어가 비슷하다고 웃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둘 사이에 작은 화살표를 그어 주었다. “승인했다고 돈이 반드시 나간 건 아니야. 실제로 누가 받았는지도 확인해야 해.”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럼 어른들은 왜 자꾸 도장만 보여 줘요?” 나는 웃지 못했다. “도장이 편하니까. 하지만 그걸로 끝내면 안 되는 일이 있지.” 사무실로 돌아와 나는 국고 보고서 맨 위의 표제를 바꿨다. '지급 현황'이라는 제목 아래에 승인 금액과 미지급 채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표를 둘로 나누자 돈이 아직 나가지 않은 사실이 훨씬 분명하게 보였다. 로웬이 보고서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쓰면 우리가 더 무능해 보이잖소.” “지금 부족한 걸 보여 주지 않으면 다음 달에도 해결할 예산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는 말없이 표를 다시 봤다. “참으로 듣기 싫은 말이오.” “그래도 꼭 해야 하는 말입니다.” 마이렌의 보호기관 대리인이 마지막으로 전한 질문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는 돈이 나오면 본인이 받겠다고 하면서도, 지급받는 순간 삼 년 전 화재 사건의 진실을 포기한 것으로 처리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나는 법무 담당자에게 확인한 내용을 전달했다. 인정된 임금의 수령은 원칙적으로 별도로 남은 사망 처리 오류, 화재 원인, 손해배상과 관련한 모든 청구를 자동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어떤 합의 조항이 별도로 붙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했다. “그런 문구가 붙으면 알려 주세요.” 나는 말했다. “당사자가 충분히 읽고 독립적으로 상담받을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그가 대리인에게 전한 답장은 짧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데 다른 권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그 문장이 지급 결정 못지않게 중요한 결과가 되기를 바랐다. 다음 날 오후 새 출석 확인 서식이 도착했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이 당사자 보호를 위해 '원격 손도장 확인'을 허용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손도장을 찍으면 체불임금 지급 심리를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설명도 붙었다. “빠르다는 이유로 대리 권한이 생기진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모브가 답했다. “당사자의 시간을 아껴 주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죠. 동의서가 없는 손도장 전송은 선택지가 아니라 함정입니다.” 법관은 새로운 방식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 대리인 출석과 서류 교환으로 심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나는 그 결정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지금은 감정용 수첩이 묶여 있었으니까. 대신 새 작업 일지에 적었다. 일지는 오늘 산정한 임금액이 언제 실제 지급됐는지를 추적할 용도였다. 해가 지기 전 아델에게서 연락이 왔다. 군무청의 낡은 사망 처리 원장에 마이렌 옆에 이름 없는 사람의 서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 서명은 숫자도 글자도 아니었다. 청동 표에 있던 직책 표시, '제12석 임시 관리'와 닮은 짧은 세로획 두 개였다. “그 사람이 임금을 받았다는 뜻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니.” 나는 말했다. “서명이 남았다는 것과 돈이 나갔다는 건 다르지. 원장에 그 기호가 왜 들어갔는지부터 봐야 해.” 그때 대리인이 다시 찾아왔다. 마이렌이 한마디를 전해 달라고 했단다. '내가 살아 있던 열하루를 돈으로만 계산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오래된 원장에 표시를 하나 더 했다. 누군가를 죽었다고 적은 행정기록을 바로잡는 일은 돈을 지급하는 일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돈을 주지 않은 채 사과만 하는 일로 끝나서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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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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