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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84화
PAYLUA ORIGINAL · 제84화

84화. 짝이 다른 신발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12자

오프라인 책장
짝이 다른 신발을 찾는 데 왕국의 회계 장부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 “마이렌이 말한 그 신발이 정확히 뭐였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왼쪽은 바닥에 큰 못 세 개, 오른쪽은 가죽 끈이 두 줄이었다고 합니다.” “삼 년 전 일을 그 정도로 기억하나요?” “그럴 수도 있고, 나중에 본 걸 기억과 섞었을 수도 있죠. 그래서 물건으로 확인해야 해요.” 오딜은 급식실에서 일하던 시절, 신발이 낡은 아이들에게 구호소에서 맞지 않는 두 짝을 모아 주곤 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이렌이 기억한 사람이 그 구호소에서 신발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듣고 구호소 모든 방문자를 용의자로 만들면, 언젠가 사람들은 공짜 신발을 받았다는 이유로 입을 닫을 것이다. 오딜은 직접 낡은 배급 장부를 가져왔다. 세탁소에 맡긴 제복, 수선된 앞치마, 배분한 신발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화재 이틀 전의 항목에는 어린 견습들에게 빌려 준 신발 네 켤레가 있었고, 그중 한 켤레가 ‘짝 맞춤 불가’로 표시돼 있었다. “이 기록의 주인은?” “빌려 간 이름까지는 적지 않았어요. 남는 신발이 없어서 누구든 먼저 오는 사람에게 줬거든요.” 나는 장부를 덮었다. 마이렌이 어떤 사람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개인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 찾은 것은 구호소 옆 제화점이었다. 주인은 화재가 있던 겨울에 지붕이 무너져 오래된 원장 대부분을 잃었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건 외상 채무 한 장과 구두 수선 도구뿐이었다. 그는 내게 낡은 못을 보여 줬다. 금속이 무른 탓에 박고 나면 머리가 삼각형으로 넓어지는 종류였다. “특별한 신발 못입니까?” “특별하기는. 가난한 집에서 다 썼지요.”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그 못을 보며 우리가 가진 단서가 얼마나 쉽게 흔해지는지 실감했다. 제화점 주인은 처음에는 장부를 보여 주기 싫어했다. 내가 납세 조사관이라는 말을 듣고 얼굴을 굳혔다. 삼 년 전에 신발을 수선한 고객 가운데 세금 신고를 빠뜨린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오래된 수선값을 다시 매기려는 거면 돌아가시오.”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화재 당시 견습들에게 지급한 신발의 규격과 날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세금이 나오지 않소?” “지금 제가 묻는 것과 별개입니다. 개인의 거래 내역을 법적 근거 없이 다른 용도로 돌려쓰지도 않겠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수선용 나무 틀을 꺼냈다. 아이들 신발은 한쪽이 빨리 닳는 경우가 많았고, 작업장과 숙소 사이의 돌길은 유독 오른발 바닥을 갉아먹었다고 했다. 견습들에게 맞지 않는 신발이 돌아다니는 건 가난한 도시의 일상이었다. 그 말 때문에 사건의 실마리가 허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기억하오.” 노인이 말했다. “화재 전날 짝이 다른 신발을 신고 왔던 사람이 한 명 있었소.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었지. 왼발만 수선해 달라더군.” “이름은요?” “모르오. 외상도 안 했으니까.” “성별이나 얼굴은?” “얼굴은 모자로 가렸어.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것만으로 누구를 지목할 순 없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좋은 증인이 되고 싶어 말을 꾸미지 않는 게 고마웠다. 그는 당시 받았던 은화 반 닢의 출처도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는 이 진술을 마이렌이 본 신발과 동일한 물건이라는 증거로 쓰지 않기로 했다. 노인은 문득 내 손을 봤다. “당신은 왕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았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곳 사람들은 돈을 받지 못할까 봐 먼저 가격을 말하거든. 당신은 뭘 확인할지부터 이야기해.” 나는 웃었다. 사실 나도 한국에서는 조사에 들어가면 수입부터 따졌었다. 하지만 이 왕국에 와서 알게 된 것은 돈을 먼저 쫓으면 돈을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 놓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 아델이 급식실 결근자 수당표의 뒷면을 보냈다. ‘대리 출석 확인’ 항목 옆에 지급 목적은 비어 있었지만 심사자 고유번호가 남아 있었다. 번호는 삼 년 전 군무청 정산계의 임시 담당자 한 명에게 부여됐던 것으로 보였다. 이름란은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 없었다. “심사자 번호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관리 대장이 남아 있으면요. 번호가 빌려 쓰였을 수도 있죠.” 군무청에 대조를 요청하자 뜻밖의 답이 왔다. 그 번호는 회계 담당이 아니라 ‘긴급 인명 확인 보조’ 역할에 발급된 번호였다. 화재나 홍수 때 사상자 명단을 임시로 작성할 수 있도록, 기록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지 않을 때 필요한 권한이, 누군가를 이미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데 악용됐을 가능성이 생겼다. 에리카는 부친의 옛 기록을 다시 살폈다. 벨란 감사관은 사고 당시 확인되지 않은 사망을 확정하지 말라는 경고를 여러 번 남긴 사람이다. 그 경고 가운데 하나에는 ‘임시 확인 번호를 최종 지급 권한처럼 사용하지 말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이 문장을 읽는 에리카의 눈이 흔들렸다. “아버지는 왜 이걸 남겼을까요?” “누군가 그 번호를 쓰려 했으니까요. 다만 누군가 실제로 썼는지는 아직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누구인지 알아내면 아버지 일을 알 수 있을까요?” “일부는요. 전부는 아닐 거예요.” 그녀는 종이를 접지 않고 조심스럽게 봉투에 넣었다. 그때 다렌은 예전 군무청 인사 규정의 뒷장에 적힌 작은 주의 사항을 찾아냈다. 임시 확인 보조의 숫자표는 대리인이 바뀌어도 계속 쓸 수 있지만, 교대 시각과 인계 사유를 반드시 별도로 적어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실제 인계서가 남아 있지 않다면 책임의 빈칸은 커진다. 나는 그 규정을 복사해 두고, 번호가 적힌 문서들을 작성 시간 순서로 다시 배치했다. 어떤 숫자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이 교체됐다는 사실만 보여 주었다. 그 차이는 마이렌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그가 자리에서 빠진 날 다른 사람이 업무를 이어받았다는 것과, 그 사람이 그의 신분을 대신 가졌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마이렌은 전자를 허락할 수 있었어도 후자를 허락한 적은 없었다. 늦은 오후, 북문 시장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왕실이 오래된 급식비 장부를 조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몇몇 상인은 지난 삼 년간 낸 노점세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장부가 부정확하다는 말이 곧 모든 세금이 무효라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시장 중앙에 공식 수납 근거와 이의신청 창구를 다시 게시했다. “잘못 낸 세금은 돌려주나요?” 채소 장수가 물었다. “법과 장부를 대조해 잘못된 수납이 확인되면 환급해야 합니다. 다만 정상적으로 낸 세금까지 모두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떤 건 잘못이고 어떤 건 아닌지 누가 결정하죠?” “당사자의 증빙과 공적 원장으로 심사합니다. 제가 혼자 결정하지는 않아요.” 노파 한 명이 끼어들었다. “장부가 그렇게 중요한데 왜 열두 번째 아이의 이름은 지워졌소?”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시장 사람들은 통치의 철학을 묻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낸 돈이 누군가의 목숨보다 정확하게 관리되고 있었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초소의 종이에서 채취한 먼지와 영번 원통의 금속 가루를 비교했다. 티르센은 성분이 일부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동종 광맥을 쓴 재료라면 흔한 일이다. 그는 단순한 비슷함을 단서 목록에만 넣었다. 대신 가짜 출석 요구서의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접착제가 북문 세관의 특정 봉투에 쓰이는 것과 생산 단위가 같을 가능성을 발견했다. “같은 봉투가 여러 기관에 팔렸습니다.” 그가 말했다. “구매처를 좁히려면 원장과 재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오늘의 기록 끝에 적었다. ‘짝이 다른 신발: 사람의 정체를 결정하지 못함. 임시 확인 번호: 권한의 성격 확인, 사용자 미상. 접착제: 배포 경로 추적 예정.’ 한편 왕궁에서 다렌은 번호대장 보관함을 열어 놓고 기다렸다. 임시 인명 확인 보조 번호는 여러 지역에 한꺼번에 부여됐지만, 북쪽 초소 담당 번호는 사고 당일 교대근무자 둘에게 나누어 쓰였다고 했다. 이것은 적법한 교대일 수도, 규정 위반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누구의 필체로 어느 시간에 썼는지였다. “한 명은 도에른 카슈로 적혀 있습니다.” 다렌이 말했다. 북쪽 제방 수문 감독관이었다가 화재 뒤 해고됐다는 인물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름이 나왔다고 즉시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수문의 두 번째 개방이 지연됐다는 주장과 관련된 사람이지, 곧바로 인명 명부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한 명은?” “명단에서 성만 남았습니다. 모브.” 리엔 모브. 오래된 공동 등기소의 검증자 권한을 둘러싼 문서에서 보았던 이름이 떠올랐다. 그러나 성이 같다고 같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별도 신원 대조 요청을 적었다. 다렌이 고개를 숙였다. “저도 그 이름만 보고 오해할 뻔했습니다.” “그렇게 오해하지 않으려고 두 번 확인하는 거죠.” 우리는 당시 교대 근무표와 사고 후 해고 기록을 비교했다. 사고 당일 누가 어느 문을 열었는지보다 먼저, 어떤 일에 누구의 권한이 있었는지를 구분했다. 인명 확인 보조는 현장 생존자를 임시 기재할 수 있었지만, 사망자 보상금 최종 지급을 승인할 수 있는 직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급식실 장부에는 그 번호가 지급과 대리 출석 칸에 함께 사용돼 있었다. “같은 번호가 두 일을 했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누군가 번호의 기능을 잘못 이해했거나, 일부러 넓게 썼을 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가리죠?” “당시 지침 원문과 그 뒤에 붙은 수정 지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정 지시가 있다면 누가 발행했는지도.” 나는 임시 번호의 발행 날짜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사고 사흘 전에 만들어진 번호였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부터 비상 인명 확인 체계가 점검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를 예견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지역은 수문 고장과 홍수가 잦았으니까. 하지만 누군가 미리 그 체계의 취약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생각해 볼 만했다. 밤에 에리카와 나는 벨란 감사관이 남긴 경고문을 번갈아 읽었다. ‘빈칸을 채우는 권한은 그 칸의 주인을 바꾸는 권한이 아니다.’ “아버지가 보았던 것도 우리와 비슷했겠죠?” 그녀가 물었다. “적어도 이 문장만큼은요.” 그녀는 창가에 앉아 긴 숨을 내쉬었다. 나는 해답을 줄 수 없었다. 대신 내일 확인할 문서 목록을 조용히 그녀 옆에 놓았다. 진실을 찾는 일은 종종 위로보다 확인할 수 있는 다음 한 줄에서 시작했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루카스가 물었다. “결국 그 어른이 다른 아이의 신발을 신었다면 수상하다고 해야 합니까?” 나는 대답 대신 작은 수선 못을 보여 줬다. 노인은 누구나 살 수 있는 못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음’은 이상할 수도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우리가 조사해야 할 것은 신발의 낡음이 아니라 그 신발을 신고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느냐는 사실이었다. 루카스는 한참 생각하더니 수첩의 ‘이상한 사람’이라는 제목을 지웠다. 대신 ‘추가 확인이 필요한 인물’이라고 적었다. 나는 그 수첩을 굳이 칭찬하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문장을 고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로 충분했다. 새벽에 오딜에게서 짧은 편지가 왔다. 구호소의 오래된 신발 수선 상자 바닥에서, 급식실 견습용 신발 한 짝과 함께 작은 청동 표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표에는 사람이 아닌 직책이 새겨져 있었다. ‘제12석 임시 관리.’ 마이렌이 비운 자리를 누군가 잠시 맡았다는 사실은 이제 단순한 기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표가 누구 손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나는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다시 사람을 찾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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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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