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폐쇄 초소의 문은 열려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문이 없었다. 철제 경첩만 벽에 남고 문짝은 사라졌다. 입구에 선 경비병이 내게 말했다. “여기서 누구를 부르려 했다면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었겠습니다.”
“문이 없는 곳이라 더 조심해야죠.” 나는 대답했다.
루카스가 먼저 들어가려다 나를 돌아봤다. 나는 법관이 허가한 조사 범위를 읽어 줬다. 외부 통로, 출입 기록, 최근 설치물, 화재 안전 확인. 지하 보관실은 추가 위험 평가가 끝나기 전까지 출입 금지였다. 우리에겐 마법으로 벽을 통과하는 능력이 없었고, 있었다 해도 영장은 그대로 필요했을 것이다.
로흐가 낡은 돌벽의 틈을 두드렸다. 안쪽이 빈 소리가 났다. “이 초소는 한 번 고쳐졌소. 석재를 삼백 년 된 것처럼 칠해도 안쪽의 고정 못은 속이지 못하지.”
“언제 고쳤습니까?”
“못의 규격으로는 삼 년 전 이후. 확정하려면 납품 장부가 있어야 하오.”
마침 그 장부를 가져온 사람이 군무청 참관인 다렌이었다. 그는 초소가 폐쇄될 때 군무청 창고로 이관됐던 목재와 철물을 기록한 대장을 들었다. 이상하게도 가장 최근 줄의 수리 명목은 ‘방벽 공명 조정’이었다. 초소에 설치된 구리선의 공명음이 몇 해 전부터 구조 경보에 이용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식 수리 기록은 비어 있었다.
“예산 출처가 어디입니까?” 내가 물었다.
“군무청 내부 유지비로 보입니다.” 다렌이 말했다.
“보인다와 지급됐다는 건 다릅니다.”
“압니다. 이 대장에는 승인란만 있고 출금란이 없어요.”
그가 내 말을 미리 받아 적었다. 조금 기뻤다. 대신 티르센이 고개를 저었다. “승인란의 인장 번호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 적힌 번호는 지난번 폐기된 번호와 한 글자 차이입니다.”
초소가 오래됐다는 사실보다, 오래된 장소에 최근 돈과 권한이 들락거렸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듯했다.
나는 두 가지 출입로를 기록했다. 앞문은 문이 없으니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다. 뒤쪽 좁은 계단은 돌더미가 막고 있었지만 누군가 작은 발로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루카스는 즉시 그 자리를 보존했다. 발자국이 작다는 이유로 아이의 것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짐을 든 어른이 발끝만 디뎠을 수도 있으니까.
초소 남쪽을 둘러보던 중, 우리는 오래된 우물 자리에서 작은 금속 고리 하나를 발견했다. 로흐는 손으로 집으려던 루카스를 멈춰 세웠다. 고리 주변엔 물때가 남았고, 돌 사이에는 다른 금속의 색이 번져 있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물건인지 최근에 떨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것을 들면 무엇을 알 수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지금 상태를 기록하면 나중에 알 가능성이 생기오.” 로흐가 답했다.
그는 돌 사이의 방향과 깊이를 표시했다. 고리의 속에는 구리 분말이 약간 묻어 있었다. 최근 제삼 결제소에서 발견된 유리판의 구리 고정틀과 비슷했지만, 아직 같은 제조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현장도에 고리를 표시하고 감정관이 도착할 때까지 경비병 둘을 배치했다.
다렌은 그 비용부터 걱정했다. “폐쇄 초소를 며칠 지키면 병사들의 일당이 또 붙습니다.”
“안전 보호 비용을 먼저 산정해 주세요. 증거물 지키는 일과 주민 통행 제한 비용은 구별해야 합니다.”
“이곳 길은 주민들이 우물 물을 길으러 지나갑니다.”
“그럼 통행을 다 막으면 안 되겠네요. 우물 둘레만 일시 통제하고 대체 길을 열어 주세요.”
실제로 마을 사람 세 명이 손에 물통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군인에게 막히자 거칠게 항의했다. 나는 그들에게 사과하며 다른 길을 안내했다. 길을 돌아가느라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다. 대신 대체 길이 위험하지 않은지 경비병과 함께 먼저 걸었다. 반대편 경사에서는 돌이 미끄러져, 작은 아이가 넘어질 수도 있었다.
마을 대표는 내 말을 듣고 놀랐다. “징수관이 왜 우물 길을 걷습니까? 세금이나 걷는 사람 아니오?”
“세금으로 길을 관리하기도 하니까요.”
“그럼 무너진 돌계단도 고쳐 주시오.”
“예산과 관할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징수관은 징수관이군.”
우리는 경사면에 임시 나무 손잡이를 설치할 수 있는지 마을 관리인에게 요청했다. 군사 조사와 별개로 주민 통행을 살려 놓는 작업이었다. 나는 이 일이 종종 사건 해결보다 더 많은 말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았다.
낡은 우물 옆에는 이름이 지워진 작은 기념석이 있었다. 다렌이 이것은 삼 년 전 화재 수습 때 죽은 사람을 추모하려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워진 날짜를 읽을 수 없었고 이름란도 비어 있었다. 오딜은 조용히 손바닥을 올렸다.
“이런 돌을 세웠으면서 살아 있는 사람을 다시 확인하지도 않았네요.”
“그때는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내가 말했다.
“그럼 잘못된 결과도 최선이었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추모석을 현재 조사 대상의 직접 증거로 봉인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기억을 위해 세운 물건을 국가가 빼앗는 것은 무리였다. 사진과 위치만 기록하고, 실제 작성자를 찾기 위한 공문을 남겼다.
티르센은 초소 방 한쪽에서 떨어진 낡은 인장 손잡이를 감정했다. 손잡이는 진짜 왕실 관리품과 규격이 달랐다. 손잡이 바닥의 홈 두 개가 원통의 홈 두 개와 겉보기에는 비슷했으나 간격은 달랐다. 그는 지름을 재고 수치를 그대로 기록했다.
“사람들은 닮은 그림 하나에 쉽게 마음을 줍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면 다른 숫자를 지워 버리게 되죠.”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내가 세금 조사에서 처음 배우고 오래 잊었던 일도 비슷했다. 숫자는 설명 없이 사람을 고발할 수 없다. 그러나 설명이 있다고 해서 숫자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초소의 구겨진 출석 관리 서식을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모으던 중, 오딜은 서식 뒤편에 작은 선을 발견했다. 줄이 셋이었다. 옛 급식실 배급표에서 사람들이 부재자를 표시하던 습관과 닮았다. 그녀는 곧바로 단언하지 않았다. “내가 어디서 본 줄 알겠지만, 그땐 이런 종이가 아니었어요.”
나는 그 선을 휴대 기록판에 그려 두었다. 오늘의 조사에서 얻은 것들이 각자 단단한 증거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도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온 물건들이 하나의 장소에 놓일 때, 사람의 말도 조심스럽게 길을 얻기 시작했다.
조사 마지막에 경비병은 우물 옆에서 떨어져 나온 표식판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군용’이라는 두 글자만 남아 있었고 번호는 부식돼 있었다. 나는 그 표식판을 북문 주민이 쓰던 우물 전체의 소유권 증거로 간주하지 않았다. 군용 표식이 있었다고 해서 오랫동안 마을이 유지한 사용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렌은 그 설명을 듣더니 안전 통제 계획에 주민 이용 시간을 별도로 적었다. 초소 조사가 끝나더라도 우물 통행이 계속 가능하도록 하는 작은 약속이었다. 문서가 권리를 빼앗는 데만 쓰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날따라 반가웠다.
비가 시작됐다. 초소의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제까지도 정상 구조 경보가 들린 곳인데, 여기서는 한 번도 울리지 않았던 것처럼 종줄이 잘려 있었다. 로흐가 줄의 단면을 살폈다.
“닳아서 끊어진 건 아니오. 금속 손톱 같은 것으로 잘랐소.”
“절단 시점은요?”
“물과 녹이 만들어 놓은 경계가 말해 줄 거요. 내가 지금 함부로 만지면 그 증거가 없어집니다.”
그는 장갑 낀 손을 뒤로 뺐다. 나는 장갑을 낀 손을 보며 셀딘 모로가 말한 ‘장갑’이라는 별명을 떠올렸다. 그러나 여기서도 장갑을 낀 사람은 여럿이었다. 별명을 단서라고 부르려면 그 별명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
초소 북쪽 창에는 붉은 실이 하나 걸려 있었다. 오딜이 그것을 보더니 눈썹을 올렸다. “이런 색은 급식실에서 썼어요. 열두 사람의 밥표를 묶던 실과 비슷해요.”
마이렌의 나무 밥표가 갑자기 떠올랐다. 하지만 오딜은 즉시 말을 고쳤다.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 세상에 빨간 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왜 여기에 있을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누군가 두었거나, 바람에 걸렸거나, 오래전에 남았거나. 세 가지 모두 가능하죠.”
나는 실을 증거 봉투에 넣기 전에 위치와 매듭 방향을 그렸다. 매듭은 문밖에서 안쪽으로 당겨진 모양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누군가 밖에서 신호를 보낸 흔적일 수도 있었다.
정오 무렵 우리는 세 번째 방에서 책상 한 개를 발견했다. 그 위에는 속이 빈 장부철이 놓여 있었다. 장부 표지에는 ‘출석 관리’라고 적혀 있었으나 날짜가 없는 빈 종이뿐이었다. 책상 서랍에는 납세자 주소를 요구하는 인쇄 서식이 스무 장 있었다. 왕국 법률에 없는 입국료를 청구하던 양식과 닮았지만 서식번호는 달랐다.
“하나로 묶어서 사기 장부라고 부르면 편하겠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편한 명칭이야말로 위험합니다. 서식들 사이에 실제 거래가 있었는지부터 봅시다.”
오딜은 창가에서 종이 한 장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여기에는 급식실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라고 돼 있어요.”
나는 그 줄을 읽었다. ‘대리 출석인’과 ‘실제 목격자’가 병렬로 나뉘어 있었다. 두 칸 중 하나에만 이름이 있어도 인쇄기에서 확인표가 나오는 구조였다. 이건 지난번 에리카 명의 자동 승인 호출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 결석한 사람을 대신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원본 장치와 연결됐다고 쓰지 마세요.” 티르센이 먼저 말했다.
“모양만 닮았죠.” 내가 받아 적었다.
다렌은 말없이 가짜 서식 스무 장을 바라봤다. 자기 기관의 표식이 찍힌 종이가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 드는 얼굴이었다. 그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 도서관에서 밤마다 법률을 외웠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국세청 시험을 준비하던 때와 닮았다.
“좋은 문서는 무엇으로 구별합니까?” 그가 물었다.
“도장이 반듯한지보다 누가 만들었고 누가 책임지는지로요.”
“제 상관이 책임지지 않으면요?”
“상관의 서명이 있든 없든, 기록은 남겨야죠.”
그날 저녁 초소 아래 마을에서 한 여성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녀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증언했다. 열하루 전 밤, 초소의 창에 불이 켜졌고 종은 울리지 않았는데 바닥에서 낮게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짐수레 두 대가 올랐고 한 대는 빈 채 내려왔다. 무엇을 싣고 갔는지는 보지 못했다.
“수레 바퀴 모양을 기억합니까?”
“한 대는 세모난 쇠살이 있었어요. 잘못 만든 수레인 줄 알았죠.”
로흐가 눈을 들었다. “드워프 수리공들이 무거운 유리판을 운반할 때 쓰는 바퀴에 그런 홈을 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조합 수레라고 확정되진 않소.”
우리는 그 사실을 ‘특이 바퀴 증언’으로 기록했다. 실제 수레와 맞추지 않고 특정 조합을 지목하는 일은 없었다.
경비병은 초소를 통제하고 위험한 지하 계단을 봉인했다. 내게는 오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마이렌을 부른 자를 잡지 못했고, 제0호 기록봉에 찍힌 새 압흔의 주인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문이 없던 곳에 기록의 문이 하나 생겼다.
마지막 순간 다렌이 군무청 원장을 다시 들고 왔다. 초소 수리 명목 승인란 아래에는 아주 작은 단어가 적혀 있었다.
‘현물 지급.’
“그렇다면 금고 출금이 없었던 게 이상하지 않겠군요.” 내가 말했다.
다렌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현물이라면 물품 인수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수자가 누구인지 지워져 있습니다.”
지워진 곳에 남은 것은 손가락으로 문지른 흔적뿐이었다. 나는 목록에 그 빈칸을 추가했다. 이번에는 돈 대신 물건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이 사람을 부르는 장치를 움직이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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