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석 요구서를 세 번 읽었다. 세 번을 읽어도 발신인의 서명은 생기지 않았다.
‘북쪽 폐쇄 초소. 내일 해 뜨기 전. 증인: 군무청 급식실 견습, 열두 번째 자리.’
그 아래에는 마이렌의 이름이 없었다. 이름 대신 직책과 순서만 적혀 있었다. 삼 년 전에 죽었다고 처리됐던 사람을 다시 끌어낼 때 쓰기 좋은 방식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주소를 몰라도,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충분히 겁을 줄 수 있으니까.
“경비대를 보내겠습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누구를 체포하러?”
“서류를 보낸 자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루카스는 손에 든 장갑을 내려다봤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그는 지시가 빠르면 정의도 빨리 도착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조금 달랐다. 질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에리카가 서류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이 종이, 앞서 원통에서 나온 최근 전사본과 재질이 비슷해요.”
“비슷하다는 건 출처가 같다는 뜻이 아니죠.”
“알아요. 그래서 감정실에 맡기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석 요구서 원본은 봉인하고, 현장에 가져갈 것은 기록된 사본으로 한정했다. 마이렌에게 보낼 연락에도 서류를 그대로 첨부하지 않았다. 북쪽 초소의 정확한 좌표와 시간이 누설되면 그 사람을 노리는 누군가에게 우리 손으로 길을 열어 주는 셈이었다.
마이렌은 보호 연락망을 통해 새벽이 오기 전에 답했다. 한 장의 종이였다. ‘요구하지 않았고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세 번째 종이받침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 이야기할 준비는 되어 있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그가 원통을 직접 본 적이 있던가. 삼 년 전 급식실에서 나무 밥표를 쥐고 빠져나온 건 알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상자의 받침 수를 그가 어떻게 아는지는 불명확했다. 증언자는 신문을 통해 알 수도 있고, 담당자가 요약문을 전하는 과정에 들었을 수도 있다. 그 중 어느 쪽인지 확인하기 전에 기억이 곧 증거가 되는 일은 없었다.
“마이렌을 초소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내가 선언했다.
브란트 법관은 짧게 답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유인 우려가 있으니 당연한 결정입니다. 다만 초소 자체는 영장을 받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증인 보호와 현장 수사를 다른 절차로 하십시오.”
그는 신청서를 돌려주면서 한 문장을 고쳤다. ‘불법 소환 시도’에서 ‘발신인 불명의 출석 요구’. 아직 범죄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또 한 번 법관에게 일을 배웠다. 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는 검이 아니라 정확한 동사일지도 모른다.
아침의 궁정은 공문이 쏟아지는 우물 같았다. 군무청은 북쪽 초소에 발을 들이면 국가 방위 시설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그곳은 삼 년 전에 폐쇄됐고, 현재 관할이 군무청과 재무청 사이에서 공중에 떠 있었다. 관할이 불명확한 곳은 누구나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아무도 수리비를 내지 않는 곳이었다.
“폐쇄 초소를 살려 놓으면 우리 예산에서 경비 인력을 써야 하잖소.” 로웬이 얼굴을 찌푸렸다.
“사람을 부른 종이가 거기서 나왔습니다. 출석 요구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가 가짜라면 거기는 그냥 낡은 돌집일 수도 있지.”
“맞습니다. 그 결론이어도 조사할 가치는 있어요. 이상한 청구서를 근거로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선례가 생기니까요.”
로웬은 내게 눈살을 찌푸리다가 작은 장부를 내밀었다. 국경 경보를 운영하는 임시 인력 세 명의 이번 주 임금표였다. 은화 서른두 닢의 예상 예산 가운데 실제 계약과 근무 시작이 확인된 항목만 지급 청구가 들어와 있었다. 나는 그를 칭찬하려다 참았다. 재무대신이 당연한 일을 했다고 칭찬받는 나라라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저울 수리비는요?” 내가 물었다.
“승인 전 검수 중이오. 그리고 그 상자 보관비 금화 한 닢은 안 줬소. 자네가 지난번에 하도 강조해서.”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돈을 안 쓴 게 그렇게 기쁜가?”
“없는 사람한테 잘못 청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날 낮, 세르나가 마계 감정인의 중립 증명서를 가져왔다. 영번 기록봉에는 삼백 년 전 공동 보관물의 분실을 막기 위해 ‘삼면 대조’라는 절차가 있었다. 보관자, 최초 신고자, 현장 확인자가 각기 다른 표식을 남기되 세 사람이 모두 생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개인의 생존과 재산권을 자동으로 연결하지 말라는 규정까지 있었으니까.
“세 번째 받침이 비어 있던 건 원래 한 개만 보관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었죠.”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빈 자리에 최근 누군가 표식을 끼워 넣었는지는 여전히 따로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마이렌이 말한 ‘세 번째 받침 아래’는 확인 가능한 위치 정보군요.”
세르나는 나를 보며 웃지 않았다. “모든 질문이 확인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질문은 확인할 수 있겠죠.”
우리는 마이렌의 대리인에게 증언 방식부터 물었다. 그는 직접 만나는 대신 방음된 법정 별실에서 목소리만 남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생존 사실이 시장에 퍼지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덟 사람의 가족이 자기를 찾아와 죽음을 증명해 달라고 부탁할까 두렵다고 했다. 나도 그걸 상상하자 말문이 막혔다.
“제가 살아 있다고 하니까 모두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그가 전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사람들의 밤을 보지 못했어요.”
나는 답장을 썼다. ‘당신이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을 둘 다 기록하겠습니다. 증언하지 않은 사실을 억지로 채우지 않겠습니다.’
마이렌에게 답장을 보낸 뒤 나는 보호기관 책임자와 따로 만났다. 그는 허름한 수도원 방에 나를 앉혀 놓고 책상 위에 나무 조각 세 개를 늘어놓았다. 하나는 마이렌의 이름을 적은 가짜 접수표, 하나는 그가 직접 남긴 확인표, 마지막 하나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빈 표였다.
“이 셋을 구별할 수 있습니까?”
“진짜 확인표를 전해 들었지만 원본은 보지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종이에 이름이 있다고 당사자가 원한 일이 되지는 않죠. 우리 기관에서 그가 실제로 한 말을 증명할 때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합니다.”
그는 마이렌에게 자신이 한 결정과 기계가 기록한 결정을 나란히 보여 준 적이 있었다. 한쪽엔 ‘비공개 상태에서 진술한다’, 다른 한쪽엔 ‘북쪽 초소 직접 출석 요청’이 적혀 있었다. 후자의 종이는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이렌은 두 문서를 보고 오래 숨을 고르다, 자신은 어느 날 또다시 죽은 사람으로 처리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가 무서워하는 것은 위험한 길만이 아닙니다.” 책임자가 말했다. “누군가 자기 이름으로 길을 정하고, 자신은 그걸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죠.”
나는 그 자리에서 보호 비용과 증언 지원 비용을 구분해 적어 두었다. 보호기관의 식비를 재무청 조사 예산에서 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우리 예산에는 그 근거가 없었다. 대신 법원에 합법적인 증인 지원 신청 경로를 확인해 전달하겠다고 했다. 화재의 생존자가 이번에도 예산 사이에 끼어 방치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수도원 문을 나서자 마이렌의 대리인이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마이렌은 초소 근처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 치료소에서 함께 지내던 노인이 그곳에 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노인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이름은 남기지 않았다. 대리인은 그 말을 증언 내용이 아니라 추후 탐문에 필요한 전언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을 증거로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없죠. 그 노인을 찾고 본인이 기억하는 말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안도의 눈빛을 보였다. 평소라면 조사관이 듣고 싶은 사실을 잔뜩 만들어 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누군가의 말을 꾸며 내선 안 됐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법정 기록실에 들렀다. 북쪽 초소가 폐쇄되던 날 작성한 최초 관리 보고서는 세 부였다. 군무청 보관분, 재무청 보관분, 그리고 국경 공동 관리단 보관분. 군무청 서류의 작성자는 확인됐지만 세 번째 보고서는 보관 위치조차 현재 대장에 나오지 않았다. 루카스가 혀를 찼다.
“셋이 나눠 가지면 하나쯤 남아 있어야 하는데.”
“반대로 셋이 똑같은 거짓말을 적어 두면 나중에 세 번 확인된 사실처럼 보일 수도 있죠.”
“그럼 어쩌죠?”
“같은 원본에서 복사했는지, 따로 관찰한 걸 적었는지부터 봐요.”
브란트는 서면으로 답했다. 보고서 사본 대조는 허용하지만 한 기관의 보관분만으로 실물 상태를 단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세 부 가운데 확인 가능한 두 부의 문장 순서와 종이의 구멍 위치를 비교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오딜이 시장에서 전해 들은 소문을 가져왔다. 내일 마이렌이 폐쇄 초소에 온다는 말이었다. 나는 당황했다. 보호 연락망 밖에선 그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출석 요구서의 날짜는 일부러 숨겼다. 누군가 이미 소문을 돌리고 있었다.
“마이렌에게 또 나가라는 압박이 되면 안 돼요.” 오딜이 말했다.
우리는 공개 안내문에 실제 인물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폐쇄 초소 출입은 안전 검사 중이며 무서명 출석 요구서는 법적 효력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시장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충분했다.
나는 문득 국왕이 내게 첫날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세금은 언제 거둘 건가.’ 그때는 17금화만 있던 나라가 무너질 줄 알았다. 지금은 돈이 있는데도 무너질 수 있는 다른 이유를 봤다. 가짜 문서 한 장이 시민을 다시 고립시키는 나라라면 금고가 가득 차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대리인은 마지막으로 요청했다. 마이렌이 거절한 출석을 공식적으로 기록해 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 요청에 따라 ‘불출석’이라는 단어 대신 ‘권한 없는 출석 요구에 대한 비동의’를 사용했다. 전자는 의무를 어긴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말이고, 후자는 부당한 요구를 받았던 사람의 선택이었다. 비슷해 보이는 한 줄이 훗날 그의 생활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지 생각하자 손이 조금 무거워졌다. 브란트에게 문안을 보여 주자 그는 동의의 범위를 좁혀 적으라고 했다. 초소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가 다른 장소에서의 진술까지 거절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고쳐 쓴 공문을 보호기관에 다시 전달했다. 마이렌은 하루 뒤 그 문안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 작은 승인은 기계가 대신하지 않은, 분명한 사람의 대답이었다.
다음 날 현장 조사를 위한 명령이 나왔다. 초소 외부 통로와 폐쇄 관리대장을 확인하되, 마이렌의 출석은 포함하지 않았다. 시민 참관인 오딜, 드워프 사절 로흐, 감정관 티르센의 역할을 분리하고 각자 봉인표를 받았다. 군무청 참관인 한 명도 초대했다. 오해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언제나 회계표보다 조금 많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사무실 창가에서 고향의 지하철을 떠올려 보았다. 환승역 이름이 혀끝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또 기억이 줄어든 건지, 그냥 피곤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수첩에 오늘 날짜와 내가 기억하는 것만 적었다. 진실의 장부는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 루카스가 출석 요구서의 봉투를 다시 가져왔다.
“징수관님. 받는 사람을 적은 잉크는 최근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봉투 안쪽 접착면에 다른 종이의 끝이 붙어 있었답니다.”
티르센의 감정 메모에는 잘린 문장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증인은 오지…’
나는 그 끝을 오래 들여다봤다. ‘오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었고, 전혀 다른 문장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누가 낡은 종이를 잘랐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출석 요구서 한 장만을 보고 마이렌을 움직였다면 우리는 그 잘린 문장을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새 공문에 한 줄을 더했다.
‘증인의 안전 확인이 끝날 때까지 출석 강제와 위치 공개를 금한다.’
그날 처음으로 내 이름이 적힌 공문을 만드는 일이 조금 무서워졌다. 공문의 문장은 누군가의 행동을 바꾼다. 그래서 세금을 걷는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잘못된 곳으로 보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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