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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80화
PAYLUA ORIGINAL · 제80화

80화. 국경을 넘은 빈 상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81자

오프라인 책장
제0호 반송품의 실물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한 가지부터 물었다. “상자가 있다는 뜻입니까, 안에 물건이 있다는 뜻입니까?” 루카스가 눈을 깜박였다. “경비대가 상자째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럼 아직 내용물은 모르겠네.” 브란트는 법원 명령을 받아 국경 보세창고에서 상자를 인도받았다. 물건이 발견된 장소는 왕국이 관리하는 구역이었지만, 봉인에는 마계와 드워프의 공동 보관 표시가 함께 있었다. 보관자와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우리는 상자를 곧장 재무청으로 옮기지 않고 중립 감정실에서 열기로 했다. 상자 뚜껑에는 ‘영번 기록봉, 재검증 전 개봉 금지’라는 오래된 글자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는 새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제0호 반송품. 장부 밖에서 온 사람의 입국 기록. 반환 대상자 확인 필요.’ “두 표제 중 무엇이 먼저 붙었습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티르센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목재와 잉크 감정 결과를 보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아래 표제의 오염과 마모가 더 오래돼 보입니다.” 세르나는 상자 측면의 공동 보관 표식을 확인했다. 마계 사본에 적힌 영번 기록봉 규격과 치수 일부가 맞았다. 로흐는 금속 고리를 들여다봤다. 홈 두 개가 파여 있었다. 마이렌의 작은 나무 밥표와 같은 계열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제작 시기를 같다고 볼 근거는 없었다. “이제 열면 되겠군요.” 국왕이 말했다. “개봉 권한을 가진 보관 당사자들의 참관과 기록이 필요합니다.” 나는 답했다. 왕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래, 그걸 하라고 나를 부른 것이지.” 개봉 날짜를 정하자 뜻밖에도 북문 상인회가 항의문을 보냈다. 누구의 물건인지도 모르는 낡은 상자에 왜 그렇게 많은 관리가 매달려 있느냐는 것이었다. 창고 지붕은 아직 새고, 물건을 들여오는 상인들은 통관 대기 시간이 길다고 했다. 나는 상인회 대표를 만나 설명했다. “상자 때문에 정상 통관을 막지는 않겠습니다. 인력도 가능한 한 별도 배치하겠습니다.” “그래도 조사가 계속되면 우리 장사가 늦어지잖소.” “이번 조사에서 가짜 통행료를 만든 원인을 찾으면 다음 달부터는 불필요한 확인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편익을 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대표는 콧방귀를 뀌었다. “언제나 다음 달이군.” 나는 인정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합니다.” 우리는 세관의 정상 통관 창구와 보전품 감정 출입구를 분리했다. 불필요한 대기를 줄이되, 밀수 의심 사유가 있는 화물은 기존 규정에 따라 검사했다. 상인회는 감정실에 시민 참관인을 한 명 더 보내기로 했다. 특혜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자리가 오히려 절차를 지키는 책임이 되었다. 오딜은 개봉 참관 서명부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제가 여기 이름을 적어도 됩니까? 예전에는 급식소에서 밥그릇만 셌는데.” “그때도 중요한 기록을 남기셨잖아요.” 내가 답했다. “이번에는 보관함의 상태를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그녀는 글씨를 조심스럽게 적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세상이 커다란 계약서를 가진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거기에 있었다. 우리는 법관, 왕실 감사관, 마계 감정인, 드워프 장인, 시민 보관인 대표 오딜이 참여하는 개봉 절차를 마련했다. 마이렌은 공개 참관을 원하지 않았고 대리인 의견서를 냈다. 에리카는 아버지의 문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증거 담당 판단에서 일부 물러나 관찰자로 참석했다. 누구도 혼자 뚜껑을 열지 않았다. 드디어 봉인이 풀렸을 때 안에는 천으로 싼 원통 하나와 빈 종이받침 세 개가 있었다. 원통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루카스가 조용히 말했다. “진짜 빈 상자였네요.” “아니. 받침이 세 개인데 물건은 하나야. 빠진 두 개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내가 원통을 들자 표면의 문양이 차갑게 느껴졌다. 진실의 장부는 자동 문구를 띄우지 않았다. 그 침묵에 나는 이상하게 안도했다. 진짜 증거를 확인하는 순간마다 장부가 대신 말할 필요는 없었다. 원통 안에는 얇은 종이와 금속 판이 함께 있었다. 종이는 부분적으로 훼손됐고, 글씨는 서로 다른 필체였다. 판에는 고대어로 ‘공동 증언 보관, 소유권 판단 보류’라고 적혀 있었다. 근처에는 날짜를 적는 칸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삼 년 전 화재 조사 당시, 다른 하나는 최근 열하루 전의 기계 출력 날짜와 일치하는 듯 보였다. 실제 감정 전에는 ‘일치’가 아니라 ‘표기가 대응함’이라고 기록했다. “그럼 삼 년 전에 당신이 온 걸 알고 있었던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 사람 이름은 없잖아.” “맞아요.”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상자에서 뭔가 엄청난 진실이 튀어나오길 바랐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종이는 우리가 바라는 결론까지 한 번에 써 주지 않았다. 법관은 읽을 수 있는 부분부터 번역하게 했다. 원통 첫 장에는 ‘국경에 신원 표지가 없는 증언자가 도착했을 때’라는 규정이 있었다. 뒤이어 ‘당사자가 말할 수 없는 사유로 최초 신고를 유예하는 경우, 현장 목격자는 사건의 날짜와 장소를 공동으로 기록해 둔다’고 적혀 있었다. 이것은 사람을 재산으로 등록하는 양식이 아니라, 출처를 확인하지 못한 증언을 보관하는 양식에 가까웠다. “그럼 내가 입국한 기록이 아니라 입국을 증언할 기록의 양식이군요.” “지금까지 읽힌 부분만으로는 그렇습니다.” 티르센이 말했다. 에리카는 원통 아래쪽의 먼지를 가리켰다. 금속 판이 고정돼 있던 자리에 새로 긁힌 흔적이 있었다. 과거에 열었던 자국인지 최근에 열었던 자국인지 감정이 필요했다. 누군가 상자에서 내용을 빼 갔거나, 아예 처음부터 두 개의 받침이 비어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때 세르나가 마계 사본을 펼쳤다. 원래 영번 목록에는 ‘기록봉 세 개, 그중 한 개만 보관’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루카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빈 받침 자체는 최근 범죄의 증거가 아니었다. 나는 그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빈자리를 음모로 채우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진짜 음모를 놓치게 된다. 개봉 직후 로흐는 세 번째 종이받침의 밑면을 자세히 살폈다. 그곳에는 작은 숫자 두 개가 있었고, 둘 중 하나는 마계 사본의 기록봉 수량과 일치했다. 다른 하나는 영번이라는 이름과 관계없는 공장 제작번호로 보였다. 그는 제작번호를 근거로 고리 전체가 삼백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수리하면서 고리를 교체했을 수도 있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오래됐다고 믿고 싶지요.” 로흐가 말했다. “하지만 장인은 무엇이 언제 교체됐는지부터 보는 법이오.” 그는 자신이 갖고 온 작은 확대경을 에리카에게 건넸다. 확대경으로 본 금속 표면에는 수리 흔적이 있었다. 원래의 홈과 최근의 긁힘이 같은 방향으로 나 있지 않았다. 티르센은 그 차이를 기록하자고 했다. 루카스가 말했다. “누군가 고의로 긁은 거라면요?” “그러면 어떤 도구로 언제 긁었는지 확인해야겠지.” 나는 그의 노트에서 단어 하나를 고쳤다. ‘범인 흔적’ 대신 ‘추가 가공 흔적’. 그는 투덜거렸지만 다시 적었다. 우리가 이 상자에서 찾는 것이 진실이라면, 진실이 아직 없는 자리도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오후에 법원은 원통에서 나온 종이의 일부를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발표했다. 국경 공동 보관물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사람의 소유권이나 귀환 가능성을 판정하는 자료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실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잘못된 기대를 이용해 새로운 수수료를 받으려던 자들에게는 적어도 한 개의 문이 닫혔다. 그날 저녁 마이렌에게도 감정 결과의 요약을 전달했다. 그는 자신의 나무 조각과 원통의 홈이 닮았다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럼 삼 년 전 제가 들고 나온 건 문을 여는 열쇠였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아닙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공동 증언 물품과 비슷한 형식이라는 것뿐이에요.” “저는 그때 누군가가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물건에 남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가 그 말을 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기록했습니다.” 마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걸로도 좋습니다.” 밤에는 왕과 로웬에게 현황을 보고했다. 국고의 가용 현금과 과거 승인액, 봉인금은 여전히 구분돼 있었고, 정상 세금 수납 확인 절차는 시장에서 운영 중이었다. 마이렌의 비공개 신원 정정은 명령이 내려졌지만 체불 임금 산정과 보상금 출금 조사는 남았다. 제0호를 명목으로 청구된 새 보관비 금화 한 닢은 지급되지 않았고, 북문에서 봉인한 은화 네 닢은 피해자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상자 하나 열고 돈은 못 벌었군.” 로웬이 말했다. “법을 어기고 돈을 빼앗을 수 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자네 말을 듣다 보면 돈을 못 버는 것도 수입처럼 들리는군.” 국왕이 웃었다. “쓸데없는 지출을 막았다면 손해를 줄였지. 그걸 돈을 번 것과 같다고 장부에 적지는 말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왕이 이제는 스스로 회계의 차이를 설명했다. 잠시 기뻤다. 곧 이어진 소식이 그 기쁨을 걷어 갔다. 티르센이 새 감정 기록을 가지고 들어왔다. 원통에서 나온 종이 뒷면에는 아주 옅은 글씨가 있었다. 불에 그을린 자국 아래서 복원 가능한 글자가 몇 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은 공개하기 어려웠다. 종이 일부가 내 이름과 닮은 발음을 적은 최근 전사본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제 이름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름으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누군가 그렇게 읽히도록 만든 흔적이 있습니다.” 그는 자국 위치를 표시한 도면을 건넸다. 고대 필체 아래에 최신 기계의 압흔이 겹쳐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기록을 가져와 현재의 나에게 맞춰 놓으려 했다.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원본을 입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수첩을 폈다. 1화부터 적어 둔 질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고 열일곱 금화, 사라진 수납 내역, 드래곤의 금화, 마왕의 약초방, 체불된 노동자의 임금. 한 사건을 풀면 전혀 다른 질문이 튀어나왔지만, 언제나 공통된 문장이 있었다. ‘이 돈은 누구의 것인가. 이 권한은 누구의 것인가.’ 그때 바깥에서 세 번의 종이 울렸다. 정규 구조 경보였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네 번째 울림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인증 기계는 아직 분리된 상태였다. 보고를 마친 에리카가 말했다. “다음에는 누굴 조사하죠?” “원통의 빈 두 자리와 관련된 보관 대장부터요. 그리고 그 최근 전사본을 주문한 사람.” “그 사람이 도망치면요?” “도망칠 길에도 기록은 남아요.” 우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루카스가 뒤따라왔다. 그는 보존고에서 가져온 새 접수표를 흔들었다. 원통의 보관 대장은 삼 년 전 작성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오래된 공동 문서의 사본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에는 최근 날인된 얇은 쪽지가 끼어 있었다. ‘제0호 보관물의 최초 인계 증인 출석 요청.’ 날짜는 내일이었다. 장소는 왕궁이 아니라 북쪽 폐쇄 초소. 그리고 증인란에는 한때 사망 처리됐던 사람의 옛 직책이 적혀 있었다. ‘군무청 급식실 견습, 열두 번째 자리.’ 마이렌이었다. 그가 신청한 적 없는 출석 요구라면 누군가 다시 그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누군가 실제로 그를 만나 중요한 사실을 전하려는 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사건이 마침내 한 자리에 모일 수도 있었다. 나는 문장을 다시 확인했다. 마이렌의 동의도, 발신자의 서명도 없었다. “이번에도 함부로 나가면 안 되겠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그래요.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야죠.” 나는 그 말을 마이렌에게 전하도록 정식 보호 연락망에 요청했다. 누구도 그의 이름을 빌려 그를 불러낼 수 없다는 사실부터 지키고 싶었다. 종소리는 그쳤다. 밤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요가 끝이 아니었다. 누군가 오래된 증언을 가지고 협박 대신 거래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다음 장부는 세금 고지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증인의 말에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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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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