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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79화
PAYLUA ORIGINAL · 제79화

79화. 두 번째 왕실 인장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42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인장실에서는 같은 모양의 도장이 두 개 발견됐다. 하나는 삼 년 전부터 봉인돼 있던 정품 원판, 다른 하나는 그 모양을 흉내 낸 얇은 유리판이었다. 유리판에는 모서리 금이 한 줄 나 있었다. 네라가 진술했던 바로 그 흔적과 비슷했다. “사라졌다고 했잖습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제삼 결제소 반출품 보관창고에서 발견됐습니다. 경비대가 법원 허가를 받아 보전했습니다.” 티르센이 말했다. “그럼 범인도 찾았군!” 루카스가 외쳤다. “물건이 돌아온 거야.”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걸 누가 만들고 이용했는지는 또 다른 질문이지.” 유리판은 왕실 원판과 겉모양이 닮았지만 상세한 흠집은 일부 다르게 남아 있었다. 인장 원판에 생긴 오래된 긁힘까지 복제한 부분도 있었고, 없는 흠집을 만들어 넣은 부분도 있었다. 티르센은 두 자국을 정밀 사진과 전사 도면으로 남겼다. 그 결과 제0호 안내장과 북문 가짜 수수료 고지서에 찍힌 자국 중 일부가 유리판의 결함을 공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유리판을 썼다는 뜻인가요?” 에리카가 물었다. “같은 제작 계열의 판을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한 장인지, 복제품이 더 있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나는 그 신중한 결론을 감사원 보고서의 첫 문장에 옮겼다. 단서를 크고 선명하게 쓴다고 사실이 커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누군가 ‘왕실에서 정식 발송했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반박할 구체적인 근거가 생겼다. 유리판 발견 소식을 들은 시민회가 일제히 진범을 잡았다며 환호했다. 나는 공개 설명의 범위를 제한하자고 했다. 법정에서 감정 결과를 내기 전에 시민들 앞에서 특정 직원의 이름을 거론하면 증인의 안전을 해칠 수 있었다. 라니아는 동의하면서도 답답하다고 했다. “사람들은 누가 자기 돈을 빼앗으려 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알 권리가 있어요. 다만 아직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짧은 안내문을 만들어 왔다. ‘왕실 인장을 흉내 낸 도구의 실물이 보전됐음. 제작자·사용자·결재자는 계속 조사 중. 관련 허위 청구는 중지.’ 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승인했다. 그날 처음으로 시장에 떠도는 소문보다 정확한 설명이 조금 더 빨리 퍼졌다. 하지만 오후에 한 소년이 재무청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가짜 왕실 문서를 만든 사람이라며 누군가 상점 유리창을 부쉈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인쇄소에서 종이만 날랐고, 직접 인장을 찍었다는 기록은 아직 없었다. 나는 브란트에게 재산 피해 신고를 접수하게 하고 소년을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범인을 잡는다는 이름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벌을 주면 왕국이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 “당신은 다들 너무 쉽게 믿는 것 아닙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아니요. 그래서 누구의 말도 증거 없이 확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리창을 깬 사람도 따로 조사하겠네.” “그게 맞죠.” 우리는 소년의 아버지가 실제 어떤 운송 업무를 했는지도 별도 진술로 보전했다. 선의로 보호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조사 대상에서 영원히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그 구분을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오후에는 제삼 결제소 직원들의 근무표를 대조했다. 유리판이 보관창고에 들어온 시점의 수령인은 외부 대행인 마든 로스였다. 그는 전에 제방에서 증거물 인계 요구에 관여했던 사람이다. 마든은 이번에도 직접 조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운송만 맡았다는 것이다. “누구 지시로 옮겼습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비용 회수 대행이라는 명목이었습니다. 누가 원판인지 복제품인지 알고 옮겼겠습니까.” “지시서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급하다고 구두로 먼저 움직이라고 했어요.” 나는 그 말을 기록한 뒤 종이 지시서를 요청했다. 그 안에는 ‘긴급 변상, 인장 감정 재료’라는 품목명이 쓰여 있었다. 금액은 공란이었고, 수령 서명도 없었다. 마든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는 어떤 물건을 담보로 취급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운송했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류 없이 운송한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법정 증인석에 선 마든은 처음으로 ‘장갑’이라는 별명을 쓴 사람에 대해 조금 더 말했다. 그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마든은 손에 특이한 상처가 있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목소리였다. 물건을 넘겨받으며 몇 번이나 ‘돈이 나왔느냐’가 아니라 ‘원본이 돌아왔느냐’를 물었다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알고 계셨습니까?” 법관이 물었다. “몰랐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거래니까요.” “그 거래에서 실제로 돈을 받으셨습니까?” “운송비는 받았습니다. 다른 보증료나 인장 대금은 받지 않았습니다.” 그의 운송비 영수증은 별도 확인 대상이 됐다. 나는 방벽 유지료 출금 사백팔십 금화와 섞지 말라고 루카스에게 다시 당부했다. 관련 사건이 많아지면 돈을 하나의 거대한 주머니에 넣고 흔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러면 진짜 가져간 사람을 찾을 수 없다. 법원은 두 종류의 인장 자국을 대조한 결과를 증거로 채택할지 심리했다. 피신청인 측 대리인은 상자를 보전하는 동안 보관함 열쇠가 바뀌었으므로 유리판을 누군가 나중에 넣어 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 말에는 검토할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보관함 열쇠는 비상 수리 때 바뀐 적이 있었다. 티르센은 열쇠의 교체 시각, 상자 봉인테이프에 남은 압흔, 운송 담당자의 인계 기록을 차례로 설명했다. 보관창고에서 유리판이 발견된 시각 이후에는 독립된 참관인이 계속 입회했지만, 그 이전 이동 경로에는 여전히 빈칸이 있었다. 재판부는 유리판의 물리적 존재와 그 이전 행방을 구분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증거가 없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없는 게 아니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정하는 중이지.” 법관은 유리판과 공문에 남은 자국의 유사성은 잠정 감정 자료로 받아들이되, 그 사실만으로 특정인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 결정을 보고서에 적었다. 복잡한 판결이라 시민들은 실망할지 몰랐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공적인 조사 결과를 오래 믿으려면, 유리한 결론만 빨리 내리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했다. 그날 저녁 에리카는 내게 말했다. “아버지 사건에서도 이런 절차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나는 그녀의 말을 바로 위로하지 못했다. 삼 년 전 화재 때는 증언도 장부도 빨리 덮여 버렸다. 그는 사람을 먼저 구하려고 했다는 증언을 남긴 채 죽었다. 에리카가 요구하는 것은 그의 영웅담이 아니었다.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끝까지 알 수 있는 과정이었다. “늦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있어요.” 내가 말했다. “증거를 남기는 일 말이죠.” “네. 우리가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도 지우지 않는 것까지.”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날만큼은 장부를 덮고 잠시 복도에 함께 서 있었다. 그날 국왕은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왕실의 명령을 믿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왕실 이름으로 발송된 모든 청구서에는 진위 확인 창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자리였다. 그는 백성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인장 보관실에 대한 감독이 느슨했고, 폐기된 번호의 관리가 부족했다고 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왕의 인장 하나만으로 돈이나 사람의 권리를 옮길 수 없도록 하겠다.” 나는 조금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은 왕관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이제 왕관의 힘을 일부 제한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왕이 훌륭해졌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지만, 그 약속은 날짜와 책임 기관이 적힌 공개 공고로 남았다. 회의가 끝난 뒤 레온하르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거칠게 말했다. “내가 위조범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 이름이 계속 보고서에 올라가더군.” “임시 업무협조 문서가 차관실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실제 지시인지 도용인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그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 내 이름을 쓴 게 사실이라면, 그 사람도 벌을 받아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원본 인사대장 제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엔 도착할 겁니다.” “기록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더 말하지 않고 돌아갔다. 사람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언제나 선의의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계속 남기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설명회에서 국왕은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징세 고지서에는 단순한 직인뿐 아니라 이의신청을 접수하는 담당 기관의 이름과 처리 기한을 적겠다는 것이었다. 왕실 사무관들은 그런 정보를 모두 적으면 종이가 두 배로 든다고 불평했다. “종이가 두 배 들면 비용이 늘겠지요.” 왕이 말했다. “하지만 잘못 걷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 사흘씩 다투는 비용보다 크겠는가?” 나는 왕의 말을 그대로 지출 예상표에 옮기지 않았다. 실제 어느 쪽이 싼지는 나중에 숫자로 확인해야 했다. 대신 시범 문서 몇 종류를 제작해 담당자와 상인이 직접 읽어 보게 했다. 젊은 상인은 빠르게 이해했지만 고령의 상인은 글씨가 너무 작다고 했다. 그래서 글자 크기를 키웠다. 에리카는 ‘확인 번호’와 ‘승인 번호’가 혼동되지 않도록 표제를 바꾸었다. 루카스는 번호를 외워야 하는 시민을 위해 그림이 있는 접수 안내를 제안했다. 하나의 위조 사건이 왕국의 공문 양식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우리는 범인을 잡으려고 시작했는데요.” 루카스가 말했다. “범인만 잡고 제도가 그대로면 다음에 또 똑같은 범인을 찾게 될 수도 있어.” 그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기록을 잘 쓰는 것도 범죄 예방이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실의 위엄을 지키는 것보다 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공문을 만드는 일이 더 값진 순간이 있었다. 밤이 되자 인사대장이 도착했다. 문서에는 정식 파견된 직원의 이름 두 명과 임시 지원인 한 명이 적혀 있었다. 그중 마지막 사람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감정관은 칼로 긁어 지운 자국이 아니라 복사할 때부터 비워 둔 칸이라고 판정했다. 원본 대장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두 명의 정식 파견자 중 한 사람은 네라의 가짜 서명이 추가되던 날 분명히 왕궁 밖에 있었다. 휴가 기록과 숙박 장부가 각각 증명했다. 다른 한 사람은 그날 퇴근 전에 인장실에 있었다는 목격이 있었지만, 서명 조작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럼 빈칸이 핵심이겠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핵심일 가능성은 있어.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져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말은 아니고.” 에리카는 갑자기 대장의 뒷면을 넘겼다. 빈칸 아래에 작은 표시가 있었다. ‘대체 검증자 후보 접촉 업무.’ 그녀의 이름이 무단으로 올라갔던 그 사건의 내부 업무명이었다. “제 이름을 쓴 사람은 왕실 인장 보관실에서 일했을지도 몰라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확정하려면 그 일을 실제로 맡은 사람과 발주 기록을 봐야 해요.” 그때 루카스가 서고 한쪽에서 짧은 소리를 질렀다. 보전용 종이 상자 아래에 다시 작은 유리판 하나가 나와 있었다. 첫 번째 판과 달리 홈이 반대 방향으로 파여 있었다. 거기에는 왕실 인장 대신 네 개의 검은 깃털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왕의 인장과 보증 관리인의 인장이 같은 보관창고에 들어와 있었다. 누가 두 제도의 권한을 한 손으로 합치려 했는가. 두 판의 봉인 번호는 서로 달랐고, 인수 담당자도 따로 지정됐다. 나중에 같은 창고로 들어가더라도 각각의 이동기록이 남아야 했다. 작은 구분이지만 누군가 다시 두 권한을 하나로 속이려 할 때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다시 두 판을 따로 봉인했다. 왕국의 세금을 받는 권한과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는 권한은 시작부터 같은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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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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