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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75화
PAYLUA ORIGINAL · 제75화

75화. 열일곱 금화로 시작한 저녁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92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재무청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큰 문제는 아무도 돈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긴급 식량비와 종루 수리비를 합치면 이번 주에도 구멍이 납니다.” 로웬이 말했다. 그는 내 앞에 세 권의 장부를 내려놓았다. 첫 권은 예산 승인액, 둘째는 금고에서 실제로 나온 돈, 셋째는 공급업체가 수령했다고 주장한 영수증이었다. 세 권의 숫자는 같지 않았다. 원래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승인하고 아직 지급하지 않은 돈도 있고, 먼저 물품을 받았지만 검수 뒤에 지급할 돈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사람들에게 정말 지급해야 할 금액부터 구분합시다.” 나는 말했다. 로웬은 창밖을 보았다. “그래도 돈을 만들 수는 없잖나.” “만들 생각 없습니다. 왕국에서 빚을 만들기가 너무 쉬웠으니까요.” 루카스는 지난번 시장 수입 아홉 금화 가운데 식량 두 금화, 확인 임금 여섯 금화, 행정비 한 금화로 배정한 표를 꺼냈다. 임금 여섯 금화는 해당 스무 명에게 전액 지급됐고 그 표를 새 재원인 양 다시 쓸 수는 없었다. 옛 조폐소의 봉인금 이백육십 금화도 소유자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건드릴 수 없었다. 왕실의 팔천 금화 빚이 상계로 없어졌다는 사실 또한 금고가 팔천 금화 늘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입니까?” 내가 물었다. 로웬은 다시 계수관을 불렀다. 정오 기준 법정 지정 계정의 가용액, 이미 지급 예약된 금액, 지급 보류 중인 금액이 세 칸으로 나뉘었다. 나는 첫 칸만 예산안의 출발점으로 썼다. 금액이 기대보다 적었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재무청의 회계 대조가 진행되는 동안 궁내청은 또 다른 제안을 들고 왔다. 북문 상인들에게 다음 달 허가 갱신료를 미리 걷자는 것이었다. 이름만 ‘선납 장려’로 바꾸면 가난한 왕국에 현금이 들어온다는 계산이었다. “법에 선납을 허용하는 항목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일부는 있습니다.” 관리가 대답했다. “그럼 그 항목만 자발적으로 받고, 납부하지 않는 상인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걸 명시합시다.” “그렇게 하면 누가 미리 냅니까?” “미리 내는 사람의 편익을 합법적인 범위에서 설명해야겠죠.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건 강제 징수입니다.” 그는 얼굴을 붉혔다. 내 말은 현실을 모르는 원칙론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할수록 미래의 세금을 끌어다 쓰면 다음 달에 더 큰 구멍이 생긴다. 우리는 허가 갱신료 예상액을 별도 전망표에만 적고 현재 가용액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로웬은 예산표의 빈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지붕을 고칠 건가?” 나는 공사를 둘로 나눴다. 빗물이 들어와 곡물을 상하게 할 위험이 있는 곳은 긴급 보강하고, 창고 전체를 새로 고치는 공사는 견적을 받아 다음 회기에 심의한다. 임시 보강은 지붕에 천을 덮는 작업만이 아니라 물이 닿은 식량을 안전하게 분류하는 비용까지 포함해야 했다. “곡물까지 버리라는 건가?” “상태를 검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썩은 곡식을 그냥 나눠 주면 구호를 하다가 사람을 아프게 만들어요.” 메라가 창고 검수 명부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상한 곡식의 무게를 직접 재겠다고 했다. 나는 멀쩡한 곡물까지 폐기해 새 납품 계약을 따내려는 일을 막기 위해 별도 입회자를 붙였다. 오늘의 지출 절약이 내일의 식중독 비용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구조 경보가 울렸다. 북문 재봉소 뒤편의 창고에서 불꽃이 보였다는 신고였다. 우리는 보고서를 덮고 현장으로 향했다. 진짜 불이었다. 기름통을 잘못 보관한 실수로 작은 불길이 번졌지만 소방대가 출동해 옆집으로 번지기 전에 껐다. 경보 장치는 제대로 작동했고, 기계로 보낸 검증자 호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계가 망가진 게 아니라 분리해 놓은 게 맞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분리했다고 끝은 아니야. 다음에도 작동하게 유지해야지.” 소방대장은 벽에 기대 숨을 골랐다. 임시 경보의 일주일 운영 예상 비용은 은화 서른둘이었다. 아직 그 전액이 나간 것이 아니며, 실제 근무수당과 자재 영수증에 따라 정산해야 했다. 나는 수첩에 새로 확인된 출동 한 건을 기록했다. 출동의 가치는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지만, 예산을 세울 때 비용을 외면해서도 안 됐다. 불길이 꺼진 뒤 재봉소 주인인 노파가 내 손을 붙잡았다. 그녀는 오늘 장터에서 번 돈을 경보 운영에 모두 내겠다고 했다. 그 마음은 고마웠지만 민간 기부만으로 구조 인력을 운영한다면 다음 달에는 또 누가 피해를 봐야 기부가 모일지 모를 일이었다. “기부는 마음대로 결정하시되, 구조 체계가 개인의 불행을 기다리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노파는 내 말을 듣고도 작은 천 조각을 건넸다. 불에 그을렸지만 모서리는 멀쩡했다. 그녀는 그 천으로 경보 안내 표지의 낡은 끈을 바꿔 달라고 했다. 물품 기부라면 수령과 사용처를 기록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비품 장부 한 줄을 만들었다. 오후에 국왕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궁내청은 국고를 늘리려면 추가 왕실 통행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군가는 ‘외지인 확인비’를 시범 시행하자고 했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건 어제 위조 안내장으로 피해가 발생한 항목과 이름만 다릅니다.” “그렇지만 국고가 빈 걸 모르는가?” 궁내청 관리가 물었다. “빈 걸 잘 압니다. 그렇다고 법적 근거 없는 요금이 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징수관이라면서 왜 늘 징수를 반대하나?” 나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장부를 폈다. “정당하게 걷는 돈은 오래 갑니다. 억지로 걷는 돈은 숨겨진 비용을 남깁니다. 민원, 통행 중단, 상인의 철수, 가짜 징수인의 등장까지요.” 국왕은 내 계산표를 살폈다. 신규 세입을 부풀리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공문 진위 확인으로 시장 허가 갱신을 재개하고, 정해진 납부 기한을 어기는 큰 상단에는 적법한 독촉을 하고, 이미 받은 정상 세금이 장부에 빠지지 않도록 대조하는 일이었다. 한 번에 국고를 부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신뢰가 회복되면 장터 문이 닫히는 일은 줄어들 수 있었다. 시장 세무 창구의 오래된 저울도 점검 대상이 됐다. 상인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저울을 속인다는 신고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조정되지 않은 공용 저울이 가게마다 다른 무게를 보여 주고 있었다. 나는 바로 과태료부터 부과하지 말고 법정 표준추로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럼 세금이 모자라진 건 돌려받지 못하겠군요.” 한 관리가 말했다. “실제 과소 신고를 확인하면 그때 법에 따라 처리해야죠. 고장 난 저울의 오차까지 탈세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우리는 저울 다섯 개를 검사했고 그중 두 개에서 허용 범위를 벗어난 오차를 발견했다. 상인회가 공동 수선비를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가난한 노점상에게 같은 금액을 강제로 나눌 수는 없었다. 기존 시장 시설 관리 예산을 점검해 공용 저울 수리부터 심의에 올렸다. 노점상 하나가 말했다. “이러다 장사를 아예 못 하겠소.” “오늘의 계량은 정비된 저울을 쓰시고, 수리 중인 장비는 표지로 구분하세요.” 그는 안도했다. 조세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시장을 닫게 하는 일이어서는 안 됐다. 나는 오후 보고서에 ‘탈세 적발’ 대신 ‘계량 오차 발견 및 수리 요청’이라고 썼다. 왕국에 돈을 더 걷었다고 보고하는 것보다 상인들이 내일도 정확히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날 시장에서는 벨키의 약초방이 작은 행사를 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향초를 할인해 팔았다. 벨키는 세르나가 보내온 표준 영수증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다. ‘마계 출신 상인이 왕국 시장에서 팔아도 똑같은 규칙이 적용된다’는 문장이 있었다. “마왕님도 이걸 아십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직접 세금 열두 금화를 내셨잖니.” 벨키가 대답했다. “그때 내셨던 건 지난달 약초방 거래세일 뿐이에요.” 내가 정정했다. “지난 삼백 년 세금을 전부 정산했다는 뜻은 아니고요.” 벨키는 웃음을 터뜨렸다. “국왕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국왕 앞에서도 말했어요.”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상인들이 웃는 동안 시장의 수금통에는 정상 거래세가 기록됐다. 나는 돈을 세러 간 것이 아니라 영수증을 확인하러 갔다. 이번 주 수납 실적은 담당 관청에서 확정하기 전까지 새 액수로 장부에 쓰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마이렌이 법정 서기와 함께 찾아왔다. 신원 정정 심리가 다음 주로 잡혔다고 했다. 그는 더는 사망 처리된 이름으로 식비 청구서를 받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 요청을 생활지원 창구와 연결했다.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지원은 별도로 심사받을 수 있었다.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돈으로 증명해야 합니까?” “아닙니다. 돈 문제는 그 뒤에 다룰 일입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어떤 상인은 세금을 내기 위해 살아 있고, 어떤 노동자는 돈을 받기 위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부터 증명해야 했다. 왕국의 장부는 두 사람을 다르게 취급했지만, 내 일은 가능한 한 그 거리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날 급식소의 저녁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 새로 고친 경보 표지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고, 메라는 식량 수량이 맞지 않는다며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현장에서 누가 밥을 몇 그릇 더 먹었는지 묻는 대신, 자원봉사자용 식사가 별도 배식으로 처리됐는지 확인했다. “아이들 몫을 뺏은 건 아닙니다.” 메라가 먼저 말했다. “그렇게 의심해서 온 게 아니에요. 다음에도 자원봉사자가 오면 부족하지 않게 준비해야 하니까요.” 라니아가 봉사자 서명을 가져왔다. 몇 사람은 이름을 적기 어려워 손바닥 표시를 남겼고, 관리자는 그때마다 본인 확인과 실제 활동시간을 함께 기록했다. 나는 예전에 체불 임금 명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하지 않는 사회는 나중에 그 사람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기 쉽다. 봉사자 중 한 명은 삼 년 전 창고 화재 이후 혼자 아이를 키운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가족이 공식 사망자로 분류됐는지 몰랐다. 나는 수첩을 덮고 비공개 상담 창구를 안내했다. 숫자를 빨리 해결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안전하게 질문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우선이었다. “여기 와서 밥만 먹고 가도 됩니까?” 그가 물었다. “오늘 급식소 운영 규칙에 따라 필요한 분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봉사 시간을 증명해야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메라에게 오늘의 지출과 자원봉사 기부품을 별도로 적어 달라고 했다. 어떤 저녁은 왕궁의 훌륭한 계산보다 부엌의 작은 기록 하나로 지켜졌다. 그리고 그 작은 기록이 거대한 계약 사기를 막는 실마리가 될 때도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에리카가 물었다. “열일곱 금화로 시작한 왕국이 지금은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숫자 하나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빚 하나는 정당한 상계로 정리했고, 체불 임금 일부도 지급했고, 잘못된 돈은 빼앗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저는 그런 게 발전인지 가끔 모르겠어요.” “누군가 내일도 영수증을 믿고 장사를 열면, 그건 분명 발전이겠죠.” 에리카는 조용히 웃었다. 우리는 재무청 앞에서 갈라졌다. 나는 늦게까지 남아 예산표를 다시 읽었다. 그리고 종이 사이에서 낯선 품목 하나를 발견했다. ‘제0호 보류물 보관비, 지급 청구.’ 비용은 금화 한 닢이었다. 발주 부서는 왕실 물자실. 검수인 칸은 빈칸이었다. 청구서에 돈을 줬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 아직 실물을 확인하지 못한 제0호 반송품을 보관한다며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제 물건이 있는 척 돈을 청구하는군.” 나는 청구를 보류 표시하고 공급업체에 실물 보관 위치와 수령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왕국의 저녁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가끔 아주 지루한 질문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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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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