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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72화
PAYLUA ORIGINAL · 제72화

72화. 입국료를 받지 않는 왕국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951자

오프라인 책장
북문 창구의 유리병에는 은화 네 닢이 들어 있었다. 병 안의 돈보다 무거운 것은 병에 붙은 종이였다. ‘경계 밖 도착자 등록 수수료. 왕실 승인 예정.’ 나는 병을 창구에서 치우게 하지 않았다. 대신 접수 담당자와 주민 입회하에 봉인하고, 누가 언제 돈을 넣었는지 적도록 했다. 실제로 주인이 확인되는 돈을 국고의 잡수입으로 넣는 순간 피해자는 자기 돈을 돌려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것도 귀환 수수료입니까?” 라니아가 물었다. “명칭은 다르지만 구조는 비슷해요. 승인이 예정됐다고 쓰여 있을 뿐, 법률 번호도 수납 권한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새로 왔다고 등록을 해야 한다는데요.” “신고 절차가 필요한지와 돈을 낼 의무가 있는지는 다른 문제죠.” 창구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화를 냈다. 마계 출신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경계 밖 도착자로 분류돼 통행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며칠째 시장에서 채소를 팔지 못했다. 나는 담당 경비병을 불러 실제 시행 중인 통행 규칙을 대조했다. 통행증은 신원 확인이 끝나면 발급할 수 있고, 별도의 ‘입국료’ 조항은 없었다. “그럼 누가 우리를 막은 겁니까?” 남자가 물었다. “그걸 밝혀야 합니다. 다만 지금은 먼저 장사를 할 수 있게 정식 신고부터 마칩시다.” 브란트는 경비병의 근무표를 확인했다. 해당 창구의 담당자가 바뀐 날짜와 새로운 수수료 안내가 붙은 날짜가 일치했다. 그러나 경비병은 상부에서 내려온 안내장을 그대로 붙였다고 주장했다. 나는 안내장의 원본 봉투를 찾게 했다. 겉면에는 군무청 제이 인쇄실의 폐쇄 직후에도 사용됐던 급송 표지가 있었다. 루카스는 은화 네 닢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고 싶어 했다. 내가 말렸다. 주인이 적힌 돈이라 해도 지문과 기물흔을 보전해야 했다. 왕국 사람들은 지문 분석이라는 말을 낯설어했지만, 동전의 마모와 봉투의 왁스 흔적은 살필 줄 알았다. 네 닢 모두 같은 날 넣어진 것은 아니었다. 어제와 오늘의 입금표가 따로 붙어 있었다. “그럼 두 사람이 낸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입금표 두 장만으론 부족해. 한 사람이 나눠 냈을 수도 있어.” 그는 입을 다물었다. 언젠가부터 루카스는 큰돈을 발견했을 때보다 단정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했을 때 더 진지해졌다. 나는 임시 통행증을 발급받지 못한 가족과 다시 만났다. 남자는 자신이 믿어야 할 것을 모르겠다며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상단에서 준 통행증에는 왕실 인장 그림이 있었고, 경비대가 준 안내에는 같은 모양의 도장이 없었다. 그는 그림이 화려한 쪽을 더 믿었다고 했다. “이상하지 않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도 처음 봤다면 큰 도장이 진짜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구별합니까?” 나는 정상 발급 창구까지 그와 동행했다. 창구 직원은 기존 등록번호를 대조했고, 법적으로 발급할 수 있는 임시 통행증의 효력을 설명했다. 허가 수수료가 있는 항목이라면 어떤 규정에 얼마가 적혀 있는지도 보여 줬다. 이 가족에게 요구됐던 ‘입국료’는 그 목록에 없었다. 남자는 한참 동안 종이를 읽다가 아내에게 미소를 지었다. “내일부터 가게를 열 수 있대.” 그의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작은 묶음을 건넸다. 말린 허브였다. 나는 거절하려다가 시장 가격표를 확인해 정가를 내고 샀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오가는 건 좋지만 조사관의 대가 없는 선물이 훗날 누군가의 꼬투리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셔야 해요?” 여자가 물었다. “세금 받는 사람이 공짜 물건 받았다고 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거든요.” 그녀는 웃었다. “그럼 영수증도 드릴까요?” “부탁드립니다.” 그날 그녀의 첫 영수증은 정상 창구를 믿을 수 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가 됐다. 시장의 다른 상인들은 통행증 확인 절차를 어디서 배워야 하느냐고 물었다. 라니아는 시민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림이 포함된 안내문을 만들기로 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수납기관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장을 두 개 더 붙이는 대신 확인 장소의 그림을 그렸다. 한 상인이 농담했다. “그럼 왕실 도장을 위조한 사람도 이 그림은 못 위조하겠군.” “그림도 따라 그릴 수 있죠.” 나는 답했다. “그래서 그림 하나를 믿는 게 아니라 실제 창구에서 다시 확인하는 겁니다.” 상인은 웃다가 진지한 얼굴로 안내문을 가져갔다. 제도를 사람에게 설명하는 일은 멋진 구호보다 반복적인 확인에 가까웠다. 오후에 에리카와 나는 과세 근거 원장을 펼쳤다. 왕국의 일반 시장 거래세율은 확인된 등록 점포 소비 거래에 대해 10퍼센트. 마계 수출입과 거주 신원 확인은 다른 법률과 협약의 문제다. ‘경계 밖 도착자 등록 수수료’라는 세목은 어느 쪽에도 없었다. 그런데 가짜 안내장에는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원소유권 보류가 해제된다’고 적혀 있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남의 물건이 된다는 겁니까?” 라니아가 분노했다. “원소유권 보류가 해제된다는 말부터 법적으로 모호합니다. 누가 누구의 소유자인지도 없어요. 겁을 주려고 만든 문장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고령의 구두장이가 낡은 영수증을 꺼냈다. 지난달 외손녀의 이름으로 은화 두 닢을 청구받았다는 것이다. 그 가족은 앞서 확인된 귀환 수수료 청구 다섯 가정과 별개의 가구였다. 나는 기존 청구 총액 은화 열 닢과 이번 사안을 합치지 않고 사건 번호부터 나눴다. 구두장이가 실제 납부했는지도 확인이 필요했다. 종이는 청구서일 뿐이었다. “이걸 내지 않으면 아이가 돌아갈 곳이 없다고 했소.”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나는 고지서 아래에 작은 문장을 발견했다. ‘본 안내는 왕실의 승인 없이 시행하지 않습니다.’ 반면 맨 위에는 이미 납부기한이 적혀 있었다. 서로 모순된 문장으로 사람을 압박하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왕실 회계 법정은 같은 날 수납 중지를 명했고, 북문 수납병의 은화 네 닢은 별도 피해 보관금으로 봉인됐다. 신고자가 확인되면 당사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서류를 갖췄다. 법정은 또한 ‘인간의 거주·출생·이동을 소유권 이전 근거로 표시할 수 없다’는 임시 명령을 재확인했다. 완전한 법률 개정은 의회의 몫이었다. “지금 당장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라니아가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법전 문구만 붙여 놓으면 안 돼요.” 나는 북문 장터 한복판에서 한 줄 안내를 읽었다. “신원 확인은 해도, 존재한다는 이유로 등록비를 내라는 법은 없습니다.” 누군가 웃었고, 누군가는 한참 뒤에야 어깨를 폈다. 에리카는 같은 말을 마계 공용어로 적어 세르나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번역이 틀리면 새로운 혼란이 생길 수 있었다. 특히 ‘보류’라는 말은 이쪽에서는 권리 보호를, 저쪽의 최근 인쇄물에서는 권리 포기를 뜻할 때가 있었다. 그날은 은화 네 닢의 주인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첫 입금표에는 이름이 없었고 둘째에는 별명이 적혀 있었다. 라니아는 입금표가 쓰인 시각에 창구 앞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을 따로 찾아갔다. 목격자 한 사람은 어린아이가 돈을 대신 가져왔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외투를 입은 남자가 병에 넣었다고 했다. 두 진술은 한 사건을 가리키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가 돈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직은 그렇지. 무조건 처음 나타난 사람에게 주면 진짜 납부자가 다시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우리는 피해자 신고를 받되, 납부 금액과 지불 당시의 상황을 본인이 설명하도록 안내했다. 계좌라고 할 만한 은행 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왕국에서 소액 현금의 흐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접수표를 적은 직원의 진술과 동전의 봉인 상태가 중요했다. 구두장이는 거칠게 말했다. “겨우 네 닢인데 이러다 평생 못 찾겠소.” “지금 봉인된 돈은 누군가의 네 닢입니다. 다른 사람의 두 닢을 찾는 데에는 그 사람의 자료가 필요해요.” 그는 잠시 무언가를 삼키더니 말했다. “당신은 큰돈을 쫓는다고 들었는데.” “큰돈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의 모음입니다.” 구두장이는 낡은 청구서를 더 잘 보관할 방법을 물었다. 우리는 그의 사본을 만들고 원본은 본인이 소지하도록 했다. 법원이 모든 종이를 압수해야만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진 것이 적은 사람에게 마지막 증거까지 빼앗으면 다음에는 누구도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저녁에는 로웬이 낯빛을 굳힌 채 찾아왔다. 국왕의 측근이 새로운 수수료를 임시 세입으로 잡으면 급한 창고 보수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대답하기 전에 계산표를 달라고 했다. “이 돈으로 물이 새는 창고를 고치면 주민도 좋아할 텐데?” 로웬이 물었다. “주인이 다른 돈으로 좋은 일을 해도 그 돈이 공금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럼 창고는 어떻게 하지?” “기존 수리 예산의 미집행분과 창고 사용료 체납 중 실제 확정 가능한 금액을 따로 검토하죠. 확인되지 않은 걸 수입으로 쓰면 다음 달에 더 큰 구멍이 납니다.” 로웬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웃었다. “자네는 왜 돈이 나올 때마다 돈을 못 쓰게 하나?” “제 일이 돈을 찾는 일인 줄 아셨습니까? 돈의 주인을 찾는 일이 먼저입니다.” 우리는 수선이 급한 지붕부터 임시 보강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새 세금을 만들지도, 피해자 보관금을 빼지도 않았다. 임시 보강비는 별도의 예산 심의에 올렸다. 왕국을 살리는 일은 드래곤에게 거대한 고지서를 보내는 것만큼이나 작은 지출을 똑바로 적는 일이었다. 북문 안내문을 붙인 뒤에도 모두가 안심한 것은 아니었다. 장터의 마계 출신 상인 한 명이 자기 언어로 번역된 안내문에 ‘임시 신원 확인’ 대신 ‘임시 소유권 확인’이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다. 번역가가 쓰던 구형 사전에는 두 단어가 비슷하게 표기돼 있었다. 우리는 이미 배포된 안내문을 거둬들였다. “하루 만에 또 잘못 썼네요.” 루카스가 낙담했다. “잘못을 발견했으면 고칠 수 있지.” 세르나는 원문의 뜻을 확인해 공식 번역문을 다시 보내 줬다. 이번에는 서로 다른 두 번역가가 별도로 확인하고, 시민회 사람이 실제로 읽어 본 뒤 배포하기로 했다. 비슷한 글자가 한 사람의 권리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위조 문서를 만든 자를 찾으면서 우리도 같은 오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안내문을 다시 붙일 때 한 상인이 손을 들었다. “내가 어제 돈을 냈다면 돌려받을 수 있소?” “실제 납부 여부를 확인하면 반환 절차를 안내하겠습니다.” “영수증이 없으면요?” “창구 기록과 목격자, 다른 납부 증빙을 대조해 볼 수 있어요.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상담을 거절하지는 않습니다.” 상인은 잠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수수료가 만든 가장 큰 손실은 은화 몇 닢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정상 창구에서도 자기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그날 밤 북문 세관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이 이전에 그 안내장을 복사해 붙인 필사공이라고 했다. 나는 이름을 묻기 전에 안전하게 진술할 곳이 필요한지 확인했다. 여자는 ‘왕실의 승인 예정’이라는 문구를 자신이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 받은 주문에는 세목 이름과 금액만 있었고, 나중에 급송으로 내려온 판본에는 그 문구가 추가돼 있었다. “누가 주문했습니까?” 그녀가 봉투를 내밀었다. 주문서에는 업체명 대신 물품 번호가 있었다. ‘영번 용지, 오염 방지 재인쇄’. 나는 에리카를 돌아봤다. 어제 왕실 서랍에서 발견된 ‘영번, 미귀속 용지 보관’이라는 이름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두 사건을 묶을 수는 없었다. “어디서 받았죠?” 내가 물었다. “옛 군무청에서요. 그런데 받으러 갔을 때 문은 닫혀 있었어요.” “그럼 누가 줬습니까?” “문 앞에 있던 아이가요. 청동 동전 하나를 손에 쥐여 주더군요. 그리고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여자는 기억을 고르듯 천천히 말했다. “‘사람을 적지 말고, 사람이 남긴 시간을 적어라.’” 나는 그 말을 수첩에 옮겼다. 같은 문장처럼 들리는 것들도 끝까지 같은 뜻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 왜 아이의 입을 빌렸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돈을 준 사람보다 먼저 아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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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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