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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7화
PAYLUA ORIGINAL · 제7화

7화. 불타는 회계실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048자

오프라인 책장
불이 났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건 불이 난 장소였다. 왕실 감사원. 우리가 어제 문을 열고, 오늘까지 모은 모든 원본을 보관한 곳이었다. “에리카, 루카스와 함께 배의 봉인을 확인하세요. 제가 감사원으로 가겠습니다.” “혼자요?” “경비대에서 사람 둘만 붙여주면 됩니다. 여기 기록을 놓치면 안 돼요.” 나는 달렸다. 운하를 따라 뛰는 동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서울에서 야근을 많이 했어도 이렇게 전력으로 뛰어본 적은 드물었다. 돌다리에 발을 헛디딜 뻔했고, 골목을 막고 선 수레를 뛰어넘다가 무릎을 찧었다. 감사원 지붕 위로 주황빛 불꽃이 솟았다. 다행히 사람들은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늙은 문지기가 기침을 하면서 벽에 기대 있었다. “다친 사람은요?” “나 말곤 아무도 없소.” “좋습니다. 건물에는 들어가지 마세요.” 나는 소방용 물통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길을 터주었다. 화재를 끄는 데 서류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기록을 살리겠다고 누군가를 불 속에 들여보낼 생각은 없었다. 불이 진정된 것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회계실 천장은 내려앉았고 책상 하나가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러나 문지기가 밖으로 꺼내놓은 상자 두 개는 멀쩡했다. “어떻게 이걸 옮기셨습니까?” “그 새파란 견습이 알려줬소. 중요한 원본은 문 가까이에 두라고.” 루카스가 그랬다고? 나는 소년이 정리한 문서 묶음이 화재 바로 옆방에 있던 것을 떠올렸다. 작은 습관 하나가 수십 사람의 진술을 살렸다. 에리카는 새벽 한 시쯤 돌아왔다. 그녀는 포장천에 싸인 봉인 목록을 내밀었다. “운하 화물 중 금화 36닢은 북문 세관에서 쓰는 동일 연도 주화였고, 상자 번호도 제삼 금고 이송대장과 일치합니다. 별도 구분해 봉인해 두었습니다.” “고마워요. 나머지는요?” “왕실 재무청의 은괴와 금화가 섞여 있습니다. 총액 환산은 아직이에요. 소유자가 최종 확인되지 않아서 압류 대신 보전만 요청했어요.” 그녀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초록 모자 사내를 잡았습니다.” “정말요?” “도망치다가 배 밧줄에 발이 걸렸어요. 이름은 페릭이랍니다. 북문 세관의 임시 배달원이고요.” 나는 안도했다. 그러나 페릭은 진짜 범인인지, 단순한 심부름꾼인지 모른다.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면 안 됐다. 우리는 감사원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밤새 경비를 설 왕실 병사들이 문을 지켰다. 페릭은 젖은 망토를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열아홉을 갓 넘긴 얼굴이었다. “왕궁에서 반지를 훔쳤습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죠?” “어머니 약값을 주겠다고 했어요.” “누가요?” “이름은 모릅니다. 인장 없는 편지에 장소만 적혀 있었어요.” 나는 에리카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옆 종이에 질문과 답을 기록했다. 나는 페릭에게 거짓말을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겁주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사실을 차분히 모으는 게 더 빠르다. “편지를 아직 갖고 있습니까?” “불태우라고 했는데 못 태웠어요.” “왜요?” “돈을 안 주면 증거로 보여주려고요.” 그는 양말 속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고용 조건과 지급액이 적혀 있었다. 금화 두 닢. 어머니 약값으로는 큰돈일 것이다. 종이의 끝에는 낯선 문양이 있었다. 검은 깃털 세 개를 원형으로 엮은 도장. 청동왕관의 파란 새와는 달랐다. “이 문양을 본 적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페릭이 손을 떨었다. “저기요. 그 사람들은 편지를 한 번 주고 끝난 게 아니에요. 오늘 밤에도 감사원에 가라고 했어요.” “불을 지르라고요?” “서류를 갖고 오랬어요. 불은 다른 사람들이 냈어요. 저는 안 했습니다.” 우리는 그 진술을 그대로 기록했다. 사실인지 확인할 근거가 필요했다. 나는 화재 현장에 남은 흔적을 보러 갔다. 소방대장은 불이 창고 쪽에서 시작된 듯하다고 했다. 외부로 향하는 창문 아래에서 깨진 유리병 하나가 발견됐다. 냄새가 독했다. 기름과 유사한 액체였다. “이걸로 방화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까?” “아직은요. 마법감정사를 불러야 합니다.” 감정사는 새벽이 다 되어 나타났다. 그는 불탄 유리병을 살피더니 말했다. “발화성 기름이 맞습니다. 다만 누가 던졌는지는 모릅니다.” 좋다. 원인과 행위자를 나눠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보고서에 ‘고의 방화 정황’이라고만 적었다. 날이 밝아오자 로웬이 왕실 서신 하나를 가지고 왔다. 국왕의 명령으로 감사원에 새 임시 건물을 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왕궁 남쪽의 빈 서고였다. “폐하께서 화재 소식을 들으셨습니다.” “정말 빠르군요.” “그만큼 누군가는 급하게 이 사건을 막고 싶은 모양입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불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막으려 했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단지 우리의 문서 보관이 위험해졌다는 사실만 확실했다. 우리는 증거를 세 곳에 나눠 보관하기로 했다. 원본은 새 서고에, 사본은 재무청에, 누가 열람했는지 기록한 목록은 왕실 감사원 문지기에게. 일부 진술은 익명으로 남겼다. 문지기는 책임이 무겁다며 투덜거렸지만, 접수 도장을 새 인주에 담갔다. “나 같은 늙은이가 뭘 하겠다고.” “제일 오래 남는 일을 하십니다.” 내가 말했다. “누가 무슨 문서를 냈는지 기록하잖아요.” 그는 잠깐 웃었다. 증거를 옮기는 도중 서쪽 성벽에서 온 일꾼 셋이 감사원을 찾아왔다. 그중 한 명은 전날 내가 식판을 받아 들었던 보수대 책임자였다. 그는 반쯤 탄 건물을 올려다보며 혀를 찼다. “우리가 굶는 동안, 누군가는 장부까지 불태우는군요.” “아직 누가 불을 냈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저 사람들을 보호하려고 그런 겁니까?” “아니요. 범인이 아닌 사람을 먼저 때려잡으면 진짜 범인이 웃을 테니까요.” 책임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품에서 천 조각을 꺼냈다. 검은색 실로 숫자가 수놓여 있었다. ‘75’였다. “우리가 받지 못한 밀 포대 수입니다. 글을 못 읽는 일꾼도 이 숫자는 알아요. 숟가락으로 물을 떠먹는 날마다 누군가 하나씩 표시해 놓았거든요.” 그는 천을 탁자에 놓았다. 얇고 낡은 천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함부로 만지지 않았다. 그 안에는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굶주림이 들어 있었다. “이건 감사원에 보관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원본은 여러분이 갖고 계십시오. 대신 언제부터 표시했는지 진술서를 남겨 주세요.” “또 종이요?” “예. 여러분에게 누가 밀을 줬다고 주장하면, 실제로 누가 못 받았는지 말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날짜를 물었다. 일꾼들은 서로 기억을 맞췄다. 어떤 날은 비가 왔고, 어떤 날은 성벽이 무너졌고, 어떤 날은 동료 하나가 치료를 받으러 갔다.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던 시간이 진술 속에서 또렷해졌다. 에리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보수대의 명세서와 날짜가 맞아요. 최소한 어느 기간에 어느 정도가 부족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겠어요.” 나는 보고서를 새로 열었다. ‘미지급 군량 실태 조사’.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감사와 사람들을 당장 먹이는 행정은 분리해야 했다. 누가 훔쳤는지 확인하는 동안 일꾼을 굶길 수는 없었다. 로웬에게 긴급 배급 예산이 남아 있는지 물었다. 국고에서 즉시 쓸 수 있는 건 금화 열일곱 닢 중 일부뿐이었다. 그 돈으로 도시 전체를 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성벽 보수대의 하루 식량은 살 수 있었다. 로웬은 왕실 재무대신 권한으로 작은 배급을 승인했다. 지급 일자와 배급 대상은 공개 게시판에 적었다. “이러다 국고가 정말 0이 되겠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대신 오늘 누군가는 굶지 않을 거야.” 소년은 표정을 바꿨다. 빈 국고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이해한 듯했다. 그는 자기 공책에 이렇게 적었다. ‘세금은 쌓아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다.’ 내가 그 문장을 읽자 루카스가 얼굴을 붉혔다. “좋은 말 아니에요?” “좋네. 내가 먼저 썼어야 했는데.” 문지기가 다른 방에서 웃었다. 검게 그을린 감사원 안에 그날 처음으로 조금 따뜻한 공기가 돌았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나는 화재 현장에 다시 들렀다. 불탄 벽에는 그을음이 남았고 창문 아래에는 깨진 유리병의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소방대장은 표시선을 그어놓고 누구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화재 원인이 나왔습니까?” 내가 물었다. “고의로 던진 발화성 기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요즘 이런 병은 시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용의자를 특정하는 단서는 못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답이었다. 누가 그 기름을 샀는지 조사할 수 있겠지만, 기름을 판 가게가 곧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화재 당시 문지기께서 어디 계셨는지 확인하셨습니까?” “뒷문 근처에서 연기를 먼저 봤답니다. 그다음 건물에서 나왔다고요.” “그분 진술을 서면으로 남기겠습니다. 몸 상태를 봐서요.” 소방대장은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았다. “보통은 누가 범인인지부터 물어보는데.” “범인은 증거가 모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확실한 건 연기가 어디서부터 났는지니까요.” 나는 문지기가 회복하기를 기다렸다. 그사이 에리카와 루카스가 사건 대장을 다시 대조했다. 불탄 책상 위에 있었던 것은 북문 세관 사본이었다. 하지만 가장자리에서 비교하기로 했던 곡물창고 계약서의 반쪽은 우리가 이미 다른 곳에 보관해 둔 상태였다. “범인은 그 문서를 태웠다고 생각했을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그럴 수 있어. 아니면 모든 기록을 없애려 했는데 우연히 그 책상에서 불이 시작됐을 수도 있지.” “방화범을 잡으면 알 수 있겠죠?” “범인이 협조하면. 협조하지 않더라도 사실을 입증할 길을 찾아야 하고.” 늙은 문지기는 오후 늦게 깨어났다. 나는 의사가 괜찮다고 한 뒤에만 그의 진술을 받았다. 그는 뒷문 근처에서 두 번의 발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하나는 가벼운 발걸음, 하나는 무거운 발걸음. 그중 한 사람은 계단을 내려올 때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검이었습니까?” “모르겠소. 열쇠 꾸러미일 수도 있지.” “좋습니다. 들으신 소리 그대로 적겠습니다.” 그는 내가 자꾸 모른다고 적는 것을 보고 웃었다. “젊은 사람은 대개 자기가 다 안다고 하던데.” “저도 그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틀릴 때가 생기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원한 문지기를 위해 루카스가 물과 빵을 가져왔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참 소년을 바라봤다. “네가 문 옆에 상자를 두라고 했지?” “네. 아버지가 집에서 장부를 보관할 때 그렇게 했어요. 불이 나면 문 가까운 게 제일 먼저 나올 수 있으니까.” “그 덕에 살았네.” 루카스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돌렸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세계를 바꾸는 일이 꼭 커다란 마법이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후에 왕실 경비대가 추가 보고를 가져왔다. 운하 화물 가운데 미확인 은괴의 대부분은 군무청 창고 매각 계약의 선지급 담보였다. 그러나 정식 대금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청동왕관 상단 장부에는 ‘왕실로부터 채무 상환에 갈음해 수령’이라고 쓰여 있었다. “동일한 물건이 대금이고 담보이고 채무 상환입니까?” 에리카가 중얼거렸다. “서류를 돌려서 소유자를 바꾸려는 시도 같아요. 실제 거래 내역을 추적해야 합니다.” 그때 페릭이 뜻밖의 말을 했다. “저를 고용한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어요.” “어떻게?” “모레 새벽, 같은 장소에 돈을 받으러 오라고 했거든요.” “장소가 어디죠?” “붉은 절벽 아래 있는 옛 용 사당입니다.” 나는 지도를 꺼냈다. 붉은 절벽은 왕국 북동쪽 국경의 화산지대였다. 마침 드래곤 카르디온이 산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에리카가 손끝으로 지도를 두드렸다. “누가 그곳에서 거래를 하죠? 드래곤이 사는 지역인데.” “드래곤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일 수도 있고, 드래곤과 거래하는 사람일 수도 있죠.” 장부의 저울 무늬가 손목에서 뜨거워졌다. [새로운 공적 조사 대상이 열렸습니다: 붉은 절벽 광산권] [최근 삼 년간 광산권 사용료 미납] [등록 권리자: 고대 화염룡 카르디온] [실제 채굴 수익자: 청동왕관 상단]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드래곤이 세금을 안 내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 드래곤의 이름으로 광산에서 돈을 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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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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