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감사원 문을 다시 연 첫날, 우리가 받은 것은 근사한 사무실도 풍족한 예산도 아니었다. 문지기가 석 달 전부터 사용하던 빗자루와 주인 없는 책상 셋, 그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찬바람이었다.
“감사원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 정말 여기서 일할 수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임시 감사권은 있어. 다만 네 봉급까지 지급할 예산은 아직 없지.”
“제 봉급은 이미 석 달 밀렸는데요.”
“그러니까 반드시 받아야지. 그 돈은 우리 일이 끝나도 누가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어.”
나는 문지기에게 오래된 감사원 사건 대장을 부탁했다. 그는 구석 창고에서 낡은 상자 두 개를 끌고 왔다. 먼지가 얼굴을 뒤덮자 루카스가 연거푸 재채기했다.
상자 안에는 폐기 예정이었던 수십 건의 신고서가 있었다. 세관원의 이중 장부, 군량 운송비 과다 청구, 왕궁 인장 무단 대여. 서로 다른 시기에 접수됐지만 묘하게 같은 이름들이 되풀이됐다. 군무차관 레온하르트와 청동왕관 상단 대표 마르켈. 그리고 전임 재무대신 오스윈.
“세 사람이 모두 불법에 연루됐다는 뜻입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아니요. 이름이 같이 나온다는 사실만 확인된 겁니다. 공모의 증거가 되려면 거래와 의사결정이 연결되어야 해요.”
“또 증거입니까?”
“증거 없는 확신은 가장 비싼 실수거든요.”
먼저 확인할 것은 북문에서 빠져나간 96금화였다. 새 감사권으로 군무청 제삼 금고의 개봉 기록을 요청했지만, 금고 관리인은 자리에 없었다. 대신 보관대장에는 전날 밤 60금화가 ‘긴급 전시 구매 자금’으로 이송됐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이송 허가자의 이름을 보고 웃음이 나올 뻔했다.
“오스윈. 은퇴했다는 전임 재무대신이네요.”
로웬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 사람은 지금 공무원도 아닙니다. 어떻게 여기에 서명했죠?”
“아직 유효한 위임장이 있거나, 누군가 옛 서명을 도용했거나. 둘 중 하나겠죠.”
“누가 왕실 돈을 가져간 건 확실하잖아요!”
“확실한 건 장부에 그렇게 기록됐다는 것까지입니다. 실제로 이송됐는지부터 확인할게요.”
우리는 이송 담당 운송업자를 찾아 나섰다. 이름은 도란. 그는 작은 마구간 옆에 집을 얻어 살았다. 젖은 장화를 말리는 중인 그에게 감사원 명령서와 본인 서명이 들어간 이송장 사본을 보여주었다.
“이걸 본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서명은 본인 이름인데요.”
“전 이렇게 쓰지 않아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직접 써 보였다. 서명 속 마지막 자의 각도가 확연히 달랐다. 위조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얇은 종이 위에 두 서명을 나란히 붙였다.
도란이 한참 문서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하지만 마차를 빌려준 적은 있습니다. 그날 밤에요.”
“누구에게요?”
“초록 모자를 쓴 사내에게. 가끔 세관에서 심부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왕궁에서 반지를 빼앗아 간 남자와 특징이 같았다.
“금화 상자를 실었습니까?”
“그건 못 봤소. 빈 상자 여섯 개를 가져갔습니다. 돌아왔을 땐 바퀴가 이상하게 가벼웠고요.”
나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금화를 실었다가 내려놓으면 돌아오는 마차는 가벼워진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빈 상자 여섯 개를 실었다고 했다. 왕성 서쪽 창고에서 무엇을 실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느 길로 갔나요?”
“서쪽 물길을 따라갔소. 다리 아래에서 한 번 멈췄고, 청동왕관의 도장 달린 창고에서 또 멈췄습니다.”
에리카가 지도를 폈다. 북문에서 서쪽 물길로 가면 군무청 창고 옆 운하와 이어졌다. 우리는 운하 관리인의 출입기록을 찾았다.
운하 관리인은 우리가 찾아오자 빗장을 걸어 잠그려 했다. 그러나 감사원 명령서를 보고는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
“나는 물길을 보는 사람이지 돈을 보는 사람이 아니오.”
“맞습니다. 그래서 돈을 어디로 보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배가 언제 지나갔는지 확인하려는 겁니다.”
그는 장부가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부분적으로 사실이었다. 공식 출입대장은 사라졌다. 그러나 세관용 통행료 영수증 묶음은 여전히 선반에 남아 있었다. 선박마다 주간 정산을 받아야 해서 영수증까지 버릴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나는 최근 넉 달치 영수증을 탁자 위에 펼쳤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청동왕관 상단 소속 배는 대부분 ‘왕실 긴급 수송’ 면제표를 달고 있었다. 그래서 통행료가 0이었다. 그런데 창고 보관료는 꼬박꼬박 지급됐다.
“왕실 긴급 수송인데 보관료는 상단이 냈습니까?”
“예. 보관료는 개인 부두에 내는 돈이니까요.”
“그럼 왕실 물자인지 상단 물자인지 구분하기 어렵겠군요.”
“화물 내용은 안 봅니다. 선장이 내민 증서에 적힌 이름만 받아 적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인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그에게 맡겨진 업무는 통과 시간과 비용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그 기록을 조작했다면 조작한 흔적을 확인하면 된다.
루카스가 영수증에 적힌 필체를 비교했다. ‘왕실 긴급 수송’이라는 네 글자는 모두 같은 사람이 적은 듯했다. 잉크 색도 같았다. 그런데 발행일은 몇 주씩 떨어져 있었다.
“도장 찍어 둔 종이를 나중에 날짜만 바꿔 쓴 것 같습니다.” 소년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종이를 미리 인쇄해 놓았을 수도 있지. 같은 필체라는 사실만 표시해 둬.”
에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수납액을 더해 보니 면제 처리된 배의 보관료만으로도 상당한 액수였다. 국가가 통행료를 면제해 주는 동안 상단은 물류망을 독점했다. 나라를 위한 편의가 사기업의 수입으로 바뀐 셈이었다.
우리는 영수증 복사본을 허락받았다. 관리인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이걸로 제가 잘리는 겁니까?”
“이 자료만으로 누구를 자를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기록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그는 믿지 못한다는 듯 문가에 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감사원 접수증을 건넸다. 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과 제공한 범위를 적은 종이였다. 앞으로 누군가 영수증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사람은 무엇을 내주었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물비린내가 났다. 멀리서 배의 노를 젓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과 밤이 번갈아 흐르는 수로 위에는 기록되지 않은 돈이 얼마나 떠다니고 있을까. 나는 지도를 접었다. 오늘 잡아야 할 것은 배 한 척이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건 도시 전체를 타고 흐르는 거래였다. 기록은 일 년 전까지만 남아 있었다. 최근 기록은 태웠다고 했다.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공간이 부족하면 다음 장부를 만들면 되죠.”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나도 동의해.”
마침 운하 관리인의 딸이 우리 대화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아저씨가 찾는 게 파란 새 모양 도장 찍힌 배예요?”
“본 적 있니?”
“매일 밤 왔어요. 그런데 배가 내려갈 땐 깊이 잠기고 돌아올 때는 높게 떴어요.”
작은 목격이었다. 그러나 화물의 방향을 알려줬다. 운하가 끌어안은 것은 군량만이 아니었다.
“언제 마지막으로 봤니?”
“어젯밤이요. 오늘도 온다고 했어요. 아저씨들이 싸웠거든요. ‘마지막 물량’이라면서.”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진술 내용을 익명으로 보관하고, 바로 군무청이 아닌 왕실 경비대에 운하 안전 점검을 신청했다. 무역선을 구경한다며 아이를 따라오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해가 진 뒤 우리는 다리 근처의 주점에서 기다렸다.
주점에서 기다리는 동안 브란트 대장은 우리에게 검문의 기준을 다시 설명했다. 왕실 경비대는 운하의 공공 안전을 위해 선박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상업용 화물은 임의로 압류할 수 없었다. 밀수 혐의와 위험물 의심이 있으면 입회하에 확인할 수 있고, 모든 과정은 기록해야 했다.
“그럼 금화를 찾더라도 바로 가져오면 안 되겠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맞습니다.” 브란트가 대답했다. “증거보전은 가능해도 국고 수납과는 다르죠. 그걸 섞으면 오히려 우리가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나는 그를 쳐다봤다. 전날까지만 해도 검을 뽑아 상대를 제압할 기회만 엿볼 것 같던 사람이 이젠 절차를 설명하고 있었다.
“대장님, 법 공부 많이 하셨습니까?”
“징수관님과 사흘 다니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군요.”
그가 씩 웃었다. 우리는 주점 주인에게 운하 옆 계량대가 누구 소유인지 물었다. 다행히 계량대는 시청 소유였고, 관리인은 밤에도 근무했다. 사설 상단의 저울을 믿는 대신 공공 계량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휴대용 등불 두 개를 준비했다. 한 개는 경비대를 부를 신호, 다른 하나는 화물 번호를 읽을 때 사용할 빛이었다. 나는 신호가 혼동되지 않도록 각각 다른 천으로 감쌌다.
“꼭 전쟁 준비 같아요.” 소년이 말했다.
“어떤 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상대가 누군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럼 제가 꼭 따라가야 해요?”
“아니. 너는 여기 남아서 기록해. 현장에선 브란트 대장 말에 따라 움직이고.”
루카스가 실망한 얼굴을 했다. 나는 그의 공책을 가리켰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네가 적은 시각과 순서가 사건을 설명할 거야. 현장 기록은 뒤에서 보는 사람에게 더 중요할 때가 있어.”
소년이 손에 쥔 펜을 바로잡았다. 내가 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배워야 할 말은 어쩌면 ‘장부는 사람을 지킨다’일지도 몰랐다. 에리카는 음식 한 접시를 내 앞에 밀었다. 나는 빵을 뜯다가 그녀가 숟가락을 들지 않는 걸 보았다.
“안 먹습니까?”
“아버지가 죽던 날에도 여기에 왔어요. 곡물창고 화재 신고를 접수한 병사가 이 주점에서 술을 마셨거든요.”
“그 병사가 뭐라고 했죠?”
“불이 난 시각보다 한 시간 먼저 창고를 비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요. 그런데 다음 날 진술을 바꿨습니다.”
“명령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요?”
“모른다고 했어요. 그 뒤로 그 병사는 북부로 전출됐습니다.”
나는 빵을 내려놓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밤 열 시쯤, 운하 끝에서 작은 등불이 나타났다. 배 한 척이 느리게 다리 밑으로 들어왔다. 선체 옆에는 파란 새 인장이 그려져 있었다. 수면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화물이 무거웠다.
우리는 사전에 배치한 왕실 경비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경비병들이 다리 양쪽을 막았다. 선장이 놀라 고함쳤다.
“상단의 합법적 화물이다! 통행을 방해하면 배상금을 물리겠어!”
“배상청구는 나중에 하십시오.” 내가 말했다. “지금은 세관 운송 신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고서는 다 있어!”
그가 내민 서류에는 곡물 300포대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갑판에 실린 나무상자는 곡물 자루와 모양부터 달랐다. 나는 개봉을 요구하지 않았다. 경비대장이 합법적 검문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고, 선장에게 봉인된 채로 계량만 하자고 제안했다.
상자는 열두 개였다. 전체 무게는 곡물 300포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선장은 땀을 흘렸다.
“서류를 잘못 적은 거야.”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운송 신고를 수정하고 화물 종류를 확인하면 됩니다.”
왕실 경비대장의 입회 아래 첫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촘촘하게 포장된 은괴가 있었다. 둘째 상자에도. 셋째 상자에는 작은 주머니들이 있었고, 그중 하나를 여니 금화가 흘러나왔다.
“이게 전시 보급금입니까?”
선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에리카가 상자 바닥의 표식을 찾아냈다. ‘왕실 제삼 금고’. 우리가 찾던 북문 통행세 36금화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전체 금화와 은괴의 소유관계는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검문 확인서를 작성하는 사이, 멀리 운하 위에서 불빛 하나가 깜박였다. 보트를 탄 사람이 우리를 지켜보다 돌아섰다.
루카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 초록 모자예요.”
나는 그쪽으로 달려갈 수 없었다. 현장의 봉인을 유지해야 했으니까. 대신 경비대장에게 추적 요청서를 건넸다.
“잡을 수 있습니까?”
그는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저쪽은 수로를 잘 압니다.”
나는 머릿속으로 수상 운송 경로를 그렸다. 누군가 밤마다 국가 돈을 옮긴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로 최종 들어가는지 아직 모른다.
장부가 짧게 반짝였다.
[미분류 화물의 실소유 관계가 충돌합니다.]
[서류상 소유자: 청동왕관 상단]
[실제 자금 제공자: 왕실 재무청]
[수익권자: 확인 불가]
마지막 한 줄이 이상했다. 돈의 주인은 밝혔는데, 누가 이익을 갖는지 확인할 수 없다니.
내가 그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운하 위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길이 솟는 곳은 우리가 막 열었던 왕실 감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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