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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69화. 살아 있다는 사실의 증명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38자

오프라인 책장
그 사람이 사망 처리된 채 삼 년을 살았다는 사실을 나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이름은 마이렌이었다. 다만 법원이 대조한 신원자료에는 옛 이름과 현재의 생활 이름이 모두 들어 있었고, 공개 기록에는 어느 쪽도 즉시 올리지 않았다. 당사자가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일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마이렌은 중립 치료소의 별도 진술실로 들어왔다. 오른손목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고 왼쪽 귀 뒤로 짧은 흉터가 있었다. 나는 그 상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의 몸은 증거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구경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징수관이군요.” 그가 먼저 말했다. “강태준입니다. 오늘은 징수보다 확인할 일이 많습니다.” “세금도 받아 갑니까?” “현재 미납 고지서는 없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마이렌은 과거 군무청 급식실에서 서류와 음식을 나르는 견습이었다. 화재가 났을 때 건물 안에는 군량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화재 직전 누군가 서류 상자를 지하 반송실로 옮겼고, 벨란 감사관이 출입 금지 표지를 떼고 들어갔다고 했다. “그 사람이 왜 들어갔습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사람이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상자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에리카의 눈이 흔들렸다. 나는 그녀의 손이 의자 팔걸이를 꽉 잡은 걸 보았다. “그리고?” “첫 번째 불이 났을 때는 저도 나왔어요. 밖에 서 있었죠. 그런데 밑에서 종이 울렸습니다. 누군가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입술을 핥았다. 치료소 담당자가 물을 건넸다. “저는 다시 들어갔습니다. 벨란 감사관이 저를 막았지만, 저는 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번째 불이 번질 때 함께 갇혔습니다.” “두 번째 불이 고의였습니까?” 내가 물었다. “모릅니다. 연기를 뚫고 나오는 손만 봤어요. 누군가 문을 당겼고, 누군가는 반대쪽에서 밀었습니다.” 그는 누구를 봤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믿을 만했다. 무서운 순간에는 정확히 본 것이 많지 않다. 그 뒤 마이렌은 배수 관로로 빠져나왔고 마계 경계 순찰대에 발견됐다. 몸과 기억이 회복되기까지 오래 걸렸으며, 왕국이 자신을 사망자로 처리했다는 사실은 훨씬 나중에 알았다. 왕국에 돌아오려 했으나 누군가가 보낸 귀환 수수료 안내와 보상금 반환 요구 때문에 두려워졌다고 했다. “죽은 사람으로 적히면 적어도 더는 빚 독촉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죽은 사람에게 식비가 청구됐군요.” 내가 말했다. 그는 웃지 않았다. 신원 확인은 그의 진술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치료소의 입원 시각, 화재 당시 급식실의 출입 기록, 가족의 증언, 신체 특징에 대한 과거 진료표가 각각 다른 경로에서 대조됐다. 법원은 생존 정정 심사를 시작했고, 공개 전 당사자의 안전과 주소 비공개를 먼저 결정했다. 아직 정정 완료 공고는 나지 않았다. 마이렌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화재가 난 이후 그는 왕국으로 돌아오면 누구나 자기 이름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적 신원표는 불에 탔고, 당시 기록에는 자신이 사망했다고 적혀 있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려면 고향에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려면 먼저 살아 있다는 증명서가 필요했다. “끝이 없는 문 같았어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침묵했다. 관청이 사람을 위해 기록을 만들었는데, 기록에서 빠진 사람은 관청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졌다. 그 불합리함을 내 전생에서도 본 적 있었다. “이제 법원이 당신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치료소 기록과 가족 진술, 당시 근무 기록을 함께 보겠습니다.” “그래도 저를 누군가 대신 승인할 수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타인이 당신 재산이나 신원을 넘기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현재 그 자동 대체 승인에는 집행 금지 결정이 있습니다.”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전 이제 어떤 서명도 안 할 겁니다.” “오늘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한 절차는 충분히 설명을 듣고 결정하세요.” 마이렌은 눈을 감았다. 그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믿는 법보다 종이를 의심하는 법을 더 많이 배워 온 사람 같았다. 에리카는 부친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날 벨란 감사관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기억하시나요?” 마이렌의 표정이 굳었다. “그 사람은 저를 밀어냈어요. 두 번째 불이 번진 뒤 제가 나갈 길을 못 찾자 배수구를 가리켰죠.” “그리고요?” “제가 돌아오겠다고 하니까, 다시 오지 말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저를 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한참 뒤에 말을 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제가 살아남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자기 쪽은 더 들어가야 할 곳이 있었거든요.” 에리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손수건을 꺼내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기억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누가 두 번째 불을 냈는지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마지막 순간 누군가를 구하려 했다는 진술은 그녀에게 오래 기다린 위로가 됐다. 마이렌은 더 세부적인 질문에 대해 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억지로 채우지 않도록 면담을 중지했다. 비공개 진술실 밖에서는 세르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돌아갈 수 있는 통행 자격은 있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가고 싶은지는 별개죠.”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내게도 누군가 돌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 준다면, 나는 무조건 그 문으로 뛰어들까. 이 세계에서 마음을 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 답은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마이렌에게 오늘 받은 질문과 답변의 사본을 요청하는 방법을 알려 줬다. 본인이 원한다면 진술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절차도 설명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 입으로 듣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그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의 장부가 알려 주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절차였다. 그는 열두 번째 장에 관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했다. “그 종이는 제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술실이 조용해졌다. “지금도요?” 내가 물었다. “아니요. 화재 뒤에 제 옷 안쪽에서 발견했어요. 글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맨 위에 크게 쓰인 단어는 기억합니다.” 그가 느리게 발음했다. “보류. 그 글자였습니다.” 에리카가 수첩을 펼쳤다. 벨란 감사관의 필적에는 ‘보류’라는 단어 아래 작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두 자료를 바로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서로 다른 출처에서 같은 표현이 나타난 셈이었다. “그 종이는 어디에 두셨습니까?” “치료소로 오기 전에 잠깐 들른 여관에서 봉투째 맡겼습니다. 돌려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관 주인이 장기 보관료를 내지 않으면 물건을 처분하겠다고 했거든요.” 나는 숨이 턱 막혔다. 삼 년 동안 사라진 장부 한 장이 고대 신전이나 마왕궁이 아니라 여관 보관함에 있을 수도 있었다. 진실을 찾는 길은 언제나 서류 정리 창구를 향했다. 우리는 여관 이름을 확인했다. 마계 접경의 작은 여관, ‘푸른 장막’. 여관 주인은 당시 장기 보관 물품을 지역 보관업체에 넘겼다고 했다. 그 업체는 최근 제삼 결제소의 공동 반송 기록 관리단과 계약했다. “결국 또 그 관리단입니까?” 루카스가 소리쳤다. “계약관계가 있다고 바로 범행이라고 할 수는 없어.” “그런데 너무 자주 나오잖아요.” “그래서 찾아볼 가치가 있지.” 마이렌은 거래증과 함께 봉투의 외형을 그림으로 그려 줬다. 모서리에는 벨란 감사관이 쓰던 숫자 표식이 있었다. 티르센은 그림만으로 문서의 진위를 감정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원본 보관처를 특정하는 단서로는 쓸 수 있다고 했다. 보관업체로 향하기 전에 마이렌은 다른 질문 하나를 했다. “제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동안 저를 죽은 사람이라고 적은 사람들은 벌을 받나요?” “고의로 허위 신고를 했는지, 당시의 혼란 때문에 잘못 처리했는지, 나중에 사실을 알고도 정정하지 않았는지를 각각 조사해야 합니다.” “그럼 아무도 벌을 안 받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정정하고 잘못 지급된 돈을 확인하는 절차는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는 오래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복수보다 제 이름으로 임금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 “그 권리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마이렌은 자신의 옛 급식표를 보며 놀랐다. 거기에는 12라는 번호와 함께 작은 별 표시가 있었다. 그는 그 별이 남는 음식을 표시하는 게 아니라, 밤 근무자에게 나중에 음식을 전달하는 표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날 전 식사를 못 했습니다. 아래에 남은 사람들에게 빵을 갖다 줬거든요.” 오딜이 열두 번째 의자에 봉투가 달려 있었다고 한 말과 연결됐다. 나는 그 사실을 증인들 사이에서 미리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했다는 점을 기록했다. 독립된 진술이 일치하면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원본 대조 뒤에 해야 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 사람들 이름도 찾아 주세요.” “어떤 사람들입니까?” “장부에 올라오지 않았던 지하 근무자들이요.” 그 말에 내 손이 멈췄다. 열두 명의 명부 자체가 전체 인원이 아닐 수도 있었다. 아직 모르는 사람이 더 있다는 뜻이었다. 마이렌은 돌아가는 길에 오딜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다만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편지를 보내기 전 내게 내용을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주소와 이름을 어디까지 밝힐지 함께 확인한 뒤 봉투를 돌려줬다. 누군가가 죽은 사람 명단에서 살아 있는 사람으로 돌아오는 일은 축하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원하는 속도로 삶을 되찾을 수 있어야 했다. 나는 편지를 받게 될 오딜이 얼마나 놀랄지 떠올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날 저녁 경비대는 보관업체에 도착했다. 창고에는 수백 개의 미수령 물품이 있었고, 주인을 찾지 못한 가방과 상자가 쌓여 있었다. 일부는 이미 경매 예정 목록에 올라 있었다.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서와 여관의 인계증을 근거로 해당 번호의 봉투만 보전하도록 명령했다. 다른 사람의 물건까지 모두 압수하지는 않았다. 보관업체 관리자는 매우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는 유효한 반환 증표를 가진 사람이 오면 자신은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배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최근 중지 명령을 언제 통보받았는지 물었다. 직원은 명령을 오후에야 받았고 물건은 오전에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직원의 책임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본 증표를 믿었을 수 있다. 그러나 관리단이 이미 알고 있던 중지 명령을 직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면 감독 책임도 따져야 했다. 나는 보관업체의 접수시각과 실제 물품 이동 기록을 동시에 보전하게 했다. 문제의 보관함은 비어 있었다. 담당자는 전날 누군가 유효한 반환 증표를 제시해 찾아갔다고 했다. 증표에는 네 개의 검은 깃털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수령 기록의 서명 칸에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원소유자 대리.’ 마이렌은 그때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가 맡긴 물건을 왜 내가 아닌 사람이 가져갑니까?” 나는 대답했다. “그걸 확인하겠습니다.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거래였다는 사실부터 기록하죠.” 그는 손목의 흉터를 가렸다. “그러면 제 이름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 질문은 열두 번째 장보다 무거웠다. 나는 법원이 신원을 확인한 만큼 정정할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어떤 장부도 그가 살았던 시간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바로 그때 빈 보관함 바닥에서 얇은 흰 실 한 가닥이 발견됐다. 에리카의 아버지가 장부를 꿰맬 때 사용한 실과 색이 닮아 있었다. 우리는 그 유사성을 단서로 적되 일치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반환 증표를 발급한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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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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