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제방에 도착하자 강물은 이미 돌계단 두 칸을 삼켰다.
브란트는 밧줄부터 꺼냈다. 네일은 물의 흐름을 확인하고 손바닥만 한 나무판을 띄웠다. 나무판은 처음에는 느리게 움직이다가 제방 가운데서 급격히 휘돌았다. 그 아래에 배수구가 있다는 뜻이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브란트가 말했다.
“제가 들어가겠다고 했습니까?”
“눈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그 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고 했지만 오늘 밤이면 비가 올 수도 있었다. 기록을 찾겠다고 사람을 하수구에 들여보내는 건 회계상으로도 좋지 않은 거래였다. 목숨 하나를 지불하고 종이 한 장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제방 관리청에 협조를 요청했다. 수문 개방 기록과 보수 예정표가 있었고, 법원은 안전 감독자 입회 아래 수로 외부의 돌 틈만 조사하도록 허가했다. 바닥 아래의 깊은 관로는 건드리지 않았다.
“범인이 지금 와서 증거를 가져가면 어떡합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그럴 위험이 있어서 경비를 세우는 거야.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물에 빠질 수는 없지.”
“오늘도 시간이 걸리는군요.”
“시간이 안 걸리면 이런 건 감사가 아니라 도박이지.”
제방 관리인은 젊은 여자였다. 이름은 나사. 그녀는 기록을 찾아보더니 삼 년 전 화재가 난 날 제방 수문이 예정보다 두 번 열렸다고 했다. 첫 번째는 구조대를 위한 운송, 두 번째는 비공식 화물 반출이었다.
“비공식이라는 건 누가 적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때 제 상관이요. 제 기록은 그 아래에 덧붙은 겁니다.”
“상관은 어디 있습니까?”
“그해 겨울에 해고됐습니다. 수문을 늦게 열었다는 이유였죠.”
“늦게 열었습니까?”
“첫 번째는 제때였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이 안 타고 있다고 해서 늦게 열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 부분을 수첩에 옮겼다. 기록이 사실이라면 누군가는 인명 구조 이후에 별도 화물을 이동시켰다. 그러나 그것이 장부인지, 금화인지, 단순한 곡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의 높이가 내려가자 돌 틈에서 검은 천 한 조각이 드러났다. 브란트의 병사가 집게로 끌어올렸다. 천은 오래되어 쉽게 찢어질 것 같았다. 네일이 받침판을 대자 그 안에서 구리제 원통이 나왔다.
“열지 마십시오.” 티르센이 소리쳤다.
아무도 열지 않았다. 봉인은 제방에서 발견한 상태 그대로 사진에 남겼다. 원통은 사설 유물상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법원 입회 아래 왕실 보존고로 이송했다.
그런데 수송 마차가 도착하기 전에 검은 두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셋이었다. 한 사람은 제방 관리인 나사에게 계약서를 내밀었고, 다른 두 사람은 마차를 막았다.
“이 제방에서 나오는 물건은 우리 결제소가 먼저 검사합니다.” 앞선 남자가 말했다.
“근거가 되는 협약 조항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종이 끝을 흔들었다.
“제삼 보증 관리단 보관물품 대조권.”
나는 읽었다. 정식 서식처럼 보였지만, 시행 기간이 이미 끝난 임시 규정이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권한 범위였다. 수로에 방치된 물품의 소유권을 판정할 권한이 아니라, 반환 신청이 있는 물품의 보관 상태를 대조하는 권한이었다.
“저희는 지금 반환 신청을 심리하는 게 아닙니다. 법원이 보전 명령을 내린 현장 증거물입니다.”
“그건 너무 형식적인 해석이군.”
“형식이 필요할 때가 있죠. 특히 누가 뺏어 가려는 물건에는.”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뒤의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나는 브란트가 먼저 칼을 뽑을까 봐 걱정했지만, 경비대장은 이미 제방의 양쪽 길을 막고 있었다. 앞에서 접근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할 뿐,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방해 행위는 기록하겠습니다.” 브란트가 말했다.
“왕실을 고발하겠소!” 남자가 외쳤다.
“접수처는 정문 오른쪽입니다.” 내가 답했다.
나사가 킥킥 웃었다. 상대는 정작 고발장이 없었다. 그들은 변호인을 대동해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은 뒤 물러났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왔는지 아직 몰랐지만, 적어도 법원 보전 물품을 즉석에서 빼앗기는 일은 막았다.
현장에서 돌아오자 나사가 별도의 수문 관리표를 가지고 재무청을 찾아왔다. 그녀는 제방 수문이 두 번 열린 날의 근무자 명단과 지급 일지를 원본 그대로 가져왔다. 기특했지만 나는 걱정부터 들었다.
“이거 가져오는 데 허락받으셨습니까?”
“보관 규정에 따라 사본을 만들고 반출대장에 기록했어요. 원본은 관리청에 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왜 칭찬받는데 기분이 나쁠까요?”
“제가 표정을 잘못 지었나 봅니다.”
나사는 당시 해고된 상사의 이름을 적었다. 도에른 카슈. 성벽 보수 업무를 맡던 하급 감독관이었다. 해고 사유는 두 번째 수문 개방 지연이라고 돼 있었지만, 실제 업무 표에는 ‘생존자 수색 종료 통보를 받을 때까지 개방 보류’라는 문구가 남아 있었다.
“이 사람은 왜 통보를 기다렸을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사람이 물속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사가 대답했다. “수문을 열면 빠져나오려던 사람이 물살에 휩쓸릴 수 있어요.”
그 설명은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적법한 통제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는 원본 문서와 전날의 통신 기록을 대조했다. 통신 기록의 일부는 화재로 소실됐고, 대체 기록에는 직인만 있었다.
“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은 남쪽 항구에서 배수 펌프를 고친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도에른에게 정식 참고인 요청을 보냈다. 체포영장처럼 보내지 않았다. 수문 개방 지연과 반송 물품의 행방은 연결될 수도, 전혀 다른 사건일 수도 있었다.
이후 나는 수문 개방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선박 주인과 만났다. 그는 삼 년 전 물길이 늦게 열리는 바람에 운송료를 물었다며 도에른을 증오했다. 나는 그의 사정도 기록했다. 어떤 현장 조치가 사람을 구하는 데 필요했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손해 보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 편이오?”
“돈을 낸 사람과 사람을 구하려던 사람 모두의 기록을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럼 아무 편도 아니군.”
“한쪽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죠.”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돌아섰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징수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었다.
제방의 임시 안전 점검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수리공들은 새 목재를 설치했고, 주민은 다음 홍수 때 대피할 경로를 받았다. 그러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로 다시 말싸움이 벌어졌다. 군무청은 기존 예산에 포함됐다고 했고, 성벽 관리청은 별도 긴급 수리비를 요구했다.
나는 두 기관의 계약서를 나란히 놓았다. 같은 방수포 한 장이 양쪽 청구서에 들어 있었다. 재무청에서 아직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중복 지출이 실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급 전에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런 작은 부정을 왜 굳이 찾아냅니까?” 로웬이 물었다.
“방수포 한 장을 두 번 계산하는 사람이 큰 방벽 수리비도 잘못 계산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너무 소소하군.”
“왕국에는 큰 사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작은 중복이 매일 쌓이면 큰돈이 됩니다.”
그는 말없이 계약서에 이중 청구 보류 표시를 했다. 드래곤을 상대로 세금을 받아 냈을 때만큼 통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적어도 한 장의 방수포 값은 두 번 나가지 않았다.
보존고에서 구리 원통을 열자 말린 종이 대신 작은 목제 인장이 들어 있었다. 한쪽에는 반송 물품 표식, 다른 쪽에는 검은 깃털 네 개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손잡이 안쪽에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검증자는 보관자가 아니다.’
“이게 열두 번째 장입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니. 장을 찾기 위한 인장일 수는 있겠지.”
티르센은 인장의 나무가 화재 이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있지만, 새긴 글씨의 시기는 별도 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소유권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어느 쪽 주장에도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왕실에서 방벽 수리비를 둘러싼 소란이 있었다. 세르나는 마계 측이 최근 열두 달 동안 720금화 유지료를 받지 못했다고 다시 확인했다. 왕국 측 출금은 그중 480금화만 증빙됐고, 옛 조폐소에 260금화가 보전돼 있었다. 제방에서 발견된 인장이 이 돈과 연결되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
루카스가 금액표를 펼치자 브란트가 눈을 돌렸다.
“나는 숫자만 보면 머리가 아프오.”
“그래도 방벽이 무너지면 더 아플 겁니다.” 내가 말했다.
“지금 징수관이 나를 협박하는 거요?”
“안전관리 교육입니다.”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제방에서 누군가의 손에 있던 종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상대는 오래된 권한이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을까, 아니면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했을까.
브란트는 제방에서 물건을 지키는 동안 병사들이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 일지를 직접 들고 왔다. 한 병사는 검은 두건 일행을 뒤쫓을 기회가 있었지만, 수레가 지나가는 길에 노인이 서 있어서 추격을 멈췄다고 했다. 브란트는 그 판단을 잘했다고 칭찬했다.
“도망간 사람이 나중에 범인으로 확인되면요?” 그 병사가 물었다.
“그때는 그때의 증거로 다시 찾아야지. 오늘 노인을 다치게 해서 얻을 공은 아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조금 놀랐다. 처음 만났을 때 브란트는 물건 하나를 되찾기 위해 왕실 병사들을 무작정 움직이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사람의 안전과 조사의 속도를 함께 저울질하고 있었다.
병사는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제방에서 검은 두건 일행이 버린 낡은 이동 지시서였다. 종이에는 '반송물품 우선 확보'라는 문구와 날짜가 있었다. 날짜는 화재 당일이 아니라 어제였다. 누군가 현재의 조사를 미리 알고 움직였다는 정황이었다.
나는 지시서를 법원 증거 봉투에 넣게 했다. 그가 누구인지 결론 내리기 전에, 실제로 그 종이를 들고 온 경위를 남겨야 했다.
제방 관리인 나사는 우리를 배웅하며 다음 비가 오기 전에 수문 주변의 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작업 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긴급 수리라는 말로 견적 없이 돈을 쓰게 해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위험한 시설을 그대로 두자는 뜻도 아니었다.
나사는 내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내일 아침까지 위험 구간을 표시한 지도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제방 아래에서 잃어버린 장부를 찾는 일보다 먼저, 이 길을 매일 지나는 사람들이 안전해야 했다.
밤에 오렐이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제방에서 찾은 인장은 왕실 보존고의 과거 인장대장에 있었다. 삼 년 전에는 ‘원본 대조 보류용’으로 등록됐고, 화재 직후 분실 신고가 됐다. 마지막 정식 수령자의 이름은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수령확인 칸 아래에 다시 적힌 글씨는 남아 있었다.
‘자발적 인계 불가. 인명 구조 우선.’
그 문장은 남의 이름을 훔치는 계약과 정반대였다. 누군가는 금화를 지키는 대신 사람을 먼저 구하라고 남겼다.
그리고 인장대장의 마지막 칸에 아주 작은 번호가 보였다.
제12보관함, 위치 ‘성벽 아래 납세자 금고’.
나는 나는 그 전에 라니아의 보고를 한 번 더 읽었다. 북문 구호소에는 열두 번째 의자를 둘러싼 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자꾸 이름을 물었다고 했다. 라니아는 이름을 말하는 대신 공식 실종 조회 안내문을 붙이고 사람들의 질문을 받아 적었다.
“금고에 그 사람 이름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녀가 물었다.
“그렇다 해도 바로 광장에 붙이진 않을 겁니다. 당사자가 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주민이 사건을 알고 싶어 하는 권리와 누군가의 삶을 전시할 권리는 다르다. 나는 금고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구분부터 다시 배웠다.
그 이름을 보며 실소했다.
이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진짜 금고를 찾을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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