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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4화
PAYLUA ORIGINAL · 제64화

64화. 마왕의 우편함은 열리지 않는다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28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 아자르켄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세금 때문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그랬다. 나는 중립 치료소의 비공개 환자에게 전달할 서신이 국경을 넘어가면서 여러 번 열람될 위험을 걱정했다. 마계 감사관 세르나가 제안한 방법은 마왕궁의 공적 우편함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국가 간 협약에 따라 봉인된 서신은 왕국 세관이 임의로 열어볼 수 없고, 마계도 발신자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렇게 편리한 제도가 있었으면 진작 말씀하시죠.” 내가 말했다. “왕실이 삼백 년 동안 협약을 읽어 봤다면 알았을 텐데요.” “그 말은 아델리온 폐하에게 직접 하세요.” “전 아직 살고 싶습니다.” 세르나는 마왕에게 세금 12금화를 대신 납부했던 그 영수증을 꺼냈다. 정당한 거래세였기에 우리는 이미 수납 처리했다. 이번 서신과는 별개의 업무였다. 그런데도 왕궁에서 마왕의 이름이 나오자 로웬이 한숨부터 쉬었다. “또 세금을 걷겠다는 겁니까?” “사생활을 지키는 우편 절차를 확인하려는 겁니다.” “세금을 걷으러 왔던 사람이 편지 배달부까지 되는군요.” “국가의 돈이 잘못 새어 나가면 결국 배달 비용도 납세자가 냅니다.” 그는 나를 보더니 웃을 힘도 없다는 얼굴로 서명했다. 우리는 화재 당시 장부에서 뽑아 낸 표식의 사본을 환자에게 보내기로 했다. 원본은 물론 봉인 상태로 남겨 두었다. 서신에는 질문 세 개만 적었다. ‘보류’라는 글자가 당시의 법적 절차를 가리키는지, 열두 번째 장이 사람 이름을 담고 있었는지, 안전하게 진술할 방법이 무엇인지. 신원을 밝히라는 요구는 없었다. 마왕궁 우편함은 성벽 위에 있는 거대한 검은 상자였다. 상단에는 뿔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상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동전을 삼키는 자동 우편기였다. “국제 우편은 은화 한 닢입니다.” 담당 관리가 말했다. “긴급 협정 업무에도요?” “협정 원본 대조는 무료지만, 사적 질문은 유료입니다.” “원본을 검증하라는 질문인데요.” “그럼 무료 우편 자격 심사를 받으세요. 사흘 걸립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사흘을 기다릴 수 없으니 개인 돈으로 은화 한 닢을 내고 사적 서신으로 보내기로 했다. 공금으로 비용을 낸 척하지도 않았다. 나라의 가장 복잡한 국제 분쟁이 우표 한 장 앞에서 잠시 멈췄다. 우편함이 동전을 삼키자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났다. “소유자를 증명하라.” “보내는 사람을 확인하라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소유자를 증명하라.” 루카스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브란트는 손을 칼자루에 얹었다. 나는 세르나를 쳐다봤다. “원래 이럽니까?” “서신 종류를 잘못 선택하면 가끔요.” 그녀는 우편함 아래의 작은 손잡이를 돌렸다. 거대한 뿔이 탁 소리를 내며 접혔다. 그 안에서 평범한 접수표가 튀어나왔다. ‘수취인 비식별 보호, 회신 예정.’ “마왕궁의 기술력은 대단하군요.” 내가 말했다. “그냥 오래된 기계예요. 고장도 많고요.” 마왕이 다스리는 나라의 공공 서비스가 우리 왕국보다 적어도 일부는 나아 보이는 사실이 묘하게 자존심 상했다. 그렇지만 좋은 제도라면 상대가 마왕이든 드래곤이든 배우는 편이 낫다. 마왕궁 우편함 앞에서 우리는 작은 실랑이를 겪었다. 검은 상자 옆에 줄을 선 사람 가운데 한 남자가 내 손의 봉투를 가리켰다. “저건 귀환을 신청하는 서류입니까?” “아닙니다. 환자에게 전달할 비공개 질의입니다.” “그럼 귀환 신청서는 어디서 받습니까?” “그런 정식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실망한 기색으로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내밀었다. 최근 시장에서 산 귀환 증서였다. 은화 두 닢을 냈으며, 다음 주에는 실종된 딸의 생존 확인표가 온다는 약속을 들었다고 했다. 나는 종이의 판매자와 실제 지급 영수증을 살폈다. 그의 딸에 대한 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알 수 없어 먼저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혹시 증서에 가족의 주소도 적으셨습니까?” “예. 그래야 찾아준다고 해서.” “추가로 오는 서류에 바로 응답하지 마세요. 공적인 실종 조회 창구를 통해 확인하겠습니다.” “그러면 딸을 찾을 수 있소?” “지금은 약속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된다고 말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겠습니다.” 그가 눈물을 삼키는 걸 보고, 나는 얼마나 쉽게 사람들이 희망을 파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사기의 본질은 때로 물건을 속이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을 팔아먹는 데 있었다. 세르나는 그 남자가 안전하게 신고할 수 있는 마계 국경 접수처를 안내했다. 왕국과 마계의 책임 관할이 갈릴 수 있으니 양쪽 접수 번호를 연결해 두었다. 국경을 넘는 동안 피해 진술이 사라지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마왕궁의 우편 관리관과 짧게 면담했다. 그는 편지 보호 제도가 만들어진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삼백 년 전 국경 전쟁 중에는 서로의 병사와 가족이 보낸 편지를 빼앗아 인질 교섭에 이용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적국이라도 봉투의 봉인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규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협약이 아직 살아 있군요.” 내가 말했다. “전쟁보다 오래가는 약속도 있습니다.” 관리관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소속과 업무만 서명했다. 나는 어쩐지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신뢰할 규정은 꼭 한 사람의 영웅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재무청으로 돌아오자 루카스가 마계 우편 접수증의 숫자를 대조했다. 그 일련번호와 일곱 자리 조회번호는 구조도 길이도 달랐다. 나는 그 결과를 별도 보고서로 남겼다. 비슷한 숫자가 나오면 사람들은 곧바로 비밀 조직의 표식이라고 말하지만, 서로 다른 조직의 평범한 업무번호일 수도 있다. 에리카는 우리 자료가 조금씩 섞이는 걸 걱정했다. 그래서 증거물마다 출처와 법적 권한, 실제 보관자를 한 줄로 요약한 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내 장부가 아무리 빛나도, 보관 담당자가 그 물건을 잃으면 의미가 없었다. 우리가 밤새 표를 만들자 로웬이 묻지도 않은 차를 보내 줬다. 차가 너무 써서 모두가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조용히 설탕을 두 숟가락 넣었다. “징수관님도 단맛을 찾으시는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세상을 전부 씁쓸하게 기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녀는 조금 웃었다. 어쩌면 이 세계에 남을 사람들과 나누는 평범한 차 한 잔이 귀환에 관한 어떤 단서보다도 내 마음을 더 흔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왕실 신용 투자증서를 샀던 상인들이 재무청 앞에 모여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누군가 ‘누락된 열두 번째 장에 보전금 전액의 주인이 적혀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 종이를 찾으면 오늘 환불이 됩니까?” 상인 대표가 물었다. “장부가 발견돼도 소유권과 손해액은 따로 심리해야 합니다. 지금 보전된 260금화는 누구 돈인지 최종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왜 장부만 찾습니까?” “누가 어떤 약속으로 돈을 받았는지 밝혀야 반환 방법도 정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그동안 뭘 먹고 삽니까?” 그 질문에는 장부가 답해 주지 못했다. 에리카는 신청서 접수 시간을 늘리고, 계약서 원본이 없는 구매자도 당시 광고와 송금 기록을 가지고 피해를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법원에 임시 생계지원 제도 검토를 요청했지만, 그 돈을 보전금에서 먼저 떼어 쓰지는 않았다. 국가가 급하다는 이유로 남의 재산을 먼저 가져가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긴다. 오후에 모로의 낡은 장부 실을 감정한 결과가 나왔다. 외부 실은 한 번 묶였다가 잘린 흔적이 있었고, 안쪽 접힌 부분에는 아직 끊기지 않은 가는 실이 남아 있었다. 모로는 그 부분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티르센은 잘린 장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닐 수 있다며 등불을 비췄다. 종이 섬유 한 조각이 실에 붙어 있었다. 작은 글씨가 반쯤 남아 있었다. ‘반송물품 일람 제12—’ “열두 번째 장의 제목일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열두 번째 장의 목록일 수도 있지.” 내가 답했다. 그때 비오르가 장부 안쪽에 오래된 마계 인쇄 규격을 발견했다. 삼백 년 전 기본 협약과 동일한 한 줄이었다. ‘보류권은 소유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 문서를 임시 보관할 권한을 이용해 물건의 주인인 척했을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만약 그랬다면 열두 번째 장에 적힌 이름은 소유자가 아니라 보관 책임자일 수 있다. 회신을 기다리던 시간에는 왕국 국경의 우편세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통관 담당자는 마계에서 온 봉투에는 부과 대상이 아닌 '신분 확인 수수료'를 붙여 왔다고 인정했다. 실제 받은 돈이 있는지는 아직 계산하지 못했지만, 안내문에는 은화 반 닢이 적혀 있었다. 나는 예전에 북문에서 불법 안전기금을 환급할 때 작성했던 공문을 꺼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먼저 수납 원장을 봉인하고, 이미 낸 사람이 있다면 영수증을 토대로 환급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수수료를 붙였다는 행위와 실제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서로 다르다. 담당자가 화를 냈다. “당신은 무슨 일이든 세금 이야기로 바꾸는군!” “세금과 수수료를 구분하는 이야깁니다.” “우리는 국경을 지키려고 그 돈을 받을 계획이었소.” “계획이라면 법적 근거와 예산안을 먼저 내셔야죠.” 세르나가 뒤에서 박수를 쳤다. 나는 그녀를 만류했다. 외교 업무는 한 번 웃음거리가 되면 그 다음 협상부터 어려워진다. 국경 창구에서 실랑이를 마치고 돌아서자 마계의 작은 상인이 내게 차를 건넸다. 자신은 예전에는 인간 왕국에 물건을 팔면서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이유 모를 돈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계산이 명확해져 더 자주 통행하게 됐다고 한다. “그게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일이 될 수도 있는데요?” 내가 물었다. “그래도 누가 얼마를 왜 가져가는지 아는 편이 낫습니다.” 그 말은 그날 내가 받은 가장 값진 칭찬이었다. 우편함의 검은 뿔은 저녁빛을 받아 붉게 보였다. 루카스는 그 앞에서 편지에 도장이 찍히는 순간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도장 하나로 국경을 넘는 편지가 보호받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도장이 편지를 지키는 게 아니야.” 내가 말했다. “도장을 찍은 사람들이 그 약속을 지킬 때 보호받는 거지.” 루카스가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말을 내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종이 위의 좋은 문장만으로 사람은 보호되지 않는다. 마침내 해가 질 때 마왕궁 우편함에서 회신이 왔다. 놀라울 만큼 빨랐다. 발신자는 치료소의 비공개 환자였다. 우편 경로의 서명은 온전했고, 환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열두 번째 장에는 사람 이름이 없습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음 줄을 읽었다. ‘그 장을 없애려던 사람은 이름이 없는 사람을 찾은 게 아닙니다. 자기 이름이 드러날까 두려워한 사람입니다.’ 나는 지도를 유리판 아래로 옮겨 놓았다. 손으로 누르자 얇은 먹물이 번질 것 같았다. 표시된 물길은 현재 지도에서는 폐쇄된 제방으로 나타났지만, 삼 년 전 자료에는 여전히 통행이 가능한 구조였다. 누군가 과거의 지도를 그대로 쓰고 있는지, 최근 길을 복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에리카는 지도 옆에서 작은 글자를 발견했다. ‘물때 표는 관리청 원본을 따를 것.’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안도했다. 상대가 적어도 무모하게 물속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안전을 생각해 쓴 문장인지, 우리가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기를 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브란트는 다음 날 현장 조사를 위해 수문 관리청에 통보했고, 나는 서신 원본을 봉인했다. 마왕궁 우편함은 편지를 안전하게 전달했지만 그 안의 말까지 진실로 만들어 주지는 않았다. 봉투 아래에는 작은 지도 조각이 있었다. 목적지는 왕궁도 창고도 아니었다. ‘북쪽 제방, 물이 빠지는 시간.’ 나는 창밖을 보았다. 강물은 지금부터 차오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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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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