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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3화
PAYLUA ORIGINAL · 제63화

63화. 죽은 사람에게 청구된 식비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33자

오프라인 책장
마계 진료소로 가기 전에 나는 국왕에게서 책망을 들었다. 아델리온은 왕실 집무실 책상 위에 두꺼운 청구서를 올려놓았다. 제목은 ‘삼 년 전 전시 급식비 미수금 정산’이었다. 내 이름도, 장부의 이름도 아니었다. 사망 처리된 노동자 여덟 명을 상대로 식비를 뒤늦게 청구한다는 문서였다. “전시 배식은 무상이 아니었소?” 국왕이 물었다. “당시 규정상 급식 담당자를 통하여 지급된 식비는 국가 보급 비용으로 정산해야 합니다. 개인에게 청구하려면 별도의 계약과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죽은 사람들에게 청구했지?” “그걸 확인하러 왔습니다.” 왕은 서류를 몇 장 넘기더니 기막혀했다. “우리 왕국은 죽은 사람에게도 세금을 걷소?” “세금이 아닙니다. 식비를 돌려달라는 사적 청구입니다.” “그게 더 나쁜 소식 아닌가?” “경우에 따라 그렇습니다.” 로웬은 급히 청구서 발급 정지 조치를 검토했다. 이 돈을 받을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이미 주민에게 돈을 걷고 있다면, 기다리는 동안 피해가 늘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칙 없이 모든 보급비 정산을 취소하면 실제로 정당한 대금을 기다리는 요리사와 상인도 피해를 본다. 나는 청구 대상을 특정했다. 화재 당시 군무청 창고 열두 명 중 사망 처리 기록이 남은 여덟 명의 이름을 사용한 문서만 우선 보전하고 강제 집행을 멈추도록 법원에 신청했다.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도착지도 없는 영수증이 날아간 셈이었다. 라니아는 공개 민원 창구에 같은 청구서를 받은 유족 셋을 데리고 왔다. 한 사람은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은화 한 닢을 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사람은 받기 전에 찢어 버렸고, 마지막 사람은 협박이 두려워 집을 비웠다. “돈을 냈다는 분의 영수증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제삼 결제소의 옛 인쇄틀과 닮은 인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번호 끝의 숫자가 달랐다. 우리는 수납 사실을 확정하지 않고 현금 전달 경위, 판매자 인상착의, 실제 돈의 수취 여부를 분리해 기록했다. 루카스가 화가 난 듯 말했다. “죽은 줄 알고 울던 사람들에게 밥값까지 내라니.” “그러게.” “저 사람들한테 당장 돈을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해. 공금으로 대신 주면 정작 받아 간 사람은 그대로 남지.”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답답한 표정이었다. 나 역시 답답했다. 법을 핑계로 사람을 돌려보내고 싶은 게 아니다. 제대로 돌려주려면 남에게 돈을 뜯어 간 손도 함께 붙잡아야 한다. 청구서의 지급 계정을 추적하던 중 에리카가 사본 두 장을 들고 나타났다. 하나는 전시 급식비 정산 명령, 다른 하나는 개인 식비 미수금 고지서였다. 제목만 비슷했을 뿐 내용은 완전히 달랐다. 첫 번째 문서에서 보급비를 부담해야 할 주체는 국가였다. 반면 두 번째 문서는 그 부담을 노동자 가족에게 넘겼다. 누가 언제 어떤 법적 근거로 변경했는지 표시하는 칸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끝에 붙은 결제소 도장은 제법 그럴듯했다. “도장 하나가 법률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 말을 광장에 붙여도 될까요?” 에리카가 물었다. “법전보다 짧아서 좋군요.” 우리는 고지서를 발행한 곳을 찾아갔다. 작은 사무실에는 임대차 계약서와 책상 세 개가 있었다. 안내문에는 ‘전시채권 회복 지원소’라고 적혀 있었지만 등록된 업무는 문서 복사 대행이었다. 직원 하나가 다가오더니 정해진 문구를 읽었다. “미납 식비를 납부하시면 사망자 명부에서 이름을 지울 수 있습니다.” “누가 그런 권한을 부여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허가된 수사 담당자를 불러 영업 자료를 보전하게 했다. 직원에게는 자신의 계약서와 실제 지시 내용을 확인할 기회를 줬다. 그는 취직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으며, 자신도 무엇을 파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직 조사해야 했지만, 당장 그를 사기의 설계자라고 부를 근거는 없었다. 사무실의 복사기 아래에는 은화 한 닢이 떨어져 있었다. 루카스가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이게 피해자가 낸 돈일까요?” “그렇게 쉬우면 세상에 미해결 사건이 없겠지.” “그냥 동전이네요.” “적어도 누군가 동전을 흘린 건 맞아.” 루카스가 웃었다. 나는 은화도 다른 현장 물건과 함께 기록하게 했다. 다만 유족이 냈다는 은화와 같은 것이라고 문서에 쓰지는 않았다. 사무실 밖에서 한 유족이 소리쳤다. “저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살아 있을 거라고 했어요. 돈을 내면 찾을 수 있다고.”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들었는지 직접 기록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억이 희미한 부분은 빈칸으로 남겨도 된다고 했다. 그가 받아 든 조사표에는 ‘모르면 모른다고 적으셔도 됩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는 잠시 문장을 바라보다가 펜을 잡았다. 사람은 빈칸 때문에 수치스러워하면 안 된다. 빈칸을 이용해 거짓말하는 사람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재무청으로 돌아온 나는 로웬에게 고지서 발송과 실제 수납을 분리한 표를 제출했다. 이미 접수된 세 가정의 피해 주장과 추가 신고가 있는지 조사해야 했다. 피해액이 작다고 우선순위를 빼앗을 수는 없지만, 수납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돈을 국고 회수액으로 적어서도 안 된다. 로웬은 한참 표를 읽더니 물었다. “당신이 처음 왕국에 왔을 때 우리 돈은 열일곱 금화였소. 그런데 지금은 사건마다 금액이 더 잘게 나뉘니 내가 더 가난해진 것 같군.” “부자가 되는 것과 장부가 자세해지는 건 다른 일입니다.” “그 둘을 같이 해낼 수 없겠소?” “그게 제 목표입니다.” 나는 다음 페이지에 북문 세관의 정상 수납 추이를 붙였다. 불법 안전기금이 환급된 뒤에도 합법 통관이 유지되고 있었다. 적어도 일부 상인은 명확한 규칙을 믿고 거래를 계속했다. 하루아침에 국고가 넘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세금을 낸 뒤 무엇을 받는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에는 세르나와 함께 마계 진료소 외곽에 도착했다. 왕국과 마계가 서로 협정으로 설치한 작은 중립 치료소였다. 문 앞에는 인간 문자와 마계 문자가 함께 적혀 있었다. ‘병상은 국경을 묻지 않는다.’ 좋은 문구였다. 바로 아래에는 방문객에게 진료비를 미리 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도 돈을 받습니까?” 내가 묻자 세르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약초가 공짜로 자라진 않으니까요. 다만 응급환자를 먼저 치료하고 비용은 나중에 정산합니다.” “그건 좋은 제도군요.” “왕국 징수관에게 그런 칭찬을 듣다니 진료소가 출세했네요.” 진료 책임자는 우리에게 환자의 이름을 보여 주지 않았다. 비공개 의료기록은 본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동의서를 꺼냈다가 멈췄다.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서명란부터 내밀 수 없었다. 우리는 비식별 기록 대조만 신청했다. 진료 책임자가 독립적으로 식별 단서를 점검하고, 환자가 원하면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진료소가 그 역할을 맡는 데 필요한 행정 비용은 협정상 공개된 항목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세르나는 마계 측 절차가 훨씬 빠르다며 자랑했으나, 접수 창구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리고 나서는 입을 다물었다. “왕국이나 마계나 줄 서는 건 똑같네요.” 내가 말했다. “마왕님께 건의해야겠어요. 징수관 줄만 길게 만들자고.” “과세 당국을 차별하겠다는 공식 입장입니까?” “개인 의견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대기실에서 손에 화상을 입은 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역시 창고 화재 때 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노인의 이름은 ‘도르엔’이었다. 그는 직접 참여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두 번 종이 울렸다는 소문은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종은 누가 울렸는지 모릅니다. 두 번째에는 밖에 있던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고들 했지.” “누구였습니까?” “아마 이름이 없는 급식 담당이었을 거요. 월급도 못 받던 사람이었으니 명부에도 없었겠지.”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진술을 참고로만 적었다. 소문에 이름을 붙이면 누군가의 삶을 잘못 꿰맬 수 있으니까. 기록 대조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치료소에 온 환자는 당시 손목에 심각한 열상을 입었고, 자신이 열두 번째 대피자라는 표현을 거부했다. 그러나 진료소가 보관하는 환자 번호와 왕국 급식표 번호는 일치하지 않았다. 한 사람일 가능성은 있었지만 아직 독립 확인이 필요했다. 그때 에리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망 처리자 여덟 명의 명단 중 한 명은 이미 다른 이름으로 재취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른 두 사람은 친족 관계를 통해 신원 확인을 신청했고, 나머지는 소재를 알 수 없었다. 현재 확인된 생존 정정은 앞서 완료된 두 건 그대로였다. 나는 기뻐하는 대신 새 대조표를 만들었다. ‘생존 주장 1, 정정 신청 2, 소재 미확인 잔여’라는 칸을 별도로 적었다. 사람은 숫자가 아니지만, 숫자를 섞으면 사람의 권리가 사라진다. 진료소에서 대기하는 동안 세르나는 마계 계약의 세금 규정을 하나 더 보여 줬다. 응급 진료비는 계약에 따라 분담하되, 진료소를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를 세금 자료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에 간 사람을 찾아 탈세를 조사하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조사까지 막는 건 아니지만, 환자 기록을 무단으로 열어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차이를 지키는 게 중요했다. 임금이 체불된 사람을 찾기 위해 의료기록을 다 뒤지자는 유혹은 언제나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권리가 있는 사람을 돕겠다고 그 사람의 모든 비밀을 가져갈 수는 없다. 진료소 벽에는 전쟁 중 두 나라가 함께 구조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인간의 이름 옆에 마계 문자가 있었고, 어느 이름 아래에는 납부하지 않은 치료비가 아니라 수술을 담당한 사람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세르나는 그 비석 앞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당신도 여기에서 일한 적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뇨. 제 스승이 있었어요. 그분은 자기 돈으로 환자를 치료하다 파산했죠.” “좋은 분이셨군요.” “좋은 마음만으로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걸 그분이 가르쳐 줬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진료소의 정식 보조금 규정을 더 꼼꼼히 읽었다. 무료로 치료하는 사람을 지키려면 치료 비용을 정직하게 적어야 했다. 세르나가 기다림에 지쳐 창가에 붙어 서 있었다. 그녀는 가끔 마왕궁의 회계 담당자가 되는 것보다 진료소 창구에서 일하는 편이 더 어렵다고 농담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회계장부는 틀리면 수정할 수 있지만, 아픈 사람이 겪은 기다림은 나중에 수정할 수 없다. 그날 우리는 동의서 양식도 고쳤다. 법전의 어려운 말 대신 환자가 어떤 정보를 누구에게 전달할지 읽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오르는 별것 아닌 변화라고 했지만, 내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저녁 무렵 진료 책임자가 다시 찾아왔다. 익명 환자에게 왕국의 조사 협조 요청을 전달했더니 짧은 회신이 왔다고 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질문 하나만 보내 왔다. ‘그곳에서 열두 번째 장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숨을 멈췄다. “그렇다고 답해 주세요. 하지만 내 이름이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보내지는 마세요.” 진료 책임자는 확인했다. 환자는 직접 만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질문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는 한참 고민했다. 누락된 장의 소재를 알고 있는지 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 질문이 상대를 위험에 빠뜨릴지 몰랐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당신이 지금 안전합니까?’ 회신은 밤늦게 도착했다. ‘나는 안전합니다. 그러나 열두 번째 장은 사람을 안전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 아래에는 사람 이름 대신 글자 둘이 적혀 있었다. ‘보류.’ 기억을 팔라고 재촉하던 장부가,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한 단어와 연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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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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