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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2화
PAYLUA ORIGINAL · 제62화

62화. 구호소의 열두 번째 의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32자

오프라인 책장
북문 구호소에는 의자가 열한 개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려 준 건 라니아였다. 그녀는 아침 배식에 쓰는 긴 탁자를 닦으며 빈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있던 의자 하나를 누가 가져갔어요. 직원들은 아무도 모른답니다.” “의자를 훔쳐 갈 만큼 가난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처음에는 신고도 안 했어요. 그런데 의자 아래에 달려 있던 이름표가 사라졌거든요.” “이름표요?” “예. 여기서 밥 먹던 가족들 이름을 적어 둔 표요. 배식 숫자 세려고 만들었어요.” 나는 배식 명부를 먼저 확인했다. 구호소는 체불 노동자와 가족을 구별해 적었고, 누구의 이름도 귀환 승인 명단으로 넘기지 않았다. 적어도 라니아가 보관한 원본은 그랬다. 반면 전날 새로 붙은 의자 배치도에는 낯익은 일곱 자리 숫자가 찍혀 있었다. 루카스가 숨을 들이켰다. “어젯밤 장부에서 나온 요청 위치와 일치합니다.” “같은 장소일 뿐이야. 실제로 여기서 신호를 보냈다는 뜻은 아니지.” “그럼 왜 의자를 가져갔을까요?” “그걸 물으러 왔지.” 구호소의 운영자는 노파 한 명이었다. 이름은 오딜. 평생 옷을 수선해 먹고살았으며, 최근엔 다친 노동자들을 위해 붕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의자 자체보다 다리에 달린 낡은 금속판을 더 걱정했다. “저 의자는 옛날 군무청 급식 창고에서 가져온 거예요. 창고가 불탄 뒤 보관했지.” “열두 번째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습니까?” “아니. 그냥 사람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어.” “누구요?” 그녀가 대답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비명이 들렸다. 유리잔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도망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골목 끝에서 검은 망토를 걸친 남자가 작은 수레를 밀며 도주하고 있었다. 수레에는 의자 하나가 실려 있었다. 뒤쫓던 브란트의 병사가 시장 상인을 밀쳐 넘어뜨렸다. 나는 뒤에서 소리쳤다. “사람부터 일으켜요! 의자가 도망가도 사람은 다치면 안 됩니다!” 병사는 즉시 걸음을 멈췄다. 그 사이 망토 남자는 수레를 버리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브란트가 도착했을 때 나는 억울해할 틈도 없이 넘어졌던 상인의 팔을 살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시장 상인이 진열한 달걀이 열두 개나 깨져 있었다. “국가가 보상하나요?” 상인이 물었다. “경비대의 과실이 확인되면 절차대로 배상 청구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 점심은 못 팔게 됐는데.” “그 부분도 손실로 적어 두세요.” 루카스는 이미 달걀 수를 세고 있었다. 브란트가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드래곤한테는 세금을 걷고, 도둑한테는 의자를 뺏기는군.” “드래곤은 정식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그 말이 위로가 될 줄 알았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버려진 수레를 법원 명령에 따라 보전했다. 의자 아래 금속판은 칼로 떼어 낸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왼쪽 다리 내부에는 종이 뭉치가 숨겨져 있었다. 오딜은 자신도 몰랐다고 했다. 나는 당장 뜯어보지 않고 감정관 입회 아래 봉인했다. 종이에는 불탄 창고의 오래된 출석표와 급식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이름 열둘, 실수령 열한. 한 사람은 급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마이렌’이었다. 오딜은 그 이름을 듣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라니아가 물 한 컵을 가져왔다. “그 사람을 아세요?” 내가 물었다. “알지. 불난 날 마지막까지 문을 두드리던 아이야.” “아이요?” “그때 열아홉이었다. 우리 모두 살아 나오라고 소리쳤는데, 자기 이름이 기록에서 빠질까 봐 문을 두드린 줄 알았어.” 그녀는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나중에는 도망쳤다고 들었어. 죽은 건지 산 건지 누구도 확실히 말하지 않았지.” 나는 출석표의 ‘실수령’이 실제 식사 여부만 의미한다는 점을 반복해 확인했다. 밥을 먹지 않았다고 죽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 급식표를 후보 명단으로 복제했다면, 그 열두 번째 이름이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중요했다. 수레를 남겨 두고 달아난 남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시장에는 출입구가 여섯 개였고, 그중 둘은 오래된 수로와 이어져 있었다. 경비대가 모든 길을 막자 상인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오늘 장사가 끝나면 내일의 임대료를 낼 돈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브란트에게 통행을 전면 봉쇄하지 말고 증거가 발견된 구역의 보전 범위를 좁혀 달라고 했다. 경비대장이 내 말을 따랐지만,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항상 나만 악역을 맡는군.” “억울한 주민에게 사과하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사과하면 징수관도 같이 나서시오.” 결국 우리는 시장 입구에서 깨진 달걀에 대한 현장 사고 접수 방법을 설명했다. 달걀 장수는 병사에게 욕을 퍼붓다가도, 실제로 청구서를 받아 적자 조금 진정했다. 이런 순간에 나는 왕국을 바꾼다는 말이 얼마나 거창한지 실감했다. 누군가 무릎을 다쳤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게 오늘 가장 큰 사건이었다. 시장 안에서 의자를 옮긴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길거리에서 구두를 닦는 소년이었다. 그는 검은 망토의 남자가 의자를 먼저 수레에 실은 게 아니라 의자에서 금속판만 떼어 가려 했다고 말했다. “왜 못 떼었는데?” 루카스가 물었다. “나사가 녹슬어서요. 한참 끙끙대다가 그냥 들고 갔어요.” “그런 걸 어떻게 봤어?” “바로 여기서 신발을 닦고 있었으니까요.” 소년은 물증을 하나 내놓았다. 남자가 금속판을 떼려고 손잡이 밑에 끼웠다가 버린 낡은 송곳이었다. 루카스가 집으려 하자 내가 막았다. 소년이 어떻게 보관했는지 먼저 확인하고, 포장 상태와 전달 경위를 기록해야 했다. 소년이 불쑥 물었다. “저도 증언하면 돈을 줘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 주는 데 돈을 지급할 수는 없어. 다만 이동비처럼 규정상 드릴 수 있는 비용은 안내할게.” 그는 금세 실망했다. 나는 그의 구두닦이 일을 두 시간이나 멈추게 했다는 걸 깨닫고, 그 시간 동안 실제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수 있는지도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건 증언을 사는 돈과 달랐다. 오딜은 소년에게 저녁을 먹이고 보냈다. 아이가 따뜻한 수프를 다 먹기도 전에 동생 하나가 구호소 문 앞에 나타났다. 소년은 자기 몫의 빵 절반을 잘라 건넸다. 라니아는 그걸 본 뒤 급식 수량표의 맨 아래에 적었다. ‘동반 아동 확인. 추가 배식 1건.’ 누군가 급식 장부의 숫자 하나를 틀렸다고 아이의 밥을 빼앗을 수는 없다. 다만 누가 먹었는지 적어 두어야 다음 날 부족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장부란 원래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늦게 수레를 조사하던 티르센이 작은 도장을 발견했다. 도장은 최근 귀환 광고의 하청 업체가 사용한 납품표와 모양이 닮아 있었다. 그러나 도장 자체는 시중에서 흔히 팔리는 규격이었다. 그는 유사성을 보고했지만 동일한 업체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에리카는 오딜에게 낡은 급식실의 열두 의자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오딜은 당시 그림을 잘 그리던 요리사가 남긴 스케치를 찾아왔다. 배식용 의자 열둘 중 하나만 다른 색이었다. 그 의자에는 이름표 대신 작은 종이봉투가 매달려 있었다. “왜 그랬죠?” 내가 물었다. “그 아이는 밥을 받아도 바로 먹지 않았거든. 누군가에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어.” “누구에게?” 오딜은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채우는 대신 그 사실 자체를 기록했다. 그런데 에리카는 그림 속 봉투를 보고 얼굴이 바뀌었다. “아버지 수첩에 같은 봉투가 그려져 있어요.” 나는 수첩의 복제본을 다시 확인했다. 봉투 모양은 비슷했지만 모서리의 접힘이 달랐다. 티르센은 둘을 대조할 수 있는 더 선명한 표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리카는 아쉬워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법원은 오딜의 동의를 얻어 구호소 명부를 별도로 보호 조치했다. 이름을 보고 사람을 몰아가는 언론을 피하기 위해 공개용 자료에서는 주민 식별 부분을 가렸다. 모로가 가진 장부의 숫자, 금속 표의 흠집, 의자에서 나온 급식표 사이의 대조만 허가했다. 에리카는 의자 금속판을 보며 오래 침묵했다. “아버지가 화재 당일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여기였어요.” “구호소요?” “당시에는 임시 급식실이었죠. 불이 나기 전날 밤에 명단을 확인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가져온 명단이 이겁니까?”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때 급식실은 열두 사람에게 식량을 지급한다고 보고했어요.” 그녀는 옛 예산표를 펼쳤다. 급식비는 열두 명분이 승인됐으나 실제 영수증은 열한 명분이었다. 잔액 한 명분이 어디로 갔는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사소한 차이였다. 국가 채무 8천 금화를 상계하던 때와 비교하면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 같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하루 식사와 연결된 숫자는 작다고 버릴 수 없다. 오딜은 저녁 배식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를 불렀다. 그녀는 의자를 되찾아도 금속판을 붙이지 않겠다고 했다. “사람이 없는데 이름만 의자에 남아 있는 게 싫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름을 지우지 말고, 그 사람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 찾을 때까지 비공개 명단에 보관하는 건 어떨까요?” 노파는 한참 생각하다가 동의했다. 배식이 끝나자 루카스가 아이들에게 숫자 세는 법을 가르쳤다. 열한 개 의자와 열두 개 그릇을 놓고, 한 그릇이 남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었다. 가장 어린 아이가 대답했다. “나중에 오는 사람 거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았다. 그날 저녁 구호소에는 의자 대신 긴 나무판이 들어왔다. 시에서 보내 준 임시 배식용 의자였다. 오딜은 새 의자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았다. 대신 배식표를 벽 안쪽의 작은 잠금함에 보관했다. 누구나 보이는 의자에 이름을 남길 필요 없이, 필요한 사람만 식사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라니아가 나를 불러 국물 한 그릇을 건넸다. 돈을 내겠다고 하자 그녀가 웃었다. “이건 제 저녁 몫이었어요. 제가 나누고 싶어서 드리는 겁니다.” 나는 그릇을 받아들었다. 국가 예산과 개인의 호의는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호의가 있다는 사실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었다. 루카스는 새로운 의자에 가장 먼저 앉더니 삐걱이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오딜이 한숨을 쉬었다. “새로 받은 것도 수리가 필요하겠구먼.” “그건 수리비가 아니라 의자 문제 아닙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수리비가 필요한 건 맞지.” 내가 말했다. 그날 처음으로 구호소 사람들이 함께 웃었다. 오딜은 우리가 떠나려는 순간 작은 걸레를 건네며 의자의 먼지를 닦아 달라고 했다.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부탁대로 했다. 의자 다리에 끼인 검은 가루가 손끝에 묻어났다. 오딜은 그 가루가 화재 뒤 수년 동안 남아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가루 일부를 표본으로 보존하되, 그것만으로 화재 당시의 재라고 추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 최근에 의자를 옮긴 뒤 흘린 단순한 흙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날 의자를 만진 사람들의 기록을 남기는 데는 도움이 됐다. 밤 아홉 시, 마계 감사관 세르나에게서 긴급 연락이 왔다. 마계 북부 진료소의 익명 의료 기록과 구호소 급식표를 대조했는데, 열두 번째 이름의 음절과 일치하는 별명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진료 기록에는 환자의 서명도, 왕국 주민번호도 없었다. 그 사람이 마이렌이라고 확정할 수 없었다. 세르나가 한 문장을 더 읽었다. “환자 비고란에 이런 문구가 있군요. ‘자기가 열두 번째로 도망친 사람이 아니라, 열두 번째로 남아 있던 사람이라고 주장함.’”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았다. 불이 났을 때 모두가 밖으로 뛰쳐나온 게 아니었다면, 누군가는 안에서 구조 신호를 끝까지 보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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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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