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딘 라르크가 왕궁 조사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의 오른손은 먹물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
“신문을 봤습니다.” 그가 말했다. “제가 대체 승인 신청인이라면서요.”
신문에는 이미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세무조사관의 귀환 열쇠, 군무청 서기관 손에'. 누군가 전날 종소리 기록의 한 줄을 기자에게 흘린 모양이었다. 나는 신문과 공식 보존 보고서를 나란히 놓았다.
“기계가 당신 이름을 불렀다는 것만 확인됐습니다. 신청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저를 또 증언대에 세울 겁니까?”
“원하면 법률 조력을 받으면서 진술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신원 인증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의자에 앉지 않고 창가에 섰다. 몇 주 전 검은 깃털 대리 인장을 가져왔을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조금만 잘못 움직이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서류가 오히려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제가 세관 문서를 전달한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을 빼돌리라는 명령을 받은 적은 없어요.”
“그 명령이 있었다고 단정한 적도 없습니다.”
루카스가 실수로 신문을 소리 내 읽었다. 셀딘이 고개를 돌렸다. 루카스는 즉시 사과했다. 나는 서류 위에 신문을 뒤집어 놓았다. 재판 전에 누군가의 이름을 제목으로 팔아먹는 건 귀환 증서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날 첫 번째 임무는 셀딘의 출석 기록을 보전하는 것이었다. 전날 종소리가 울리던 시각, 셀딘은 법원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 세 장에 서명하고 있었다. 기록에는 담당 법관과 서기의 부서 확인이 있었다. 그것이 원격 지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해도, 그가 회계실에서 직접 기계를 켰다는 단순한 주장에는 강력한 반증이었다.
“저를 지워 주시는 겁니까?” 그가 물었다.
“이름을 지우는 게 아니라 사실을 구분하는 겁니다.”
셀딘은 그제야 의자에 앉았다.
다음으로 우리는 장치의 명령 입력 경로를 조사했다. 네일은 세 번째 관로를 막아도 네 번째 선으로 짧은 신호가 들어오는 현상을 보여 줬다. 다만 현장 장치를 다시 작동시키면 미확인 계약 조항이 실행될 위험이 있었다. 대신 같은 규격의 폐기 부품으로 모형을 만들었다. 비오르가 마계 기술표준을 가져오고 티르센이 실험 전후 봉인을 했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저쪽으로 갑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소리값과 숫자가 묶여 있으면 장치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번호가 전송됩니다.” 네일이 대답했다.
“그럼 누가 장부에 번호를 입력했는지 알아야겠군요.”
“아직은 입력 장치를 찾아야죠.”
실험 결과, 본인 승인란이 비어 있어도 '호출 대상 변경' 신호는 보낼 수 있었다. 소리값을 찍어 넣는 틀이 별도로 존재하면 실제 신청인이 없어도 이름이 바뀌었다. 나는 같은 실험을 두 번 더 반복하게 했다. 재현이 되자 비오르가 모형 기계를 아예 해체해 증거와 실험물을 따로 봉인했다.
“이것만으로 고대 조약이 위법해지는 건 아닙니다.” 세르나가 말했다.
“문제는 조약이 아니라 조약인 척한 명령이죠.”
우리는 바뀌어 기록된 세 사람의 후보 호출을 모두 무효라고 선포하지는 않았다. 법적 효력 판단은 법원의 몫이었다. 대신 본인들이 승인하지 않았다는 진술과 기계 재현 결과를 제출했다. 그날 오후 법원은 장치의 후보 호출을 어떤 신원 동의나 재산 이전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잠정 명령을 내렸다.
리엔 모브는 명령문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의외라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결제소가 손해 보는 결정인데요.”
“손해를 볼 업무가 있고, 아예 해서는 안 되는 업무가 있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저도 요즘 그걸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후 늦게 루카스가 소식을 전했다. 제삼 결제소의 외부 하청 계약에서 낯익은 문구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업무명은 '반송물품 대조', 실제 처리 범위는 '성명 호출, 증표 출력, 대체 접수'. 계약서의 수탁인 칸은 훼손됐지만 비용 지급 계좌가 남아 있었다.
“돈으로 따라가면 되겠네요.” 내가 말했다.
루카스가 반짝 웃었다. 그의 숫자 재능이 빛날 차례였다.
계좌의 최근 거래는 놀랄 만큼 단순했다. 한 달 전에 접수된 비용 명세서가 세 장. 첫 번째는 인쇄틀 수리, 두 번째는 필사 대행, 세 번째는 '귀환 후보 시험'. 세 번째 비용은 아직 미지급 상태였다. 승인 서명은 없고 지급 예약만 남아 있었다. 액수는 금화 두 닢. 왕국의 운명을 바꾸려는 거대한 장치치고는 초라한 돈이었다.
“은화 스무 닢으로 이런 일을 벌인다고요?” 에리카가 물었다.
“실제로 지급된 돈이 아니니 아직 벌인 비용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업무가 예약됐다는 흔적은 있죠.”
리엔은 이 계좌를 하청 계약의 공탁 계정이라고 설명했다. 결제소 본금고와 별개이며 왕실의 방벽 유지료 사백팔십 금화와도 관련을 확인하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또 모든 돈을 하나로 섞어 생각하지 않도록 표를 따로 만들었다.
하청 계정의 금화 두 닢 예약을 조사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지출 승인란은 비어 있는데도 지급 예정표에는 시각이 찍혀 있었다. 사람이 결재를 하지 않았는데 기계가 지급 날짜를 먼저 잡아 놓은 것이다. 이 상태에서 자동 출금이 이루어지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부터 불분명해진다.
“실제로 돈이 나갔습니까?” 로웬이 물었다.
“아닙니다. 출금 원장에는 아직 변동이 없습니다. 예약 신호만 확인됐습니다.”
“그럼 일단 안심해도 되겠군요.”
“그 예약이 내일 실행될 수 있다면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법원에 임시 지급 보류를 신청했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은 정상적인 수리 대금이 밀린다며 반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쇄틀 수리와 필사 공임처럼 실제 작업이 확인되는 항목은 별도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권한이 다투어지는 '귀환 후보 시험'만 보류하도록 요청했다. 돈을 전부 묶는 간단한 방식은 합법적인 거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런 구분을 하느라 장부는 더 복잡해졌다. 루카스는 표를 열 장 넘게 그렸다. 어느 순간 그가 연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왜 범인이 도망가는 것보다 우리가 표를 만드는 속도가 더 느립니까?”
“범인이라는 단어를 아직 쓸 사람도 못 찾았으니 더 조심해야지.”
“그래도 답답해요.”
“나도 그래.”
내 대답에 루카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늘 확신에 차서 움직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매일 아침 기록실에 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는 공포를 눌러야 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건 가끔 공포를 잠시 잊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때 라니아가 문을 열었다. 어머니가 약값 때문에 돈을 빌렸던 루카스의 사정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는 말없이 그에게 약국에서 받아 온 정식 영수증을 건넸다. 재무청이 밀린 임금 가운데 지급 확정된 일부를 지난번에 정식 지급하면서 루카스가 마침내 어머니 약값을 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것은 새로운 보상금도, 상단이 준 선물도 아니었다. 루카스가 이미 일한 대가였다.
“기록에 꼭 남겨 주세요.” 루카스가 말했다.
“당연하지.”
“아니, 제가 받았다는 것 말고요. 다른 사람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요.”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기 월급만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소년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아직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먼저 기록하자고 했다.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오후에는 법원에서 리엔의 비공개 증언 일부를 공개 가능한 범위로 정리해 보내 왔다. 내용은 많지 않았다. 외부 하청의 실무 연락책이 계약서의 원래 목적을 '반송물품 대조'라고 설명했다는 것, 최근에는 그 연락책이 교체됐다는 것, 교체 시점이 열하루 전과 가깝다는 것이었다. 실명은 증인 안전 문제가 있어 공개되지 않았다. 나는 정보가 적어 답답했지만 보호 명령을 존중했다.
“그 연락책을 체포하면 되지 않습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연락책이 범죄를 지시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무엇보다 신원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왕국에서 가장 말 잘하는 방해꾼 같습니다.”
“법을 지키면서 방해하는 건 제 직업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가 피식 웃더니 경비대 대장을 불러 증거 보전실 출입을 강화하게 했다.
잠시 후 에리카가 군무청과 외부 결제소의 인장 발급표를 가져왔다. 똑같은 코드가 찍혀 있더라도 한쪽은 수납을 위한 도장이고 다른 쪽은 기계 작동 권한을 부여하는 도장이었다. 권한이 다른 서류를 같은 사인처럼 쓰는 바람에 과거에도 혼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누군가 일부러 그 혼선을 이용할 수 있겠네요.”
“가능하죠. 하지만 그걸 하려면 발급 원장을 구해야 해요.”
나는 그날 열하루 전의 인장 재발급 신청서를 보전 신청했다. 오늘 모든 범인을 잡지 못해도 다음 조사에서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할지는 분명해지고 있었다.
밤에 셀딘이 조사실을 다시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먹물이 묻어 있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제가 예전에 베꼈던 부서 코드예요.”
그는 낡은 수첩 한 장을 내밀었다. 군무청에서 서류를 접수할 때 사용하던 기관 표시였다. 제삼 결제소 외부 하청 계약의 계좌 끝 숫자와 일부가 같았다.
“그럼 군무청이 지시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닐 수도 있어요. 폐지된 코드를 다른 기관이 재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셀딘이 직접 답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기 이름을 지키는 것만으로 벅차 보였다. 이제는 남의 성급한 결론을 막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는 셀딘의 변호인이 출석해 기계 호출 기록의 비공개 보관을 요청했다. 이미 신문에 이름이 났는데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있었지만, 이후의 추가 유포를 막을 이유는 충분했다. 법원은 원본 증거의 보존과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공개 요약에서는 이름을 지우라고 결정했다.
“저는 이름을 지워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셀딘이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범인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그럼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까요?”
“밝히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 짧은 대화가 증언대의 긴 질문보다 더 어려웠다.
바로 뒤에 들어온 담당 서기는 보존 명령을 어긴 일부 신문 판매대에 정정 안내가 붙었다고 보고했다. 우리가 세상을 하루 만에 바꾼 것은 아니었다. 내일 다른 이름이 신문에 실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적어도 한 사람의 이름 옆에 '조사 중'이라는 문장이 같이 붙었다. 나는 그 작은 변화가 국가의 신용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문을 나서기 전 셀딘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이 가지고 온 인장의 접수 기록을 다시 검토해도 되겠습니까?”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동의했다. 다만 자기와 가족이 사는 곳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조건을 조사팀 보호 요청서에 적었다. 어떤 사람이 증거를 제공했다고 해서 그의 사생활까지 국가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브란트는 출입문 근처에 순찰을 늘리되 집 앞에 군인을 세우는 일은 먼저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비오르가 들어왔다. 기계 모형의 내부 기록지에 남은 신호를 판독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종이를 펼치고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호출 실패 시 처리: 사망 등록 원장 참조.'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사람의 동의가 실패하면 사망자 명단을 찾아 다음 이름을 불러낸다. 삼 년 전 창고 화재의 기록이 왜 최근의 귀환 장치와 연결됐는지, 이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넨의 정정 확인서를 바라봤다. 이 나라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람의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죽은 사람의 번호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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