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에서 들리던 종소리가 북쪽 초소에서 다시 울렸다.
브란트는 곧장 지붕으로 올라가려 했다. 내가 그를 붙잡은 것은 용감해서가 아니라, 사다리가 이미 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비대장님이 추락하면 보고서를 누가 씁니까?”
“당신은 제일 먼저 보고서 생각부터 합니까?”
“부상 보고서는 특히 쓰기 싫습니다.”
우리는 마을 목수의 도움을 받아 사다리를 고정했다. 지붕 아래에는 잘게 구부러진 구리관이 있었고, 그 끝은 작은 타종판에 닿아 있었다. 기계는 원격 신호가 오면 울릴 수 있는 구조였다. 세르나는 고대 검증 시설에 같은 경보기가 있었다고 했다. 누군가 멀리서 종을 울릴 수 있다면, 울렸다는 사실만으로 초자연적 소환이 일어났다고 볼 근거는 없었다.
“세 장소가 한꺼번에 울리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네일은 배선을 살폈다.
“동시에 울리도록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중앙 중계기가 어디인지 확인해야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비병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마을의 수리공이 붉은 봉투를 받았다는 것이다. 봉투에는 '귀환 조회를 지체하면 기억 비용이 가산된다'고 적혀 있었다. 명백히 사람을 재촉하는 말이었다. 봉투 아래에는 내 이름도 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찢고 싶었다. 대신 수리공에게 원본 보전 동의를 구했다. 봉투를 전달한 사람은 검은 모자를 썼지만 얼굴을 본 사람은 없었다. 이 봉투의 발신이 제삼 결제소인지도 아직 알 수 없었다.
“비용이 가산된다는 게 뭡니까?” 수리공이 물었다.
“현재 확인된 법적 납부 의무는 없습니다. 이걸 근거로 돈이나 기억을 넘기지 마세요.”
“기억을 넘긴다는 건 농담입니까?”
“농담으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웃지 못했다. 나도 웃지 못했다. 내가 처음 이 세계에서 세금을 계산했을 때는 드래곤이 금화로 빚을 갚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지금은 사람의 고향을 수수료 항목으로 올리는 누군가를 상대하고 있었다.
오후에는 판독기 내부에서 오래된 검증 명령의 사본을 찾아냈다. 문구를 읽던 세르나의 얼굴이 굳었다. '본인 승인이 없는 기억 인출 요청은 거부한다.' 원래 규칙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보는 인증 요청은 기억을 요구하지만, 고대 장치의 기본 절차는 오히려 그런 요구를 차단했다.
“그러면 누가 제 손목에 글을 띄우는 겁니까?”
“그게 장부 본체인지, 중간의 누군가가 바꾼 안내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구별합니까?”
“장치의 원래 메시지와 당신이 본 문구를 독립 대조해야 합니다. 대신 당신이 다시 그 요청을 열어서는 안 돼요.”
우리는 내가 39화에 적어 둔 제한된 문구를 증언으로 남겼다. 다른 기관의 원본과 나란히 비교했지만, 내 기억을 직접 증거물처럼 다루지는 않았다. 내 수첩의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적었다.
불이 나기 전 나는 마을 교역소에 모인 사람들에게 조사 상황을 설명했다. 누군가 '귀환 세금'이라는 말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귀환 계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세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고향이 국가의 과세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었다.
교역소에는 장사꾼과 경비병, 장부를 읽지 못하는 노인까지 모였다. 나는 칠판에 두 단어를 썼다.
'세금'과 '수수료'.
“같은 것 아닙니까?” 한 여성이 물었다.
“둘 다 돈을 낼 수 있지만 근거가 다릅니다. 세금은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수수료는 서비스와 계약 또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요. 여기에 적힌 귀환 청구는 그 어느 쪽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마왕에게 세금 매기는 징수관이 귀환에는 세금을 못 매긴다는 거요?”
“제가 못 매기는 게 아니라, 법적 근거가 없으면 누구에게도 매겨서는 안 됩니다.”
젊은 상인은 씩 웃었다.
“징수관이 세금을 걷지 말라니 희한하군요.”
“제 직업은 없는 세금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있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받고, 없어야 할 세금을 막는 겁니다.”
어디선가 박수가 나왔다. 나는 그 소리가 기뻤다가 곧 조심스러워졌다. 박수를 받는 동안에는 상대편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교역소 한쪽에 이의 제기 창구도 마련했다. 귀환 청구서에 대해 법원에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누구든 가져오게 했다.
그 자리에 떠돌이 악사가 나타났다. 그는 자기에게도 계정이 있다며 오래된 동전을 보였다. 동전의 가장자리에는 네 깃털이 아니라 세 깃털이 찍혀 있었다. 악사는 그것을 마계 귀환권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그것을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겼소. 날아간 사람은 돌아온다고 했지.”
“동전 자체에 그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까?”
“아니오. 아버지가 그랬소.”
나는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몰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 대신 세르나가 동전의 모양을 살폈다. 오래된 통관 확인용 표식이었다. 누군가 그 표식을 귀환권으로 팔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악사가 가진 동전은 단지 교역 기록의 흔적이었다.
“그럼 이건 아무 가치가 없다는 거요?” 그가 물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돌려보낸다는 보증은 없어요.”
악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동전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에게는 아버지와 연결된 마지막 물건이었다. 나는 그 물건의 의미까지 없애려는 게 아니었다.
그때 초소에서 급히 달려온 경비병이 말했다. 누군가 조사팀 이름으로 마을에 추가 안내문을 뿌렸다는 것이다. '기억 조회 신청 마감 전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귀환 자격 상실'. 안내문에는 내 서명과 비슷한 글씨가 찍혀 있었다.
“당신이 쓴 겁니까?” 나디아가 물었다.
“아닙니다. 제가 승인한 문서에는 법정 접수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안내문을 바로 찢어 없애지 않았다. 진본이 아니라는 공고를 따로 내고, 원본은 판매·배포 경로 확인을 위해 보전했다. 가짜 안내문에 찍힌 내 이름을 보는 기분은 끔찍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누군가 그것을 믿고 가진 것을 내놓을 가능성이었다.
세르나는 나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신 다른 사람들을 재촉하는 거예요.”
“그럼 저를 노리는 게 아니라 왕국 백성을 이용하는 겁니다.”
“둘 다일 수도 있어요.”
나는 사람들에게 다시 설명했다. '강태준이 귀환을 승인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담보로 계약을 맺었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누구든 본인의 동의 없이 기억이나 신원을 넘기라는 요청을 받으면 즉시 신고하라고 했다.
그날 저녁 작은 화재가 났다. 초소 뒤편 건초더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바람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었고, 불씨가 마을 주택 쪽으로 날았다. 브란트는 증거를 지키기보다 주민 대피를 먼저 명령했다. 나디아는 아이들을 야간 교역소로 데려갔고, 네일과 목수는 초소의 동력원을 분리했다. 누구도 사람보다 수정석을 먼저 들고나오지 않았다.
나는 문서함을 옮기려고 돌아갔다가 에리카에게 붙잡혔다.
“아버지도 그랬어요. 서류를 지키려고 불길로 돌아갔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 사람을 찾으러 가는 겁니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럼 당신이 돌아갈 이유는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나는 문턱에서 발을 돌렸다. 에리카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알지 못하는데, 나까지 같은 잘못을 반복할 필요는 없었다.
불은 물통과 흙으로 진압됐다. 경비병 두 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었지만 모두 구조됐다. 사고 원인은 즉시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 방화를 저질렀을 수도 있고, 부품을 과열시킨 기계에서 불씨가 튀었을 수도 있었다. 네일은 타종판이 울리기 직전 전류가 갑자기 높아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불이 난 정확한 위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불이 꺼진 뒤 교역소에 돌아온 사람들은 서로 누가 먼저 물통을 들었는지 이야기했다. 한 여자는 아이들이 빠져나온 순서를 다르게 기억했고, 경비병은 처음 화염이 보인 곳을 두 군데로 말했다. 나는 그 진술을 억지로 맞추지 않았다. 재난에서는 사람마다 본 위치와 시간이 달랐다.
브란트는 부상자 둘의 치료비를 왕실에서 부담할 수 있는지 물었다. 현장 보존 임무 중 다친 경비병은 정해진 급여와 치료 보장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불을 끈 마을 주민에게는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 나는 법적 근거 없이 국고에서 금화를 꺼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긴급 지원 규정을 확인하고 의회에 일시적 구호 근거를 요청했다.
“규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까?” 나디아가 물었다.
“규정이 없다고 사람을 버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마음대로 돈을 가져가서 도왔다고 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겨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간 교역소 상인들은 일단 자신들이 가진 물과 밀가루를 나눴다. 지정 기부로 접수할 것은 접수하고, 사적인 선물은 사적인 선물로 남겼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 빚을 지운다는 뜻이 아니었다.
네일은 타종판의 금속을 살펴보더니 검게 그을린 부분이 지나치게 작다고 말했다. 불길의 시작점이 이 장치였다는 주장을 바로 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불이 난 건초더미에서는 마찰열과 외부 불씨, 방화 가능성을 모두 조사해야 했다.
“범인이 불을 붙였다고 하면 더 간단할 텐데요.”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간단한 사건이 아니라서 문제인 거야.”
“그러면 조사관님은 언제 쉬세요?”
그 질문에 나는 웃었다. 왕국에 온 뒤 누가 내 휴가를 기록했는지 모르겠다고 농담했다. 루카스는 정말 휴가 신청서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나는 말렸다. 그런 종이가 생기면 로웬이 내게 일을 더 시킬 것 같았다.
새벽에 에리카가 작은 물통을 건넸다.
“이번에는 서류보다 사람을 먼저 살렸어요.”
“당연한 일입니다.”
“삼 년 전에도 누군가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건이 밝혀진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대신 오늘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제대로 기록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부상당한 경비병에게 찾아가자 그는 자기 잘못이 아니냐고 물었다. 기록을 지키느라 건물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안전 담당자의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다친 사실부터 치료 기록에 남기고, 이후의 원인은 별도로 판단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임무를 망친 건 아닙니까?”
“사람들을 무사히 밖으로 보내셨잖아요.”
그는 그제야 누운 자세를 고쳤다. 나는 그가 다쳤는데도 먼저 자기 평가를 걱정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서류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면, 보고서를 잃지 않았다는 칭찬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확인을 먼저 적어야 했다.
밤늦게 나디아가 구겨진 금속표 하나를 가져왔다. 불이 붙기 전에 건초더미 근처에서 주웠다고 했다. 그 표에는 '안전 점검 완료'라는 도장이 있었지만 점검 시간은 한 시간 뒤의 시각이었다.
“앞당겨 찍은 겁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누군가 시계를 잘못 맞췄을 수도 있죠. 먼저 표의 시각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그 말을 하면서도 두려웠다. 누군가는 내 이름으로 계약서를 만들고, 주민에게 수수료를 청구하고, 우리가 조사하는 곳에서 화재까지 일어났다. 사건들이 연결돼 있을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연결의 종류를 아직 몰랐다.
세르나는 태워지지 않은 원본 한 장을 들고 왔다. 분명한 문구가 있었다.
'대조 보류권은 기억 제공 없이 행사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내가 가진 능력의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정식 기록으로 내 거절할 권리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문서 하단에는 오래된 금지 조항이 추가돼 있었다.
'검증자 신원을 대신 승인한 자는 원칙적으로 모든 손실을 부담한다.'
누군가 내 이름을 이용해 이미 서명했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그리고 누구에게 그 손실을 떠넘기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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