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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44화
PAYLUA ORIGINAL · 제44화

44화. 세 번째 부품의 행선지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23자

오프라인 책장
북쪽 폐쇄 초소에 가기 전날, 나는 브란트에게 마법사 대신 수리공을 데려오자고 했다. “검은 깃털과 귀환 계정을 조사하러 가면서 수리공이요?” “고장 난 관을 누가 최근에 손댔는지 보는 게 먼저니까요.” 브란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루카스가 소리 없이 웃었다. 용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도 나는 늘 영수증과 나사를 찾았다. 그걸 아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네일은 옛 조폐소에서 인쇄기를 수리하던 장인이었다. 그는 폐쇄 초소의 장치를 오래전에 설치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규격의 동력축을 세 개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왕궁, 조폐소, 그리고 북쪽으로 운송된 세 번째 부품. 화물표에 붙은 번호 끝자리는 07이었다. “이게 세 번째라는 근거가 뭡니까?” “순서가 아니라 도면상 위치예요. 세 조각이 맞물려야 판독기가 작동합니다.” “그러면 하나를 빼면 나머지 둘은 멈춥니까?” “정상적인 기계라면요. 우회 장치가 있다면 다르겠지만.” 네일의 마지막 말을 적어 두었다. 기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도 말해야 한다. 마법이라면 그 원칙이 더 중요했다. 초소로 향하는 길에는 밤새 비가 내렸다. 북쪽 길은 급경사였다. 국경 장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마차가 한 번 미끄러질 때마다 세금보다 수리비를 걱정했다. 나디아가 앞길을 안내했다. 그녀는 한 달 전 불법 방벽세를 고발했던 야간 교역소 운영자였다. “저 초소가 열리면 또 통행료를 받겠다고 할 겁니다.” “초소 조사와 통행료 부과는 별개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조사 공고에 명시하죠. 어떤 새 요금도 징수하지 않는다고.” 나디아가 말을 멈췄다. 그녀는 그런 문장을 말로만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에리카가 서명된 공고문을 보여 주자 그제야 마차가 다시 움직였다. 마차가 북쪽 고개에 이르렀을 때 길 앞쪽이 막혔다. 비가 쓸어 내린 흙이 다리 입구를 덮고 있었다. 나디아는 곧바로 사람을 불러 치우자고 했다. 브란트는 병사들을 내려보냈다. 그러자 상인 한 명이 길을 가로막았다. “왕실이 다리를 쓰려면 통행료부터 내시오.” “여기 왕실 도로라고 들었는데요.” 내가 말했다. “그건 맞소. 하지만 우리가 어젯밤 흙을 치웠어. 우리 인건비는 누가 줍니까?” 나는 그의 요구를 곧장 불법 세금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공공도로를 임의로 막고 통행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수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청구하는 일은 다르게 보아야 했다. “누가 작업을 부탁했습니까?” “아무도. 안 치우면 물건을 못 싣는데 어떡하오?” “그럼 작업량과 비용을 확인해서 마을 유지보수 계정에서 보상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습니다. 대신 길을 막고 즉석에서 거두는 방식은 중지해야 합니다.” 상인은 믿지 않았다. 나는 약속 문서를 써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나디아가 그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여기서 오래 장사했고, 그가 예전에 도로 수리비를 도둑맞은 일을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거짓으로 약속하면 나중에 기록이 남는 쪽을 더 무서워해요.” 상인은 내 서류를 받아 들었다. 브란트가 병사들에게 삽을 들게 하자 다리가 열렸다. 우리가 그를 설득한 건 권력이 아니라, 나중에 누가 무엇을 확인할지 적었기 때문이었다. 초소에 도착하기 직전 작은 술집에서 쉬었다. 내게 따뜻한 물을 내준 주인은 왕궁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얼굴을 돌렸다. 삼 년 전 폐쇄 초소에서 일하던 남편이 해고된 뒤 품삯을 못 받았다고 했다. 나는 조사 명목으로 사연을 캐묻지 않았다. 그가 직접 신고하고 싶을 때 창구를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인은 낡은 장갑 하나를 보여 주었다. “이 번호가 남편 거예요. 창고에서 돌아올 때 늘 끼고 다녔죠.” 그녀가 가리킨 번호는 나중에 초소 안에서 발견한 장갑과 같은 계열이었다. 정확히 같은 번호인지는 조사 전에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내 수첩에 '주민 보관 작업 장갑 존재, 자발적 확인 요청 가능'이라고 적었다. 초소 주변에는 빗물에 젖은 작은 포장지가 흩어져 있었다. 기계 부품을 감싸는 방수 종이였다. 네일은 그것을 보고 신형 부품을 운반할 때 흔히 쓰는 재질이라고 했다. 그는 포장지의 길이를 재고 제조사를 추정했지만, 바로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같은 포장지가 있었나요?” “있었습니다. 다만 이 색깔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겼어요.” “그러면 최근에 누군가 부품을 들여왔다는 얘긴가요?” “이 종이가 이 건물에서 나온 게 확실하다면요. 바깥 길에서 떠내려왔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포장지를 초소 건물 안의 증거와 섞지 않았다. 발견 장소의 지도를 그리고 별도 봉인했다. 사소해 보이는 구분은 나중에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그때 루카스가 나무 울타리에서 조그만 음각을 찾아냈다. 검은 깃털 네 개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그중 하나는 완성되지 않은 날개였다. 나디아는 어릴 때부터 있던 표시라고 했다. 마을에서는 '열쇠 없는 문'을 뜻하는 낙서라고 불렀다. 새로 생긴 결제소 표식인지, 오래된 지역 표식이 차용된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이걸 보면 다들 무서워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뇨. 옛날엔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때 출발점으로 삼았어요.” 나는 웃었다. 같은 표식을 누군가는 권력으로 만들고, 누군가는 놀이의 시작점으로 썼다. 그 표식이 처음 누구 것이었는지보다 지금 누가 어떤 권한을 주장하는지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 초소 앞에는 장사꾼들이 차려 놓은 임시 차양이 있었다. 건물은 삼 년 전에 문을 닫았지만, 주변 시장은 살아 있었다. 가죽 장갑을 파는 청년은 밤마다 불빛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열하루 전부터'라는 소문과 달리 자신이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나흘뿐이었다. “나흘 전에는 비가 왔어요. 지붕으로 빛이 새어 나오더군요.” “사람 얼굴은 봤습니까?” “못 봤어요. 불빛만.” 우리는 그 진술을 별도로 보존했다. 나디아는 건물 옆 물길에 작은 발자국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비가 내린 뒤 발자국의 크기와 숫자를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브란트는 추측으로 누군가를 추적하지 않았다. 초소는 왕실의 소유였지만 부속 창고는 마을 조합의 물건이었다. 두 건물을 함께 봉쇄하자는 경비대의 의견을 듣고 나는 반대했다. 조사 영장에 들어 있는 건 왕실 판독기와 관로였다. 조합 창고를 수색하려면 별도 근거가 있어야 했다. 상인들은 곧이어 자기 물건을 바깥으로 옮겼고, 우리는 왕실 초소만 조사할 수 있었다. 초소 진입 전에 브란트는 경비병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현장에서 출입을 통제하되 주민에게 함부로 검문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왕실 도로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하면 안 됩니까?” 젊은 병사가 물었다. “필요한 법적 근거가 있다면 요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늘은 시설 안전과 증거 보전이 목적입니다.” 내가 답했다. “누가 도망가면요?” “무엇을 했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초소 근처를 지나갔다는 이유로 달아났다고 쓰면 안 됩니다.” 브란트는 그 말을 받아 정식 현장 지침에 적었다. 나는 병사들에게 수색 대상과 무관한 주민의 소지품은 확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은 마을에서 '왕실 조사'라는 말은 순식간에 공포가 될 수 있었다. 조사를 시작하기 직전 초소 안에서 금속을 끌어당기는 소리가 났다. 병사들은 일제히 칼을 뽑았다. 그런데 문을 열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낡은 쇠사슬을 끌고 달아났다. 루카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범인이 이렇게 작을 수도 있군요.” “증거 인멸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워.” “그래도 도망가는데요?” “수색 허가에 고양이는 안 들어 있어.” 브란트가 칼을 집어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병사들 사이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그 소란 덕분에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초소 내부의 사슬 하나가 오래된 문을 따라 움직이는 구조였다. 누군가 문을 열 때 같은 소리가 날 수 있었다. 이 소리를 들었다고 반드시 판독기가 작동한 건 아닐 수도 있었다. 네일은 종루와 초소의 관로가 같은 음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누군가 수동으로 관을 쳐도 비슷하게 들렸다. 우리는 그 소리의 녹음 방법을 마련했다. 마법 기록석이 있었지만, 법정에서 기계식 기록과 독립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일반 청음 진술도 받기로 했다. 밤에 나디아는 주민들이 초소가 다시 열리면 세금도 되살아날까 봐 걱정한다고 전했다. 나는 조사 종료 뒤 복구되는 시설이 무엇이며, 어떤 권한도 자동으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것과 사라진 징세권을 되살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실내에는 먼지가 거의 없었다. 최근에 청소한 흔적이었다. 네일이 동력축을 확인하고 말했다. “부품 끝자리 07이 맞습니다.” “언제 끼웠습니까?” “설치된 상태로는 알 수 없어요. 나사를 풀어 재조립하면 흔적을 지울 수 있으니까.” 우리는 먼저 사진과 도면을 만들었다. 세르나는 검은 깃털 모양의 얇은 판을 찾아냈다. 판에는 다른 결제소의 사적 보관금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경고 문구가 있었다. 같은 장치가 타인의 돈을 옮기려는 데도 쓰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원래 용도와 현재 사용을 구분해야 했다. 옆방에는 길이 반쯤 닳은 장갑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노동자 등록번호가 안쪽에 적혀 있었다. 사망 처리된 열두 사람 중 한 명의 번호였다. 나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그 번호만 기록했다. 장갑이 오래전에 버려졌는지 최근에 쓰였는지도 감정해야 했다. 브란트가 장갑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죽은 사람이 여기 일을 했다는 겁니까?” “아니요. 등록번호가 이 물건에 남았다는 뜻입니다. 그것뿐입니다.” 네일이 톱니 옆 바닥에서 납작한 금속편을 주웠다. '07'이라는 숫자가 아주 작게 찍혀 있었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그것을 들어 보였다가 곧 손을 멈췄다. 숫자 하나가 같은 것이지, 초소의 부품임이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발견 위치와 각도를 기록했다. 그때 교역소의 어린 배달원이 창가에 얼굴을 내밀었다. 조사 때문에 어머니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도 대답할 수 있는 부분만 설명했다. 마을 조합 창고와 시장 영업은 조사 명령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 내일도 빵을 팔아도 돼요?” “예. 다만 길이 위험하면 조심해서 다녀야 합니다.” 소년이 돌아가자 브란트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도 확인해야 합니까?” “어른들은 조사 때문에 생활이 멈춰도 참고 기다릴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안 그렇죠.” 나는 창밖 시장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이 왕국의 재산을 찾는 일과 이 왕국의 하루를 지키는 일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벽 한쪽에는 초소 운영이 끝난 뒤에도 계속 돌아간 듯한 작은 톱니가 있었다. 전원을 끄자 좁은 서랍에서 영수증 종이가 한 장 밀려 나왔다. 날짜는 어제, 발신지는 왕궁 기록실, 목적지는 '영점 보관함'이었다. “영점이 뭡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세르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원문을 읽고 또 읽었다. “숫자 영이 아니라, 출발 지점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표준을 맞추는 원점이라는 표현에 가까워요.” 내가 괜히 '0번 보관함'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장소는 그때 처음 이름을 얻었다. 영수증의 마지막 줄에는 수취인이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미귀환 물품의 본인 확인 전 대리 보관'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사람의 귀환을 물품 반환처럼 처리하는 장부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무엇이 보관되었는지, 보관했다고 적은 것이 실제로 그곳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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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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