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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43화
PAYLUA ORIGINAL · 제43화

43화. 살아 있는 사망자들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76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의외로 종이가 많이 필요했다. 서류상 사망 처리된 노동자 열두 명의 명단을 책상 위에 펼쳤을 때, 나는 누가 살아 있고 누가 죽었는지 표시할 빨간 펜부터 내려놓았다. 빨간 표식 하나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사망선고가 될 수 있었다. 대신 '현장 확인', '유족 접촉', '확인 보류'라는 세 가지 칸을 만들었다. “열두 명을 하루에 다 찾으면 안 됩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찾는 건 하루에 할 수 있어도, 확인하는 건 다를 수 있지.” 라니아가 기다리던 가족들에게 차를 나눠 주었다.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칠십 가까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기 아들의 사망 통지서와 최근 받은 일용직 품삯 영수증을 나란히 놓았다. “제 아들은 여기 살아 있어요. 그런데 관청에선 이미 죽었다고 해요.” 나는 영수증부터 보지 않았다. 여성이 왜 지금 신고하러 왔는지부터 물었다. “지난번에 신고했더니 보상금을 받았냐고 묻더군요. 받은 적 없다고 했더니 거짓말이라더군요. 그래서 다시는 안 왔어요.” 그동안 우리는 오류를 수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류를 신고한 사람을 의심하는 관청이었을지도 몰랐다. “오늘은 사망 여부부터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보상금은 따로 조사하겠습니다.” 바넨이 증인으로 왔다. 그는 살아 있는 노동자의 고용번호가 죽은 사람 명단에 남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유력한 사례였다. 그렇다고 바넨과 같은 번호가 찍힌 모든 기록을 곧바로 같은 사람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과거 도장이 재사용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 출근표, 임금 수령 기록, 당시 동료의 증언을 나란히 정리했다. 오전이 끝날 때까지 네 사람의 생존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가족이 사망 사실을 전했고, 사망 시점과 실제 서류를 독립 확인해야 했다. 나머지 여섯 사람은 소재를 모르거나 이름이 다르게 적혀 있었다. 숫자 열둘은 그대로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상태만 더 복잡해졌다. 왕실 법전의 사망 등록 정정 규정은 오래되어 읽기가 어려웠다. 누군가 살아 있다고 증언하면 기록을 고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동시에 상속이나 보상금 정산이 끝났다면 별도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 두 절차를 한 장에 섞지 말라고 했다. “왜요? 이미 죽었다고 등록됐으니 돈 문제까지 같이 해결하면 되잖아요.” 루카스가 말했다. “돈 때문에 생존 확인을 늦추면 안 되니까.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돈을 돌려줄 능력과 무관해.” 라니아는 살아 있는 네 명을 위한 임시 확인서와, 지급된 것으로 표시된 보상금의 출납 조사서를 서로 다른 색 종이에 적었다. 돈을 받았다고 잘못 인정하게 될까 두려워 민원 창구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르마는 조사 대기실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서명하지 않았다는 자신의 진술이 여러 기관을 돌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같은 말을 반복시키지 않았다. 대신 새 자료에 관해서만 질문했다. “삼 년 전 이관표의 대리 보관이라는 문구를 누가 주로 썼습니까?” “내가 기억하는 건 보관 물품을 옮길 때였소. 돈을 지급할 때는 그런 말을 잘 쓰지 않았지.” “그럼 보상금 승인표가 그쪽으로 이동했다는 게 이상한 겁니까?” “이상하지만 틀렸다는 건 아니오. 규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소.” 노인은 자신의 말이 누군가의 혐의를 만드는 데 쓰일까 봐 조심했다. 나는 오히려 그 신중함이 고마웠다. 하르마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 “종이에 적힌 '사망'을 실제로 죽었다는 뜻으로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소. 원래는 계약 종료를 뜻하는 약어였을 가능성도 있지.” 우리는 그 가설을 확인하려고 옛 회계 용어집을 찾았다. 비슷한 표식이 '임금 지급 중단'을 뜻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해당 장부의 머리글에는 분명히 '사망 보상금'이 적혀 있었다. 단어의 의미를 일부러 혼용했는지 단순 입력 오류인지는 아직 몰랐다. 나는 하르마의 가설도 버리지 않고 검증 대기 목록에 남겼다. 에리카는 아버지의 기록 상자를 가져왔다. 화재 당시 보전된 반쪽 인수표와 오늘 확보한 임금표를 비교했다. 벨란 감사관이 죽기 직전 여러 번호에 동그라미를 쳤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중 하나가 바넨의 번호였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네요.” “뭘 알고 있었는지는 조금씩 확인되고 있어요.” “왜 죽은 걸까요?” 그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었다. 에리카도 알고 있었다. 다만 증거를 모아 갈수록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듯했다. 오후에 왕실 금고의 출금 대장을 열었다. 사망 보상금 명목으로 승인된 은화 마흔 닢. 문서에는 지급일이 적혀 있었으나 대조할 금고 출금 번호가 없었다. 승인란에 찍힌 인장은 하르마 명의 도장과 비슷한 형태였지만, 같은 것이란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승인됐으면 금고에서 돈이 나간 거 아닙니까?” 재무청 경리 담당자가 물었다. “아닙니다. 승인과 출금과 수령은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일이 세 배가 되겠군요.” “지금까지 안 따져서 문제가 세 배가 된 거겠죠.” 평소 내가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말이었다. 남을 공격하는 한마디는 듣는 사람에게 순간적으로 시원할 수 있다. 하지만 담당자의 얼굴이 굳는 걸 보고 후회했다. 그는 결국 열람 대장 전부를 꺼내 놓았다. 나도 표현이 거칠었다고 사과했다. 대장에는 은화 마흔 닢의 인출 기록이 없었다. 다만 '중간 지급 대행'이라는 도장이 찍힌 이관표가 한 장 발견됐다. 금고가 아닌 제삼 정산실로 승인 정보가 전달됐다는 뜻이었다. 돈도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라니아는 민원 창구 옆에 작은 안내문을 붙였다. '사망 처리 기록 정정은 보상금 수령 인정과 별개입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도 소문을 퍼뜨리지 않도록, 자신이 확인한 사실과 들은 말의 차이를 종이에 적게 했다. 해가 질 무렵 신발 수선공이 찾아왔다. 그는 사망 처리된 사람이 자신의 아내라고 했다. 그녀는 열 달 전에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삼 년 전 화재 당시에는 살아 있었고, 임금을 받기 위해 매일 창고에 나왔다. “왜 그 사람을 죽었다고 적었는지 알고 싶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뇨.” 그는 손가락을 비볐다. “살아 있던 그때 받은 품삯이 아직 밀려 있어요. 그걸 아이에게 주고 싶습니다.” 사망 처리 오류를 바로잡는 일과 체불 임금 청구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같은 일이었다. 우리는 무리하게 추가 증언을 요구하지 않고 정식 임금 청구를 접수했다. 사망 뒤의 적법한 상속 문제는 별도 상담으로 넘겼다. 오전에 확인한 네 사람 가운데 한 명은 한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었다. 그는 자기 이름 대신 고용번호를 먼저 말했다. 화재 이후 사람들이 그 번호로만 자기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본명은 따로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있죠. 그런데 부르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럼 원하시는 이름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일한 사실을 확인하는 번호는 별도 칸에 남기죠.” 그는 내 얼굴을 살폈다. “죽은 사람이라고 적힌 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채용 신청할 때마다 제가 설명을 해야 해요. 왜 죽은 사람이 일하러 왔냐고요.” 나는 그 말을 기록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임금만이 아니었다. 죽었다는 기록 때문에 지금 일을 구할 수 없는 상황도 함께 조사 대상이었다. 에리카는 노동청과 협의해 신원 대조 중임을 증명하는 임시 확인서를 발급하도록 제안했다. 최종 사망 등록 정정 전이라도,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지 않게 할 방법이었다. 다음으로 온 사람은 쉰 살의 여성 목수였다. 삼 년 전 화재 당시 그녀는 먼 친척의 장례를 치르느라 창고에서 쉬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휴무 기록을 사망 명단에 잘못 옮겼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임금 내역에는 화재 당일 야간 수당이 찍혀 있었다. “제가 없는 날 일했다고 적었다는 거예요?” “그렇게 보이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다른 분의 노동을 당신 번호에 붙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화를 내기보다 도끼 손잡이를 쥔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면 제 이름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못 받은 걸까요?” “그럴 가능성도 조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당신에게 돌릴 이유는 없어요.” 목수는 자기가 보관한 휴무 신청서 사본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나는 강제로 제출하라고 하지 않았다. 과거 서류를 다시 꺼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우리는 너무 자주 잊었다. 라니아는 대기실의 좌석 배치를 바꾸었다. 처음에는 남성과 여성이 섞여 줄을 섰는데, 죽은 것으로 처리됐다는 소문이 마을로 퍼진 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피했다. 그녀는 번호표를 창구 앞에서만 보여 주도록 바꾸고, 진술실은 닫힌 문 안에 마련했다. “사람이 죽은 걸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지만, 잘못된 사망 기록이 알려지는 게 싫을 수는 있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투명한 회계는 개인정보를 마구 공개하는 것과 다르다. 우리가 공개해야 할 것은 정부가 얼마나 지급했는지, 어떤 절차로 확인했는지이지 민원인 한 사람의 모든 사정은 아니었다. 저녁에는 신발 수선공의 아들이 작은 장화를 가져왔다. 어머니가 생전에 고치던 물건이라고 했다. 장화 밑창에는 왕실 군무청 납품 표식이 남아 있었다. 그 표식이 임금 청구의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납품처를 확인하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구두를 만지면서 약속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일한 사실을 확인하겠습니다. 그 결과를 먼저 설명드리고, 다음에 받을 돈이 있는지 따로 계산하겠습니다.” 아이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걸려요?” 그 질문에 선뜻 날짜를 말할 수 없었다. 법원의 답변, 고용기록 확인, 지급자료 대조가 남아 있었다. 대신 나는 그에게 현재 접수번호와 다음에 확인할 일을 적어 주었다. 언제까지 끝난다고 약속할 수 없을 때는,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하게 말해야 했다. 그들이 떠난 뒤 에리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저 사람들을 직접 만나셨을까요?” “명단을 봤다는 건 확인됐지만, 직접 만났는지는 모릅니다.” “언젠가 그걸 알게 된다면…….” 그녀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아버지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에 위로를 얹지 않았다. 죽은 사람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그때의 선택을 살아 있는 가족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산실에서 가져온 이관표를 확대해 보던 루카스가 한 가지를 발견했다. 지급 대상으로 적힌 일곱 번호 가운데 하나는 열두 사람의 명단에 없었다. 마지막 숫자가 서로 바뀐 두 사람이었고, 이름은 비어 있었다. 나는 그 번호를 곧장 추가 피해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입력 실수일 수도 있고, 별도의 계약자가 존재할 수도 있었다. “그럼 실수면 그냥 지워요?” “아니. 실수였는지 확인한 뒤 정정해야지. 누가 그 번호를 이용해 돈을 받았다면 더 큰 문제가 되니까.” 우리는 번호를 따로 봉인해 실제 노동자와 비교하기로 했다. 사망 처리된 열두 명을 찾는 일이 갑자기 열세 명의 사건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이름이 빠지는 곳에서는 언제든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있었다. 그날 확인된 액수는 은화 마흔 닢이 아니었다. 실제 돈의 행방은 여전히 공란이었다. 대신 서류 속 사망자 가운데 살아 있는 네 사람이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우리가 다 살았다고 한 번만 적어 주시오.” 바넨이 말했다. 나는 대조 기록에서 네 줄을 다시 썼다. '현장 생존 확인. 잘못된 사망 등록 정정 절차 개시.' 바넨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 나라의 금화보다 그 문장을 오래 쳐다봤다. 그때 정산실 이관표의 뒷면에서 얇은 실선이 발견됐다. 문서 운송 기계의 압흔으로 보이는 세 갈래 선. 하나는 왕궁 종루, 하나는 옛 조폐소, 마지막 하나는 북쪽 폐쇄 초소를 가리켰다.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남긴 종이가, 내가 돌아갈 곳을 찾는 지도로도 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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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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