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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42화
PAYLUA ORIGINAL · 제42화

42화. 돌아갈 곳에 붙은 청구서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08자

오프라인 책장
열하루 전 보존판을 교체한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출입증에는 '귀환 계정 관리 대행'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직책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 원칙을 삼십여 차례 반복한 것 같았다. 그래도 왕국의 관리들은 직책이 도장을 찍으면 책임도 함께 찍힌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출입증을 발급한 직원은 누굽니까?” 오렐이 두꺼운 관리 대장을 펼쳤다. “임시 증명서는 왕실 기록실에서 접수됐습니다. 저는 서류에 적힌 출입 구역만 확인했지요.” “그럼 오렐 님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급 원본을 확인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얼굴을 봤다면 기억할 수 있을 텐데요.” “얼굴을 못 봤다고 쓰시면 됩니다. 기억을 만들어 내지는 마세요.” 오렐은 대장 여백에 작은 글씨를 적었다. '전달된 출입증의 봉인만 확인. 소지자 얼굴 미확인.' 나는 그 서명이 예전에 들었던 어떤 확신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루카스는 대행이라는 글자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누가 귀환하는데 돈까지 받는 겁니까?” “계약의 실제 목적부터 확인해야지.” “저는 귀환하면 집으로 가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 나도 그래.” 한순간 내 집의 현관문이 떠올랐다. 오래된 자물쇠를 돌리면 금속이 딱 걸리는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들렸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무심코 수첩의 모서리를 접었다가 폈다. 내가 아는 가장 사적인 물건을 타인이 비용 항목으로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궁 기록실은 출입증의 원본을 내놓았다. 발급 기계의 일련번호는 세 번째 증명 판독기였다. 종루와 옛 조폐소에 남아 있던 장치와 같은 계열이었다. 다만 장치 한 대가 아닌 세 장소의 부품이 섞여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세르나는 그런 장치를 마계에서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검증자들이 여행할 때 신분을 대조하던 물건이에요. 원래는 여권 같은 기능이었죠.” “그럼 귀환 계정도 이동 기록입니까?” “그 이름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 다른 나라에서는 고향에 돌려보낼 물품을 보관하는 계정을 그렇게 부르기도 했습니다.” 에리카가 문구를 다시 읽었다. “그런데 왜 기억을 대가로 요구하죠?” 세르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정상적인 대조 수수료는 화폐나 일정한 증명 노동으로 낼 수 있어요. 핵심 기억을 통째로 요구하는 조항은 처음 봅니다.” 나는 내 손목을 바라봤다. 저울 무늬는 잠잠했다. 자동으로 떠오른 인증 요청을 다시 부르지 않았다. 그 요청을 열람하거나 수락하려면 내가 먼저 행동해야 했다. 이 선택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오후에는 새 청구서를 받은 시민들을 만났다. 빵집 노인은 불쑥 계산대 아래에서 포장된 빵을 꺼냈다. “조사관님은 언제 또 굶으실지 모르잖소. 받아 가시오.” “영수증을 쓰고 사겠습니다.” “선물하는 것까지 세금을 내라는 거요?” “제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직책인지부터 확인해야죠.” 노인은 한숨을 쉬고 빵을 다시 넣었다. 대신 자신이 받은 청구서와 증서 사본을 보여 주었다. 청구서에는 금액 옆에 '귀환 확인 유지'라는 문구가 있었다. 계약서 원본에서는 그 항목을 찾을 수 없었다. 세 가정의 청구 날짜는 같았고, 납부계좌는 모두 제삼 보증 결제소였다. 하지만 시민들이 납부한 돈이 실제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 푼도 내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나는 법원에 임시 청구 중지 요청서를 내겠다고 알렸다. 급한 경우 법률 상담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미 낸 돈이 있다면 환급 여부는 따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빵집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빵을 팔면 되는 거요?” “예. 일단 오늘 영업을 계속하셔야죠.” 그는 처음으로 웃었다. 피해를 본 사람이 일을 멈춰야만 진지한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왕실 기록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재무청 마당에서 길게 늘어선 줄을 보았다. 새 청구서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기존에 냈던 세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법률상 청구에 문제가 있는 돈과 적법하게 낸 거래세를 구별하는 일은 언제나 인기 없는 일이었다. “드래곤이 낸 것도 돌려주는 겁니까?” 누군가 소리쳤다. “카르디온이 낸 건 적법한 거래세입니다. 다른 청구가 문제라고 해서 그 납부가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왕이 낸 열두 금화는요?” “왕국의 약초방 매출에 대한 세금입니다. 마왕이 삼백 년 동안 모든 세금을 정산했다는 증거는 없고, 그 납부가 지금 조사하는 수수료를 정당화하지도 않습니다.” 질문한 상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마왕도 영수증이 있어요?” “있습니다.” “마왕이 왕국에 와서 그걸 보여 달라고 하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적법한 대리권을 확인하고 보여 드려야죠.” 사람들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하지만 질문의 핵심은 우스운 데 있지 않았다. 누구든 권리와 의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 그것을 유명하거나 무서운 사람에게만 적용하면 세금은 법이 아니라 공포가 된다. 마당 한쪽에는 나디아의 지인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받은 청구서를 벽에 붙이고 장부를 펼쳐 보였다. 강제 집행이란 말이 무서워 은화 두 닢을 보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송금 전표와 실제 입금 확인을 따로 받았다. 종이에 '납부 완료'가 찍혀 있더라도 수취 장부와 대조해야 했다. “보낸 사람은 저고, 받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제삼 결제소로 적혀 있군요. 실수령 계좌의 명의와 인출 권한은 추가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제가 낸 건 확실하죠?” “전표로는 송금 지시가 확인됩니다. 실제 계정에 입금됐는지는 은행 협조가 필요합니다.” 상인은 답답해했다. 나는 그 표정을 이해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자기가 돈을 냈다고 인정받는 일이었다. 회계의 정확함은 때때로 사람에게 너무 차갑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고 그에게 없는 확신을 주면 더 큰 피해가 생긴다. 그날 저녁 국왕에게 보고하러 갔다. 아델리온은 서류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귀환이라는 단어에 백성이 돈을 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약속을 믿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도 그렇게 믿소?” “저도 돌아가고 싶습니다.” 왕은 잠시 나를 바라봤다. “나라를 살린 뒤에 떠날 생각이오?” “나라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없이도 장부가 돌아가게 만드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 답을 조금 슬픈 표정으로 들었다.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대신 떠날 가능성을 말하는 관리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가 초소를 조사할 비용을 승인했다. 조사비는 왕국 긴급 법원 예산에서 집행되고, 실제 사용액은 영수증을 붙여 공개하는 조건이었다. “단 하나만 약속하시오.” “무엇입니까?” “당신이 여기서 사라진다면, 그 이유만큼은 기록으로 남겨 두시오.” 나는 무심코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그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사라짐을 선택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살아 있는 동안 적어 놓을 수는 있었다. 왕궁에서 나오며 에리카를 만났다. 그녀가 내가 받은 조사 예산표를 보더니 말했다. “국왕께서 드디어 당신을 믿으시네요.” “왕이 저를 믿는 것보다 지출 증빙을 믿는 게 더 낫겠죠.” “당신은 가끔 사람 마음에도 계정 번호를 붙일 것 같아요.” “아직 그럴 만한 법 조항을 못 찾았습니다.” 그녀가 웃었다. 마계 장부를 펼칠 때도 웃지 않던 에리카였다. 나는 잠시 말없이 같이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여기서 쌓이는 관계가 서로를 없애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날 처음으로 조금 알 것 같았다. 북쪽 초소 조사 승인서에는 비용 한도와 인원수까지 적혀 있었다. 나는 로웬에게 경비병을 몇 명 데려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필요하면 서른 명이라도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면 서른 명의 급식비와 말 사료는 누가 계산합니까?” “왕실에서 내겠지.” “왕실에는 아직 그렇게 쓸 여유가 없습니다. 안전에 필요한 인원부터 계산하죠.” 브란트가 현장 위험도를 보고 여섯 명의 경비병과 구조 인력 두 명이면 기본 경계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나는 그 판단을 존중했다. 돈을 아낀다는 핑계로 사람의 안전을 깎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왕은 조사 목적, 수색 범위, 경비 교대 방식이 적힌 계획서를 승인했다. 준비를 마친 뒤 나는 수첩의 한국 관련 페이지를 열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통화한 날을 적으려 했으나 날짜가 선명하지 않았다. 음성의 따뜻함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는데, 그날의 날씨가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그 빈칸에 억지로 숫자를 채우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음.' 그 세 단어를 적고 나니 가슴 한쪽이 아렸다. 이곳에 온 뒤 누군가에게 기억을 빼앗겼다고 확신하는 순간, 내 과거의 모든 빈칸이 범죄 현장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세계에 오지 않아도 잊는다. 무엇이 마법의 대가였고 무엇이 자연스러운 망각인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를 수 없었다. 에리카가 문에서 멈춰 섰다. “또 수첩을 쓰고 계세요?” “잊지 않으려고요.”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모든 것을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날 아침에 무슨 빵을 먹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러면 그날이 사라진 겁니까?” “아뇨. 저는 그날 아버지를 기다렸어요. 그건 여전히 사실이에요.” 나는 수첩을 닫았다. 기억을 지키는 일이 기록 한 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누구였는지 되찾으려는 동안,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적어 둘 수 있었다. 그날 밤 왕실 기록실의 출입 기록을 대조하던 루카스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뛰어왔다. 열하루 전 출입증은 기록실 기계에서 출력됐지만, 출력 승인 신호는 왕궁 바깥에서 들어왔다. 외부 중계 장치의 위치는 북쪽 통행소였다. 그곳에는 오래전에 폐쇄된 징수 초소가 있었다. “거기까지 선이 이어져 있었어요?” “지도에는 없어요. 그런데 선로 점검표에는 있습니다.” 루카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항목은 '제삼 회귀 경로'였다. 나는 회귀와 귀환을 같은 말로 옮기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록을 작성한 언어에서 두 단어가 다를 수 있었다. 세르나가 원어를 대조하더니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나는 물건의 반송, 다른 하나는 사람의 귀환이에요. 고의로 섞어 놓았어요.” 누군가 창고 물품을 돌려보내는 정산 절차를 사람의 운명에 붙이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북쪽 초소의 현장 조사 요청서를 작성했다. 에리카가 내게 물었다. “정말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예.” 그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만난 사람을 도구로 쓰고 싶진 않습니다.” “그 대답은 서로 모순되지 않나요?” “모순일 수도 있죠. 그래도 지금은 둘 다 진심입니다.” 그녀는 내 진술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왕국의 공문서에 남길 종류의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자정 무렵 법원이 임시 청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세 가정에 대한 강제 집행과 신규 귀환 수수료 청구는 본안 판단 전까지 멈췄다. 그날 집행이 멈춘 청구액은 합계 은화 여섯 닢에 불과했다. 이미 송금 지시를 한 사람의 실제 입금·환급 문제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 돈을 붙들고 있을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해졌다. 나는 국고를 구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내 고향을 돈으로 바꾸려 하는지 조사하고 있었다. 문서를 봉인한 뒤 창문을 열었다. 북쪽 산맥 너머에는 불빛이 하나 보였다. 폐쇄된 초소에 불이 켜질 리 없었다. 브란트가 보초를 세우러 나가며 말했다. “저 불빛은 열하루 전부터 밤마다 켜진답니다.”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열하루 전부터 봤다는 목격자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보존판 교체일과 겹치는 날짜가 우연이기만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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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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