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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38화. 서명한 적 없는 서명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38자

오프라인 책장
'외부 검증자'라는 두 단어가 적힌 보증 카드를 손에 넣은 뒤, 나는 잠깐 웃었다. “왜 웃으세요?” 루카스가 물었다. “세상에는 이름을 적어야 할 칸에 직책을 적는 사람이 참 많아.” “그게 문제입니까?” “나중에 책임을 물을 때 직책은 대답하지 않거든.” 우리는 카드의 발행 시기를 먼저 확인했다. 빵집 노인의 증서는 삼 년 전 왕실 신용 보전 약정 이후에 판매되었으나, 카드에는 더 오래된 규격의 검은 깃털 네 개가 찍혀 있었다. 카드가 오래된 것이 아니라 낡은 서식을 재활용한 것일 수도 있었다. 법정은 민사 조정과 행정 기록의 교차 검증을 허락했다. 단, 투자자의 이름과 주소는 비공개로 하고 발행번호와 인쇄 특성만 대조할 수 있게 했다. 리엔은 조건부로 사본을 제공했다. 자신이 서명한 뒤 발행됐다는 카드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저 카드를 발행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결제소 명의로 발행된 것까지 부인하십니까?” “아닙니다. 내 서명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 구분은 기록하겠습니다.” 동판 감정 결과는 우리를 다시 옛 조폐소로 이끌었다. 빵집 노인의 카드에 남은 작은 별 모양 흠집은 삼 년 전 사용된 복제판의 흔적과 비슷했다. 다만 동일판이라고 확정할 만큼 고유하지는 않았다. 네일은 이 사실에 오히려 안도했다. 자신이 다루지 않은 판이 존재한다는 주장만으로 결백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하나의 기계가 모든 카드를 찍었다고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쇄기를 조사하다 보면 인쇄공만 범인으로 몰리기 쉬워요.” 그가 말했다. “그래서 지시 원본과 실제 부품 반출 기록을 함께 보는 겁니다.” 서명 도장 하나를 조사하려면 잉크와 인장뿐 아니라 종이를 받는 사람의 동선까지 살펴야 했다. 나는 왕실 보존고와 옛 조폐소, 지하 정산실을 오간 운송 기록을 한 줄씩 정리했다. 같은 운반인이 하루에 세 곳을 들렀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동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실제로 물건을 들고 갔다는 인수증은 마지막 장소에 없었다. “운반했다는 사람이 거짓말한 걸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목적지에 아무도 없어서 반송했을 수도 있지. 짐을 무슨 창고에 맡겼는지도 확인해야 해.” 왕실 마구간의 보관 장부를 뒤지자 반송품을 잠깐 맡기는 칸이 있었다. 문제의 날, 작은 금속상자가 그 칸에 놓였다가 다음 날 다시 반출됐다고 적혀 있었다. 이름은 없고 왕실 인장 번호만 남았다. 우리는 그 인장 번호를 실제 발급대장과 대조했다. 인장은 유효한 번호였다. 그러나 사용하는 사람이 정당한 권한을 가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나는 유효한 인장을 가진 사람이 언제 어디서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조사 요청서를 냈다. 비난할 사람을 고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물건이 실제로 움직인 경로를 찾기 위한 절차였다. 네일은 금속상자의 무게가 이상하다고 했다. 동판 세 개가 들어가기에는 무거웠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자가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오래된 마구간 서랍에는 같은 번호의 운송장이 있었지만, 상자 자체는 없었다. “이렇게 오래된 사건이라서 증거가 다 사라진 거겠죠.”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남은 증거도 있어. 오늘 네가 찾은 반송 기록처럼.” 그의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사라진 물건만 세면 이 사건은 처음부터 해결할 수 없다. 살아남은 기록들을 서로 대조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밤에는 보존고 앞에 누군가 쪽지를 붙여 놓고 갔다. '지하실을 열면 왕국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협박처럼 보였지만 누가 붙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브란트는 출입 기록을 수집하고 쪽지를 증거로 보전했다. 나는 그 문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논쟁에 끼어들지 않았다. 에리카는 쪽지를 읽으며 말했다. “저 사람들이 우리가 겁먹기를 바라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 위험을 알리려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조사를 멈춥니까?” “아니요. 안전 계획을 고칩니다.” 우리는 지하에서 동시에 일하는 인원을 줄이고, 종루 쪽 관에는 별도 진동 감지기를 설치했다. 불이 나면 문을 잠그지 않고 사람이 먼저 빠져나올 동선을 정했다. 삼 년 전의 화재를 조사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같은 방법으로 갇혀서는 안 되었다. 하르마는 그 안전 계획서를 읽고 뜻밖의 요청을 했다. “안에 남은 종이보다 먼저 나를 데리고 나와 주겠다고 적어 주시오.” 나는 그 문장을 직접 추가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이름도 지우지 않고 같은 줄에 넣었다. 증거는 다시 만들 수 없을지 몰라도, 사람을 버리며 지키는 기록은 기록이 아니라 핑계일 수 있었다. 왕실 보존고의 감정서도 도착했다. 삼백 년 전 서식의 본문 종이와 최근 덧쓴 이름 칸의 잉크는 시기가 달랐다. 최근의 먹은 삼 년 전 재무청에서 흔히 쓰던 계열과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글씨를 쓴 사람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고대 계약 자체가 위조된 게 아니라, 현대에 누군가 이름을 적었을 수 있다는 거군요.” 에리카가 말했다. “맞아요. 그 이름이 왜 적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나는 세르나에게 같은 형식의 마계 서식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원본의 빈칸을 보여 줬다. 마계 기록에는 네 번째 깃털 칸 옆에 '대조 결과 승인'이나 '대조 결과 보류'를 선택하는 문구가 있었다. 어느 쪽을 택해도 소유권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누군가 '승인'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아니면 당신의 거절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 세르나가 답했다. 그 말은 이상했다. 누가 거절을 원한다면 왜 기억을 대가로 인증을 요구했을까? 기계가 내게 보여 준 문구는 고대 절차의 정확한 번역이 아닐 수도 있었다. 게다가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종루 아래 정산실의 구조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하르마는 몸을 추스른 뒤 참관인으로 왔다. 그는 낡은 출입구가 어릴 때부터 폐쇄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삼 년 전에는 수리공들이 드나드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브란트는 경비병 두 명을 각각 다른 입구에 세우고 시간표를 적게 했다. 관통하는 구리 관에 일정한 세기로 진동을 보내면 지상의 종루에서 매우 약한 네 번째 울림이 들렸다. 울림을 키우는 공명기가 천장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원리가 확인됐습니다.” 정비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난번 그 순간에 실제로 이 장치가 작동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어요.” 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진술서에 넣었다. 정산실 책상 아래에는 봉인된 작은 문서함이 있었다. 법원 명령 범위 밖의 사적인 기록이 들어 있을 수 있어 열지 않았다. 대신 외부 표시와 보관 위치만 기록하고 열람 확대 신청을 냈다. 문서함을 개봉하기 전, 법정 참관인들은 각자 본 봉인 상태를 그림으로 남겼다. 작은 흠집 하나를 두고도 다툼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엔은 결제소의 보관권 주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지만, 원본을 임의로 옮기지 않겠다는 서약은 지켰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도 결제소의 명령을 받고 있습니까?” “자동 통지서는 도착합니다.” “누가 작성합니까?” “그걸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군요.” “부끄럽다고 해서 아는 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통지서의 수령 시각과 전달 경로를 남겨 주세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낡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수신인이 리엔이 아니라 '제삼 결제소 관리 대리인'으로 적혀 있었다. 직책만 있고 이름은 없었다. 그녀는 그 봉투가 매번 같은 창구에서 왔다고 했다. “발신 창구를 확인합시다.” 그 창구는 왕실 우편소와 상단의 공동 접수창이었다. 우편소는 봉투를 누가 넣었는지 기록하지 않았으나, 접수료를 낸 계정번호는 남아 있었다. 우리는 서류의 진위를 확인받고 그 번호를 실제 납부 계정과 대조할 절차를 시작했다. “이런 걸 찾으면 범인이 나오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어쩌면. 아니면 그냥 수수료를 낸 사람만 나올 수도 있어.” “그래도 한 칸씩 줄어드네요.” “맞아.” 문서함을 열기 전에 네일은 또 한 가지를 설명했다. 옛 인쇄기는 기계적으로 문장을 찍었지만, 서명처럼 보이는 도장을 찍는 부분에는 별도 금속 원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 인쇄된 본문과 서명 도장까지 같은 장치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해야 했다. 그 말은 하르마에게 중요한 의미였다. 자신의 이름이 찍혔다고 해서 자기가 승인한 것이 아니라는 진술을 기술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장을 분리해 비교하자는 감정인의 계획을 승인하되, 원본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한했다. 하르마는 처음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당신들은 왜 이렇게 느리게 일하오?” “빠르게 사람을 죽었다고 적은 기록을 고치고 있으니까요.”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심문실에서 긴장을 풀기 위해 지은 웃음인지, 정말 마음이 놓여서인지 묻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록을 확보하는 일이 내 몫이었다. 그때 하르마가 문서함 아래의 표식을 보고 얼굴이 굳었다. “저건 사망자 보상금 대장에 쓰던 봉인이오.” “어떻게 아십니까?” “내가 직접 대조했으니까.” 그는 자신의 오래된 근무증을 꺼냈다. 삼 년 전의 대조소 직책은 일반 서기였다. 그러나 근무증 뒷면에는 분실 처리된 증명도장 번호가 찍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지금 문서함의 번호와 같은지 두 사람에게 따로 확인시켰다. 번호가 일치했다. “하르마 씨가 이걸 여기에 둔 겁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아니오. 마지막으로 본 건 화재 전날이오.” 그가 답하면서 손을 떨었다. “그 상자 안에 서명한 기록이 있다면, 그 서명은 내 것이 아닐 거요.” 나는 이제 그가 왜 '서명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말을 썼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검증자라는 이름이 누군가의 허락 없이 다른 이에게 넘겨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재판관의 서기가 물었다. “하르마의 서명이 가짜라면 그가 담당하던 모든 기록을 지워야 합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이 실제로 대조한 기록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짜 서명 하나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진짜 기록까지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지우는 일이 더 어렵겠군요.” “맞습니다. 바로 그래서 지우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 거죠.” 하르마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일할 때는 손가락으로 이름 칸을 짚으며 대조했다고 했다. 한 명의 고용번호를 읽고, 실제 노동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다시 수령인을 확인했다. 누군가 그 일을 서명 도장 하나로 대신하려 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다. 에리카는 확인 문구를 새로 만들었다. '서명 진위 감정 진행 중. 원본 자료는 보전. 개인의 생사와 지급 권리는 별도 검증.' 나는 그 문장을 법정 제출 서류의 첫머리에 붙였다. 단 한 줄의 문장이 급한 사람들을 늦출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한 줄이 사람을 다시 죽은 것으로 만들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 법원은 날이 저물기 전에 한정 개봉을 허락했다. 브란트가 입회했고, 리엔과 세르나도 봉인 상태를 확인했다. 문서함 안에는 금화가 없었다. 대신 짧은 결재문 하나가 들어 있었다. '확인하지 않은 사망을 승인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르마는 서명을 보자마자 눈을 감았다. 나는 그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떠나지 않았다. 대신 법원 서기에게 자신의 실제 필적 표본을 내겠다고 했다. “누가 내 이름을 썼는지 몰라도, 내 손이 무엇을 쓰지 않았는지는 보여 줄 수 있소.” 나는 그의 말을 기록했다. 그 말은 아직 감정 결과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려는 사람의 정당한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 아래, 하르마의 이름을 흉내 낸 듯한 서명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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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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