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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4화
PAYLUA ORIGINAL · 제34화

34화. 아홉 금화의 하루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681자

오프라인 책장
노인의 종이 한 장이 발견된 날, 왕국의 급식소에는 밀가루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 두 사건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내게는 같은 날 벌어진 일이어서 더 잊기 어려웠다. 우리는 삼백 년 전 계약의 비밀을 찾는 동안, 오늘 저녁 아이들에게 빵을 주는 일을 놓칠 뻔했다. 메라는 빈 밀가루 자루를 뒤집어 보여 주었다. “어제까지는 가루가 남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바닥이 보였어요.” “구매 발주는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발주서는 있는데 담당자가 예산 승인 도장을 기다리래요.” 나는 급식소의 공급계약과 지출 결재 상태를 확인했다. 승인 도장은 이유 없이 늦어지고 있었다. 재무청 담당자는 왕실에 큰 사건이 생겨 결재가 밀렸다고 해명했다. “큰 사건 때문에 작은 사람이 굶는 걸 당연하게 만들지 맙시다.” 로웬은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재무청 전체가 법정 보전금 260금화를 두고 매일 논쟁하느라 실제 운영비가 얼마 남았는지 보지 않고 있었다. “봉인된 돈을 쓰면 안 된다면서, 쓰라는 돈은 어디에 있소?” “확인된 일반 세입과 의회가 승인한 지출 예산부터 봅시다. 260은 여기서 빼야 합니다.” 나는 해당 주 시장 등록·점포 허가 수입의 실제 납부 영수증을 대조해 달라고 했다. 상인에게 새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이 아니었다. 이미 징수되었고, 특정 용도로 묶여 있지 않으며, 환급 청구와 소송 가압류가 없는지를 확인하자는 뜻이었다. 에리카와 루카스는 각자 다른 경로로 수납표를 확인했다. 재무청의 총계는 금화 아홉 닢, 세관의 입금 확인은 아홉 닢, 은행 보관증도 아홉 닢이었다. 이번에는 적어도 세 장의 종이가 같은 돈을 가리켰다. “드디어 어떤 숫자가 셋 다 같습니다!” 루카스가 박수를 쳤다. “박수는 의회 승인까지 받은 뒤에 치자.” 우리는 아홉 금화 중 급식소 긴급 식량 구입과 체불 임금 시범 지급에 쓸 수 있는 한도를 확인했다.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건너뛰지 않기 위해 그날 오후 긴급 예산 심의를 열었다. 이미 납부된 마왕의 12금화나 용의 7금화 4은화를 또 새 수입처럼 더하지 않았다. 그 세입은 별도의 장부에 기록돼 있었다. 라니아가 심의장 앞에 섰다. 그녀가 근로자들에게 직접 들은 사정을 설명했다. “사망 처리되었다는 이유로 급료를 못 받은 분이 있어요. 아무도 돌아가신 걸 확인하지 않았는데 장부에서는 이름이 없어졌고요.” 한 의원이 물었다. “그렇다면 보상금을 먼저 줘야 하지 않겠소?” “근거 없는 보상금을 임의로 지급하자는 게 아닙니다. 확인된 근무일의 임금 일부를 적법한 예산으로 선지급하는 방안입니다.” 내가 말했다. “나라가 원래 주기로 한 돈이면 왜 다시 심의를 합니까?” “지출 계정이 말라 있고 지급 대상도 잘못돼 있었으니까요.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이 나가면 두 번째 문제가 됩니다.” 심의 끝에 긴급 식량 구입에는 금화 두 닢, 확인된 체불 임금의 부분 지급에는 금화 여섯 닢, 남은 한 닢은 필수 행정비로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의회가 승인한 것은 지출 한도였다. 실제 결제는 별도 검수와 수령 확인 뒤 진행하도록 했다. “왜 전부 임금에 주지 않습니까?” 바넨이 뒤쪽에서 물었다. “내일도 급식소가 문을 열어야 하고, 지급 확인서를 만드는 직원도 일해야 해서요. 다른 긴급 예산의 재원을 확인하는 동안 필요한 운영비입니다.” 그는 한참 나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받을 품삯보다, 우리 애가 저녁을 먹는 게 더 급한 날도 있지.” 예산 심의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반발한 사람은 왕실 구매관이었다. 그는 모든 물건을 정해진 공급처에서 사야 한다며, 급식소가 직접 밀가루를 고르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좋습니다. 그 규정이 지금도 유효한지 보죠.” 왕실 구매 조례에는 긴급 재난 구호용 물품을 신속하게 사들일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다만 두 곳 이상의 견적과 사후 공개가 필요했다. 메라는 동네 제분소 두 군데의 가격을 이미 알아 왔다. “여기는 더 싼데 배송이 내일이고, 저기는 조금 비싸도 저녁에 올 수 있어요.” “그럼 오늘 저녁 필요한 양과 내일 이후 쓸 양을 나눠 사는 편이 낫겠습니다.” 메라는 감탄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빵을 얼마나 만드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녀는 실제 솥 크기와 아이들이 먹는 분량을 설명했다. 급하게 샀다가 남아서 썩히면 저렴한 공급가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루카스가 배식표를 펼쳤다. 전날 굶은 아이 수와 오늘 지원 대상 수를 세었다. 그는 한 아이가 아침과 저녁 두 번 왔다며 중복 신청을 의심했다. 메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아이가 배고파서 두 번 온 거예요. 사람을 두 번 적었다는 뜻이 아니에요.” 나는 루카스에게 물었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건 사람 수야, 빵 수야?” 그는 당황해서 표를 다시 봤다. “빵 수부터요. 사람이 두 번 먹으면 빵이 두 개 필요하죠.” “맞아. 지출 감사가 복지 대상을 줄이는 핑계가 되면 안 돼.” 그날 급식소의 예산표에는 '이용자 수'와 '배식 횟수'를 따로 적었다. 메라는 처음으로 서류가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은화와 금화의 환산이었다. 일부 의원은 금화 아홉 닢이 너무 적어 긴급 지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금화 한 닢이 은화 열 닢이라는 통용 회계 단위를 확인하고, 실제 제분소가 은화로 얼마를 요구하는지 물었다. 가격을 비교할 때 단위를 섞으면 누구에게나 유리한 속임수를 만들 수 있었다. “백성들이 매일 물건을 살 때는 은화를 쓰지 않나?” 아델리온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재정표에 금화만 쓰면 작은 금액이 사라져 보입니다.” 국왕은 앞으로 큰 예산은 금화와 은화를 함께 병기하라고 했다. 나는 먼저 시험 운영해 보고 오류를 수정하자고 권했다. 한 번의 명령으로 모든 문서 양식을 바꾼다면 담당자들이 더 많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심의장 밖에는 임금을 받기 위해 며칠째 기다린 노동자들이 모였다. 라니아는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돈을 받는 순서가 정해지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번호가 확실한 순서인가요? 먼저 신고한 순서인가요?” “근무일과 미지급 기록이 확인되고 지급에 동의한 사람을 우선하겠습니다. 다만 다음 회차 신청도 계속 열어 두고요.” 한 남자는 자기는 글을 모르니 늘 순서에서 밀린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신청서 대필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그때 필요한 독립 확인 절차를 설명했다. 라니아는 직접 신청서를 읽어 주었다. 그는 종이 끝에 손가락 도장을 찍었다. 얼마 뒤 임금 지급 절차에서 그가 은화 세 닢을 받게 되더라도, 나는 그 돈을 왕국을 구하는 영웅의 전리품처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이미 그가 번 돈의 일부였다. “남은 건 언제 주십니까?” “확정된 금액과 재원을 따로 확인해 공개하겠습니다. 오늘 영수증은 남은 돈을 포기한 서류가 아닙니다.” 그는 내 얼굴을 오래 보더니 도장 찍힌 종이를 품에 넣었다. 예산 심의가 끝난 뒤에도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았다. 메라는 저녁에 빵을 구웠다. 공급자는 납품 수량과 품질을 확인받았고, 재무청은 실제 대금을 정산했다. 화려한 국고 회복 선언은 없었다. 대신 급식소 굴뚝에 연기가 올라왔다. 임금 지급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최초 명단에 서른세 명이 있었지만 실제 지급 증빙까지 맞춰 본 사람은 스무 명이었다. 모두 세 금화가 아니라 은화 세 닢씩 부분 지급하기로 했다. 한 사람당 은화 세 닢, 스무 명이면 은화 예순 닢, 즉 금화 여섯 닢이었다. 총 체불액을 탕감하는 조건은 붙이지 않았다. “여기에 서명하면 남은 돈은 못 받나요?” 한 노동자가 물었다. “아닙니다. 받은 부분만 영수증에 적습니다. 남은 급료와 다툼은 그대로 남습니다.” 라니아는 소리 내어 읽고,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독립된 확인자를 붙였다. 한 명은 이름이 틀렸다며 지급을 미뤘다. 우리는 '스무 명 지급 예정'이라는 말을 그 자리에서 '열아홉 명 지급, 한 명 정정 대기'로 고쳤다. 실제 지급된 돈은 은화 쉰일곱 닢이었다. 나머지 은화 세 닢은 같은 지정 계정에 남겨 두었다. 루카스는 숫자를 여러 번 계산했다. “의결은 금화 여섯 닢, 실제 지급은 금화 다섯 닢 은화 일곱 닢이고, 은화 세 닢이 남은 거죠?” “맞아. 마지막 한 사람의 확인이 끝나면 다시 기록하자.” 그는 '완료' 도장을 찍으려다 손을 멈췄다. 그런 작은 멈춤이 나는 기뻤다. 그날 밤 국왕은 급식소에 찾아와 빵 한 조각을 받았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왕실 재정이 좋아졌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예산 공개표를 걸겠다고 약속했다. 그날 회계 담당자들은 의회 공고문에 실제 지급 시각을 표시했다. 승인과 지급을 같은 색으로 칠하지 않고, 돈이 남은 금고의 보관번호도 별도 적었다. 상인들이 게시판 앞에서 한참 계산하다 돌아갔다. “처음으로 내 장부와 나라 장부를 비교할 수 있겠군.” 한 상인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공개 재정표가 가지는 의미를 조금 실감했다. 그동안 왕국의 숫자는 높은 사람들만 읽을 수 있는 주문 같았다. 이제 사람들은 그 숫자가 틀리면 직접 질문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다음 주에 확인하겠다고 했다. “내가 국왕인데도 내 말을 검사할 생각인가?” “폐하께서 직접 승인하신 절차입니다.” 아델리온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웃었다. 돌아오는 길에 에리카가 물었다. “오늘은 검은 깃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네요.” “그렇다고 계약이 사라지지는 않았죠.” “하지만 급식소는 열렸어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덧붙였다. “아버지는 큰 사건이 생길수록 작은 영수증부터 보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보존고의 새 인수표를 다시 펼쳤다. 아버지의 '서명 보류'와 네 번째 검증자의 빈칸이 같은 의미라면, 그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 권한 없는 결제를 승인하려 할 때 정식 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을 지킨 행동이었을지도 몰랐다. 메라가 새 밀가루를 받아 들고 돌아온 다음 날, 급식소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빵을 받은 아이들이 자기 차례가 언제인지 묻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는 줄에 끼어들지 못하면 그날 먹을 것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라니아는 종이에 이용 시간을 적어 붙이자고 제안했다. 메라는 시간표만 붙이면 늦게 오는 아이는 또 굶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간표를 두되 늦게 온 아이를 위한 소량의 예비분을 남기기로 했다. 실수와 낭비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지, 마지막에 오는 사람을 잘라내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장부에 없는 아이도 빵을 먹을 수 있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긴급 급식은 아이가 장부에 올라 있는지보다 지금 먹어야 하는지가 중요해. 다만 예산을 세울 때는 실제로 얼마나 먹었는지 세어야지.” 메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빵 두 개를 내밀었다. 하나는 루카스의 손에, 다른 하나는 내 손에 주었다. 나는 배식 대상이 아닌데 받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급식소 시식용으로 이미 장부에 적어 놨다고 했다. “이제는 제가 장부를 못 속이겠네요.” 우리는 웃었다. 내게는 그 빵이 어떤 마법 장치보다 따뜻했다. 그 순간 세르나에게서 마계 원본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봉투에는 밀랍 봉인이 두 개 붙어 있었다. 하나는 마왕 아자르켄의 인장, 다른 하나는 카르디온의 오래된 용비늘 인장이었다. 드래곤과 마왕이 같은 문서에 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나는 봉투를 열기 전, 그 봉투가 누구 손을 거쳐 왔는지부터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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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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