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정산실 안에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브란트는 즉시 철문을 열자고 했다.
그 판단에는 동의했다. 다만 무너질 수 있는 천장을 확인하고 구조 인력을 먼저 들여보내야 했다. 법정의 증거 보전 명령보다 사람의 생명이 앞서지만, 그 말이 아무 준비 없이 경비병을 밀어 넣으라는 뜻은 아니었다.
“안에 누구 있습니까? 다쳤습니까?”
문 안쪽에서 짧은 기침이 들렸다.
“사람 하나. 물이 필요해.”
세르나가 마계식 언어로도 물었다. 상대는 왕국어로만 대답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쉰 목소리였다. 정비사들은 내부 걸쇠에 닿을 수 있는 작은 보수구를 찾았다. 누군가 밖에서 열어 준 것이 아니라, 문을 닫고 걸쇠가 내려가면 내부에서도 고장이 잦은 구조라고 했다.
“여기 들어간 사람이 제 발로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루카스가 속삭였다.
“나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들어 봐야지.”
구조 인력이 서둘러 보수구를 분리했다. 비틀린 경첩에서 쇳가루가 쏟아졌다. 우리는 모두 뒤로 물러섰다. 문이 열리자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밀려왔다. 안에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양손에 종이뭉치를 안고 있었고, 무릎 옆에는 작은 등불이 남아 있었다.
브란트가 그를 부축하려 하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종이는 가져가도 되지만 이 사람들 이름은 읽지 마시오.”
“누구 이름입니까?”
“살아 있는 사람들 이름이오.”
그는 입술이 갈라져 있었다. 나는 우선 물과 치료사를 불렀다. 동행한 법원 서기는 구조 상태와 서류 발견 장소를 기록했다. 말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하고 정식 진술은 몸이 회복된 뒤 받기로 했다.
노인의 이름은 하르마였다. 예전에 왕실 문서 대조소에서 일했으며, 삼 년 전에는 폐쇄된 정산실이 실제로 사용됐는지 확인하려다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는 왜 오늘 이곳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짧게 답했다.
“누가 문 밑으로 종이를 밀어 넣었소. 나보고 가져가라고. 안에는 내가 찾던 이름이 있었지.”
“누가 밀어 넣었습니까?”
“못 봤소. 내가 들어왔을 때 문은 열려 있었으니까.”
나는 그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하르마가 직접 종이를 넣었을 수도 있었다. 그가 거짓말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뜻이었다.
그가 안고 있던 종이는 사망 보상금 신청인의 식별표였다. 열두 줄에 나뉜 기록 중 절반은 이름이 중간에서 잘려 있었다. 그중 하나에 바넨의 오래된 고용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기록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죽었다고 말하지 맙시다.” 나는 말했다.
“그러면 뭐라고 말해야 하오?” 하르마가 물었다.
“죽었다고 처리된 것으로 보이는 고용번호가 있습니다. 실제 사람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르마는 한동안 나를 보더니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말하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지.”
“누구입니까?”
“벨란 감사관.”
에리카는 숨을 멈췄다. 나는 그녀에게 자리를 비켜도 된다고 했으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르마에게는 지금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우리는 종이의 원본 여부를 감정하도록 넘기고, 비공개 고용번호 대조를 진행했다. 하르마가 치료를 받는 동안 에리카와 나는 노인이 안고 있던 종이의 가장자리부터 살폈다. 적힌 이름보다 먼저 종이가 어떤 방식으로 묶였는지가 중요했다. 종이에는 작은 바늘구멍이 다섯 개 있었고, 다른 원장에도 같은 간격의 구멍이 있었다. 누군가 여러 장을 끈으로 꿰었다 풀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루카스가 그 구멍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렇게 묶여 있으면 진본인가요?”
“아니. 원래 한 묶음에 들어 있었는지 알아볼 단서일 뿐이야. 가짜도 구멍은 낼 수 있어.”
에리카는 보관고의 같은 시기 서류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는 군무청 노동자 근무 배치표였다. 바늘구멍의 간격은 비슷했으나 종이 재질이 달랐다. 반대로 사망 보상금 신청서의 양식은 거의 같았다. 우리는 어느 한 쪽이라고 결정하지 않고 섬유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는 사이 라니아가 상담 창구에 찾아온 한 여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은 것으로 기록됐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문을 닫아 달라고 했다. 라니아는 본인 확인 절차를 안내했고, 에리카는 기록에 접근하는 담당자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여성은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의 고용번호 일부를 알려 주었다.
“저는 죽지도 않았고, 도망가지도 않았어요. 그때 아이를 낳으러 잠깐 고향에 갔을 뿐인데 월급이 끊겼습니다.”
“출산 휴가가 있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습니까?”
“돈을 안 준다는 편지밖에 없어요.”
나는 편지를 접수한 날짜와 실제 근무 여부가 언제까지 확인되는지 물었다. 그녀는 사망 처리 여부를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녀가 원할 때 검증 결과를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모든 서류 오류가 거대한 음모라는 우리의 기대를 조금 눌러 주었다. 때로는 경솔한 담당자의 잘못된 분류 하나가 사람을 지울 수도 있다. 그것도 고쳐야 할 잘못이었다.
저녁에는 바넨의 동료 목수 두 명이 찾아왔다. 처음에 그들은 바넨을 돕고 싶다며 무조건 서명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본 날짜와 기억하지 못하는 날짜를 분명히 나눠 달라고 했다.
“그날은 내가 나무를 잘랐고, 바넨은 수레를 고쳤소.” 첫 번째 목수가 말했다.
“다음 날도 같이 있었나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두 번째 목수는 작업표의 잉크를 확인했다. 자기 필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그 진술까지 붙였다. 두 명이 같은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있어도 기억이 서로 다를 수 있었다. 사실에 맞게 기록된 작은 어긋남이 나중에는 자료 전체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에리카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낮게 말했다.
“아버지도 서류가 맞아 보인다는 이유로 금액을 통째로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곤란한 사람이 많았겠죠.”
“당시에는 저도 아버지가 너무 깐깐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나를 돌아봤다.
“이제 와서 이해하게 되는 게 얄밉네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사람이 남긴 원칙을 깨닫는 것은 기쁜 일이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눈가를 문지른 뒤 다시 종이를 펼쳤다.
“바넨의 이틀을 증명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그때 급식소에 있던 메라예요.”
메라는 오래된 배식표를 가져왔다. 출근한 노동자들에게 나눠 준 빵 수량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는 바넨의 고용번호와 날짜가 남아 있었다. 배식표 하나만으로 출근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목수의 공동 작업표와 맞물리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던 사람이 그날 실제로 작업장에 있었다는 정황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라니아는 열두 명의 신청자에게 개별 안내를 보냈다. 명단에 없는 사람도 신청할 수 있고, 서명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문구를 넣었다.
“한 장의 명단이 또 다른 명단을 만들고 있네요.” 루카스가 말했다.
“처음에는 누가 밀린 임금을 받아야 할지조차 몰랐으니까.”
라니아는 사망 처리 기록과 실제 사망신고를 별도 표로 만들었다. 신고가 존재하는 것과 보상금이 지급됐다는 것은 달랐다. 우리는 이 둘을 같은 표시로 칠하지 않았다.
먼저 바넨의 번호와 일치하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그에게는 직접 통지했다. 바넨은 서류를 보더니 건조하게 웃었다.
“내가 죽었는데 작년에 제 목수세를 걷어 갔군.”
“목수세가 적법했는지도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그건 됐고, 내 밀린 품삯부터 적어 주시오.”
그는 자기가 실제 근무한 날을 말했고, 라니아는 급여대장에 남은 일수와 비교했다. 두 수치는 처음에는 맞지 않았다. 바넨은 이틀을 더 일했다고 했고, 군무청 기록에는 그때 그가 이미 사망했다고 기재돼 있었다.
“죽은 사람은 못 일한다는 뜻이군.” 그가 중얼거렸다.
“장부에는 그렇게 적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일하셨다는 기록이 더 필요합니다.”
다음 날 현장 동료가 공동 작업표를 가져왔다. 종이에 적힌 목재 반출량과 바넨의 서명이 남아 있었다. 그 이틀을 일했다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자료였다. 우리는 임금 인정 여부를 심의에 올리고, 그가 사망 처리된 탓에 수당 심사에서 빠졌을 가능성을 따로 기록했다.
그 사이 사망 보상금 기록도 나타났다. '지급 승인' 옆에 은화 사십 닢이 적힌 항목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지급 증빙란은 비어 있었다. 루카스는 처음에 사십 닢을 빼돌린 범인이 있다고 흥분했다.
“승인됐으면 나갔을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또 같은 실수를 해. 승인과 출금은 달라.”
“우리 나라 장부는 왜 항상 돈이 가기 직전에 멈춰 있죠?”
“그 질문은 좋다. 멈춘 지점을 확인하자.”
재무청 지급계에서 같은 번호를 조회하자 세 가지 다른 상태가 나왔다. 신청서 접수, 지급 승인, 대리 수령자 등록. 마지막 칸에 서명은 있었지만 실물을 받았다는 수납증은 없었다. 나는 '대리 수령자 등록'이 진짜 당사자의 위임을 받았다는 뜻인지 확인하자고 했다.
명단에 등장하는 사람 중 두 명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떠나 연락이 끊겼다. 한 명은 사망 사실을 가족이 확인해 주었지만 정부 명단의 고용번호가 달랐다. 또 한 명은 자신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열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사람의 선택도 존중했다. 조사 명분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들춰 낼 권리는 없었다.
그 무렵 왕궁 밖에서는 또 다른 소문이 퍼졌다. 재무청이 사망 처리된 사람들에게 보상금 금화를 쏟아붓는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확인된 것은 고용기록의 오류 가능성과 지급 승인 문서 일부뿐이었다. 보상금이 전부 지급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나는 게시판에 짧은 정정문을 붙였다. '확인 중인 고용기록과 사망 보상금 신청 기록은 별도 사건입니다. 개인정보와 유족 보호를 위해 상세 명단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상인 하나가 따졌다.
“왜 죽은 사람 이름은 감추고 살아 있는 우리한테만 세금 내라고 합니까?”
“세금은 법에 따라 발생한 거래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사망 보상금 대상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는 불만스럽게 돌아섰다. 설명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누군가의 개인 정보를 대가로 내놓아야 공정하다고 믿게 하고 싶지 않았다.
라니아는 그날 밤 상담 창구의 잠금장치를 한 번 더 확인했다. 창고에서 지워진 이름이 이번에는 공개 게시판에 내걸려 상처가 되는 일을 막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근로자 가족의 편지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어떤 편지에는 이름 대신 '직장을 잃은 사람'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편지의 존재를 사건 기록에 포함하되 내용은 열람 제한을 걸었다. 언젠가 법정에서 필요한 증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누군가의 두려움을 정당한 기록으로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르마는 치료를 받고 다시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원본 대조소의 정식 검증자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검증자의 서명 유무를 비교하는 서기였소. 그 자리에 앉은 적이 있을 뿐이지.”
“그렇다면 문 아래로 나온 쪽지의 문장을 누가 썼습니까?”
“내 손으로 썼소. 삼 년 전 벨란 감사관이 하던 말을 적었지. 내가 세워진 기록을 없애려던 사람들을 겁주고 싶었소.”
그의 고백으로 종이가 어떻게 나왔는지 일부 설명됐다. 그러나 왜 하르마가 바로 그날 정산실에 있었고, 방에서 누가 종을 울렸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르마는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양쪽에서 찢어져 반만 남은 인수표였다.
'문서 상자: 고용번호 대조 원본. 인수인: 서명 보류.'
서명할 자리에 검은 먹물이 여러 번 칠해져 있었다.
“벨란 감사관이 사망하기 직전, 이걸 사무실 책상에 놓고 갔소. 서명 없는 인수표가 사람을 구해 줄 수도 있다고 했지.”
나는 에리카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 서류에 손대지 않은 채 아버지의 필적을 묻지 않았다.
“진본인지 먼저 알아봐 주세요.”
그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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