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종소리가 울린 뒤에도 왕궁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숫자를 말했다.
오렐은 네 번 들었다고 했다. 에리카는 셋째 소리 뒤에 금속을 긁는 듯한 짧은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브란트가 데려온 종루 당직자는 단호하게 둘이라고 말했다. 그날 밤 정해진 타종은 둘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첩을 펴서 세 가지 진술을 나란히 적었다.
'들린 소리 네 번. 예정된 타종 두 번. 종루 당직자 확인 필요.'
루카스가 내 어깨너머를 들여다봤다.
“네 번 울린 게 맞잖아요. 저도 들었어요.”
“네가 거짓말한다는 뜻이 아니야. 실제로 몇 번 쳤는지, 어디서 울렸는지는 다른 질문이지.”
“그냥 종을 보러 가면 안 됩니까?”
“가자. 하지만 종에 죄를 뒤집어씌우지는 말자.”
그 말에 루카스가 작게 웃었다. 오렐은 웃지 않았다. 세 번째 종이 끝나고 짧은 울림이 이어질 때 보존고 바닥이 떨렸다는 것이다. 삼 년 전에도 그랬다고 했다. 당시에는 벨란 감사관이 사망한 창고 화재 직후였다.
나는 그 시점을 정확히 물었다.
“화재 직후라는 건 다음 날입니까, 같은 날입니까?”
“사흘 뒤였소. 당시 당직일지에 적었지.”
“그 일지가 남아 있습니까?”
“그게 문제요. 남아 있는데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았소.”
오렐은 종루 계단 옆의 작은 문을 열었다. 문에는 왕실 행사용 종을 관리하는 조례가 붙어 있었다. 국왕의 생일, 큰 전쟁의 승전, 시장 개장. 모든 타종에는 이유가 있어야 했다. 이유 없는 네 번째 소리를 규칙이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종루 당직자는 기름 묻은 손으로 일지를 꺼냈다. 예정된 타종 두 번, 실제 망치 동작 두 번. 브란트가 당직자의 말을 받아 적었다. 에리카는 오래된 유지보수 대장부터 살폈다. 나는 소리가 울렸다고 주장하는 네 명에게 각각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어디에 있었고, 어디서 소리가 왔는지 표시하게 했다.
“왕궁 안에 수사관이 생기니 종도 진술서를 쓰는군.” 로웬이 중얼거렸다.
“종은 쓰지 못하죠. 그래서 사람이 더 정확하게 써야 합니다.”
일지는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필적이 차례로 이어지는 형식이었다. 삼 년 전 사흘 뒤 페이지에는 오렐의 서명이 있었다.
'정규 타종 세 번. 불명 진동 한 차례. 보존고 벽면에서 진동 확인.'
국왕은 기록을 보더니 얼굴이 굳었다. 아델리온은 그때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벨란 감사관의 죽음에 대해 사실상 통보만 받았다고 했다.
“내가 직접 종을 울리라고 명한 적은 없다.”
“폐하께서 그러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직 없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국왕이 부인한 사실은 기록하되 무고함까지 인정할 수는 없었다. 왕실 명령과 왕궁에서 일어난 사건은 늘 같은 것이 아니었다.
보존고로 돌아왔을 때 봉인된 등록 서식은 그대로였다. 세 번째 깃털 옆 빈칸이 미세하게 어두워 보였지만, 그건 촛불 때문일 수 있었다. 내 손목의 저울 문양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일부러 진실의 장부를 호출하지 않았다.
“인증을 하지 않으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영원히 모를 수도 있어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왜 안 하십니까?”
나는 한국에서 돌아갈 집의 현관을 떠올리려 했다. 비밀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의 순서가 희미했다. 어느 날 그 장면이 통째로 사라진다면, 집이 있다는 사실조차 남지 않을지 몰랐다.
“나 혼자 비싼 값을 치러서 얻은 대답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증거가 안 된다면, 먼저 다른 방법을 다 써 볼 거야.”
에리카는 그 말을 듣고 봉인 서식의 외관 감정부터 신청했다. 종이의 생산 시기, 최근 덧쓴 글씨, 네 번째 깃털 자리의 마법 잔류 여부를 독립된 감정인 둘에게 따로 맡기는 방식이었다. 감정인은 서로의 결과를 미리 볼 수 없게 했다.
문을 닫으려는데 세르나가 왕국식 망토를 털며 들어왔다. 그녀는 종소리의 얘기를 듣더니 손바닥만 한 검은 돌을 꺼냈다.
“마계 국경 사무소에도 같은 모양의 소리가 있다. 삼백 년 전 조약의 대조기다. 서로 다른 두 기록을 동시에 제출했을 때만 울리게 설계되었다.”
“그럼 우리 기록이 어디선가 대조됐다는 뜻입니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 돌은 지금 작동하지 않는다. 소리만으로 누가 무엇을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세르나는 검은 돌을 상자에 넣었다. 마계가 가진 원본 서식의 반쪽을 정식 외교 절차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녀의 말은 믿을 만했지만 기록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가져올 물건이 어떻게 운반되고 누가 봉인을 확인할지까지 적었다.
그때 로웬이 낡은 목판을 하나 가져왔다. 왕궁 종루의 근무자를 배정하던 표였다. 삼 년 전 네 번째 울림이 있었다는 날, 종루 담당자의 이름 옆에는 파견 사유가 적혀 있었다.
'서류 화재 복구 지원.'
“종을 치는 사람이 왜 화재 복구를 도왔습니까?” 내가 물었다.
“종루 아래 창고가 당시 임시 기록실이었으니까.” 로웬이 답했다.
오렐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삼 년 전 보존고가 복잡하게 돌아간 이유가 설명된다는 것이다. 화재로 젖은 문서들을 말리기 위해 종루의 넓은 방을 빌렸고, 조폐소 기계 기술자가 건조 장치를 점검하러 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 기사가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상했다.
나는 인원 배치표에 적힌 임시 기사 인건비를 조회했다. '지급 승인'이라는 글자만 있고, 실제 수령 서명은 빈칸이었다. 당시 담당자가 무상으로 일했다는 뜻도, 돈을 빼돌렸다는 뜻도 아니었다. 지급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이렇게 다 빈칸인데 어떻게 나라가 돌아갔을까요?” 루카스가 말했다.
“돌아가긴 했겠지. 다만 누구에게 비용을 떠넘기며 돌아갔는지 모르고 있었던 거야.”
나는 표를 봉인하고 임금 대조 대상에 추가했다. 우리가 찾는 검증자와 화재 당시 사라진 노동자가 같은 사람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빈 서명란을 보자 가슴이 서늘했다. 누군가가 돈을 받고 했을 일을 누군가의 사라진 이름으로 처리했을 수도 있었다.
에리카는 그날의 조사 메모 마지막에 직접 문장을 적었다.
'종은 몇 번 울렸는가'보다 '그 종을 울리는 데 누가 필요했는가'를 확인한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펜을 내려놓았다. 새로운 진실의 장부를 열지 않아도 사람들은 조금씩 질문을 바꿀 수 있었다.
그날 아침 네 번째 소리의 정체를 좇던 우리는 시장에서 돌아오는 라니아를 만났다. 그녀는 삼 년 전 사망 처리된 노동자 명단을 비공개로 확인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장부에서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
“얼마나 신청했습니까?”
“열두 명이요. 하지만 열두 명 모두 사망 처리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냥 확인이 필요한 분들이죠.”
“좋습니다. 신청과 오류 확인도 나눠 주세요.”
나는 임금 상담 창구에 신분 대조용 작은 칸막이를 설치하고, 신청 서류를 보존고 사건 자료와 분리 보관하도록 했다. 성급한 명단 공개가 두 번째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직자의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종루의 정기 유지보수를 맡은 시계공 마넬을 불렀다. 은퇴를 앞둔 그는 허리를 굽히기도 전에 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십 년 동안 이 종을 다뤘소. 종은 속이지 않소.”
“그렇다면 종이 아닌 데서 소리가 났을 수 있겠군요.”
마넬은 분한 표정으로 도면을 살폈다. 그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종이 소리를 만드는 데는 망치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큰 청동이 울릴 때, 주변의 얇은 금속판도 공명할 수 있다. 왕궁 지하에 금속판이 있었다면 위층 사람은 종루의 소리로 착각할 수 있었다.
“그건 가설 아닙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맞다. 가설이니까 실험하러 온 거다.”
마넬은 종루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안전 확인을 받고, 작은 추를 줄에 매달았다. 정규 종이 손상되지 않을 정도로만 흔들자 두 번째 계단 뒤쪽에서 작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추를 멈추고 귀를 대더니 말했다.
“금속이 더 있군. 종 아래에 하나 더.”
나는 실험 시각과 추의 무게, 소리가 들린 위치를 적었다. 지금 실험이 삼 년 전 사건의 재연이 아니라고도 적었다. 사람은 한 번 알게 된 설명을 과거 모든 장면에 끼워 맞추고 싶어 한다. 내가 한국에서 세무조사를 할 때도, 누군가 영수증에 날짜를 잘못 적었다는 사실만으로 대규모 탈세의 범인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를 많이 봤다.
종소리의 출처를 찾으면 범인도 찾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종을 사람이 울렸는지, 장치가 울렸는지는 조사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었다.
한편 보존고 앞에는 기자처럼 생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왕국에 기자라는 직업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매일 새로운 사건을 알아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네 번째 종소리를 '마왕의 왕위 징발 신호'라고 불렀다. 누군가는 드래곤이 왕궁을 공격할 거라는 소문까지 퍼뜨렸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상인 하나가 내게 물었다.
“오늘 확인한 것은 정규 타종 횟수와 사람들이 들은 소리의 차이뿐입니다. 마왕이 종을 울렸다는 자료는 없습니다.”
“그럼 아무것도 모르신다는 소리요?”
“아는 부분을 알려 드린 겁니다. 모르는 부분까지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고요.”
그는 못마땅하게 돌아섰다. 하지만 다음 사람이 질문할 때는 '마왕이 울린 종' 대신 '출처를 조사 중인 울림'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관계를 지키는 일은 소문을 한 번에 없애는 마법보다 느렸다. 그래도 작동했다.
저녁에는 수첩을 다시 펼쳤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틀린 신고서의 숫자를 고쳐 주며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고객은 그날 집에 가서 가족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그 목소리는 떠올랐다. 하지만 얼굴은 흐릿했다. 나는 기억나는 말만 적었다. 누구였는지 억지로 채우지 않았다.
'나는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장부를 여는 대가가 기억이라면, 거절하는 데 필요한 것도 기억이었다. 누군가에게 증거를 남기라고 말해 왔으면서 정작 내 삶에 대해서는 거의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나는 날짜 대신 '종이 네 번 울렸다고 사람들이 말한 날'이라고 적었다. 그것만은 잊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점심 무렵, 브란트가 종루 아래에서 찾아낸 것을 보여 줬다. 금속 조각도 주문서도 아니었다. 왕실 오래된 배관도였다. 종루 밑에서 보존고로 이어지는 구리 관 하나가 지도의 아래쪽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 관을 따라가면 소리가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있겠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아마. 먼저 관이 아직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자.”
에리카는 지도의 제작 연도를 읽었다.
“삼 년 전이 아니라 삼백 년 전이네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의 끝을 짚었다. 구리 관이 도착하는 곳에는 왕궁 방 번호 대신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제삼 정산실. 검증자 출입구.'
루카스는 지하실 표지에 찍힌 네 번째 깃털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나는 그 손을 가볍게 막았다. 감정 전인 종이 위에 지문을 남기면 나중에 설명이 복잡해진다. 소년은 사과한 뒤 자신의 수첩에 같은 모양을 그렸다.
“제가 오늘 기억할 수 있는 건 이거뿐일지도 몰라요.”
“그거면 충분해. 정확히 본 만큼만 기록했잖아.”
나는 괜히 마음이 쓰였다. 내게는 잊는 일이 점점 두려운 문제가 되었지만, 루카스는 자기 눈으로 본 것을 남기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기록은 언제나 완벽한 기억의 복사본일 필요는 없었다. 지금 확인한 사실을 내일의 사람에게 건네는 약속이면 됐다.
나는 봉인 서식이 있던 책상과 지도의 방 위치를 번갈아 봤다. 세르나도 입을 다물었다. 왕실 종루의 네 번째 소리는 어쩌면 위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땅 밑에서 누군가, 오래된 장부를 흔들었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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