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서 상자에 사망 처리된 노동자 명단이 있었다는 증언을 들은 밤, 나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에리카의 아버지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분명해진 일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는 장부 속 사람을 지우고 그 빈자리에 돈을 쌓아 왔다. 왕위 담보 계약의 숫자와 노동자 명단이 같은 기관을 거쳐 갔다면 둘을 따로 보아서는 안 됐다.
나는 이셀이 기억하는 이름 세 개를 적어 라니아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단, 공적인 기록과 자발적 진술을 연결하는 일만 맡겼다. 유족을 찾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거죠.” 라니아가 말했다.
“맞아요. 이 일 때문에 또 누군가 직장을 잃으면 안 되니까요.”
그녀는 명단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한 이름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북문 창고에서 손가락을 다친 뒤 일을 그만둔 목수 바넨. 그는 삼 년 전 화재 당시 물자 반출을 본 인물이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연락을 취해 자발적 확인을 요청했다.
바넨을 찾기 전에 라니아가 먼저 경고했다. 목수들이 일하던 시장에서는 그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둘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바넨은 작년에 북쪽 도시로 이주했다. 나는 처음부터 고용번호와 출생지, 당시 채용 구역을 확인했다.
“그걸 다 확인하고 나면 사람이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돌지 않겠어요?” 라니아가 물었다.
“그래서 비공개로 문의해야죠.”
우리는 사망 처리된 노동자 명단을 전체 공개하지 않았다. 문서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고, 누군가 실제로 사망했을 경우 유족에게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자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열람 범위를 제한하고, 바넨 본인이 요청하면 자신의 정보에 관해 정정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장부가 공개된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네요.”
“맞아. 숫자를 공개할 때 사람 이름까지 아무렇게나 펼쳐 놓으면 안 되지.”
그는 한참 생각하다 초록색 종이로 가림판을 만들었다. 재정 공개표에서는 사람 이름 대신 번호가 보이게 하고, 실제 당사자만 본인 번호와 대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장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작하기 좋다고 말했다. 에리카도 보관 규정을 더해 주었다. 누가 언제 어느 명단을 열람했는지 기록하도록 했다.
라니아는 완성된 가림판을 보고 말했다.
“이제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찾을 수 있겠네요. 다른 사람 이름은 함부로 못 보게 하고요.”
그녀는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장부를 공개한다는 말이 모든 비밀을 없앤다는 뜻은 아니었다. 책임을 묻는 데 필요한 부분과 지켜야 할 부분을 구분하는 일도 공정함이었다.
바넨은 사망 처리 기록을 듣고 분노했다.
“멀쩡히 살아 있는데 내가 죽었다고?”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름표를 봤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당시 고용계약서와 산재 진단서 사본을 제공했다. 사람이 같은 이름일 수도 있었으므로 출생지와 채용 날짜를 대조해야 했다. 바넨은 한참 뒤 담담하게 말했다.
“죽었다고 적으면 밀린 품삯은 못 받나요?”
“당연히 그런 걸로 권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런 처리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는 문을 닫기 전 손가락이 굽은 손을 들어 보였다.
“내 손가락이 구부러진 건 눈에 보이지만, 장부에서 죽었다는 건 처음 들어 봤소. 사람은 참 이상하게도 두 번 다칠 수 있군.”
그날 저녁 세르나가 네 번째 깃털 표식에 관한 감정 의견을 가져왔다. 왕국도 마계도 공식 보증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중재 등기소의 옛 기호라는 것이다. 고대 조약의 분쟁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제삼 기관이 존재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현재 어떤 사람이 그 권한을 이어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리엔이 그 등기소 사람입니까?” 내가 물었다.
“확인되지 않았다. 표식의 물질은 오래됐지만 소유권 증서도 위임 기록도 없다.”
카르디온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용의 답장은 길었다. 그는 삼백 년 전 조약이 체결될 때 인간이 금화의 순도를 낮춰 마계를 속이려 했고, 마계는 약초를 인도하지 않고 장부에만 납품 완료라고 적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나라 모두 상대방을 믿을 수 없어서 제삼의 검증자를 불렀다고 했다.
“그 검증자는 드래곤입니까?” 루카스가 편지 첫 줄을 읽고 물었다.
“아니. 카르디온은 그때 아직 동굴을 지키던 신탁 관리인이었다고 적었네.”
용은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덧붙였다.
‘검증자는 돈을 세는 자가 아니라 약속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자였다. 약속을 판결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 돈을 가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는 검증자가 아니다.’
나는 카르디온에게 개인 소유의 납세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그의 정식 거래세 납부 7금화 4은화와 신탁 보유금은 서로 다른 장부에 기록돼 있었다. 용은 그 구분을 이해해 준 인간이 드물었다며 무심한 듯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럼 용이 우리 편인가요?” 루카스가 물었다.
“진실이 밝혀지는 쪽에 서는 것과 우리 편이 되는 건 달라.”
세르나는 서신을 읽은 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마계의 선조들이 만든 조약이 훗날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그는 반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래된 조약을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었다.
“역사보다 더 정확한 것은 사람들의 현재 서명입니다.” 내가 말했다.
“너희 인간은 서명이 너무 많다.”
“마계는 도장부터 너무 많고요.”
우리는 잠깐 웃었다. 그 웃음이 오래가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책임 있는 당사자로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보다 확실해졌다. 용은 우리가 보내온 탁본을 보고 삼백 년 전 국경 조약의 중재인을 떠올렸다고 답했다. 그 존재는 인간과 마족이 서로의 화폐 가치를 믿지 못하던 시절, 거래가 실제로 이행됐는지 기록하던 기관이었다.
“그럼 세금을 걷는 기관은 아니었군요.”
“중재인은 왕도 마왕도 아니다.” 세르나가 말했다. “그러니 법을 만들어 징수할 권한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증하는 자가 걷는 자가 되는 순간 장부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오래된 조약의 중재 조항 원문을 대조했다. 네 번째 깃털은 결제 내역을 확인할 권한을 나타낼 뿐, 돈을 직접 보관하거나 국가 세금 징수를 넘겨받을 권한은 없다고 적혀 있었다. 보관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당사자 승인과 공개 계정이 필요했다.
이 사실은 중요했다. 검은 깃털 대리인에게 권한이 없다는 의혹뿐 아니라, 그 대리인이 기대었다는 더 오래된 표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법정에서 리엔은 옛 등기소의 규칙이 왕국 내 상법으로 일부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 리엔은 나를 복도로 불렀다. 처음으로 그녀 얼굴에 피곤함이 드러났다.
“당신이 보관금의 실제 소유자를 밝혀 내면 사람들이 돈을 요구할 겁니다.”
“정당한 권리가 있다면 그래야겠죠.”
“그중 일부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다른 일부는 자기 돈을 맡겼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지요.”
“그럼 그들의 상속인이나 법정 대리권자를 확인해야 할 겁니다. 공개할 필요 없는 이름은 보호하고요.”
그녀는 창밖을 봤다. 왕궁 앞에는 빵집 노인과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자자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가 시선을 피했다.
“당신은 왜 내가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당신을 죽일 수도 있어요.”
나는 그 말을 경고로 적었다. 직접적인 위협인지, 막연한 위험에 대한 충고인지 지금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래도 목숨에 관한 말은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브란트에게 통화 내용을 알리고 증인이 될 수 있는 서기에게 기록 보존을 요청했다.
리엔은 자리를 떠나면서 작은 서류봉투를 남겼다. 안에는 제삼 결제소가 사용하는 ‘감독 책임 면제’ 서식이 있었다. 하단의 검은 깃털 네 개 중 세 개는 인쇄돼 있었고 마지막 한 개만 빈칸이었다.
“이거 하나 때문에 서로 다투는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작은 빈칸이 큰 권한을 만든다고 누군가 믿게 했겠지.”
나는 그 봉투를 사적 증거 제출로 접수했다. 빈칸이 누구 이름으로 채워지는지 확인하는 일이 이제 남았다. 실제로 오래된 상법에는 민간 보증인의 분쟁 중재를 인정하는 조항이 있었다. 나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공적 징세권 양도와 사적인 돈의 보전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재판관이 물었다.
“당신의 결제소가 가진 가장 강한 권리는 무엇입니까?”
리엔은 한동안 침묵하다 대답했다.
“우리는 분쟁이 끝날 때까지 돈을 보관할 권리를 주장합니다.”
“그 권리는 어떤 원본 서명에서 나왔습니까?”
“원본이 없어진다면 보관 기록이 대신합니다.”
“그렇다면 보관 기록도 검증하겠습니다.”
법정은 보관 권한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을 명령했다. 한편 실제 피해자 환급과 노동자 임금 문제를 위해 원본 명세를 개인정보 보호 조건으로 대조하도록 했다.
그날 저녁 왕국에서 최초의 공개 재정 대조회가 열렸다.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카르디온이 자신의 거래세 납부 7금화 4은화가 공고문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용의 사절이 가져온 편지에는 엄숙한 요구가 적혀 있었다.
‘드래곤이 낸 세금도 인간의 세금과 같은 칸에 기록하라.’
“용은 보통 세금을 안 내지 않나요?” 루카스가 물었다.
“우리 왕국에서 실제 소매 거래를 했다면 내야 할 수 있지. 용이 직접 납부한 건 맞잖아.”
에리카는 수납 원장에서 그 금액을 찾아 표준 거래세 항목에 포함했다. 다만 개인 납세자 이름은 일반 공개표에서 제외했다. 카르디온이 공개를 요청했더라도 다른 납세자의 정보까지 공개할 수는 없었다.
용은 답장을 보내 왔다. 금화와 은화로 납부했는데 인간들은 왜 그 위에 은화 몇 닢을 더 적느냐는 항의였다. 알고 보니 재무청의 표에서 금화 단위로 환산한 소수 표시를 잘못 읽은 것이었다.
“금화 7.4닢은 금화 일곱 닢과 은화 네 닢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적어 보내자 루카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드래곤도 소수점을 싫어하네요!”
“틀리게 적으면 사람도 싫어할 거야.”
왕궁에 도착한 용의 두 번째 답장은 뜻밖에도 짧았다.
‘숫자가 맞다면 불만 없다. 다만 내 이름을 세금 포스터의 광고로 사용하지 마라.’
나는 그 편지를 증거철이 아니라 민원 답변철에 꽂았다. 마왕도 용도 남의 광고 모델이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공정한 세무 행정은 괴물의 권리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이상한 교훈이 남았다. 재무청은 8,000금화 상계가 현금 수입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설명했다. 최근 열두 달 방벽 유지료 승인 720, 실제 출금 480, 마계 수령 확인액 0이라는 숫자도 나란히 제시했다. 조폐소에서 실제 보전 확인된 금화 260닢은 누구의 소유인지 미확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누군가 물었다.
“그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책임을 정확한 사람에게 묻기 위해 구분하는 겁니다.” 내가 답했다.
또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왕실이 망한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돌릴 거잖소!”
국왕이 직접 앞으로 나왔다.
“그럴 권리는 없다. 국가가 빌린 돈을 백성의 잘못으로 만들지 않겠다.”
그 말이 진심인지 판단하는 건 듣는 사람의 몫이었다. 나는 그가 다음 달에도 같은 표를 공개할 수 있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회의가 끝날 즈음 에리카는 바넨의 계약서 사본을 들고 왔다. 사망 처리된 노동자 명단의 취업번호와 바넨의 채용번호가 일치했다. 단순 동명이인이 아니었다. 실제로 살아 있는 노동자가 서류상 사망한 것으로 적혔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면 보상금이 어디 갔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먼저 지급 기록부터요. 실제로 돈이 나갔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때 진실의 장부가 내 시야에 불쑥 나타났다. 이번에는 내가 부르지도 않았다.
[검증 대상이 접근했습니다.]
[계약의 네 번째 증인은 현재 같은 도시 안에 있습니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이건 정밀 열람이 아니라 경고처럼 떠오른 짧은 문구였다. 내 손목의 저울은 미세하게 떨렸다.
누군가 삼백 년 전 조약의 이름 없는 증인 자리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왕성 안에 있었다.
제2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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