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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27화
PAYLUA ORIGINAL · 제27화

27화. 장부가 돌아온 곳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6,065자

오프라인 책장
왕실 군무청의 서류 보관실 번호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화를 낸 사람은 루카스였다. “조폐소까지 갔다 왔는데 다시 왕궁이라니요! 저희가 원을 그리고 있어요.” “회계 장부는 원을 그리기도 해. 정상적인 결제도 그렇지.” “그럼 여기까지 걸어간 제 발은요?” “발은 국고에 비용 청구할 수 있어. 근거와 요금이 있으면.” “저도 영수증이 되나요?” “네 신발은 증거가 되겠지.” 에리카가 웃다가 급히 표정을 가다듬었다. 우리는 군무청에 정식 자료 요구서를 보냈다. 직무상 비밀이 포함될 수 있다는 답이 왔으므로, 금전 결제와 관련된 한정 범위만 먼저 신청했다. 금전 장부를 찾는다고 군사 작전 기록까지 들출 권리는 없었다. 레온하르트 군무차관은 우리를 본청 회의실로 불렀다. 그는 지난번보다 훨씬 차분했다. 레온하르트는 벽에 걸린 오래된 국경 지도를 가리켰다. 삼 년 전 적군이 침입한다는 소문이 돌자 군무청은 물자를 비축했고, 지방 창고들이 급히 증축됐다고 했다. 나는 그 사정이 원장 오류의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모든 서류를 면죄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결재가 빠르게 돌아가야 하오.” “그럴수록 나중에 누가 결재했는지 남겨야 합니다.” “그때 본관 인장실은 밤마다 불이 켜져 있었지. 보증인 대리도 군무청과 왕실 사이를 뛰어다녔소.” “직접 만난 적 있습니까?” “얼굴은 여러 번 보았지만 이름을 들은 기억은 없소.” 나는 그 진술을 별도로 기록했다. 군무차관이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이 거짓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류상 권한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이 의도적으로 남지 않았다는 현실도 있었다. 우리는 그가 출석한 회의와 서명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레온하르트는 일부 군사 기밀을 제외한 일정표를 내겠다고 했다. 문을 나서는데 에리카가 말했다. “아버지는 군무차관을 싫어하셨어요.” “무슨 이유로요?” “전시 비용은 언제나 나중에 계산해도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요.” 나는 그녀가 개인적 기억을 숨기지 않은 점을 고맙게 생각했다. 대신 그 불신이 사법적 판단에 섞이지 않도록 기록을 다른 감사인도 확인하게 했다. 한편 루카스는 복도에서 군무청 기록관과 다투고 있었다. 기록관이 ‘종이가 모자란다’며 사본 발급을 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소년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짜 서류를 구분하려면 진짜 서류가 있어야 하잖아요!” “종이값은 누가 내겠느냐?” “제가 아낀 잉크값으로요!” 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필요한 범위의 인증 사본 비용을 공식 예산에 청구하게 했다. 루카스가 개인 돈으로 행정기관의 일을 해서는 안 됐다. 기록관은 두 사람의 이름을 적고 나서야 사본을 발급했다. 내게는 그 장면이 큰 승리처럼 보였다. 종이가 공짜가 아니어도 권리는 돈 있는 사람에게만 속하지 않아야 했다. “군무청의 결재를 의심한다면 왜 이런 절차가 필요한지 알겠군요.” “예. 그래서 보관 번호부터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 방은 삼 년 전에 폐쇄됐습니다.” “폐쇄 기록과 실제 사용 내역이 일치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레온하르트는 부하에게 열쇠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가 협조적이라고 해서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유능하고 태연하다는 이유로 범인이라고 확정해서도 안 됐다. 보관실 안에는 낡은 책상 네 개가 겹쳐 있었다. 문서함은 비어 있었지만 바닥에 기계 자국이 선명했다. 자동 복제기를 옮겼다가 다시 놓은 흔적처럼 보였다. 수리공에게 확인하기 전까지는 추정일 뿐이라 기록에도 그렇게 썼다. 셀딘 라르크는 법정 보호 아래 동행했다. 그는 방 안에 들어오자 문턱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보고서를 숨겼습니다.” “어떤 보고서입니까?” “모로가 벨란 감사관에게 보낸 군량미 중복 계상 보고서요. 누군가 서명만 지우라고 했어요.” 에리카가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그녀가 면담을 계속할지 묻고, 원하면 다른 조사원이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직접 질문하겠다고 했지만 증언 채록은 독립 서기에게 맡겼다. “당신이 원본을 없앴습니까?” 셀딘은 고개를 저었다. “종이는 불에 타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한 건 접수대장에 남은 번호를 지운 일입니다.” “왜요?” “기록이 남으면 보증 관리인이 방벽 계약을 중단한다고 해서요.” 그는 말하며 주먹을 쥐었다. 변명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강압이 있었는지는 지시 문서와 당시 상황을 조사해야 했다. 우리는 복제기의 고장 기록과 보관실 바닥의 눌린 자국을 대조했다. 수리공은 자신이 고친 장비의 발받침 간격이 유난히 좁았다고 했다. 사진상 간격은 맞아 보였다. 그 정도로 장비를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장비가 들어왔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편 회계 법정에서는 마르켈의 광산 사용료 이의신청이 이어졌다. 재판 전날 마르켈의 대리인이 협상안을 보냈다. 360금화를 현금으로 납부하는 대신 왕실이 제삼 결제소 관련 조사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였다. 나는 그 문서를 받자마자 회계 법정에 사본을 제출했다. 서로 다른 사건을 한 거래로 묶으면 권한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삼백육십 금화면 체불 임금 일부를 줄 수도 있잖아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래서 더 위험하지. 우리에게 필요한 돈이라고 해서 누구 책임인지 확인도 안 하고 거래하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같은 요구를 해.” 법정은 이의신청에 필요한 광산 산출 기록과 군무청 인수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 상단은 일부 원본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고, 왕실 역시 군무청 보관 부실을 인정해야 했다. 서로에게 불리한 사실이 나오는 심문이었다. 마르켈은 직접 출석해 말했다. “나만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안 되오. 왕실은 우리 상단의 마차와 사람을 이용했소.” “그 비용을 실제로 지출했다면 그 증빙도 검토하겠습니다.” 내가 답했다. “그렇게 하면 청구액이 줄어들 텐데?” “법이 인정하는 비용이라면요.” 그는 잠깐 웃었다. 나를 겁주거나 구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가 가난해지는 일이 아니었다. 광산에서 나온 자원과 노동에 맞는 몫을 각자 가져가는 것이었다. 심문이 끝난 뒤 에리카가 말했다. “우리도 군무청이 무엇을 반납받았는지 몰랐어요. 저쪽도 틀릴 수 있고 우리도 틀릴 수 있군요.” “그래서 같은 장부를 두 사람이 보면 좋습니다.” 나는 법정 표지에 그날 새로 발견된 비용 항목을 적었다. 360금화는 여전히 현금 수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금액을 둘러싼 다툼이 정확해질수록 왕국의 재정도 조금씩 정확해지고 있었다. 그는 8,360금화 잠정 인정액 중 360금화 잔여 부분은 추가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광산 일부 수익은 왕실 군무청에 반납됐다는 것이다. 나는 그 주장을 들은 뒤 실물 인수 확인서를 요청했다. 고발할 내용이 늘어난다고 모든 사건을 하나로 합칠 수는 없었다. 마르켈의 창고에서 제출한 기록에는 군무청으로 반납된 광석의 양과 판매가가 적혀 있었다. 다만 수취 서명이 다른 날짜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감정 명령을 신청했다. 회계 법정은 잔액 360금화 부분을 추가 심리하기로 하고, 기존에 인정된 상계의 효력은 이번 심리만으로 즉시 뒤집지 않았다. 루카스가 말했다. “오늘도 돈을 못 받았네요.”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계산을 확정해야 해. 그런데 네 월급은 어제 지급됐지?” 그가 웃었다. 기록실 견습 급여 가운데 이번 달 지급분이 정식 예산으로 처리돼 있었다. 밀린 나머지 급여는 여전히 확인 중이었지만, 매번 사정만 설명하던 재무청에서 실제 돈이 나오는 일은 그에게 중요했다. 오후에는 라니아가 빵집 노인과 함께 왔다. 그 전에 우리는 보관실에서 나온 폐기 상자 목록을 조사했다. 서류를 ‘소각 완료’로 처리한 날과 실제 소각장 반입일이 서로 달랐다. 소각장 관리인은 삼 년 전 화재 이후 종이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와 날짜를 한꺼번에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 날짜가 틀린 건 고의일까요?” 루카스가 물었다. “실수가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기록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어요.” 에리카는 목록에 적힌 상자 무게를 이상하게 여겼다. 종이 서류라고 보기에는 몇몇 상자가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마력석이나 금속 봉인판이 섞였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소각장에 반입되기 전 따로 분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우리는 당시 소각장 근무자들의 급여대장과 장비 사용 기록을 확인하기로 했다. 뜻밖에 두 명의 노동자가 그달에 사망 처리돼 급여가 끊겼다는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소각장 관리인은 두 사람 모두 다음 달에도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서류가 늦게 올라왔을 겁니다.” 그가 답했다. 나는 그 설명도 기록했다. 한 사람이 사망 처리됐다는 장부만 가지고 실제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더 근본적인 곳에 있었다. 서류상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그 사람의 임금 지급 권리도 처리에서 빠져 버렸을 수 있었다. 그날 우리가 찾은 두 사람의 이름은 아직 사건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나는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누군가 살아 있다면 공개된 소문이 오히려 그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노인은 왕실 신용 수익권 증서 때문에 아내의 약값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그의 돈을 당장 돌려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투자증서의 실제 판매자와 지급계좌를 확인했고, 소액 피해자들을 위한 공동 진술 서식을 마련했다. 그것은 소송을 강요하지 않는 자발적 신고 양식이었다. “제가 글을 잘 몰라서요.” 노인이 말했다. “읽어 드릴게요.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서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처음에는 손이 떨렸지만, 마지막 문장을 들을 때는 스스로 종이를 읽어 보려 했다. 그날 저녁 군무청 보관실에서 원본처럼 보이는 지불확인서 한 장이 발견됐다. 바닥판 틈에 끼어 있었고, 모서리가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인장은 검은 깃털 세 개였지만 서명은 없었다. ‘등록 비용 140금화 중 왕실 보관 서류 대체 비용으로 60금화 배정.’ 우리는 140금화 전액이 군무청으로 갔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60금화 배정 표시뿐이었다. 실제 지급과 수취는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에리카는 종이 뒷면을 보고 숨을 멈췄다. 그을린 자리에 남아 있는 손글씨를 알아본 것이다. 그 종이를 건드리지 않도록 우리는 투명 보존지 위에 올려놓았다. 에리카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그녀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는 열아홉 살이었다. 그 뒤로 삼 년 동안 아버지의 서명만 찾아다녔지만, 막상 그 서명이 눈앞에 오자 함부로 만질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제 기억이 틀릴 수도 있어요.”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봐 주세요. 아버지는 ‘서명’이라는 글자의 마지막 획을 꼭 오른쪽으로 올렸어요.” 나는 그녀의 설명을 자세히 받아 적었다. 바로 그 특징이 위조자가 흉내 낸 부분일 수도 있으므로, 감정인은 필적의 공통점뿐 아니라 다른 점도 확인해야 했다. 셀딘 라르크는 그 글씨를 보고 울먹였다. 그는 자신이 지운 접수번호가 어느 보고서의 것이었는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망 경위나 문서 위조의 직접 행위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때 번호를 지우지 않았더라면…….” “그 행동에 책임이 있는지는 조사하게 됩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한 일까지 당신에게 떠맡길 필요는 없습니다.” 에리카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제가 용서할 일은 아직 모르겠어요.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입을 다물면 다른 사람 이름도 계속 지워질 겁니다.” 셀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상관이 아닌 피해자의 눈을 보고 말을 했다. “제가 아는 보관실 열쇠는 한 개 더 있습니다. 서랍 밑을 확인해 주세요. 책상 다리가 아니라 바닥판 아래요.” 법정 감정인이 바닥판의 결을 살펴보니 작은 못자국이 있었다. 서랍이 빠져나간 흔적과는 달랐다. 우리는 그 자리에 대한 추가 검증 허가를 신청했다. 내일의 조사 대상이 정해진 셈이었다. “아버지 글씨예요.” 그녀가 가리킨 문장은 짧았다. ‘내 서명을 쓰지 말 것. 벨란.’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사라진 보고서는 누군가가 벨란 감사관의 서명까지 대신하려 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그리고 그 방의 문은 삼 년 전부터 잠겨 있었다고 했다. 누가 마지막으로 그 문을 잠갔는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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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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