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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26화
PAYLUA ORIGINAL · 제26화

26화. 금화 사백팔십 닢의 행방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10자

오프라인 책장
옛 조폐소에서 발견한 것은 보물 상자가 아니었다. 갈라진 장부 세 권과 녹슨 계수기, 그리고 중간 정산 계정이 잠겨 있다는 문구뿐이었다. 사람들은 세금 비리를 조사한다면 금화가 쏟아지는 장면부터 기대했다. 나도 그런 기대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원장과 실제 돈을 구분하지 못하면 첫날부터 국고가 부자가 된 척하게 된다. “금고를 열면 되지 않습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열 수 있는 금고가 있는지부터 찾아야지. 그리고 안의 돈이 누구 것인지도.” 재판관은 옛 조폐소의 봉인된 보관실에 대한 한정 검증 명령을 내렸다. 왕실, 결제소, 마계가 각자 참관인을 보냈다. 리엔은 변호인과 함께 도착했다. 그녀가 법정 결정을 어기지 않겠다고 직접 말한 덕분에 현장의 긴장은 조금 줄었다. 그래도 브란트는 비상 출입로에 경비병 둘을 배치했다. 서랍을 열어 보니 지난 열두 달의 거래카드가 월별로 묶여 있었다. 왕실 승인서에는 방벽 유지료 720금화가 적혀 있었다. 왕실 금고에서 실제 출금된 증빙은 480금화. 카드에서는 그 480금화가 제삼 결제소 중간 계정에 접수됐다고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카드의 분류에는 여러 계정이 있었다. 우리는 그 카드가 누구 손에서 작성됐는지도 확인했다. 조폐소 관리인 네일은 장부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매달 인쇄기로 거래 번호를 찍어 서랍에 꽂는 일을 했을 뿐이고, 문구는 봉인함으로 들어오는 원본 주문지에 적혀 있었다. “이 사람이 돈을 훔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아뇨. 업무 범위에 관한 진술입니다. 다른 기록과 대조해야 합니다.” 에리카는 주문지 뒷면의 잉크 자국을 살폈다. 같은 문구가 인쇄된 카드라도 어떤 것은 초록 잉크가 번졌고, 어떤 것은 검은 잉크가 번졌다. 색 차이로 작성자가 달랐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계를 두 번 이상 바꿨다는 정황은 있었다. 나는 네일에게 주문이 도착하는 요일을 물었다. “매월 첫째 주 여섯째 날입니다. 예외가 딱 한 번 있었어요. 검은 깃털 문양을 붙인 봉투가 서둘러 왔던 날이요.” “언제였습니까?” “왕실 대출 상계 판결이 난 다음 날입니다.” 소름이 끼쳤다. 누군가 법정 판단을 확인하고 조폐소 장부의 처리 방법을 바꿨다면, 그 사람은 지금도 계약을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배달일만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우리는 봉투를 인수한 사람과 종이 구매처를 추가로 확인하기로 했다. 세르나가 말했다. “이 표식은 옛 인장의 모양을 따르고 있다. 작동 주문이 살아 있다고 해서 사용자의 법적 권한까지 살아 있지는 않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 마법이 진짜여도 계약은 가짜일 수 있었다. 내 장부도 마찬가지였다. 눈앞에 뜨는 숫자가 아무리 정확해 보여도 사람에게 돈을 강제로 내라고 할 법적 증거는 되지 못했다. 나는 잠깐 진실의 장부를 정밀 열람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중간 계정의 수취인을 정확히 묻는다면 한 번에 끝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질문 범위가 넓으면 대답도 불완전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잃어버린 기억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손목을 내려다보다 수첩을 꺼냈다. ‘오늘은 열람하지 않음.’ 이것도 중요한 기록이었다. “여기 잠긴 보관금 260, 등록 비용 청구 140, 운송 대기금 80이라고 써 있네요.” 에리카가 말했다. “합계는 480이군요. 하지만 계정표는 현금 그 자체가 아닙니다.” 마침내 금고가 열렸을 때 실제로 확인된 금화는 260닢이었다. 법정 서기와 독립 금화 감정인이 함께 수량과 순도를 확인했다. 금화는 봉인 상태로 다시 보관했다. 남은 220금화는 다른 서류에 적혀 있을 뿐, 그 자리에서 실제 보유나 지급이 확인되지 않았다. 리엔이 말했다. “등록 비용은 계약대로 처리됐습니다. 운송 대기금은 다음 분기 지급 예정이고요.” “그렇다면 지급 증빙과 실제 수취인 확인서를 제출해 주세요.” “계약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습니다.”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사적 정보는 가릴 수 있습니다. 다만 왕실 자금을 받은 경위까지 비밀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세르나는 260금화가 마계로 입금된 적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계의 원본 기록은 별도의 공식 대조가 필요하므로, 나는 ‘미수령 확인’과 ‘현재 보관’을 구분했다. 왕실의 돈이 중간 정산 계정에 묶여 있다면 반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제소에 정당한 비용 청구권이 있다면 법원이 권리자를 판단해야 한다. “그럼 지금 당장 260금을 가져갈 순 없습니까?” 로웬이 물었다. “아직요. 봉인한 돈을 건드려 불법 방벽세 환급에 쓰면, 우리도 타인의 돈을 빼돌렸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백성들은 또 기다려야 하겠군.” “그래서 다른 재원부터 찾아야 합니다.” 나는 국경 교역소의 합법적인 사용료 수납을 점검했다. 현장 수납 창구 앞에는 요금표가 두 개 붙어 있었다. 옛 종이에는 ‘안전 기여금’이라는 말이 있었고, 새 종이에는 관문 사용료의 법적 근거가 적혀 있었다. 납세자가 둘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였다. 나는 창구 직원에게 실제 수납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하루 동안 들어온 돈을 오래된 나무상자에 모아 두었다가 저녁에 금고로 보낸다고 했다. 일부 영수증은 두 장이 함께 발급됐고, 어떤 것은 한 장도 없었다. 직원은 상관이 시킨 일이라고 했다. “새 요금표가 생기면 앞에 서 있던 종이는 어떻게 됩니까?” “대개 그냥 붙여 놨습니다. 사람들이 익숙하니까요.” “그 익숙함 때문에 새로 낼 필요 없는 돈까지 내게 됩니다.” 우리는 옛 요금표를 증거로 보전한 후 공식 수납 대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고지했다. 정당한 사용료를 내는 상인에게는 같은 금액의 영수증이 발급돼야 했다. 마계 상인이라고 세율이 달라지는지, 면제 조항이 있는지 역시 법률에 따라 확인하도록 했다. 나디아는 몇 해 전부터 그러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알 수 있어야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높은 요금이 아니에요. 오늘 얼마를 낼지 모르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측할 수 없는 세금은 장사에 들어갈 돈까지 빼앗는다. 왕국에 필요한 건 한 번 크게 걷어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내일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였다. 최근에는 불법 방벽세 징수와 정식 수수료가 뒤섞여 혼란이 심했다. 상인들은 무엇을 내야 하는지 몰랐고, 징수 직원도 영수증 두 종류를 사용했다. 우리는 정식 법률에 근거한 요금표만 게시하도록 했다. 그 요금표에는 국왕의 이름이 아니라 조례 번호와 불복 신청처를 써 넣었다. 나디아가 말했다. “이제 새로 온 사람도 세금을 계산할 수 있겠네요. 전에는 직원 얼굴을 보고 금액을 짐작했어요.” “오히려 그래서 직원도 힘들었을 겁니다. 더 받아 오라는 상관과 적게 내겠다는 상인 사이에 서 있었을 테니까요.” 점검 도중 영수증을 숨기던 직원이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불법 방벽세를 나눠 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정한 월급만 받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 진술과 수납금 이체 경로를 별도로 확인했다. 그는 기록을 남긴 뒤 적법한 조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저도 돌려줘야 합니까?” 직원이 물었다. “실제 받은 돈과 고의에 따라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결과를 약속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날 오후 왕실 예산심의회는 방벽 응급 보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심의회에서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일부 의원은 보전된 260금화가 왕실의 돈이니 바로 국고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마계에 줄 돈이라면 곧장 마계로 송금해야 한다’고 했다. 두 주장 모두 그럴듯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소유권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나는 회의실 바닥에 나무 상자 세 개를 놓았다. 첫째 상자에는 ‘왕실 승인’, 둘째에는 ‘실제 출금’, 셋째에는 ‘보관 확인’이라고 썼다. 그리고 같은 금화를 나타내는 조약돌을 각 상자에 중복해 넣지 말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로웬이 물었다. “그동안 숫자를 같은 돈처럼 여러 번 세서 그렇습니다.” 나는 승인 720을 적은 종이를 첫 상자에 넣었다. 출금 증빙 480은 둘째에 넣었다. 보관 확인 260은 셋째에 넣었다. 하지만 셋째 상자를 둘째 상자 밖으로 빼놓지 않았다. 260금화는 480금화와 별도로 추가 출금된 게 아니라 그 일부에 해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확인되지 않은 건 220금화인가요?” 의원 하나가 물었다. “현 시점에서 출금 480 중 이 현장에서 현금으로 확인되지 않은 몫이 220입니다. 그 전부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용 청구와 운송 대기가 사실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 다른 의원이 물었다. “승인 720에서 실제 출금 480을 뺀 240은요?” “그 역시 별개입니다. 아직 집행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동일 금액을 또 ‘사라진 돈’으로 세면 안 됩니다.” 조약돌을 옮기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회의가 끝날 때 누군가 ‘마계가 720금화를 도둑맞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계의 미수령 기록과 왕실 실제 출금 기록을 나눠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의원들은 보전금 소유권 심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국경 안전과 체불임금 지급 재원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법을 건너뛰어도 된다는 유혹을 이기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도 오늘은 그 유혹에 지지 않았다. 의회가 승인한 7금화와 상인회가 자발적으로 납부한 5금화는 지정 계정에 들어와 있었다. 공사 계약서에는 착수 확인 후 첫 지급, 완료 검수 후 잔액 지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르나도 이 구분을 승인했다. 마계 기술자들이 밤새 금이 간 돌기둥 주변에 안전대를 설치했다는 사진과 현장 보고가 도착했다. 루카스는 사진 속 마법선을 보고 감탄했다. “돈이 아니라 별빛으로 금을 메우네요!” “별빛도 견적서에 적혀 있더라. 재료비가 따로 있던데.” “낭만적인 얘기까지 돈으로 끝내시네요.” “그 별빛을 밤새 만드는 기술자의 월급이 있으니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메모장에 ‘별빛 인건비’라고 적었다. 에리카가 빙긋 웃었다. 낭만을 없애지 않고 비용을 드러내는 방식도 있다는 걸 소년은 배우고 있었다. 저녁에는 조폐소 관리인 네일이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그는 한 장의 교체 부품 목록을 내밀었다. 인쇄기가 봉인된 뒤에도 움직였던 이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인쇄기 안에는 외부에서 작동 시간을 지정하는 마력 톱니가 달려 있었다. “누가 장치를 달았나요?” “제가 아닙니다. 삼 년 전 수리 기록에는 없는 부품입니다.” “지금은 어떤 상태입니까?” “봉인은 그대로입니다. 전원만 차단했고, 부품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술 감정을 신청하고 그가 봉인을 지킨 사실을 기록했다. 금고를 열기 전에 지킨 약속만큼, 열고 난 뒤에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 많았다. 남은 돈이 모두 국고로 돌아올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네일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제 이름으로 지급된 수리비가 장부에는 세 배예요. 제가 받은 건 은화 여섯 닢인데, 은화 열여덟 닢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열두 닢의 차이는 누가 받았죠?” “모릅니다. 그런데 제 이름으로 영수증을 만들었어요.” 나는 독립 감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계 관리인의 작은 임금 차이가 수백 금화의 돈줄을 밝혀 줄 수도 있었다. 그날 밤 확인된 장부는 하나였다. ‘등록 비용 140금화’라는 항목의 세부 지급처에, 폐쇄된 조폐소가 아닌 왕실 군무청의 낡은 서류 보관실 번호가 적혀 있었다. 돈의 흐름은 조폐소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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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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