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25화
PAYLUA ORIGINAL · 제25화

25화. 국경 상인에게 붙은 왕관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745자

오프라인 책장
법원이 왕실 과세 대리권의 집행을 정지했는데도, 국경 상인들에게 새 청구서가 돌았다. 이름은 ‘국경 공동 보증 분담금’이었다. “새 이름을 붙인다고 성격까지 달라지지는 않겠죠?” 에리카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실제로 상인들끼리 만든 계약일 수도 있어요. 우선 누가 어떻게 가입했는지 확인합시다.” 청구서는 전날 밤부터 야간 교역소 상인 열두 명에게 전달됐다. 총액은 30금화. 당일 납부하면 할인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미납하면 교역소 통행을 일시 보류하겠다는 문구도 보였다. 나는 이 마지막 문장에 표시했다. 사적 계약자가 공적 출입 허가를 흔드는 건 명백히 추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나디아는 상인 세 명을 모아 증언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밤에 국경에 도착했다. 소금과 밤꽃 약재 냄새가 섞인 곳이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자 예전처럼 피하지 않았다. 대신 한꺼번에 영수증을 내밀었다. “이걸 또 내야 합니까?” “제가 받은 돈은 없다고 했잖아요.” “새 종이는 왕관 그림이 있어요.” 나는 그 종이들이 같은 형식인지 확인했다. 여섯 장은 인쇄된 서식이 같았고, 다른 두 장은 손으로 써 놓았다. 구분 없이 전부 가짜라고 말하면 안 됐다. 사람이 실제로 납부했는지, 누구에게서 요구받았는지도 달랐다. 한 상인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들이 어제 약을 못 샀어요. 저는 예전에 낸 돈도 못 돌려받았는데 또 내라니.” 나는 그에게 접수번호를 적어 주고, 긴급 구호 창구를 안내했다. 그는 접수번호 종이를 받지 않으려 했다. 다른 관리들도 늘 종이를 주고 돌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종이를 드리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말했다. “그런데 오늘 누가 얼마를 요구했는지 적어 두지 않으면 내일 더 어려워져요.” 나는 그가 원하면 현장 조사를 동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자신이 낸 옛 방벽세 영수증을 내놓았다. 손으로 써 놓은 날짜는 보름 전이었다. 받는 사람 이름은 없었다. “그냥 던지고 가면 없던 일이 되나요?” 그가 물었다. “아뇨. 오히려 누군가는 그 종이를 지워 버리고 싶어 하겠죠. 그래서 복사해서 따로 보관하겠습니다.” 그때 나디아가 그를 알아봤다. 그녀는 교역소에서 약을 구해 주는 임시 지원자에게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지원은 정식 환급과 무관했고, 도움을 받는다고 증언해야 할 의무도 없었다. 남자는 비로소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세르나가 내게 물었다. “그대 왕국은 왜 이렇게 많은 영수증을 요구하나?” “예전에 너무 적게 요구해서요.” “마계는 반대다. 영수증은 너무 많은데, 읽는 사람이 적지.” “그럼 국경에는 서로 부족한 걸 채울 일이 있군요.” 세르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웃는 걸 본 건 그날이 두 번째였다. 잘못된 징수라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환급 절차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필요한 약값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나디아가 손가락으로 언덕 위 초소를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길을 막겠다고 했어요.” 초소에는 왕국 경비병 네 명과 민간 계약원 둘이 있었다. 초소로 올라가는 길에 나디아는 납부를 거부한 상인의 수레가 실제로 두 시간째 멈춰 있다고 알려 줬다. 사과 상자를 실은 노파는 밤기온이 내려가면 물건이 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통행에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브란트는 가장 먼저 차량 안전을 확보하고 통행을 막은 명령의 출처를 물었다. 경비병은 민간 계약원이 가져온 ‘협조 요청서’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나는 문서 하단의 주의 문구를 읽었다. ‘본 요청은 강제 집행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으셨습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경비병이 얼굴을 붉혔다. “빨리 처리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면 다음에는 누가 가짜 명령을 가져와도 길을 막겠지.” 브란트는 경비병들에게 지휘계통을 통해 사실을 보고하게 했다. 개인을 그 자리에서 범죄자로 몰아붙이지 않았다. 다만 출입을 막은 사실과 시간을 기록해 나중에 손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사과를 실은 노파가 느리게 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이제는 또 다른 증서가 와도 안 내도 되오?” “법적 근거와 발행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낯선 청구서를 받으시면 이곳에 바로 신고하세요.” 그녀가 수레에서 사과 두 개를 꺼내 내밀었다. 나는 값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거래가 아니라 고맙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는 잠깐 망설이다 사과 하나만 받았다. 값비싼 선물이 아닌 감사 표시로 허용되는지 공직 규칙을 확인해 보려는 생각은 일단 접었다. “이래서 징수관님이 친구가 없어요.” 루카스가 옆에서 속삭였다. “공무원이니까 조심해야지.” “사과 하나 먹는 데도요?” 나는 사과를 반으로 나눠 그에게 건넸다. 차가운 과육은 생각보다 달았다. 그 순간 나는 한국에서 먹던 사과의 맛이 어땠는지 떠올리려고 애썼다. 기억은 선명하지 않았다. 진실의 장부를 쓴 대가는 숫자처럼 정확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경비대장은 정식 명령서를 보고 난처한 얼굴이 됐다. 그에게 주어진 지시는 ‘소요 방지’였지 사적 분담금 징수가 아니었다. 누군가 계약원에게 왕실 협조자 명패를 쥐여 준 모양이었다. 브란트는 자신의 경비대장 직권으로 초소 부관에게 공문 확인을 요구했다. 서류에는 국왕의 인장도 법정 명령도 없었다. 제삼 결제소의 상징과 등록 번호만 있었다. 그는 계약원들에게 공무 권한을 사칭해 통행을 막지 말라고 고지했다. 범죄 여부는 별도 조사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도 명령받았을 뿐입니다.” 젊은 계약원 하나가 말했다. “누구에게서?” 브란트가 물었다. “돈을 못 받으면 다들 피해 본다고 했어요.” 그의 주머니에는 분담금을 받으면 하루 식비를 준다는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를 노예처럼 취급하지 않았다. 돈이 필요해서 명패를 단 사람과 그 명패를 만든 사람은 책임의 무게가 다를 수 있었다. 그날 밤에도 돌기둥의 균열은 벌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세르나의 보호 주문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현장 기술자는 봉합 재료를 지금 가져오면 내일 밤까지 응급 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리비 12금화, 그대로입니까?” “지금은 그대로입니다. 지체하면 더 들 수 있습니다.” 나는 기술자에게 공사 범위, 마법 유지 시간, 공사 후 검사 항목을 쓰게 했다. 국가가 돈을 안 냈다는 이유로 조급하게 아무 계약이나 받아들이면 다음 달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다음 날 아침 재무청에서 답이 왔다. 왕실 특별 예비비 가운데 다른 계약에 묶이지 않은 금화 7닢을 의회 긴급승인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경 상인회는 자발적 기부금 금화 5닢을 모으겠다고 했다. 나는 기부가 통행 허가나 세금 혜택과 무관하다는 문구를 명시하게 했다. 동의하지 않는 상인에게 부담을 돌려서는 안 됐다. “상인들에게 왜 기부금을 받느냐는 말이 나올 겁니다.” 에리카가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국가 책임은 그대로 남겨 두고, 기부는 받을지 말지 의회가 공개적으로 결정하게 해야 합니다.” 회의는 한 시간 이상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기부를 받으면 국가가 책임을 피한다며 반대했다. 다른 의원은 오늘 밤 방벽이 무너지면 내일의 원칙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나는 한쪽 편을 들기보다 두 부분을 분리했다. 긴급 수리는 예산과 자발적 지원으로 지금 시행하되, 정기 유지비는 국가 예산으로 산정하고 다음 분기부터 공표하자는 안이었다. 의회는 긴급 예비비 7금화 사용을 승인했다. 상인회 5금화 기부도 별도 공익 계정에 수납하기로 했다. 그 돈은 모두 방벽 긴급 보수에 한해서만 사용하고, 실제 공사비가 더 적게 들면 잔액 처리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럼 마계 감사관에게 돈을 건네면 되는 겁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아니. 계약 상대와 공사 완료 확인부터.” 세르나는 마계 측 기술자의 신분과 계좌를 보증했고, 왕국 기술자도 공동 검수자로 들어왔다. 우리는 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비용 지급을 승인했다. 실제 지급 여부는 시공 단계 확인서와 함께 기록하기로 했다. ‘예산을 마련했다’와 ‘돈을 지급했다’는 여전히 다른 사건이었다. 한편 나는 국경 공동 보증 분담금 문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리엔은 그것이 상인 간 자발적 공동계약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디아가 제출한 문서는 계약에 서명하지 않은 상인에게까지 같은 금액을 청구하고 통행 제한을 예고하고 있었다. “합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돈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판관이 물었다. 리엔의 변호인이 대답했다. “기존 협정의 혜택을 누리는 자는 그 비용도 부담한다는 원리입니다.” “법적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변호인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재판관은 상인의 자발적 계약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강제 징수와 통행 제한을 금지하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이미 걷은 돈의 보전과 환급 가능성은 별도로 심리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리엔이 혼자 나를 찾아왔다. 그 전에 우리는 응급 수리 현장을 함께 돌아봤다. 마계 기술자 둘이 금이 간 돌기둥을 고정하고 있었고, 왕국 기술자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작업자들은 서로의 말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디아가 통역을 맡았다. “이 틈은 열기만 막는 게 아닙니다.” 마계 기술자가 말했다. “오래된 방벽의 압력이 바깥으로 새면 국경 안쪽 우물물이 마릅니다.” 기술자가 보여준 균열은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였다. 흔들리는 작은 빛은 아름다웠지만 그것이 꺼지면 근처 마을이 위험해진다고 했다. 나는 작업 범위를 증빙할 수 있도록 균열 위치와 전후 사진을 찍게 했다. 모든 금이 같은 위험을 가진 건 아니므로, 진단서 없이 새 공사비를 청구할 수 없게 했다. 브란트가 나를 옆으로 끌고 갔다. “국경 경비병들이 불만입니다. 불법 방벽세를 걷지 못하게 됐는데 이달 급식은 어떻게 하느냐고요.” “정식 식량 보급량과 부족분을 계산했습니까?” “오늘 아침까지는 했습니다. 사흘 치가 부족합니다.” 나는 로웬에게 별도 긴급 배식을 요청했다. 방벽 수리비 12금화와 병사 식비는 서로 다른 지출 항목이었다. 상인회가 낸 자발적 기부 5금화를 병사 급식에 돌릴 수는 없었다. 대신 군무청의 현물 곡물 재고를 검증해 하루치 식량부터 우선 배분하도록 했다. 네 시간 뒤 인근 농부들이 싣고 온 밀포대가 도착했다. 정식 납품계약이 있는 물량이었다. 경비병은 밀을 받고도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이건 어제도 있어야 할 식량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급해야 할 걸 이제 지급한 거니까요.” 그 말에 브란트가 잠시 나를 바라봤다. 급박한 하루를 버틴 건 영웅이 아니라 지급이 늦지 않아야 할 평범한 공급 계약이었다. 그녀는 처음 보는 금속판을 내밀었다. 세 개의 검은 깃털이 아니라 네 개가 그려져 있었다. “당신은 계약서를 잘 읽습니다. 그러니 이것도 읽어 보세요.” “뭡니까?” “삼백 년 전 계약에 붙은 진짜 감독권의 표식입니다. 우리가 쓰는 대리권은 흉내일 뿐이죠.” 나는 손대지 않았다. 그녀는 판 위의 고대 문구를 가리켰다. “왕국도 마계도 이 보증을 만든 적이 없어요. 두 나라가 세금을 내게 된 순간부터, 누군가 그 거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리엔이 돌아간 후 나는 표식의 탁본을 법정 감정 목록에 넣었다. 그녀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네 번째 깃털의 모양은 내 손목에 나타나는 저울 무늬와 이상할 만큼 비슷했다. 나는 손목을 옷소매 아래 감췄다. 장부가 조용히 반짝였지만 열람하지 않았다. 이제는 열람할 때 무엇을 잃는지 알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2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2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