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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2화
PAYLUA ORIGINAL · 제2화

2화. 없는 세금을 만들 수는 없다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897자

오프라인 책장
“뒤에 있는 네 사람 중 한 명.” 나는 다시 장부를 보았다. 분명히 네 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뒤에 있는 사람은 셋이었다. “징수관님?” 에리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왕궁의 현관 기둥을 살폈다. 석상 뒤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움찔했다. 보이지 않는 네 번째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우리를 따라온 누군가였다. “루카스. 내 왼쪽으로 와.” 견습은 영문도 모르고 내 옆으로 왔다. 나는 그제야 몸을 돌렸다. 석상 뒤에서 초록 모자를 쓴 남자가 뛰어나왔다. 발걸음이 민첩했다. 그가 낚아챈 것은 내 서류가방이 아니라 로웬의 반지였다. 방금 전 임시 조사권을 상징한다던 그 반지. “잡아!” 왕궁 경비병이 소리쳤다. 그러나 나는 반사적으로 경비병 앞을 막았다. “활은 쏘지 마세요. 사람이 있습니다!” 도둑은 계단을 뛰어내려 시장 쪽으로 사라졌다. 로웬은 얼굴이 새하얘졌다. “저 반지가 없으면 세관 원장 열람을 허락받지 못할 겁니다.” “누가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뜻이군요.” 루카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 사람, 북문 세관의 배달원 같았어요.” “확실해?” “매달 집계표를 가져오거든요. 초록 모자도 같고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권능이 보여준 ‘관련자’가 우리 셋 중 하나라는 가정부터 틀렸다. 공책을 든 소년이 아니었다면 반지도, 단서도 잃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죠?” 에리카가 물었다. “반지 없이 갑니다.” “조사권이 없는데요?” “세관을 열람하는 건 못 하겠죠. 대신 누구나 볼 수 있는 것부터 보면 됩니다.” 왕국의 북문은 예상보다 붐볐다. 소금 자루를 실은 마차가 줄을 섰고, 양털을 묶은 수레가 바퀴를 삐걱거렸다. 사람이 많은 만큼 불만도 많았다. 노점상 하나가 세관 앞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지난주에도 냈는데 또 내라니! 난 채소를 팔러 온 것뿐이오!” 세관원이 손을 내밀었다. “왕실 도로 유지비요. 안 내면 못 들어갑니다.” 남자는 주머니를 털어 구리 동전 네 개를 내밀었다. 세관원은 그것을 확인한 뒤 마차를 통과시켰다. 영수증은 주지 않았다. “저게 정식 세금입니까?” 내가 물었다. 에리카가 법전을 펼쳤다. “상거래용 마차는 적재량에 따라 통행세를 냅니다. 하지만 영세 농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싣고 통과할 때는 하루 한 차례 면세입니다.” “저 아저씨는?” “농부로 보이는데요.” “그럼 세금이 아니라 갈취죠.” 나는 곧장 세관원 앞으로 갔다. 그는 내 차림을 위아래로 훑더니 비웃었다. “오늘 면세는 끝났소. 다음 사람!” “면세가 끝난다는 조항이 어딨죠?” 세관원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임명장을 펼쳐 보였다. 왕의 붉은 인장이 햇빛에 번들거렸다. “왕실 신임 징수관 강태준입니다. 방금 받은 네 동전의 수납증을 보여주시죠.” “수납증은 내일 작성합니다.” “왕국 조세절차법 제삼조에는 납부 즉시 발급하라고 적혀 있는데요.” 사실 나는 조금 전 에리카가 가리킨 문장을 그대로 외운 것이다. 그 효과는 좋았다. 세관원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졌다. “그런 세세한 건 장부 담당에게…….” “좋습니다. 담당자 부르세요. 저는 기다리겠습니다.” 그는 세관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오는 데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건장한 남자 둘이 함께 나왔다. 우락부락한 인상과는 달리 가슴에는 세관 경비 표식이 달려 있었다. “공무 집행 방해입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어떤 공무를 방해했는지 기록해주세요.” “뭐라고?” “이 자리에서 받은 돈의 법적 근거와 내 행동이 방해가 된 행위를 적으시면 됩니다. 저도 진술서에 서명하죠.” 남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머릿속으로 법전을 찾는 듯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나는 그 틈에 노점상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영수증 받은 적 있습니까?” “한 번도 없소. 못 들어가면 채소가 상하니 그냥 주는 거지.” “오늘 낸 동전은 돌려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 얼마를 냈는지도 기억나는 대로 알려주세요.”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나를 보았다. 이 도시에서는 세관 앞에서 돈을 돌려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뒤에서 에리카가 조용히 말했다. “징수관님, 오늘 목표는 왕국에 돈을 들여오는 거였습니다. 이런 식이면 세관이 오히려 돈을 내줘야 하잖아요.” “그래야 우리에게 낼 사람들도 믿습니다.” “믿음으로 채무 8,000금화를 갚을 수는 없습니다.” “못 갚죠. 하지만 억울하게 뜯긴 동전까지 국고에 넣을 수는 없어요.” 나는 농부가 건넨 네 동전을 세관원에게 돌려받았다. 남자는 떨떠름하게 사과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상인 몇 명이 웅성거렸다. 누군가가 ‘정말로 돈을 돌려줬다’고 외쳤다. 그때 마차 뒤편에서 노파 하나가 내 소매를 붙잡았다. “새 징수관님이라면 이것도 봐주시오.” 그녀는 몇 장의 꾸깃한 영수증을 보여줬다. 종이에는 북문 통행세가 아닌 ‘왕실 관문 안전기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에 두 번씩, 똑같은 날짜로 수납되었다. “이건 언제부터 냈습니까?” “여름부터요. 안 내면 밤에 도둑이 든다고 협박했지.” 나는 에리카에게 물었다. “안전기금이라는 명목이 법에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 것도 모아봅시다.” 신고 창구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다. 푸른 앞치마를 두른 제빵사가 노점상 여인에게 소리쳤다. “저 사람은 지난달 통행료를 안 냈어요! 왜 나는 두 배로 내야 합니까?” 여인이 맞받아쳤다. “난 하루에 한 번만 다니는데 당신은 마차 두 대로 장사하잖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루카스가 내게 눈짓했다. 나는 법전을 펴 놓고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두 분이 서로에게 화내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이름의 돈을 냈어도 법적 근거가 다를 수 있어요. 각자 언제 무엇을 실었는지부터 알려주세요.” 제빵사는 하루에 두 번 밀가루를 실어 왔다. 첫 번째는 본인 수레, 두 번째는 고용한 운송업자 차였다. 그는 통행세와 안전기금을 모두 냈다. 여인은 직접 재배한 채소를 작은 손수레에 실어 오는 농부였다. 그녀에게는 하루 한 차례 면세 규정이 적용됐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세금을 안 낸 게 아니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네요.” 제빵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여인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처지의 시민끼리 싸우게 만드는 규칙이 얼마나 교묘한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조세가 불공정하면 사람들은 법을 만든 쪽보다 눈앞의 이웃을 원망하기 쉽다. 그때 세관원 한 명이 노트를 들고 다가왔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이었다. “징수관님, 공개적으로 이렇게 조사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도 명령대로 했을 뿐이에요.” “명령서가 있습니까?” “종이로 받은 적은 없습니다. 세관장이 아침마다 구두로 지시해요. ‘안전기금은 어제보다 많이 걷으라’고요.” “돈은 어디로 전달합니까?” “원래 통행세와 따로 보관합니다. 매주 금요일에 배달원이 가지러 와요.” 나는 주위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고함치려는 것을 제지했다. 이 여성이 저지른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사를 통해 밝힐 것과 군중 앞에서 사람을 벌하는 건 다르다. “이분 진술을 먼저 기록하겠습니다. 불필요하게 이름을 공개하지 마세요.” 에리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도 조사 대상인데요?”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확한 기록이 필요하죠. 지금 사람들에게 얻어맞으면 누가 지시했는지 확인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여성은 두 손을 비볐다. 세관에서 일한 지 십이 년, 남편은 도시 밖의 목공소에서 일한다고 했다. 남편 이름은 적지 않았다. 개인 사정과 사실관계를 구분하는 법을 이곳 사람들이 조금씩 배우면 좋겠다. 나는 종이에 수납 절차를 그렸다. 합법 통행세는 세관 금고로, 불법 안전기금은 별도 상자로. 그리고 금요일이면 상자는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다. 그 사람이 초록 모자의 배달원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확인이 필요했다. “이제 신고를 계속 받겠습니다.” 내 말에 사람들이 다시 줄을 섰다. 아까 싸우던 제빵사와 농부는 서로를 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제빵사는 농부가 들고 있던 무 한 단을 사 갔다. 그 짧은 거래가 왠지 이 왕국의 첫 번째 정상적인 수입처럼 보였다. 한 시간 뒤, 길가에서 시작한 작은 상담은 즉석 신고 창구가 되었다. 수레를 끌고 온 농부, 직물 장인, 약초를 파는 소녀가 종이를 내밀었다. 영수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날짜와 낸 금액, 목격자를 받아 적었다. 루카스는 앉을 의자도 없이 무릎에 공책을 얹고 모두 기록했다. 정오 무렵, 에리카가 숫자를 더했다. “확인 가능한 불법 징수액이 은화 212닢입니다. 합법적인 통행세를 낸 상인도 있는데, 그 돈은 별도 수납대장에 적혔고 왕실에는 한 푼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대장은 어디 있죠?” “관문장의 개인 사무실이요.” 문제는 여전히 조사권이었다. 왕궁에서 훔쳐 간 반지가 없었다. 임명장만으로는 개인 사무실을 수색할 수 없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세관 앞에 서 있는 상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중 실제 통행세를 납부한 분 계십니까?” 열 명쯤 손을 들었다. “납부 사실을 확인할 원장을 볼 권리는 있습니까?” 에리카가 법전을 확인했다. “당사자는 열람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십이조입니다.” “좋네요. 그러면 정식 납세자들이 자기 기록을 확인하는 겁니다. 저는 옆에서 문서를 읽어주는 사람일 뿐이고요.” 관문장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자줏빛이 되었다. 그러나 상인들의 요구서를 접수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참을 우기다가 결국 방문을 열었다. 원장에는 월간 수납액 96금화가 명확히 적혀 있었다. 각 상인의 납부일과 적재량, 서명이 가지런했다. 국고에 올라온 집계표의 0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숫자였다. “누가 월말 집계표를 만들었습니까?” 관문장은 눈을 피했다. “재무청에서 내려온 서식대로 작성했습니다.” “수납액 96을 0으로 쓰라는 서식이요?” “그게…… 누락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원본을 보존하고, 집계표를 누가 바꿨는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나는 그의 책상 위 인장 진흙을 가리켰다. 조금 전 초록 모자를 쓴 배달원이 빼앗아 간 재무청 반지는 이 사무실 어디에도 없었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도둑이 아직 도망 중이라는 뜻이었다. 에리카가 조용히 말했다. “저희가 공적 조사를 다시 신청하면 거부하기 어렵겠네요. 이 정도면 명백한 차이니까요.” “맞아요. 오늘 확보할 건 돈보다 증거예요.” 우리는 상인들의 서명을 받은 원장 대조 확인서를 작성했다. 수납액 96금화는 아직 금고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관문장은 영수증 없는 기금부터 환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도 실제 지급을 확인하기 전에는 결과로 적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채소 농부가 우리를 불렀다. 손에 작은 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이거 가져가시오. 세금 돌려받은 기념이오.” “받으면 뇌물이 될 수도 있어서요.” “고작 무 하나인데?” “제가 오히려 사겠습니다.” 나는 은화보다 작은 동전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농부는 한참 웃었다. 루카스가 옆에서 속삭였다. “징수관님은 세금을 걷으러 와서 돈을 더 쓰시네요.” “오늘 수입은 신용이야.” “그게 금화로 바뀌나요?” “바뀔 수도 있지. 다만 환율은 아무도 몰라.” 왕궁에 돌아왔을 때 로웬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북문 세관 수납금고가 방금 비워졌다는 것이었다. 적법한 명령에 따라 이송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누가 명령했습니까?” “서류에는 제 이름이 있습니다.” 그는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인장의 눌린 모양이 우리가 빼앗긴 반지와 똑같았다. 누군가 도둑질로 가져간 임시 조사권의 상징을 이용해, 세관 돈을 합법적으로 보이는 모양새로 옮겼다. 장부는 조용히 한 줄을 띄웠다. [북문 통행세 96금화의 현재 보관 장소가 변경되었습니다.] [추적 대상: 왕성 서쪽, 벨란 가문의 구 곡물창고] 나는 에리카를 보았다. 벨란. 그녀의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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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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