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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99화
PAYLUA ORIGINAL · 제199화

199화. 돌아갈 길의 빈칸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624자

오프라인 책장
모든 사건이 법원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을 품에 넣고도 나는 매일 아침 한국의 집 현관을 떠올리려 애썼다. 누가 문을 열어 주었는지, 계단은 몇 칸이었는지, 비 오는 날 어떤 냄새가 났는지. 기억은 여전히 들쭉날쭉했다. 진실의 장부를 더 사용하지 않은 날에도 흐릿한 부분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누군가가 내 기억을 훔쳤다는 증거로 만들지 않았다. 기억은 때로 아무도 손대지 않아도 변한다. 재무청의 작은 방에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부터 써 온 개인 수첩이 있었다. 앞 장에는 한국어로 적힌 단어들이 있었고 뒤쪽에는 왕국의 세율, 시장 물가, 사람 이름이 늘어났다. 두 세계의 숫자가 한 권에 들어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고향을 떠올린 날짜를 정확히 적지 못했다. 내 소환이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법으로 이뤄졌는지도 아직 모른다. 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일은 범인을 잡는 일보다 어려웠다. 그때 법원 문서청에서 마지막 문의서가 왔다. ‘영번 기록봉 및 귀환 계정에 관한 개인 열람 의사 확인.’ 이전의 최종 열람 신청과 달리, 이번에는 수신자가 실제로 서명할 수 있는 빈칸이 있고 신청 기관의 담당자 이름과 이의 절차가 적혀 있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서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식이 적법해졌다고 해서 그 안에 적힌 귀환 방법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오르가 문구를 살펴봤다. “영번 기록봉은 고대 공동 증언 보관물과 관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는 장치라고 증명된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가 열람을 신청하면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검증 가능한 범위의 보관 이력뿐입니다. 본인의 기억을 제출하거나 타인의 증언을 대신 열겠다는 조건이 붙으면 별도 심리가 필요합니다.” 나는 한참 서류를 바라보았다. 진실의 장부라는 능력은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처음 사용했을 때 나는 그 대가로 한국의 사소한 기억들을 잃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귀환에 관한 핵심 기억 하나를 잃는 조건이 표시됐고 나는 그 인증을 거절했다. 단 한 번만 더 누르면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문구 앞에서, 나는 그동안 얻은 모든 교훈을 떠올렸다. 정보가 많아지는 것과 그것을 사용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다르다. 에리카가 들어왔다.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기 적힌 글만으로 길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찾고 싶지 않아요?” 나는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찾고 싶습니다. 한국에서의 제 삶은 여기서 찾은 삶과 별개로 소중하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말을 한다고 떠나는 것이 아니며, 남는다고 고향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확신을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주 시장 감사 일정과 오래된 공동 보관소의 추가 감정 일정을 확인했다. 오후에는 진실의 장부를 봉인한 개인 상자를 꺼내 보았다. 상자 안에는 처음 이곳에 온 뒤 작성한 사용 기록이 있었다. 하루 세 번까지만 정밀 열람을 할 수 있다는 규칙, 질문을 좁히지 않으면 결과가 흐려진다는 경고, 사용한 날의 기억 변화에 대한 메모가 차례로 적혀 있었다. 내가 그 능력을 처음 가졌을 때는 그 기록조차 대단한 힘의 훈장처럼 보였다. 이제는 내가 함부로 남의 삶을 뒤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나는 수첩 한 페이지를 펴서 분류표를 그렸다. ‘내가 직접 기억하는 일’, ‘수첩에만 적혀 있는 일’, ‘다른 사람이 증언한 일’, ‘아직 증거가 없는 일’. 한국에서의 옛 회사 이름 중 하나는 수첩에도 없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럴듯한 이름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을 아무도 찾지 못하는 게 두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지 모르는 순간이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기억을 대가로 삼을 권리가 생기지는 않았다. 에리카는 내 표를 보더니 자기 것도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그녀의 표에는 ‘아버지에게 직접 들은 말’과 ‘부친 사망 뒤 들은 말’이 나뉘었다. 두 칸 사이에는 마치 금이 간 유리처럼 빈 여백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채우기 위해 한밤의 확신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사벨의 증언과 보존관의 사진처럼 검증 가능한 자료를 천천히 붙여 나가기로 했다. “모르는 채로 사는 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익숙해지는 것과 체념하는 건 다르겠죠. 모른다고 쓸 수 있으면 나중에 알게 됐을 때 고칠 자리가 남습니다.” 그녀는 한참 뒤 웃었다. “징수관님은 사람 마음도 장부처럼 대조하려는 버릇이 있네요.” “그건 별로 좋은 버릇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도움이 됐어요.” 며칠 전 나를 찾아온 흰 장갑의 전달자에게서 새 소식이 왔다. 그는 법원 보호 아래 당시 운송료와 발송 지시서를 제출했고, 조합 사무실의 상자 위치를 설명했다. 그의 일은 봉투를 옮기는 것이었다. 그가 속아서 불법 서류를 전했다면 책임을 따져야겠지만, 실제로 작성하지 않은 신청서의 작성자라고 몰아붙이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보호된 진술을 사건 목록에 추가했다. 잠깐 눈을 붙였을 때 오래된 지하철 소리가 꿈속에 들린 듯했다. 눈을 뜨자 소리는 왕도의 수레바퀴였다. 나는 차이를 알고도 잠시 눈을 감았다. 내가 한국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내가 언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여기의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 선택을 나는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한 서명으로 남기고 싶었다. 저녁에는 루카스가 세 권의 문서를 들고 왔다. 첫째는 국고 수입 기록, 둘째는 민간 피해자의 환급 현황, 셋째는 미해결 조사 목록이었다. 셋째가 가장 두꺼웠다. 예전의 나라 같았으면 그것을 숨겼을 것이다. 국왕의 공적 발표 앞에서는 해결된 것만 말하고 싶었을 테니까. 나는 세 권 모두 공개 가능한 범위를 정해 올리자고 했다. 미해결 문제의 존재 자체를 숨기면 다음 피해자가 같은 곳에 빠진다. 아델리온 국왕은 늦은 시간 재무청을 찾았다. 왕은 문 앞에서 신발의 진흙을 털었다. 왕이 직접 왔다는 사실보다 그가 손에 든 작은 식권이 더 놀라웠다. 급식실 노동자들의 정정된 명부에 따라 발행된 식권이었다. “이 나라가 처음부터 사람 이름을 이렇게 신중히 적었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피할 수 있었을까요.” “늦게 배운다고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폐하.” 왕은 내게 귀환 계정에 서명할 것인지 묻지 않았다. 대신 왕국의 징수관 임기가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오래 생각하다 대답했다. “사람들이 자기 영수증을 읽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표정이 풀렸다. “그건 마법보다 어렵겠군.”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밤이 깊어졌을 때 나는 열람 문의서의 답변란에 썼다. ‘현재 기억 대가가 따르는 인증 및 타인 증언의 대리 열람은 신청하지 않음. 적법하고 무상인 보관 이력 확인 절차는 별도 통지 바람.’ 서명은 내가 직접 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것조차 누군가 대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창문 밖으로 별이 떴다. 그 별이 한국에서도 보이는 별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처음 이세계에 도착한 날처럼 모든 것이 낯설지는 않았다.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동시에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 나는 수첩을 덮었다. 다음 장은 아직 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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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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