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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마지막 장부의 서명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571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의 새 회계연도 첫날, 재무청 앞에 길게 줄이 섰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내가 또 마왕이나 드래곤을 불러다 세금을 뜯어낼 줄 알았다고 했다. 실제로 창구 앞에 놓인 것은 작은 안내판 세 개였다. ‘내야 하는 세금’, ‘돌려받아야 하는 돈’, ‘아직 다투는 돈’. 나는 안내판 사이의 간격을 일부러 넓게 두었다. 누군가 한쪽의 돈을 다른 쪽으로 옮기려면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루카스는 이제 견습이 아니라 정식 기록 담당이었다. 그는 첫 민원인의 영수증을 받아 날짜와 세목을 확인한 다음 물었다. “이 돈은 실제로 납부하셨습니까, 아니면 납부 안내만 받으셨습니까?” 나는 웃음을 감췄다. 그 질문은 우리 둘이 이 세상에서 수백 번 했던 말이었다. 민원인은 처음에 당황했지만 곧 주머니에서 은화 영수증을 꺼냈다. 루카스는 수납 기록과 대조한 뒤 확인된 부분에만 표시했다. 창구는 조금 느려졌다. 대신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질러도 장부의 숫자가 저절로 늘어나지 않았다. 로웬 대신은 공개 결산 보고를 들고 왔다. 첫 장에는 국왕이 원하던 화려한 세입 숫자가 없었다. 오래된 상계의 법적 효력, 정상 세입과 민간 환급, 봉인된 보전금과 미확인 지급처가 분리돼 있었다. 8,000금화 채무 관련 과거 적법한 상계는 현금 수입으로 쓰지 않았다. 옛 조폐소 260금화는 보전물로 남아 있었고, 방벽 유지료 140과 80금화는 최종 수령처 대조가 끝나지 않은 부분으로 표시됐다. 720 승인과 480 출금, 240 미집행 차이도 한 줄씩 따로 적혔다. “전보다 보고서가 두꺼워졌군.” 왕이 말했다. “숫자를 합쳐서 보이기 좋게 만들지 않으니까요.” “그럼 시민이 이해할 수 있겠나?” “이해하기 쉬운 표도 만들었습니다. 다만 쉬운 표가 원본의 구분을 없애지는 않도록 했습니다.” 에리카가 옆에서 새 표를 펼쳤다. 그녀는 이제 부친의 검은 장부를 비밀스러운 유품으로 보관하지 않았다. 법원에 필요한 부분은 증거물로 남기고, 민감한 증언을 가린 채 원래의 회계 구분을 교육자료로 바꾸었다. 제1권의 실제 인계와 제2권의 예정 인계가 왜 다른지를 신입 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그녀가 그 일을 할 때마다 나는 벨란 감사관의 죽음이 복수의 이야기 하나로만 끝나지 않았음을 느꼈다. 화재 사건은 여전히 안전관리 책임과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한 심리가 남았다. 첫 과열의 기술적 원인과 두 번째 연기 확산의 책임을 더 증명해야 했다. 에리카는 모든 답을 얻지 못했지만, 부친이 사람을 구하려 했다는 확인된 증언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사실을 남기기 위해 다른 누구를 근거 없이 방화범으로 지목하지 않아도 됐다. 북문 빵집은 다시 아침마다 빵을 구웠다. 주인은 이미 실제로 돌려받은 은화 한 닢을 회계장에 한 번만 적었다. 라니아는 체불임금 상담을 맡았고, 마이렌은 자신의 신분과 일한 날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얻었다. 메라는 여전히 어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지 결정할 권리를 지녔다. 그들의 얼굴이 모두 공개 게시판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가 지킨 성과였다. 국왕은 결산식이 끝난 뒤 새 민원 창구를 둘러봤다. 한쪽에는 평범한 납세자의 거래세 영수증이, 다른 쪽에는 아직 심리 중인 국가 보전금 목록이 걸려 있었다. 왕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기록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다. 나는 공개할 수 없는 사람의 이름과 공개해야 하는 국고의 돈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백성의 비밀은 보호하면서 관리의 계산은 감시받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왕은 작은 목걸이를 차고 있던 어린아이에게 자신을 왕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다. 아이는 게시판의 빈칸을 보고 물었다. “이건 왜 안 써 놨어요?” 나는 아이가 가리키는 칸을 보았다. 실제 수령자 미확인의 표시였다. “아직 누구에게 갔는지 몰라서 그래.”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면 나중에 쓰면 되잖아요.” 그 대답에 왕이 먼저 웃었다. 어른들이 삼백 년 동안 잊었던 당연한 말이었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는 묻지 않아도 될 일까지 기록하는 관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마지막 수업을 주고 떠났다. 그날 결산 장부의 서명란은 아직 비어 있었다. 서명해야 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채우지 않는 것도 나라가 새로 배운 약속이었다. 정오가 지나자 왕궁 정문에서 소란이 일었다. 붉은 절벽의 카르디온과 마계의 아자르켄이 동시에 찾아온 것이다. 경비대장은 두 존재가 서로 싸울까 봐 당황했다. 그러나 그들이 내민 것은 불꽃도 저주도 아니었다. 같은 모양의 세금 영수증 두 장이었다. “내 이름으로 또 신탁 금액을 세금이라고 계산한 자가 있다.” 카르디온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약초방의 거래세를 삼백 년치 속죄라고 광고한 자도 있다.” 아자르켄이 덧붙였다. 나는 두 영수증을 살펴보고 각각의 신고 구분을 확인했다. “기존에 적법하게 납부하신 세금은 인정됩니다. 하지만 다른 거래나 미래의 세금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허위 광고는 별도로 조사하겠습니다.” 두 존재가 동시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웃었다. 세금을 낸 마왕과 영수증을 챙기는 드래곤이라니. 어쩌면 그 광경이야말로 내가 이 세계에서 만든 가장 황당한 변화였다. 늦은 오후 왕은 새 공직자 임명장에 서명했다. 루카스의 이름도 있었다. 그는 나에게 종이를 보여 주며 물었다. “제가 이 서명을 해도 되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죠?” “네가 원하면, 하고 싶으면, 그리고 적법한 자격이 확인됐으면.” “싫으면요?” “거절할 수 있어야지.” 그는 잠시 종이를 바라보다가 자기가 선택한 이름을 단정하게 적었다. 나는 그 서명을 보고 제12석의 비어 있던 자리와, 메라가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름을 떠올렸다. 그 빈칸들은 끝내 아무도 마음대로 채우지 못했다. 그것이 패배가 아니라 우리의 가장 중요한 승리였다. 밤에는 재무청 창문으로 왕도 종루의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때때로 들리던 네 번째 울림은 이날 나지 않았다. 기계가 고쳐졌는지, 누군가 더는 작동시키지 않는지, 단지 내가 듣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소리가 나지 않는 것만으로 모든 비밀이 해결됐다고 쓸 생각도 없었다. 나는 개인 수첩을 펼쳤다. 한국의 오래된 집 현관과 이곳의 세금 영수증이 같은 페이지에 있었다. 돌아갈 길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지워지지 않았다. 언젠가 정당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살펴볼 것이다. 오늘은 여기에서 할 일이 있었다. 장부의 마지막 장에는 넓은 서명란이 하나 남았다. 누군가 대신 내 이름을 적어 두지 않았다. 나는 펜을 들고 천천히 썼다. ‘본인이 확인한 사실만 기록한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기록한다. 누구의 거절도 대신 승인하지 않는다.’ 그 아래에 내 이름을 썼다. 강태준. 국고가 열일곱 금화밖에 없던 왕국에서 시작된 긴 조사는 그렇게 끝났다. 모든 돈을 되찾지도, 모든 수수께끼를 풀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제 누군가가 내 이름을 쓰려면 나에게 물어야 했다. 마왕에게도, 국왕에게도, 가장 가난한 시민에게도 똑같이.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세금은 들어올 것이다. 내야 하는 사람은 내고, 돌려받아야 하는 사람은 돌려받는, 조금 더 번거롭고 훨씬 더 정직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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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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