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윈은 왕궁 서편의 작은 집에서 우리를 맞았다. 그는 한때 왕국의 모든 지출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창가에 앉아 찻잔을 세 번이나 옮기고서야 손님을 보는 늙은 남자처럼 보였다. 나는 그의 쇠약함을 면책의 이유로 쓰지 않았다. 반대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이유로도 삼지 않았다.
“삼 년 전 보존 자료의 복제 허가를 승인하셨습니까?”
그는 눈을 감았다. “당시 곡물창고 화재 조사가 멈춘 뒤 사본을 남겨야 했습니다. 원본이 훼손될까 봐서요.”
“그 사본을 제삼 결제소가 사용할 권한까지 주셨습니까?”
“아닙니다. 복제는 보존 목적이었습니다.”
오스윈은 승인서의 원본을 내놓았다. 허가 범위에는 ‘감사관 입회하 보관 자료 판독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서 뒤쪽에는 재판매와 대리 수령 증명에 쓰지 못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 부분의 종이와 잉크는 오래돼 보였지만 전문 감정 전에는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최근 광고에 쓰인 것과 같은 권한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가 우리에게 원본을 내놓는다고 해서 지난날의 다른 의혹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붉은 절벽 광맥의 허가 변경문서, 왕실 인장실 접근, 군무청의 비공개 지시에는 아직 그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다음 심리에서 그 부분을 따로 물을 생각이었다. 오늘의 목적은 벨란 감사관의 죽음과 보존 자료 이동 사이의 시간을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었다.
사벨이 소방대의 낡은 호출일지를 가져왔다. 삼 년 전 화재 날, 첫 번째 신고는 곡물창고 서편 난방 배관의 과열을 알리는 것이었다. 두 번째 신고는 내부 보관실 쪽에서 연기가 다시 치솟았다는 것이었다. 두 신고 사이에는 구조대가 문을 열고 사람을 내보낸 기록이 있었다. 불이 두 번 났다는 사실과 누군가 두 번 불을 놓았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당시 사용한 난방관을 재현하지 않았다. 해체된 부품을 찾아 표면의 그을음 방향을 감정했다. 비오르는 첫 과열이 오래된 방열판의 균열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러나 정확한 발화 지점을 확정할 부품이 부족했다. 두 번째 연기 확산에는 문이 열린 뒤 바람이 역류한 정황이 있었다. 인화성 액체가 고의로 뿌려졌다는 검사는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셀은 그날을 천천히 설명했다. “감사관이 장부 한 권을 제게 밀어 주었습니다. 다른 한 권은 아직 안쪽에 있다고 했어요. 사람을 먼저 내보내라고 소리쳤습니다.”
“감사관이 안으로 다시 들어간 이유를 보셨습니까?”
“정확히는 못 봤습니다. 문턱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봤어요. 누군가가 안에 남아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증언의 기계처럼 다루지 않았다. 그날의 공포가 기억을 바꿨을 가능성을 설명하고, 자신이 직접 본 것과 훗날 들은 것을 분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화재 현장의 창문턱을 조사하던 사벨은 원래 소방차가 접근할 수 있었던 좁은 골목을 가리켰다. 지금은 돌담으로 막혀 있었다. 그는 창고가 증축되면서 피난로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기록에는 안전 점검 요구서가 세 차례 올라갔지만 실제 보수 완료 표시는 없었다. 그 서류에 오스윈의 이름도 있었다. 점검 요구를 접수했다는 표시와 개선 예산을 집행했다는 표시는 다르다. 나는 오래된 재무청 예산 목록을 요청했다.
브란트가 물었다. “그렇다면 화재는 결국 누군가의 책임 아닙니까?”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떤 의무가 있었고 그 의무 위반이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따져야죠.”
사벨은 벽돌을 하나 들어 보였다. 이끼가 낀 밑면에는 당시 수레 바퀴가 긁고 간 자국이 있었다. 이곳으로 곡물을 나르는 수레가 드나들었다면, 대피할 때 사람들과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셀은 불길 때문에 골목이 좁아 보였던 것인지, 실제로 막혔던 것인지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자꾸 기억을 짜내라고 하지 않았다. 현재 남은 구조물과 당시 도면을 대조하는 편이 더 정직했다.
점검표 중 하나에는 ‘경보 종줄 수리 완료’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종줄 교체비는 미지급 상태였다. 종이 위의 완료는 역시 현장 완료와 다를 수 있었다. 나는 그 자료를 화재 현장의 안전 조사 기록에 붙였다. 이것이 왕궁 종루의 네 번째 울림이나 제12석 자동 장치와 동일한 사건이라고 적지는 않았다. 여러 기계가 같은 문제를 겪었다는 이유로 같은 사람이 조작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었다.
에리카는 사벨에게 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사벨은 고개를 저었다. 대신 그가 소방대가 들어가기 쉽도록 문턱에 묶인 쇠사슬을 풀고 있었다는 기억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셀이 그 장면을 본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확인된 목격과 개인 기억을 함께 기록하되 다른 색의 종이에 표시했다. 에리카는 한참 그 두 장을 바라보다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불이 난 원인을 알아내는 것과,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는 건 별개겠죠.”
“그렇습니다. 하나가 늦어진다고 다른 하나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래도 끝까지 조사해 주세요. 제가 보고 싶은 결론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결론을요.” 나는 약속했다. 누구를 감싸기 위해서도, 그녀를 위로하려는 서둘러 만든 범인을 찾기 위해서도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고통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고통이 요구한다고 상상되는 답을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니었다.
에리카는 수색 허가를 받아 부친이 숨졌던 복도에 들어갔다. 벽은 새로 칠해져 있었지만 기둥 밑의 오래된 그을음은 남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오래 서 있었다. 나는 뒤에 머물렀다. 죽음의 원인을 찾는 일과 남겨진 사람이 마지막 장소를 바라보는 일은 같은 절차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장부를 위해 돌아가신 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이 뜻밖이었다. 나는 그녀가 부친의 희생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서류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려 했다는 기록이 있잖아요. 그걸 믿고 싶어요.”
“확인된 진술은 남길 수 있습니다. 믿음과 별개로요.”
우리는 검은 장부 제1권의 훼손된 마지막 장을 대조했다. 사망한 감사관이 화재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실제로 들어온 증언 보관물 열한 단위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제12단위였다. 뒤에 누군가 제2권의 예정 목록을 실제 인계 목록으로 복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복사가 화재 이전인지 이후인지, 누구 지시인지는 모두 감정해야 했다.
저녁 법원은 화재에 대한 중간 소견을 발표했다. 첫 발화는 장비 결함과 관리 소홀 가능성을 우선 조사하고, 두 번째 연기 확산의 정확한 원인은 미확정. 벨란 감사관의 사망은 연기 노출과 구조 지연에 따른 것으로 의료 기록과 목격 진술이 부합했다. 특정 인물에 의한 방화 살해라고 확정할 근거는 현재 부족했다. 대신 시설 안전 책임자와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한 별도 수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그 발표를 미완성이라고 비웃었다. 에리카는 그러지 않았다.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단정하지 않아도, 그분이 누군가를 도우려 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요.”
나는 오래전 국세청에서 배운 말을 떠올렸다. 진실의 강도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 크기가 아니라 근거의 두께에 달려 있다. 오늘 우리의 근거는 몇 겹을 더 얻었다. 그러나 비어 있는 곳도 그대로 있었다.
밤에는 루카스가 오래된 임금 명부를 들고 찾아왔다. 화재 당일 급식실 견습의 근무 기록이 소방 호출일지와 맞았다. 마이렌이 남은 두 날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실마리였다. 나는 그 자료를 법원 노동 심리부로 넘겼다. 누군가가 정확히 얼마의 돈을 받아야 하는지 따지는 일이, 왕국 전체의 음모를 밝히는 것보다 작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제1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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