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리 첫날, 제삼 결제소 대리인은 두꺼운 자료 뭉치를 책상 위에 올렸다. 그는 우리를 향해 자신 있게 웃었다. “결국 징수관께서도 원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완료 기록이 유효한 것 아닙니까?” 방청석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나는 그 질문이 왜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대쪽의 주장이 자동으로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원본 미발견과 민간 결제소의 권리 획득은 다른 문제입니다.” 나는 답했다. “당신들이 수령을 완료했다고 주장한다면 권한과 수령 행위의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대리인은 ‘완료’ 도장이 찍힌 현대 사본을 꺼냈다. 나는 그 옆에 세 가지 기록을 놓았다. 국경 창고의 ‘미반환’ 보관표, 오르센 운송장의 ‘미인수 재반송’, 강변 세탁소의 ‘외피 건조’. 물건의 상태를 확인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어떤 권리를 받았는지는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재판관은 각 기록의 증명 범위를 차례로 읽었다.
오르센은 비공개 대기실에서 출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를 공개 재판에 세울 필요가 있는지 먼저 논의했다. 노인은 운송 경위를 직접 말하고 싶다고 했지만 건강과 사생활 때문에 일부 내용은 보호된 방식으로 진술하기로 했다. 그가 예전에 본 손의 화상 자국은 법정에서 이름을 특정하는 단서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물건을 내리지 못했고 운송을 다시 맡겼다는 사실뿐이었다.
대리인은 오래된 기록이 불완전하니 최근의 자동 대조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163화에서 제12석 감응판을 인형으로 작동시켰던 실험을 제출했다. 사람의 실제 출석 없이도 기계가 입회 신호를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 실험만으로 이번 국경 원통의 인계가 위조됐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같은 결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실제 악용 여부는 별개의 검증 대상이었다.
“기계를 믿지 않는다면 공동 무역은 멈춥니다.” 대리인이 말했다.
“기계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기계가 확인한 것과 사람이 동의한 것을 구분하자는 겁니다.”
에리카는 삼우 문서대행 주문서를 제출했다. ‘보관 접수’와 ‘권리 수령’ 칸의 구분선을 제거한 최근 작업 기록이었다. 의뢰인의 신원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대리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표준 판형 수정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표준이라는 말이 법률을 대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상인의 서류를 읽기 쉽게 만드는 것과 누군가의 거절을 완료 표시 밑에 숨기는 것은 달랐다.
심리 전 복도에서 로웬 재무대신은 나를 따로 불렀다. 그는 당장 국고의 현금 흐름을 개선할 대책을 물었다. 납부를 미룬 사람들을 압박하면 단기간에 들어올 돈이 늘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지금 법정에서 싸우는 것이 바로 그 방식이라고 답했다. 확정되지 않은 권리나 수수료를 국가의 이름으로 압박하면, 오늘은 현금이 들어오더라도 내일 더 큰 손해배상과 불신을 남긴다. 정상 세금 징수와 민간 권리 주장에 관한 조사부터 분리해야 했다.
로웬은 팔짱을 낀 채 내 답을 들었다. 나는 적법하게 확인된 약초방 거래세와 드래곤의 정당한 납부 사례를 상기시켰다. 아자르켄이 납부한 12금화는 등록 약초방의 특정 달 판매 거래세였지 삼백 년 마계 무역 전체의 면죄부가 아니었다. 카르디온이 낸 거래세 역시 신탁 보관 재산 전체의 세액으로 확대해서는 안 됐다. 국왕이 기다리는 금화와 시민이 가진 권리를 동시에 지키려면 그런 구분부터 해야 했다.
법정 안에서 대리인이 ‘세 나라 밖 감사기관’의 서한을 꺼냈을 때 잠시 공기가 달라졌다. 세 원이 겹친 문양이 있었다. 나는 그 문양이 옛 공방 표식과 세부 획이 다르다는 예비 감정을 제시했다. 대리인은 고대 기관이 현대적으로 도안을 바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럴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도안이 바뀌었다는 주장만으로 감사권과 보관권의 법적 승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재판관은 현재 감독 권한의 원본 인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방청석에는 마계에서 온 상인도 앉아 있었다. 그는 합법적으로 거래하려고 왕국의 점포 등록을 마쳤는데도 민간 관리증이 없다는 이유로 물품 인도가 지연됐다고 했다. 나는 그의 등록 여부와 세금 납부 여부를 확인하고, 개별 거래 손실은 계약서로 따지기로 했다. 제삼 결제소가 그에게 보낸 ‘면허 완결’ 통지와 실제 국가 허가도 분리했다. 마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말을 덜 믿거나 더 믿지 않으려 했다.
에리카는 심리 중 한 번 부친의 메모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감정되지 않은 개인 문구를 결정적인 증거로 내밀면 오히려 더 확실한 수납 자료와 보존 기록이 흐려질 수 있었다. 나는 그녀가 스스로 자료를 구분하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부친을 위해 싸우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부친의 말을 모두 옳다고 하는 대신, 그가 남긴 질문을 사실과 대조하는 것이었다.
가장 크게 반응한 사람은 방청석의 작은 상점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통지서에 ‘거절한 사람의 권리가 자동 복구 조합으로 이전된다’는 문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관은 그 말을 증언대로 받아 적되, 통지서 원본과 실제 수납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는 아직 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를 피해금 총액에 넣지 않았다. 대신 부당한 청구를 받은 사람이라는 범주에 기록했다.
그날의 심리 중간에 사일라가 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국경 창고 출입 명부에서 떼어 놓은 종이였다. 최근 정비업체가 자물쇠를 바꾼 날, 삼우 문서대행의 운송 자루가 함께 기록돼 있었다. 그것이 원통을 실은 자루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대리인은 곧장 반박했다. “기계 수리 부품을 옮긴 겁니다.” 나는 그 설명의 운송장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정비 요청서와 부품 구매 내역이 서로 일치하면 그 주장이 맞을 수도 있었다.
심리가 끝나갈 무렵 재판관은 임시 결정을 내렸다. 자동 완료 도장만으로 제12석 관련 권리 이전이나 국경 보관료 강제징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기존 제한을 유지했다. 동시에 소송 당사자들에게 원본과 사본의 보전, 인쇄 주문 기록 제출, 민간 수납 구분표 갱신을 명했다. 본안의 모든 소유권과 범죄 책임을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결정을 듣고 승리라고 외치지 않았다. 오늘 막은 것은 더 큰 손해의 가능성이었다.
회계 법정 계단에서 에리카는 오래된 검은 장부 두 권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두 권을 왜 나눴을까요?”
“실제로 받은 것과 받기로 한 것을 다르게 적기 위해서였겠죠. 적어도 지금 확인된 분류는 그래요.”
“그 차이를 끝까지 증명하셨다면 살아 계셨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감정으로 대신할 수 없었다. 그녀도 그 답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에리카는 장부 표지를 조심스럽게 덮었다.
그날 밤, 법원 서기가 다음 심리에 앞서 제출된 새 자료를 가져왔다. 제목은 ‘반송 요청 원장 복원 신청’이었다. 신청서에는 오르센의 오래된 운송패 번호와 함께, 지금까지 나온 적 없는 수령 장소가 적혀 있었다. ‘북쪽 강 아래 제영 보관실.’ 지도에 없던 장소였다. 이름의 첫 글자는 숫자 영과 비슷하게 생겨 있었다. 나는 그것이 실제 새로운 창고인지, 오기나 암호인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제18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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