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나를 기다린 사람은 마왕도 드래곤도 아니었다. 북문 빵집의 주인이었다. 그는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두른 채 재무청 복도에 서 있었다. 손에는 처음 민간 보관료를 낼 때 받은 은화 한 닢짜리 영수증이 들려 있었다. 빵집 문을 닫고 온 것인지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견습에게 맡기고 잠깐 왔다고 했다. 그는 돈을 돌려받는 것보다 자기 동네 사람들이 더는 같은 종이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회의실로 모셨다. “돌려받겠다는 약속과 실제로 돌려받았다는 확인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말은 이제 저도 외웁니다. 제가 가진 건 영수증이고, 그 사람들 말뿐인 건 환불 약속이라는 거죠.”
민간 조합의 임시 대리인이 도착했다. 그들은 국경 보관권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인들에게 안내 비용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은화 한 닢은 자율적인 서류 보관료라고 했다. 나는 동의를 받았다는 증거를 요구했다. 제출된 종이에는 ‘납부하지 않으면 권리 연장 심사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 자율적 계약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었다.
“그 비용이 국고로 들어갔습니까?” 재판관이 물었다.
“아닙니다. 민간 수납 계정에 보관 중입니다.” 대리인이 답했다.
나는 계정 소유자의 은행 대신 이 세계의 교역소 금고 기록을 확인했다. 해당 은화 한 닢의 실제 입고 표기가 있었고, 보관 금고의 관리자도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 수납이 확인됐다는 사실이 곧 반환 가능성이 확보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금고에 남은 현물과 다른 자금이 섞였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반환 재원과 수령인 확인을 별도로 요청했다.
환급 절차를 진행하는 사이 나는 다른 민원인의 자리를 마련했다. 눈이 침침한 노인은 은화 세 닢을 냈다는 기억만 있고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한 젊은 여인은 실제 돈은 내지 않았지만 권리 연장 안내지 때문에 국경 거래처가 주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나는 둘의 말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피해액으로 적지 않았다. 노인에게는 금고 수납 기록에서 개인별 지급 증거를 찾는 절차를, 여인에게는 취소된 주문의 기록을 확인하는 절차를 안내했다.
빵집 주인은 다른 사람보다 먼저 돈을 돌려받는 일이 불편한 듯했다. 나는 그에게 반환 순서를 그의 가치와 연결하지 말라고 말했다. 현재 갖춘 증빙이 서로 다를 뿐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에 든 작은 은화를 보며 말했다. “남들보다 먼저 받았다는 걸 자랑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어떻게 받았는지는 알려 주고 싶어요.” 그는 공개해도 좋다는 범위에서 영수증 양식을 다른 상인에게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재판관은 조합 대리인에게 앞으로의 안내 방식도 물었다. 단순히 ‘법원 심리 중’이라고 작은 글씨로 적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미 발송한 확정 통지의 효력에 관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고쳐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어떤 통지서를 받아 실제 재산상 손해를 입었는지에 관한 본안 판단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나는 수정 안내를 보냈다는 기록과 실제로 주민이 읽었다는 기록을 구별해 두기로 했다.
루카스는 금고 인수표를 확인한 후 나에게 손바닥을 폈다. 그 위에는 받은 돈이 없었다. 그는 실망이 아니라 농담을 하려는 얼굴이었다. “징수관님, 국고에 들어온 돈은 영인데 오늘 사람들은 좀 웃네요.” 나는 대답했다. “국고 장부는 영이라고 정확히 쓰고, 사람 얼굴은 장부 밖에서 기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민원인을 부르러 나갔다.
삼우 담당자와의 면담 직전 에리카는 증거목록의 번호를 새로 매겼다. 요청서에 적힌 인물과 실제 도장을 찍은 사람이 다를 수 있었다. 회사의 외주 직원, 조합의 고객 담당자, 결제소의 기술 자문이 같은 공용 계정을 썼다면 각각의 행위를 나누어야 했다. 나는 그 작업에 시간을 더 쓰자고 했다. 피해자를 만나고 난 뒤라 책임을 빨리 정하고 싶었지만, 서둘러 엉뚱한 사람을 지목하면 피해자에게 돌아갈 설명도 무너질 수 있었다.
오후에 조합은 보존관 입회로 은화 한 닢을 반환하겠다고 제안했다. 빵집 주인은 그날 서면으로 동의했다. 환급 의사와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한 후 금고 인수표가 작성됐다. 하지만 원래 영수증을 회수한 뒤 현금이 건네졌다는 증명이 나오기 전까지 나는 ‘반환 완료’ 칸을 비워 두었다. 누군가의 선의만으로 장부를 미리 닫는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았다.
루카스가 물었다. “은화 한 닢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려요?”
“은화 한 닢 때문에 시작된 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사람의 한 닢을 정확히 돌려주는 게 다른 백 명의 돈을 따질 근거가 돼.”
마침내 빵집 주인은 자신의 은화 한 닢을 손에 받았다. 두 명의 입회인이 현물을 세었고, 그는 반환 확인서에 스스로 서명했다. 나는 그제야 민간 반환 장부에 ‘은화1 실제 환급’이라고 적었다. 국고에 들어온 돈은 여전히 없었다. 한 사람에게 돌아간 돈은 국가의 수입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이었다.
빵집 주인은 문을 나서다가 은화를 들어 보였다. 햇빛 아래서 작은 흠집이 반짝였다. “이게 제 돈이 맞는군요.” 그는 그제야 웃었다. 나는 반환금의 일련 표식과 그의 확인 서명을 다시 살폈다. 어느 누구도 그 돈을 국왕의 세금으로 적지 않았다.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오늘 우리가 지키려는 모든 원칙이 그 안에 있었다.
기록이 끝났다고 피해가 끝난 것도 아니었다. 빵집 주인은 안내지가 붙은 뒤 이웃 상인들이 거래를 취소한 손해가 남아 있다고 했다. 나는 그가 직접 잃었다고 주장하는 매출과 증빙할 수 있는 계약 취소를 분리해 접수했다. 민간 조합의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도 실제 납부자와 납부하지 않은 사람을 나눴다. 어떤 상인은 불안을 겪었지만 돈을 내지 않았고, 어떤 상인은 돈을 내고도 영수증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결서를 모든 사람에게 나눠 줄 수 없었다.
에리카는 반환 기록을 읽고 작은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가 이걸 보셨다면 분명 맨 위에 이렇게 쓰셨을 거예요. ‘돌려줄 사람을 확인할 것.’”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버지는 숫자를 대충 적는 사람을 무서워하셨어요. 그런데 진짜 무서워해야 할 건, 빈칸을 자기 돈으로 채우려는 사람이었나 봐요.”
그날 저녁 삼우 문서대행의 거래 담당자가 자진해서 면담을 신청했다. 그는 판형 변경 작업이 분명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구형 문구를 권리 수령으로 바꾸라고 주문한 고객이 누구인지는 회사 공용 계정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주문서 원본, 상담 기록, 수정 요청서의 접수 시각을 요구했다. 그는 잠깐 망설인 끝에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에는 변경 요청 과정에서 남은 낙서가 있었다. ‘완료 표시만 앞으로 옮기면 통과한다.’ 글씨는 누군가의 지시로도, 작업자의 메모로도 읽힐 수 있었다. 원래 쓴 사람과 문장 목적을 알기 전에는 범죄 자백이라고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쇄소가 처음부터 이 변경을 단순한 디자인으로만 여겼는지 확인할 이유는 생겼다.
담당자는 나가려다 문턱에서 돌아섰다. “수정 의뢰인은 마지막에 한 가지를 꼭 물었습니다. 거절한 사람의 이름을 빼도 완료 도장이 찍히느냐고요.”
에리카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름 하나를 빼는 일은 인쇄소의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 거절이 가진 법적 의미를 의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그 질문을 그대로 기록했다. 그리고 의뢰인의 신원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전해 달라는 법원 신청서를 쓰기 시작했다.
제18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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