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국경 도로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말을 탄 경비병 둘이 앞서갔고, 뒤에는 법원 보존관 사일라가 서류가방을 무릎에 얹은 채 앉아 있었다. 길 양쪽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장작더미가 쌓여 있었다. 폐쇄된 창고를 보러 가는 일이라면 나는 으레 먼지와 거미줄을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만나게 될 것은 창고 안의 물건보다 그곳으로 가지 못한 물건의 기록이었다.
“출입 허가서의 범위는 세 칸입니다.” 사일라가 종이를 폈다. “건물의 현존 상태 확인, 보관목록 대조, 반송품 봉인 확인. 임의 개봉이나 국경 밖 수색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에리카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항목을 잊지 마세요. 반송품이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나는 수첩에 밑줄을 그었다. 왕국에 와서 배운 것은 마법을 믿는 법이 아니라 문장의 시제를 의심하는 법이었다. ‘돌아올 예정’이라고 쓴 문서를 ‘돌아왔다’고 읽은 사람들 때문에 누군가는 돈을 내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길 뻔했다. 오늘도 시제 하나를 되찾기 위해 먼 길을 달리고 있었다.
창고는 폐쇄된 검문소에서 두 개의 작은 계곡을 지나야 나타났다. 낮은 석벽 위에 녹슨 동판이 붙어 있었다. ‘공동 보관 반송실 제칠 지점.’ 창고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문에는 새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오래된 목재와 새 금속이 붙은 모양이 수상했다. 브란트가 칼자루에 손을 얹자 나는 손을 내저었다. “열지 마세요. 열었다가 아무것도 없어도 우리가 망가뜨린 흔적만 남습니다.”
먼저 지방 관리인에게 연락했다. 관리인은 지난달 왕도에서 온 정비 요청서를 내밀었다. 서명칸에는 삼우 문서대행의 이름이 있었고, 내용은 ‘노후 공공시설 방수 점검’이었다. 제삼 결제소의 명칭도, 세 나라 밖 감사기관의 명칭도 없었다. 나는 그걸 본 뒤에야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우리보다 먼저 이 장소를 찾은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먼저 온 사람이 곧 원본을 훔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자물쇠를 달았죠?”
“정비 인부가 달았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입회하지 못했습니다.”
“들었다는 말과 확인한 말은 다른 칸에 적겠습니다.”
사일라가 관리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비 오는 날 지붕을 고쳤다는 인부의 숙박 대장, 자물쇠를 산 영수증, 공사비 지급 지시서가 따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나는 브란트에게 건물 뒤편부터 사람의 안전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비대가 돌벽을 살피는 동안 우리는 문 앞에서 봉인선을 새로 걸고 그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보존관이 벽면의 낡은 설비판을 확인하는 동안 나는 창고에서 쓰던 표준 문구를 살폈다. ‘도착’ 옆에는 세 가지 작은 칸이 있었다. 확인, 임시 보관, 수령. 나는 한국에서 회사의 출고장과 세금계산서를 서로 맞춰 보던 때를 떠올렸다. 화물을 실었다는 전표 한 장으로 최종 판매가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 없는 법이었다. 아델리온의 관리들은 그 칸을 세 개로 나눈 이유를 이제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모르기 때문에 지워도 되는 칸은 아니었다.
관리인은 지난달 방수 점검을 의뢰한 부서가 정확히 누구인지 묻자 한동안 망설였다. 왕궁 명의의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오래전부터 쓰던 납품업체가 구두로 서둘러야 한다고 연락해 왔다. 나는 그에게 협박이나 회유를 받았는지 물었으나 그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했다. 책임을 떠넘기는 대신 계약서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말을 듣고 서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도 조사였다.
에리카는 현장에서 발견된 두 종류의 발자국을 비교하자는 경비병의 의견을 말렸다. 빗길이었고 창고는 최근 정비 공사를 했다. 누가 들어왔는지와 어느 신발이 남긴 흔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기록했다. ‘문 주변 다수의 흔적. 개인 식별 불가.’ 나는 그 옆에 ‘현장 출입 명부 요청’이라고 적었다. 추측으로 빠르게 결론을 만들지 않으니 우리 말이 조금은 느려졌다. 그러나 그 속도가 나쁘지 않았다.
루카스가 들고 온 물품 목록에는 원통을 보관하기 위한 천 덮개의 규격도 적혀 있었다. 특이하게도 열두 개의 줄 중 하나는 길이와 재료가 빈칸이었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제12석의 비밀과 연결하고 싶은 생각을 억눌렀다. 빈칸이 열두 번째라서 고대의 마지막 증언자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재고 관리자가 단순히 적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비어 있는 줄에 임의의 숫자를 넣지 않고, 그 시절 기록 방식에 관한 설명을 요청했다.
창고의 옛 목록은 놀라울 만큼 소박했다. 수레바퀴 세 개, 곰팡이가 핀 모직 천 두 필, 공동 증언 봉투 한 자루, 그리고 ‘제12단위 원본 대조 대기’라고 표기된 원통 하나. 원통 옆에는 수령자 이름이 없었다. 대신 ‘반송 주소 확인 전 인계 금지’라는 줄이 있었다. 나는 이 부분을 세르나가 갖고 있던 마계 사본과 대조했다. 마계 사본에는 ‘인계 금지’라는 말이 없었으나 비슷한 뜻의 옛 표현, ‘돌아갈 길을 잃은 물건은 소유자를 정하지 않는다’가 적혀 있었다. 해석은 잠정적이었다.
“혹시 저 원통이 강 조사관의 입국 기록입니까?” 지방 관리인이 물었다.
“그런 제목이 최근 인쇄물에 등장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람의 입국이나 귀환에 대한 확정 증거가 없습니다.” 나는 답했다. “원본이 실제로 무엇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문을 열기 전, 현장 입회인들이 각자 손에 묻은 잉크와 공구를 기록했다. 새 자물쇠에는 관리인의 예비 열쇠가 들어맞지 않았다. 정비업체가 다른 규격을 쓴 모양이었다. 법원은 재산 관리자와 연락한 뒤 자물쇠를 파괴하지 않고 분리하도록 허용했다. 브란트가 금속을 들어 올릴 때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도 내 머릿속에는 한국의 세무서 압수수색에서 보던 봉인 테이프가 떠올랐다. 이 세계의 구리 자물쇠도 결국 신뢰의 문제 앞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안은 축축하고 차가웠다. 벽 선반에 빈 나무 상자가 열두 개 놓였고, 바닥에 수레가 지나간 홈이 두 줄 나 있었다. 사일라가 목록과 선반을 대조하는 동안 에리카는 먼지가 고르게 쌓이지 않은 자리를 찾았다. 오른쪽 끝 선반 하나가 다른 곳보다 밝았다. 최근에 무언가 치워졌을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바람과 누수가 남긴 흔적도 배제할 수 없었다.
나는 원통이 놓여야 할 서랍을 확인했다. 서랍에는 나무 조각과 말라붙은 붉은 끈만 남아 있었다. 끈은 절단돼 있었지만 결이 오래되었는지 새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밑에 납작한 보관표가 끼워져 있었다. ‘원본 미반환. 인계 절차 정지.’ 글씨 일부가 번져 있었다. 날짜는 잘린 조각 때문에 끝 두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에리카가 말했다. “그렇다면 창고가 비어 있었다는 확인이 먼저군요.”
“맞습니다. 누가 가져갔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사일라가 보관표를 투명한 판 사이에 놓았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 돌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브란트가 돌아서자 회색 모자를 쓴 늙은 수레꾼이 두 손을 들었다. 자신이 예전에 이 창고로 물건을 날랐다고 했다. 그는 경비병의 질문에 이름 대신 낡은 운송패를 내밀었다. 패 뒷면에는 지금 우리가 찾는 원통과 같은 번호가 있었다.
“제가 그 물건을 여기까지 실었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펜을 멈췄다. 목록에 원통이 적혀 있다고 실제 수령한 것은 아니라는, 줄곧 되풀이해 온 문장이 다시 사람의 목소리로 들렸다.
“왜 내리지 못했습니까?”
그는 어두운 선반을 바라보다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받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져갔지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그 종이에 이미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제1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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