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심리 날 아침, 나는 왕궁 창문을 열어 두었다. 종소리가 네 번 울렸다. 예전에는 그 소리가 지하의 기계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건의 열쇠 같았다. 이제는 종이 네 번 울렸다는 사실과 누가 어떤 이유로 울렸는지를 분리할 줄 알았다. 사건은 그만큼 복잡해졌고, 어쩌면 그래서 조금 더 명확해졌다.
사일라는 새 허가에 따라 금속함 바닥의 얇은 덧댐판을 분리했다. 아래에는 사람 이름처럼 보이는 글자가 있었으나 한 부분이 닳아 있었다. 그 앞에 붙은 말은 ‘첫 보관 접수인’이었다. 세르나는 이를 한 사람에게 보관 업무가 배정됐다는 기록으로 읽었다. 로흐는 뒤쪽의 압인이 드워프 공방의 납품 표식과 규격이 비슷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름의 발음과 기록의 연대를 확정하지 않았다. 나는 그 유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아래 작은 네모칸이었다. 보관 접수 확인을 위한 칸에는 오래된 압흔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당사자 권리의 이전’ 칸은 아무 표식 없이 비어 있었다. 최근에 그 칸을 도장으로 채운 사본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같은 판에 실제로 처음부터 도장이 없었는지는 더 감정해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 열린 금속함을 근거로 모든 권리가 양도됐다고 주장하기에는 결정적인 빈칸이었다.
재판관은 심리를 시작하며 세 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금속함이 보관된 경로는 어디까지 입증됐는가. 오래된 직책이 오늘의 권리 수령자와 동일한가. 그리고 어떤 조치가 시민의 추가 피해를 막는 데 필요한가. 나는 첫 두 질문에는 제한된 답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견 장소와 현행 보관 경위는 확인했지만 옛 설치자까지 증명할 수 없었다. 번역과 인쇄판 감정 결과로 직책과 권리 사이의 차이가 보였지만 고대 원문의 최종 해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질문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었다. 제12석 자동 입회 장치의 중지를 유지하고, 누군가의 거절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재산권이나 과세권을 넘겨받았다는 민간 인증 광고를 제한해야 했다. 제삼 결제소의 정상적인 계약에 따른 채권이 존재한다면 독립된 자료로 심리하면 된다. 왕국의 정상 세입은 왕국의 법에 따라 징수돼야 하고, 마왕 아자르켄이 약초방에서 낸 거래세 열두 금화가 삼백 년 거래 전체에 대한 추인으로 확대되어서는 안 됐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은 “그렇다면 공동 보관제도 자체가 무너집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 “물건을 맡아 주는 제도를 지키는 것과, 맡아 준 사람이 주인이라는 거짓말을 허락하는 건 다릅니다. 제대로 맡아 주는 사람일수록 소유자의 권리를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방청석에 앉은 빵집 주인이 손을 들었다. 그가 낸 은화 한 닢은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다만 민간 보관함의 위치와 수납 책임자가 확인돼 별도 반환 심리가 진행 중이었다. 재판관은 강제징수 중지 명령과 실제 환급 완료를 구분해 설명했다. 모든 청구가 불법이라고 확정한 것도 아니고, 국고에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며 피해를 숫자로 적는 일의 무게를 생각했다. 은화 한 닢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사건의 그 부분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날 에리카는 한 장의 종이를 직접 제출했다. 부친의 서재에서 찾은 ‘맡은 자’ 메모였다. 그녀는 공개 범위를 제한하는 데 동의했고, 가족의 사적인 내용은 제외했다. 부친의 사망과 두 번째 화재의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라는 문장도 함께 적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이름으로 기록될지 지켜보았다. ‘피해자 유족’이나 ‘위조 명의자’라는 다른 사람의 표제가 아니라, 스스로 자료 제출 여부를 결정한 재무청 결산 담당관 에리카 벨란이었다.
메라의 공개 허용 한 문장도 증거 목록에 올랐다. 서명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말이었다. 마이렌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고, 그 부재는 불이익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의 선택을 합쳐 최종 수령 완료라고 쓰지 않았다. 오래된 보관함 안에 어떤 이름이 있든 살아 있는 사람의 의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재판관의 임시 결정은 신중했다. 민간 자동 수령증과 제12석 기계 출석을 권리 인계의 근거로 쓰는 행위를 계속 제한한다. 금속함 및 서로 다른 시대의 전사본은 감정을 이어 간다. 개인 명부의 이름을 무단으로 공개하거나 이를 근거로 출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상 세금과 민간 보관료, 방벽 유지료, 카르디온의 신탁 평가액은 서로 별도 회계로 관리한다. 민간의 실제 수납과 반환은 사건별로 심리한다. 고대 기관의 적법한 승계와 사망 사건의 책임은 오늘 확정하지 않는다.
법정 밖에서는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최초 수령자는 누구였습니까?” 나는 잠시 그 질문을 생각했다. 사람 이름을 대답하면 간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의 판독은 미완성이었고, 설령 판독됐더라도 그가 받은 것은 다른 사람의 권리가 아니라 거절을 보관할 의무였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먼저 무엇을 수령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오늘 확인된 건 누군가의 권리를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해 질 무렵 나는 에리카와 함께 빈 제12석 앞을 지났다. 의자 아래의 금속함은 이미 보존실로 옮겨졌고, 감응판은 분리돼 있었다. 그 자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빈자리를 보고도 무엇인가 빠졌다고 느끼지 않았다. 사람을 대체하던 기계가 멈추자 오히려 그 사람의 선택이 남았다.
심리가 끝난 뒤 루카스가 작은 납부 대장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국고에 실제로 들어온 새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기존 세입 장부와 민간 반환 기록을 별도로 대조했다고 했다. “오늘은 금화 영이군요.”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나는 웃으며 답했다. “없던 돈을 있다고 적지 않은 것부터 성과야. 그 덕분에 왕국이 다음에 받을 돈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어.” 그는 한참 뒤에야 웃었다. 국세청 조사관 출신인 내가 이곳에서 얻은 몇 안 되는 자부심이었다.
에리카는 법정 계단 앞에서 잠시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환급과 이름 공개, 세 나라 밖 감사기관의 정체를 물었지만 우리는 어느 것도 한순간에 해결했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아직 살아 계셨다면 오늘 보고서를 어떻게 고쳤을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 내용을 보았다고 쓰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리카는 천천히 웃었다. “그건 저도 그분이 하실 말이라고 생각해요.”
밤에 내 수첩의 마지막 장에 180화까지의 결과를 정리했다. 금속함의 발견과 제한된 개봉, 구형 사본과 최근 전사본의 차이, 민간 자동 권리 인계 주장에 대한 임시 제한. 아직 밝혀야 할 것은 옛 보관 접수인의 실명과 직책, 최근 판형 변경의 실제 지시자, 제삼 결제소와 민간 조합의 관계, 벨란 감사관의 죽음, 방벽 유지료의 흐름, 그리고 빵집 주인이 돌려받지 못한 은화 한 닢이었다. 진실의 장부 정밀 열람은 이번에도 하지 않았다. 내 기억을 대가로 누군가의 권리를 확정받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정리를 마칠 무렵 문서청에서 긴급 전갈이 왔다. 독립 감정 중인 북문 금고 사본의 뒷면에서 오래된 반송 주소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주소는 제삼 결제소도 왕궁도 아닌, 지금은 폐쇄된 국경의 작은 창고를 가리켰다. 수령표 끝에 적힌 문장은 ‘원본 전달 완료’가 아니었다. ‘원본이 돌아오면 다시 대조할 것.’
나는 불을 끄지 못했다. 최초 수령자의 이름을 찾아 헤맨 끝에, 우리가 아직 받아야 할 원본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원본이 돌아오지 않은 틈을 이용해 예정된 수령을 완료된 거래로 바꾸었을지 모른다. 이제 다음 질문은 ‘누가 처음 받았는가’가 아니라 ‘돌아오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제18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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