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라는 서류를 두 장으로 나누어 보내왔다. 하나는 법원이 읽어도 좋다는 확인서였고, 다른 하나는 보호기관에만 맡긴 비공개 진술이었다. 첫 번째 장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나는 제12석을 대신 채우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며, 내 이름을 공개 회의록에 싣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선택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삼 결제소가 제출한 반박서였다. 그들은 메라의 이름이 옛 수령표와 비슷한 구조로 기록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문장 끝에는 ‘추정’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이름의 동일성도, 서명도, 당시 지위도 확정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반박서에 쓰인 추정을 그대로 법정에 옮기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런 말이 공개되면 마을 사람들은 메라를 고대 협약의 마지막 열쇠라고 부를 것이다. 그가 원하지 않는 자리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마이렌은 자신의 비공개 신원 정정 절차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이미 인정된 열하루 임금 은화 여덟 닢과 구리화 잔돈은 지급됐지만 추가 이틀과 야간수당은 아직 심리 대상이었다. 과거 은화 마흔 닢의 사망 보상금 승인 표시는 실제 지급과 수령을 입증하지 못했다. 나는 장부의 한쪽에 이 숫자들을 적어 두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를 회복한다면서 그 사람을 다시 사망자 명부의 항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됐다.
세르나는 오래된 공동 보관 규약의 한 문장을 번역했다. ‘누구도 오지 않은 자를 대신하여 최후의 자리에 앉지 못한다.’ 나는 그 문장을 법원에 제출할 때 주석을 달았다. 원본의 진위와 현대 법적 효력은 따로 심리해야 한다. 다만 최근 제12석 자동 입회 장치가 이 규약을 근거로 정당화된다는 주장은 적어도 곧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계가 사람의 몸무게를 감지해 이름을 적었다고 그 사람이 동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금속함 수령표의 공개 가능 부분만 비교할 수 있는 특별 심리가 열렸다. 사일라는 이름으로 보이던 글자 중 일부가 직책 기호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완전히 읽히는 단어는 ‘기록을 보전하는 자’였다. 나는 그곳에 실제 개인 이름이 쓰여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하지만 그 이름이 누구든, 그 사람이 제12석에 오지 않은 사람의 권리를 넘겨받았다는 근거는 되지 않았다.
“그럼 이 사건은 결국 아무도 수령하지 않은 것입니까?” 방청석에서 질문이 나왔다.
나는 답을 고쳐 말했다. “어떤 물건은 보관인이 수령했을 수 있습니다. 거절 통지는 접수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증언자 전원의 권리나 조세권까지 적법하게 이전됐다고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개 한 가지 답을 원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수령을 분리하지 않으면 누구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메라에게서 두 번째 답이 왔다. 그녀는 자신의 비공개 진술 가운데 아주 제한된 한 문장을 법정이 읽어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날 나에게는 서명하지 않을 선택지가 있었고, 나는 서명하지 않았다.’ 날짜와 장소, 관계된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제외했다. 나는 원문을 바꾸지 않았다. 그 문장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지만 세 나라가 만든 수백 장의 신청서보다 명확했다.
에리카는 법정 뒤편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나는 그녀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메라가 말한 선택은 에리카가 자기 이름으로 신청되지 않은 일을 부인한 선택과 닮아 있었다. 사람들은 둘을 같은 사건의 증인으로 묶으려 했지만, 두 사람의 경험과 동의 범위는 서로 달랐다. 우리는 그 경계를 지켰다.
이틀 전부터 메라의 보호기관 주변에 낯선 종이가 붙기 시작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열두 번째 증인은 모습을 드러내라’는 문장이었다. 나는 그 종이가 누구의 지시에 따라 붙었는지 확인될 때까지 특정 기관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라가 공개 출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공지했다. 허락 없이 위치나 이름을 퍼뜨리는 행위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가 침묵한다고 해서 수령 증명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었다.
브란트는 보호기관의 출입 경로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에게 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가 보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통제가 되어서는 안 됐다. 메라는 내부 연락망을 통해 바깥 출입을 당분간 줄이는 데 동의했지만,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말할지는 자신이 정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는 그 뜻을 보안 계획에 반영했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권리는 위험할 때에도 남의 의사를 듣는 일이었다.
마이렌은 자신이 받지 못한 추가 임금 명세를 보호기관에 맡겨 달라고 부탁했다. 공개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정당한 임금 청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군무청에 비공개 계산 절차를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지급된 열하루 임금과 남은 이틀 및 야간수당의 심리 분량을 따로 적었다. 과거 사망 보상금 은화 마흔 닢 승인과도 구분했다. 숨은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도 숫자를 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어야 했다.
에리카는 메라의 공개 허용 문장 한 줄을 천천히 읽었다. “저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했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피로가 묻어 있었다. 나는 제12석에 그녀 이름으로 다시 생성된 예약 출력물이 더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법원 명령에 한정됐다. 기록이 더 나온다면 그때마다 그녀의 동의 없이 새로운 신청이 성립했다는 주장을 막아야 했다.
법원 창고 앞에는 새로 마련한 입회 확인 표가 붙었다. 그 표에는 ‘참석’, ‘내용 확인’, ‘동의’, ‘기록 보전’을 따로 표시하게 돼 있었다. 루카스가 그 표를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나는 이것만으로 모든 위조가 막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기계가 의자에 놓인 물건의 무게를 감지했다는 이유로 서명했다고 적을 공간은 없었다. 빈칸은 그대로 남도록 만들어야 했다.
해가 진 뒤 브란트가 보존창고에서 발견한 임시 출입 장부를 가져왔다. 제12석과 연결된 자동 장치가 작동한 날, 사람의 출입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공용 출입패 한 개가 반출된 기록이 있었다. 이드렌은 자신이 반납한 출입패 번호와 대조를 요청했다. 기록에는 같은 번호가 찍혀 있었지만 실제 패의 재발급과 복제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이드렌을 즉시 범인이라고 몰지 말라고 했다. 공용 번호표는 사람의 신분증이 아니었다.
다음 날 예정된 법정 심리에서 제삼 결제소는 ‘부재한 증언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 대리인을 임명했다’고 주장할 계획이었다. 나는 사전에 공개된 주장의 핵심을 읽었다. 임시 대리인이 누구인지, 누가 그를 선임했는지, 어떤 법에 따라 당사자의 거절을 대신할 수 있는지 세 질문에 대한 답은 비어 있었다.
내가 재판관에게 낸 의견서는 짧았다. 보호는 당사자의 의사를 덮어쓰는 권한이 아니다. 특히 거절을 보관하라고 맡긴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누군가를 앉혀 재산과 보관료를 얻는다면 보호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늦은 밤 개인 수첩을 펼쳤을 때 한국의 가족 이름을 쓰던 자리에서 잠깐 펜이 멈췄다. 기억의 빈자리와 제12석의 빈자리를 같은 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수첩을 덮었다. 기억을 잃은 내 사정이 타인의 동의권을 시험할 이유는 아니었다. 오늘도 진실의 장부를 정밀 열람하지 않았고 귀환 인증을 수락하지 않았다. 그 결정을 기록한 뒤에야 잠이 왔다.
제17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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