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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77화
PAYLUA ORIGINAL · 제177화

177화. 벨란 감사관의 메모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681자

오프라인 책장
에리카 벨란이 아버지의 서재를 처음 다시 열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수색 허가서부터 꺼내지 않았다. 그곳은 지금도 그녀의 사적인 방이었다. 조사 대상과 관련된 유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에게는 보여 주고 싶지 않은 편지가 있을 수 있다. 에리카는 법원이 지정한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서랍 전체가 아니라 그녀가 골라 낸 회계 일지와 봉투 두 장만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서재에는 작은 책상과 오래된 잉크병이 있었다. 먼지가 쌓인 창틀 너머로 왕궁 종루가 보였다. 에리카는 책상 모서리의 긁힌 자국을 만졌다. “아버지는 밤마다 여기서 숫자를 세었어요. 어릴 때 저는 저 숫자가 다 사람을 위한 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죠.” 나는 그 말을 문서에 적지 않았다. 감정인에게 필요한 사실은 책상 상태와 자료를 찾은 위치였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딸의 말은 그녀가 공개하기로 선택하기 전까지 사적인 것이었다. 그녀가 꺼낸 첫 번째 봉투에는 세금과 상관없는 병원 영수증이 있었다. 에리카는 잠깐 눈을 감더니 다시 봉투에 넣었다. 나는 손을 대지 않았다. 두 번째에는 ‘보관함의 맡은 자’라고 쓴 부친의 메모가 있었다. 원본과의 관계는 미확정이었지만, 금속함 안 수령표의 직책과 뜻이 닮아 있었다. 메모 아래에는 작은 문장이 덧붙었다. ‘나중에 수령자가 되었다고 읽을 위험.’ “아버지가 누군가 바꿔 쓸 것을 예상했나 봐요.” 에리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위험을 경계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실제로 바꿨는지까지 알고 계셨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나도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가 진실을 알고 죽었다는 이야기로 부친을 영웅으로 만드는 일은 가족에게 잠깐 위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그가 남긴 불확실한 기록을 이야기의 결말에 맞춰 바꾸는 셈이기도 했다. 에리카가 공개를 허락한 또 다른 메모에는 검은 장부 두 권의 분류 방식이 설명돼 있었다. 첫 번째는 ‘실제 접수된 물건의 위치’, 두 번째는 ‘아직 인계되지 않은 사건의 순번’. 그가 직접 쓴 것인지 감정은 필요했지만 제2권의 ‘예정’이라는 말과 맞물렸다. 나는 이 메모가 진짜라는 가정 아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제2권이 권리 인계 완료 증서라는 기존 주장에 반대되는 자료로 보전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서재의 두 번째 서랍에서는 낯선 종이함 하나가 발견됐다. 에리카는 그 상자를 열어도 될지 오래 망설였다. 나는 그녀에게 오늘 굳이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법원이 압수하려는 물건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려면 지금 열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상자를 열지 않고 바깥의 봉인과 보관 장소만 사진으로 남겼다. 내가 작성한 기록에는 ‘열지 않음’이라고 적혔다. 누군가 서랍을 열지 않았다는 사실도 훗날 중요해질 수 있었다. 잠시 쉬는 동안 에리카는 창틀 위에 놓인 작은 목각 말을 들었다. 아버지가 쉬는 날이면 집에 오던 아이에게 주었다는 장난감이었다. “아버지는 숫자에는 그렇게 꼼꼼했으면서 약속에는 자주 늦었어요. 언젠가는 꼭 함께 시장에 가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나는 그냥 곁에 앉아 있었다. 조사관인 나는 자료를 찾으러 왔지만, 그녀는 여기서 가족의 빈자리를 다시 만나는 중이었다. 어느 장부에도 쓰이지 않은 시간이 존재했다. 서재 바닥의 작은 불탄 점은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 뒤 창고에서 가져온 상자의 흔적일 수 있었다. 나는 함부로 시료를 채취하지 않았다. 점이 생긴 시기와 원인은 알 수 없고, 서재의 흠집 하나가 삼 년 전 사건의 증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에리카가 감정에 동의한 뒤 우리는 바닥을 촬영하고 보존했다. 그 순서를 지켜야 나중에 누가 그 점을 증거로 쓰더라도 그녀의 공간을 침범했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서재의 작은 지도 위에 그해 첫 화재의 당시 위치도 표시했다. 수레꾼의 증언에서 나온 구부러진 바퀴살은 이전 북쪽 초소 목격담과 비슷했지만, 두 사람이 같은 장소를 본 것은 아니었다. 목격된 시간도 같지 않았다. 브란트가 두 점을 굵은 선으로 이어 보이자 나는 그 선을 점선으로 바꾸었다. 연결은 조사할 가치가 있지만 아직 확인된 이동 경로가 아니었다. 서재에서 가진 마지막 대화에서 루카스는 아버지 메모의 ‘맡은 자’에 동그라미를 쳤다. “왜 사람들은 이 말을 ‘가진 자’라고 바꾸고 싶어 할까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맡은 자에게는 무엇이 따라올까?” 그는 오래 생각한 뒤 말했다. “되돌려줄 의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음 말을 스스로 덧붙였다. “가진 자라고 쓰면 그 의무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네요.” 우리 모두가 그 차이를 처음부터 알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서재를 나와 법원으로 향할 때 브란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삼 년 전 첫 번째 화재 기록의 일부가 보존실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는 물이 뿌려진 시각과 불길을 처음 목격한 시각이 각각 다른 문서에 남아 있다고 했다. 두 기록의 시간이 다르다고 누군가 방화를 저질렀다는 뜻은 아니다. 기록한 시계가 다를 수도 있고 구조 상황 때문에 늦게 적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감정관에게 종루의 시간과 초소 계수기 눈금을 구분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친의 사망 기록은 두 번째 화재와 연결돼 있었다. 첫 번째 화재의 흔적을 두 번째 사건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됐다. 에리카는 기록을 읽다가 이 사실을 다시 물었다. “그럼 제게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 날은 두 번째 사건이라는 말이죠?” “그날이 공식 사망 확인일과 같은지도 별도로 확인하겠습니다. 아버지가 화재 중 어디까지 들어갔는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가족의 슬픔을 날짜 하나로 좁혀 버리지 않기로 했다. 오후 법정에서는 의외의 증인이 나왔다. 당시 창고 주변에서 물을 날랐던 늙은 수레꾼이었다. 그는 삼 년 전 두 번째 화재 당일, 천에 싸인 판을 옮기던 사람을 보았다고 말했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고, 판이 검은 장부나 금속함과 관계된 물건인지도 몰랐다. 다만 수레 바퀴 한쪽에서 세모난 쇠살이 튀어나와 있었다고 했다. 예전에 북쪽 초소 주민이 진술한 바퀴의 특징과 유사했다. 나는 두 증언이 서로 영향을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개 범위를 제한했다. “같은 수레라고 보십니까?” 재판관이 물었다. “아닙니다. 같은 특징을 지닌 수레를 봤다는 진술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수레의 수리 기록, 당시 이동 가능 경로, 목격 시각을 독립 대조해야 합니다.” 저녁 무렵 에리카는 부친의 메모를 원래 봉투에 넣은 채 내게 말했다. “아버지는 장부를 남겼는데 저는 왜 그 사람을 아직 이해하지 못할까요?” 나는 쉬운 위로를 찾지 않았다. “기록은 사람이 한 일의 일부만 보여 주니까요.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디서 망설였는지까지 다 적히지는 않잖아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법원에 제출할 항목과 제출하지 않을 항목을 스스로 표로 나누었다. 나는 그 표에 서명하지 않았다. 선택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은 그녀여야 했다. 밤에 사일라가 금속함 안쪽 판의 추가 감정 결과를 전했다. 판의 아래 모서리에는 최근 긁힌 것처럼 보이는 자리 밑으로 더 오래된 압인 하나가 있었다. ‘처음 맡은 자의 이름은 수령표 바깥에 쓰지 않는다.’ 글의 연대와 원문은 미확정이었다. 나는 그 문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오래 찾던 이름이 애초에 공개 명부에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적었다. 이름을 찾아 권리를 돌려준다는 표제 자체가 누군가의 오해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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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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