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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76화
PAYLUA ORIGINAL · 제176화

176화. 세 개의 원 바깥에서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849자

오프라인 책장
세 개의 원이 겹친 문양은 이상한 힘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왕국의 문서청에서 보았을 때는 공적 승인 표식 같았고, 마계 사본에서는 공동 증언을 지키는 약속 같았다. 드워프 장인의 손에 들리면 보관함에 찍는 공방 표식이 되었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 서로 다른 권한을 떠올리는 일은 위험했다. 바로 그 차이를 이용해 누군가가 세 나라 밖의 감사관을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흐는 세 종류의 판을 천 위에 놓았다. 하나는 금속함 안에서 나왔고, 하나는 옛 드워프 보관규약의 사본, 마지막 하나는 131호 미확인 서한의 압인이었다. 겹쳐 놓으니 한눈에 보이지 않던 차이가 드러났다. 고대의 세 원에는 각 원의 중심이 조금씩 빗나가 있었고, 최근 서한은 세 중심이 정확히 한 점에서 만났다. “새 판을 정교하게 만들면 오히려 오래된 손맛을 지울 수 있지.” 로흐는 웃지 않았다. 그의 말은 최근 판이 위조라는 결론이 아니라 제작 공정이 다를 가능성을 뜻했다. 세르나는 마계 쪽 해석을 내놓았다. 삼백 년 협약에서 세 원은 세 나라가 한 사람의 권리를 공유한다는 표시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보관기관이 각자의 기록을 대조할 때 사용하는 표식일 가능성이 있었다. 누군가 거절하거나 오지 않았다면 세 기관이 공동으로 그 사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세 나라의 합의만으로 당사자의 거절을 덮을 수 있다는 뜻과 정반대였다. 재판관이 물었다. “그렇다면 세 나라 밖의 감사기관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겁니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세르나는 곧장 답했다. “오래된 문서에 독립 대조자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조자가 세금 징수나 사람의 권리 양도를 승인할 권한까지 가졌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나는 그 답을 듣고 131호 서한의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세 나라 밖의 감사.’ 멋진 말이었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모두를 심판한다는 생각은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아무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 누구의 법에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됐다. 특히 돈을 걷고 사람을 부르는 권한이라면 더 그랬다. 제삼 결제소 대리인은 오래된 문양이 현대 금융 안정의 기초라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공동 보관 관행이 실제로 거래를 안정시켰을 수도 있었다. 다만 대리인에게 부탁했다. “어떤 세목을 징수하는 권한이 어디에 적혀 있습니까? 그 권한을 누가, 언제, 어떤 범위로 위임했습니까?” 그는 ‘관행’이라는 단어를 되풀이했다. 재판관은 관행의 존재와 공권력의 위임을 구분한 서면을 요구했다. 법원 복도에서 한 젊은 상인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는 ‘세 나라 밖의 감사관’이라는 종이 인증서를 돈 주고 샀다고 했다. 그것이 있으면 국경 통관료를 할인받는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얼마를 냈는지 먼저 확인했다. 그는 은화 두 닢이라고 답했지만 영수증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를 새로운 지급 진술로만 적었다. 실제 수납과 판매자, 환급 가능액은 별도 확인 전이었다. “그런데 그 인증서가 정말 가짜면 저는 범죄자가 됩니까?” 그가 물었다. “산 사실만으로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무엇을 알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따져야 해요. 지금은 판매 경위를 알려 주는 증인입니다.” 그는 잠시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나는 그 순간 사람들이 왜 허위 인증서에 속는지 조금 이해했다. 길을 빨리 통과하고, 손해를 줄이고, 적법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이용당한 것이다. 피해자를 어리석다고 부르면 같은 방법으로 돈 버는 사람만 도와주는 셈이었다. 오후에는 북문 금고의 사본에 대한 예비 감정이 나왔다. ‘보관 담당자’라고 읽었던 칸은 일부 글자가 지워져 있었다. 원래 표현은 ‘최초 접수 기록 보전 담당’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은 처음 권리를 받은 사람이 아니라 첫 기록을 지키는 직무였다. 나는 기사처럼 소문을 내지 않았다. 예비 감정이라는 머리표를 붙이고 법정 제출 전에 세르나와 로흐의 독립 검토를 요청했다. 한편 131호 서한의 봉투를 다시 살핀 하엘은 잉크 흔적에서 같은 판형이 두 번 눌린 자국을 발견했다. 한 번은 세 원, 다음 번은 ‘감사 통지’ 글자였다. 두 판은 동시에 찍혔을 수도 있고 나중에 이어 찍혔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어느 작업장에서 만들어졌는지 알려면 남은 주문 장부가 필요했다. 나는 삼우 문서대행의 공용 계정을 단서로 보관을 요청했지만, 회사의 모든 직원을 의심 대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날 세르나는 마계의 오래된 보관 규약을 한 페이지 더 찾아왔다. 그 페이지에는 세 원 문양을 새기는 일보다 문양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경우가 더 자세히 적혀 있었다. 당사자가 출석을 거절한 때, 전달받은 사람이 수령 사실만 확인하고 내용에 동의하지 않은 때, 보관기관 사이에 물건의 동일성이 입증되지 않은 때였다. 그녀는 “이 문장이 오늘의 법률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오래된 관습이 현대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읽힐 수 있어도, 현행 법적 효력은 별도 판단이 필요했다. 브란트는 국경 통관 초소에 연락해 문양 인증서를 내민 사람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곳의 당직자는 접수된 사례가 한 건 있으나 할인이나 통관 면제를 승인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을 국고 손실이 없다는 확정 결론으로 적지 않았다. 다른 초소나 다른 날의 자료를 더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 확인된 한 사례에서는 인증서가 왕실 세금을 대신하는 증서로 인정되지 않았다. 서류가 화려하다고 창구 직원의 판단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오후 말미에 에리카는 나에게 작고 흰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삼 년 전 부친이 남겼다는 메모의 사본이었다. ‘세 나라가 합의했다는 사실과 네 번째 사람이 동의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필적이 진짜인지도, 부친이 어떤 사건을 뜻했는지도 아직 모르는 문장이었다. 나는 그녀가 원본 제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 사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장을 실체 없는 영웅담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문장이 왜 여러 기록에 남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저녁 무렵 문서청 밖에 서 있던 청년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민간 인증서 판매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 보호된 방식의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바로 그의 증언을 공개하지 않았다. 어떤 상관에게서 문양을 받아 인쇄했는지, 판매 수입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명함의 신원부터 독립 확인해야 했다. 그의 진술은 다음 심리에 참고할 만한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발표한다면 누군가 기록을 없애거나 증인을 위협할 수도 있었다. 저녁에 에리카는 금속함 문구의 번역을 다시 읽었다. ‘최초 수령자를 부르려면, 수령되지 않은 자의 권리부터 돌려줄 것.’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처음에는 저 문장이 강태준 님을 이 세계에서 돌려보내려는 조건처럼 느껴졌어요.” “저도 그랬어요.” 나는 인정했다.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은 어디에나 붙잡히기 쉬운 말이니까요.” 그녀는 내 표정을 살폈다. 나는 한국의 좁은 방을 떠올렸다. 그 방에서 누가 마지막으로 나를 불렀는지 기억은 흐릿했다. 그러나 오늘 진실의 장부를 정밀 열람하지 않았고, 누구의 기억도 대신 승인하지 않았다. 오래된 함이 마법의 귀환 장치라는 증거도 없었다. 나는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서류의 증명력과 바꾸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마지막 자료는 화려한 문양 대신 지워진 작은 문구였다. 옛 공방 제작 목록의 삼중 원 아래에는 ‘셋이 봤다고 넷째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원문 감정은 아직 필요했지만 문장만은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 온 절차와 닮아 있었다. 나는 다음 날 검은 장부의 필적 조사를 다시 신청했다. 그 문구를 누가 법률상의 거절권으로 이해했고, 누가 민간 인증의 가격표로 바꾸었는지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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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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