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이 언제 바뀌었는지 묻기 전에 명부를 바꿀 수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물었다. 구형 기록대장은 한 번 작성하면 새 책으로 옮겨 적기 전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반면 최근 문서청의 전사본은 표제와 직책 분류를 바꿀 수 있었다. 누가 자리에 앉았느냐보다 누가 칸의 이름을 바꾸었느냐가 이 사건에서는 더 중요했다.
엘다르가 회의실에 가져온 것은 전사 장치의 교체 부품 목록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동 이름 채움 기능을 설명하느라 지쳐 보였다. 그래도 자신의 책임이 확인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려 애썼다. “오 년 전 전사 규격에는 ‘보관 담당’을 나타내는 칸이 별도로 있습니다. 그런데 열하루 전 제작된 민간 출력판에서는 그 칸의 이름이 ‘수령 권리자’로 변경됐습니다.” 나는 그에게 두 판의 원본과 발주서를 따로 제출하라고 했다.
“누가 바꾸라고 했습니까?” 브란트가 물었다.
엘다르는 잠시 망설였다. “주문서에는 삼우 문서대행의 공용 계정이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계정으로 어느 사람이 접속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작업 도장은 납품 확인이지 법적 승인이 아닙니다.”
나는 브란트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손목에 수갑을 채울 사람보다 계정의 실제 사용 기록이었다. 같은 계정으로 주문한 사람이 여럿이라면 누구의 어느 작업이 증거와 연결되는지 판단해야 했다.
리엔이 소환되어 새 판형을 대조했다. 그는 159화에서 ‘거절’을 ‘확인 보류’로 바꾼 기술 작업을 인정한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작은 금속 활자 하나를 가져왔다. 원래의 ‘맡음’ 표식과 ‘수령권’ 표식은 바깥 모양이 비슷했지만 가운데 홈의 각도가 달랐다. 리엔은 부품을 바꿔 끼우면 오래된 기록의 직책이 새로운 권리로 인쇄된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가 교체 방법을 안다는 사실과 실제로 불법 주문을 냈다는 결론을 분리했다.
에리카는 변형된 판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는 부친의 장부에 있는 직책 표식과 비교하기 위해 확대경을 들었다. “아버지 장부의 첫 번째 표식은 맡음입니다. 두 번째 권에서는 수령권으로 보입니다.” 사일라는 그 즉시 친필 확인이 되지 않은 기록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부친이 제2권까지 작성했는지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일 오후 우리는 왕궁 종루의 시계 기록과 문서청 계수판 출력을 나란히 놓았다. 두 기계가 같은 시각을 보여 준 적은 있었지만, 종루의 시계는 시각을 알리고 계수판은 수량도 셀 수 있었다. 날짜처럼 보이는 숫자열을 실제 작성 시각이라고 선언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기계의 조정 기록에는 비어 있는 서명란이 있었다. 나는 그 빈칸을 발견한 것만으로 특정 시계 관리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보딘은 오래된 정비 수첩을 펴 보였다. “여기에는 숫자 30이 서른 번의 신호를 뜻할 때도 있고, 서른 날의 주기를 뜻할 때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작업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어떤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증인이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답이 없는 곳에 말을 덧붙이는 증인이 위험한 것이다.
명부 변경 시점을 좁히기 위해 나는 종이 상자들의 반입 기록도 살폈다. 날짜가 정확하게 적혀 있는 상자도 있었고, 관리인이 “지난 비가 많이 오던 주”라고 기억하는 상자도 있었다. 기억은 추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날짜로 적으면 나중에 모든 기록이 틀어진다. 우리는 비가 온 날의 초소 운행 기록, 창고 문을 연 시간, 작업 수당 지급 영수증을 각각 대조했다. 그 결과 새 인쇄판 납품 직후 보존실에 반입된 종이 상자가 한 개 있었음이 확인됐다. 내용물과 수령인은 여전히 미확정이었다.
보존실의 젊은 근무자는 자신의 서명칸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었다. 그날 그는 교대 근무를 했지만 입고 서류에는 대리 확인 표식만 찍혀 있었다. 누군가 그를 범인으로 몰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나는 서명하지 않은 사실이 곧 불법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근무표와 실제 출입 기록, 물건을 손으로 받은 사람의 진술을 따로 확인해야 했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교대 일지를 내놓았다. 그 일지에는 상자가 안으로 들어올 때 잠깐 빗물에 젖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사일라는 젖은 상자와 금속함의 천 조각이 같은 종류인지 묻자 거절했다. “실물 감정을 하지 않았는데 같다고 말할 수 없어.” 나는 수첩에 가능한 연결만 기록했다. 상자가 그때 들어왔고, 그 안에 판형 수정품이 있었으며, 그 수정품이 제삼 결제소에 쓰였을 수 있다. 각 문장 사이에는 아직 증거가 필요한 빈칸이 있었다. 우리 일의 절반은 그 빈칸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임의로 채우지 못하게 하는 일이었다.
오후에는 삼우 문서대행의 관리인이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공용 계정 사용을 회사가 방치한 책임에 대해 설명할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특정 직원을 범인으로 지목할 자료는 아직 없다며 출력 일지를 직접 가져왔다. 나는 법원의 보존 명령 범위 안에서만 복사본을 받고 원본의 장소를 적었다. 회사의 절차상 책임과 형사상의 개인 책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었다.
그날 늦게 제삼 결제소 측은 오래된 보관기관의 직책이 세대를 거쳐 ‘수령 권리자’로 변화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재판관은 가능성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다만 법률상 그 변화가 언제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당사자의 거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낸 문서는 또 한 장의 자동 출력물이었다. 나는 종이 위의 붉은 날짜를 가리켰다. “이 날짜는 누가 누구의 권리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출력을 한 날짜일 수도 있습니다.”
재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년 전 작성된 문서와 오늘 찍힌 인쇄물을 한 장으로 제시하지 마십시오.”
그 말은 방청석의 시민들에게도 필요했다. 사람들은 오래된 것은 무조건 옳고, 새것은 무조건 거짓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에도 거짓말이 쓰일 수 있고, 새로 인쇄한 자료가 실제 거래를 정확히 보여 줄 수도 있다. 시기가 아니라 출처와 내용과 확인 절차가 문제였다.
재무청으로 돌아온 나는 또 다른 민간 청구서를 검토했다. ‘최초 수령자 정정 수수료 은화 삼 닢’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신청한 적도 없는 상인에게 청구된 것이었다. 상인의 아내는 아직 돈을 내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나는 미납 청구액을 피해 수납액으로 합산하지 않았다. 대신 가게에 붙은 미납 표지가 손님을 돌려보냈다는 진술과 표지 사진을 보전했다. 돈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잘못된 청구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었다.
밤에 루카스가 전사판의 납품 기록을 다시 정리했다. 한 작업 의뢰는 ‘보관 업무 명칭 통일’이라고 쓰여 있었고, 다음 의뢰는 ‘권리 양도 통계 출력’이라고 되어 있었다. 같은 발주자란에 다른 필체가 보였지만, 필체만으로 인물은 확정할 수 없었다. 나는 작업 목적을 제출한 서식과 실제 판매에 사용한 서식이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술적 수정이 언제부터 법적 거짓말이 되었는지 따라가야 했다.
그날의 결론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누군가가 이름을 바꾸었다는 의혹은 강해졌다. 그러나 명부 자체의 작성자, 교체 지시자, 민간 판매에 쓰라고 지시한 사람은 여전히 구분해야 했다. 나는 잠들기 전 한 줄을 적었다. ‘날짜를 찾는 것은 범인을 빨리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거짓말할 수 있었는지 범위를 줄이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열람한 보존목록에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보관 담당 명칭 변경 전의 수령표 사본 한 부가 북문 민간 금고에 남아 있음.’ 그 금고가 아직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법정에 제출된 출력물이 아니라 독립된 보관 장소의 사본이라면 날짜를 바꾼 손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다음 날 나는 에리카에게 그곳에 동행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제 이름이 아닌 기록을 보러 가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제17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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