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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73화
PAYLUA ORIGINAL · 제173화

173화. 맞지 않는 반쪽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887자

오프라인 책장
종이의 절단면은 거짓말을 잘하지 않는다. 다만 그 거짓말을 읽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금속함에서 나온 수령표와 벨란 감사관의 조사일지 사이에 같은 분류 번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군가는 이미 답을 찾았다고 떠들었다. 나는 두 자료가 한때 같은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숫자는 인쇄 규칙일 수도 있고, 뒤늦게 베껴 쓴 표시일 수도 있었다. 사일라가 종이의 섬유를 확대해 보여 주었다. 잘린 반쪽은 가위처럼 일정하게 끊긴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의 섬유가 들떠 있었다. 어느 쪽을 잡아당겼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원래 맞물리던 다른 반쪽이 없다면 종이를 찢은 사람이나 날짜는 특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검은 장부의 책갈피와 지난번 봉투에서 발견한 종이 조각을 하나씩 가져왔다. 모든 것은 법원 보존명령 아래에서만 움직였다. 루카스가 가져온 제1권에는 작은 접힘 자국이 있었다. 나는 책을 세워 보지 말라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오래된 안쪽 종이가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일라는 천천히 지지판을 놓고 책갈피 아래에서 가늘고 긴 종이 조각을 발견했다. 조각 끝에 적힌 글은 ‘접수일’이 아니라 ‘접수 확인 예정’으로 읽혔다. 지난번 민간 조합은 그 두 단어를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 접수가 예정돼 있으니 이미 권리가 이전됐다는 논리였다. 맞춰 본 종이들의 너비는 비슷했다. 그러나 찢긴 이빨처럼 튀어나온 섬유는 이어지지 않았다. 로흐가 말했다. “같은 규격으로 잘린 종이일 뿐 같은 장의 반쪽은 아니군.” 실망한 루카스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의 앞에 두 기록을 나란히 놓았다. “안 맞는다는 것도 중요한 결과야. 억지로 이어 붙이면 우리가 그들의 일을 대신해 주는 셈이야.” 그날 오후 에리카가 옛 조사일지를 들고 왔다. 그녀는 먼저 부친의 필체를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법정에서 필적을 확정할 자격은 없다는 사실을 구분했다. 나는 그 태도가 고마웠다. 가족에게 닮은 글씨는 너무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기록으로는 감정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일지에는 ‘두 번째 화재 이전의 반출목록을 먼저 구할 것’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문장 밑의 날짜는 흐렸고, 다른 쪽에는 나중에 꽂힌 종이의 압흔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두 번째 화재 원인을 알아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 “알아냈을 수도 있고, 그걸 찾으려다 죽었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둘 중 어느 것도 증명되지 않았어요.” 에리카는 잠시 웃었다. 슬프게도 그건 내가 그녀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래도 나는 섣불리 희망을 주는 것보다 그 말을 다시 해야 했다. 우리가 잘못 확정한 범인 하나가 진짜 범인을 가리는 일이 없도록. 제2권의 날짜 계산표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드러났다. 금속함의 표제 번호를 넣으면 제12석의 마지막 ‘수령 완료’ 날짜가 기계적으로 계산되도록 만든 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칸의 기준 날짜는 원래 기록된 법적 수령일이 아니라 최근에 인쇄된 보관함 발견일과 비슷했다. 사일라는 같은 인쇄판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만 보고했고, 누가 그 판을 만들거나 사용했는지는 작업 명령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관은 감정 결과를 듣고 기록원에게 물었다. “그 계산으로 삼 년 전 권리가 이전됐다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기록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수식이 정확하게 작동하더라도 입력값이 적법한 수령일이라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나는 그 답을 옮겨 적으며 한때 한국에서 엑셀을 가르치던 동료를 떠올렸다. 숫자가 틀린 표보다 더 위험한 것은 틀린 전제에서 정확한 답을 내는 표라는 그의 말이 아직 기억났다. 잠시 뒤 나는 수레꾼에게서 구한 옛 종이 봉투를 직접 살펴보았다. 납품인은 금속함과 관련 있다는 확신 없이 “비슷한 크기의 장부를 실은 적이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삼 년 전 제삼 결제소 앞에 종이 묶음을 내려놓았지만, 그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나는 그를 증거물 운반자로 확정하지 않았다. 대신 수레세를 낸 기록과 운송비 지급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지급 승인표와 실제 수령 영수증은 또 다른 문제였다. 루카스는 종이의 가장자리를 잘못 만져 또 하나의 실수를 할 뻔했다. 사일라가 조심스럽게 장갑을 낀 그의 손을 잡았다. “책갈피는 네가 떼는 물건이 아니다. 네가 발견한 위치를 남기는 게 네 일이야.” 루카스는 붉어진 귀를 감추며 물러섰다. 나는 그에게 실수했다고 서두르지 말고, 실제 손댄 범위만 기록하라고 말했다. 누가 어느 순간 물건을 만졌는지 남아 있어야 나중에 생기는 오염도 구분할 수 있었다. 기록은 증거를 완벽하게 만드는 마법이 아니라 증거의 약점을 보여 주는 도구였다. 회의 도중에는 벨란 감사관이 남긴 숫자를 에리카와 다시 확인했다. 왕실이 승인한 방벽 유지료 칠백이십 금화 중 실제 출금 확인은 사백팔십 금화였다. 그 가운데 이백육십 금화는 옛 조폐소에 보전된 물건으로 남아 있고, 백사십 금화와 팔십 금화의 최종 수령처는 조사 중이었다. 승인과 출금의 차이인 이백사십 금화를 누군가 훔쳤다고 적을 수는 없었다. 에리카는 이 숫자를 몇 번이나 읽고 “아버지는 돈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돈이 어디까지 갔는지를 끝까지 구분하려 했던 걸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분의 뜻까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런 대조가 실제 기록에는 남아 있다고 답했다. 재무청에서 돈을 찾는 일이 사람의 삶을 찾는 일과 멀지 않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 옆에 카르디온의 신탁 평가액 삼백사십 금화와 마왕의 실제 납부 거래세 열두 금화를 다른 잉크로 적었다. 평가액은 국고 현금이 아니며, 과거 실제 세금 납부가 새로운 조세권의 증명이 되지 않는다. 숫자가 섞이는 순간 권리도 섞인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회의실 밖에서 시장 빵집 주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민간 보관료 명목으로 낸 은화 한 닢을 돌려받지 못했다. 조합 쪽에서는 ‘최초 수령자 확인’이 끝나야 환급 절차가 시작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별도 신고서를 받아 적었다. 개인의 계약에 따른 반환 의무가 있는지, 조합이 실제 돈을 보유하는지, 누가 지불을 승인하는지는 조사할 수 있었다. 금속함의 오래된 문구를 해석할 때까지 모든 시민의 돈을 붙들어 둘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제가 낸 건 한 닢입니다.” 빵집 주인이 말했다. “그런데 그걸 받으려고 며칠째 가게 문을 늦게 열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그의 손해를 금화로 멋대로 환산하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연 날짜와 손님이 돌아갔다는 진술, 납부 영수증과 환급 약속문을 각각 기록했다. 피해를 작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손실을 확정액으로 부풀리는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녁에 법원 보존실에서 다른 종이 한 장이 발견됐다. 금속함을 고정하던 쇠고리 안쪽의 보호 천을 분리하자 낡은 종이의 작은 조각이 나왔다. 분리 작업은 사진으로 남았고 새 조각도 독립 봉인됐다. 거기에 적힌 말은 반가웠다. ‘당사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거절 사본’. 하지만 새 조각이 금속함과 같은 시기에 설치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료를 증거 목록 맨 아래에 두었다. 그날 밤 기록을 정리하던 에리카가 말했다. “이제는 무엇을 돌려주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돈보다 먼저 누군가가 거절할 권리를 돌려줘야 하는 거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바로 덧붙였다. “그다음에는 실제로 빼앗긴 돈도 돌려줘야죠. 권리 회복과 피해 회복은 서로 대신해 주지 못하니까.” 우리는 가려져 있던 명부의 한 줄을 다시 확인했다. 적힌 이름 옆에 작은 표식이 있었다. 검은 장부에 쓰인 ‘받은 자’의 표식과 달랐다. ‘맡은 자’라는 옛 표식이었다. 누군가는 오래전에 그 차이를 알았고, 누군가는 나중에 그 차이를 지웠다. 나는 다음 조사 제목을 ‘이름을 바꾼 날’이라고 적었다. 찾을 것은 사람 한 명의 운명이 아니라 그 이름 옆에 다른 직책을 써 넣은 정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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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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