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렌은 마침내 자신이 숨긴 일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날 저녁, 임시 출입패를 반납한 뒤 문서청의 뒷문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겁이 나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방문자 출입패를 사용한 사람이 자신으로 몰리면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술을 바꾼 사실을 기록하되, 그것만으로 그가 위조 서류의 작성자가 됐다고 적지 않았다. 사람이 틀린 말을 했다는 사실과 사건 전체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판단은 다르다.
“왜 돌아갔습니까?” 내가 물었다.
“일꾼 수당을 받으러 갔습니다. 문서청 사람은 아니고, 문서대행 쪽에서 부른 겁니다.”
그는 자신의 임금 약속서를 내밀었다. 구리화 넷을 지급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받은 것은 구리화 둘뿐이라고 했다. 나는 그날 받은 돈과 아직 받지 못한 돈을 나눠 기록했다. 노동자에게 약속된 대금이 있다는 사실은 그가 위조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소액 임금을 미끼로 어디까지 일을 시켰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드렌은 낡은 전송함 앞에서 종이 상자를 옮겼다고 했다. 발주번호는 보지 못했지만 상자 옆면에 파란 끈이 묶여 있었다. 그는 그 끈을 묶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상자를 열어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신 상자를 넘겨준 관리자가 ‘이름은 이미 맞춰 놨으니 손대지 말라’고 말했다. 그 말을 기억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름을 틀리게 적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다른 사람이 상자를 가져갔고, 이드렌은 문을 닫고 나왔다.
“그 관리자를 알아볼 수 있습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보지 못했고, 어깨에 달린 조합 표식도 어두워서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억지로 그림을 그리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본 옷감의 색과 키, 목소리, 상자를 들고 간 방향처럼 실제로 기억하는 항목을 질문했다. 그는 망설이다 문 앞에 작은 손수레가 서 있었다고 덧붙였다. 바퀴에는 세모난 살이 있었지만 숫자를 세지는 못했다.
루카스는 바퀴 이야기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북쪽 초소 목격자도 그 모양을 말했잖아요!”
“같은 모양이라는 것과 같은 수레라는 건 달라.”
“그래도 찾아볼 수는 있죠?”
“물론. 그게 단서의 일이지.”
우리는 시장의 수레 장인들에게 그런 바퀴가 드문지 물었다. 세모난 쇠살은 흔한 방식이 아니었지만, 무거운 문서함을 나르는 수레에는 종종 쓰인다고 했다. 삼 년 전부터 같은 모양이 있었고 최근에도 만들어졌다고 했다. 바퀴만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없었다. 장인들은 주문장에 이름 대신 업체의 표식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 거래 기록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오후에는 리엔과 이드렌이 같은 방에서 서로 다른 책상에 앉았다. 두 사람의 진술을 맞춰 보려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의 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기록한 뒤 물건의 이동 경로만 대조하기 위한 절차였다. 리엔은 인쇄판의 거절 문구를 확인 보류로 바꾼 작업을 인정했다. 이드렌은 상자를 옮겼다고 말했다. 둘의 작업은 같은 주에 일어났지만, 상자 안에 수정된 판형이 들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세르나는 마계 측에서 수령 기록을 확인해 왔다. 옛 공동 보관협약의 제12석은 미도착 통지를 대신 접수할 수 있는 임시 역할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드렌이 상자를 옮긴 행위와 고대의 대리 접수 권한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 나는 세르나에게 ‘수령’이라는 단어가 오늘의 문서에서 어떤 뜻으로 인쇄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같은 단어를 열 번 물어보는군.”
“열 번 다른 뜻으로 돈을 받아 가려 하니까.”
우리가 장부를 검토하는 사이, 문서청 관리자가 자진해서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엘다르. 그는 출입패 관리함의 재사용 처리표에 자신의 도장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미반환 전송패’는 현장에서 수령대기 물품을 일괄 처리하는 계정이었고, 자신은 종종 담당자 대신 인쇄물의 운송만 승인했다고 했다. 나는 도장과 실제 로그인, 상자 인계, 법적 승인 각 항목을 분리했다. 엘다르의 도장이 찍혔다는 사실로 에리카의 대리 동의까지 합법이 되지 않았다.
“저는 누군가의 이름을 빌려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러면 어떤 이름을 빌렸습니까?”
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시스템에서는 실제 요청자 이름을 비워 두면 작업이 안 돌아가서요. 임시 책임자 칸에 마지막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던 사람의 이름이 자동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그제야 문제가 생긴 장소를 보았다. 신청서의 사람이 새 신청을 하지 않아도, 마지막 기록에 있던 이름이 관리 화면으로 복사되는 구조였다. 이것은 시스템의 결함일 수 있었고, 누군가 그 결함을 알고 악용했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가진 정보로는 둘을 가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함을 그대로 두고서는 다음 신청자도 같은 일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재판관은 해당 자동 채움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임시 업무 담당자의 실제 신원을 별도 확인하도록 명령했다. 엘다르는 자신의 도장이 찍힌 기록만으로 모든 책임을 지지 않도록 자료 보전에 협조하기로 했다. 이드렌은 누락된 구리화 두 닢 임금에 대해 별도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들의 일은 사건 해결의 부속품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었다.
밤에 에리카는 나에게 짧은 쪽지를 보냈다. ‘제 이름이 마지막 신청자였던 건 우연인가요?’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녀의 이름이 어떤 절차에서 마지막으로 남았는지 조사 중이며, 누군가를 특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답장 마지막에 그녀가 다시 적었다. ‘그럼 처음으로 그 칸을 만들라고 한 사람부터 찾아주세요.’
엘다르는 시스템 변경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서식이 바뀌어 왔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사람 이름을 반복 입력하지 않도록 최근 신청자의 이름을 가져왔고, 나중에는 이름이 있으면 서명이 누락된 이유를 따로 묻지 않게 됐다고 했다. 두 변경은 다른 해, 다른 직원의 손을 거쳤다. 그 누구도 타인의 권리를 빼앗으라는 지시를 적지 않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제도는 바로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다. 나는 이를 단순한 악의의 문제로만 다루면 같은 일이 또 생기리라고 생각했다.
오렐은 엘다르에게 화면의 선택란을 보여 달라고 했다. '이번 신청자 확인'에 체크를 해야 하는데, 오래된 프로그램에서는 이전 신청자의 체크 상태도 유지됐다. 재판관이 허가한 복제 환경에서만 실험했고 원본 운용 장치는 멈춘 채였다. 이드렌이 종이 상자를 실어 나른 사실과 화면의 체크가 유지된 원인은 연결되지 않았다. 기술적 결함의 발견을 누군가에 대한 면죄부로 사용하는 것도 조심해야 했다.
이드렌은 마지막 질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제가 받은 구리화 둘을 돌려줘야 합니까?” 그는 소액 임금이 범죄의 대가로 해석될까 두려워했다. 나는 그 돈이 어떤 노동의 대가였는지 먼저 살펴야 하고, 부당한 수익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금 미지급 신고와 관련 사건의 증언은 별개의 절차임도 알려 줬다. 이드렌은 처음으로 어깨를 조금 폈다.
에리카에게 전달된 추가 통지서에는 임시 입회록 작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완료되지 않았다는 통보도 누군가에게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문구가 모든 작업을 영원히 차단한다는 보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을 고친 뒤에도 기존 예약 출력의 복제본이 다른 곳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관리 장치만 아니라 사본을 유통시키는 민간 경로까지 보존 대상으로 삼았다.
나는 엘다르가 가져온 구형 서식 변경 승인서를 펼쳤다. 작성자가 아니라 변경을 요청한 기관란에 작은 표식이 있었다. 검은 깃털 네 개가 아니라 그중 하나만 남은 듯한 표시였다. 그 표식이 고대 등기소와 관련 있는지, 최근 누군가 모방한 것인지는 미확정이었다. 그러나 서식 변경 신청의 첫 줄에는 처음 보는 제목이 있었다. ‘부재자 권리 보호 절차 간소화.’ 나는 그 제목을 읽고 오래도록 창밖을 보았다. 권리를 보호한다는 말을 달고, 권리를 빼앗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제16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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