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초소로 가는 길에는 작년에 쓸려 내려갔다가 다시 놓인 돌다리가 있었다. 나는 그 다리를 지날 때마다 숫자를 셌다. 돌 다섯 개, 새 난간 세 개, 물 위로 드러난 오래된 말뚝 일곱 개. 셈은 내가 세상에 붙일 수 있는 가장 작은 질서였다. 그러나 지금 조사 중인 사건에서는 숫자가 사람의 선택을 가리기도 했다. 열한 명이 확인되었다는 말과 열한 개의 물품을 받았다는 말이 뒤섞여, 존재하지 않는 열두 번째 동의가 생겨나고 있었다.
보딘은 왕궁 시계탑을 관리하던 시절부터 기계 소리를 구분하는 데 능했다. 그는 초소의 낡은 종을 두드려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 종소리와 문서청 계수판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비슷하지. 하지만 안쪽의 톱니는 전혀 다르네.” 나는 두 장치가 같은 발주자에게서 나왔다는 결론을 바라지 않았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먼저 알고 싶었다. 보딘은 구리관을 따라 연결된 전선 하나를 발견했고, 그 선이 최근에 교체됐다고 말했다.
“연결하려고 바꾼 겁니까?”
“끊어진 선을 수리했을 수도 있지. 연결은 결과야. 목적은 주문서를 봐야 알아.”
보딘의 대답을 들은 루카스가 작은 수첩을 꺼냈다. 그는 이제 질문 옆에 반드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도 적었다. 처음 징수관실에 왔을 때는 사건을 빨리 해결하면 칭찬을 받을 줄 알았지만, 요즘은 빈칸을 지우지 않고 남기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배운 모양이었다.
초소의 구형 계수판에는 일에서 삼십까지의 눈금이 있었다. 최근 작업 로그에는 12라는 숫자가 여러 번 나타났다. 그러나 그 숫자가 열두 번째 증언자의 출석, 열두 번째 물품의 인계, 열두 번째 날을 뜻하는지 직접 알려 주는 표시가 없었다. 보딘은 손잡이를 천천히 돌려 숫자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나는 종이 전달 때마다 올라가는 수량, 하나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기록을 옮기는 기한, 또 하나는 선로를 통과한 신호의 횟수였다. 숫자가 같아도 수량의 종류는 달랐다.
나는 작은 시험을 제안했다.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빈 봉투 세 개와 무게가 다른 나무패를 감응판에 놓기로 했다. 법원의 허가와 기술관의 입회 아래, 원본 장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복제판으로만 시험했다. 빈 봉투 세 개를 올리자 숫자는 셋 올랐고, 나무패 하나는 부피 때문에 두 번 감지됐다. 이것은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지만 과거에 누가 어떤 숫자를 얻었는지 증명하지는 않았다.
“서류에서는 네 개를 받았다고 하겠군요.” 루카스가 말했다.
“그렇게 출력될 수 있다는 거지. 진짜 네 개를 받은 건 아니야.”
초소 관리인은 삼 년 전 화재와 관련된 오래된 당직표를 내놓았다. 불이 난 밤의 종소리는 규칙을 어기고 한 번 더 울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그날 당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의 손이 종을 울렸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과거 화재의 원인과 최근 감응판 설치를 하나로 묶으려던 루카스는 스스로 줄을 그어 지웠다.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지우는 용기는 고백만큼 가치 있었다.
그때 초소 마당으로 시장 상인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거래 서류에 ‘열두 번째 공동 확인’이 찍혀 있는데 실제로는 그 자리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사람은 가게를 쉬고 왔다며 화를 냈고, 다른 사람은 손바닥의 구리화를 세면서 서류를 내밀었다. 나는 해당 서류가 물품 보관 서비스의 정기 점검인지, 사람의 입회가 필요한 계약인지 먼저 물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계약을 가지고 있었다. 인쇄 문구는 같았지만 법적 의미가 달랐다.
“저희 돈을 오늘 돌려줄 수 있습니까?” 첫 번째 상인이 물었다.
“실제로 납부한 금액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청구서를 받은 것과 낸 것은 다릅니다.”
“그럼 우리는 또 기다려야 합니까?”
“기다리게 만든 사유와 그동안 입은 피해는 별도로 기록하겠습니다. 오늘 확인한 게 없다고 지우지는 않겠습니다.”
그는 한동안 내 얼굴을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표정을 이해했다. 정당한 절차는 피해자에게는 종종 느린 문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문을 부숴서 들어가면 가장 약한 사람의 권리부터 다치는 경우를 한국에서 너무 많이 보았다.
세르나가 마계의 제12석 사본을 가져왔다. 고대 공용 종루에서 ‘열두 번째 빈자리’는 실제 사람이 없어도 거절 통지가 돌아올 길을 남겨 두라는 보관 규칙으로 읽힐 여지가 있었다. 고대 마계 필사본의 번역이 정확한지, 서식을 실제로 이렇게 운영했는지는 독립 감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판형이 빈자리를 출석 완료로 인쇄한 것은 그 취지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보딘은 종 밑에서 작은 동판 하나를 발견했다. 동판에는 ‘비어 있음도 수량으로 보존할 것’이라는 짧은 문구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금속의 연대는 아직 검증하지 못했다. 누가 새겨 두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문구를 전설처럼 떠받들지 않고 촬영했다. 설명서에 있던 오래된 관행과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진짜 고대 규칙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해 질 무렵 우리는 초소의 전선을 다시 봉인했다. 보딘은 교체된 선의 끝부분에 오래된 검은 잉크가 묻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쇄실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오염이었지만, 수리공의 도구나 보관 상자에서 옮겨 왔을 수도 있었다. 감정관이 표본을 채취했다. 나는 그 틈에 물가로 내려갔다. 바람이 불자 초소의 종이 아주 작은 소리를 냈다. 누군가의 출석을 알리는 종이었다면 위험했겠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 소리로 남겨 두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루카스가 한 가지를 물었다. “그럼 열두 번째는 누구입니까?”
“아직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
“빈자리라면 이름이 없다는 겁니까?”
“이름이 없다고 권리까지 없는 건 아니지.”
마을의 오래된 빵집에 들르자 주인은 초소 종이 울리는 시각에 반죽을 넣었다고 말했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종이 고장 나면 빵이 타 버린다는 것이다. 그에게 종은 증언자 수를 세는 장치가 아니라 생업의 시계였다. 나는 주민에게 이 기계를 함부로 뜯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보존 명령에 따른 조사도 사람들의 생활을 유지하는 안전 계획과 함께 해야 했다.
보딘은 장치의 톱니마다 다른 색의 분필을 묻혀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수량을 세는 축, 날짜를 넘기는 축, 신호를 보내는 축이 서로 교차하지만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돌지는 않았다. 세 개의 원을 하나로 그려 놓은 최근 표식이 왜 그럴듯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연결된 것들이지만 각각의 권한은 다르다. 나는 드워프, 왕국, 마계의 세 기관이 하나의 감사자로 합쳐졌다는 주장도 같은 오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점심에는 낡은 당직표를 가지고 온 여성이 초소의 계단에서 울고 있었다. 삼 년 전 화재로 일자리를 잃은 가족의 이름이 사망 명부에 남아 있어서였다. 법원은 일부 생존자의 신원 정정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녀에게 확인되지 않은 생존이나 보상을 약속할 수 없었다. 나는 구호소와 법률 대리 절차를 안내했다. 장부를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 생활비를 기다리는 사람을 배부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루카스는 돌아가는 길에 마이렌의 미지급 임금 기록을 다시 살폈다. 일부 근무일은 이미 인정되어 대금이 지급됐지만 추가 이틀과 야간수당의 처리 결과는 남아 있었다. 승인 표시가 있는 사망 보상금 은화 마흔은 실제 출금이나 가족 수령이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여러 숫자가 같은 사람의 서류에 적혀 있어도 서로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설명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수첩 옆에 각 수치를 별도 표로 그렸다.
그 순간 뒤따르던 관리인이 보존된 당직표의 뒷면을 가리켰다. 날짜가 없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열둘째가 오지 않으면 기록을 끝내지 말 것.’ 글씨는 벨란 감사관의 것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검증되지 않은 의견으로 적었다. 그러나 다음에 볼 검은 장부의 표제와 대조해 볼 이유는 충분했다. 비어 있는 자리를 없애지 말라는 기록이 초소에도 있었다.
제16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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