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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61화
PAYLUA ORIGINAL · 제161화

161화. 신청하지 않은 사람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998자

오프라인 책장
에리카 벨란은 자신이 보내지 않은 신청서 앞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봉투를 만지지 말라고 했고, 오렐에게는 접수한 시각부터 적으라고 했다. 종이는 별다른 힘이 없어 보였다. 얇은 회색 봉투, 제12석 입회 요청이라는 단정한 제목, 서명란에 인쇄된 에리카의 이름. 그런데 아무도 그것을 옮기지 않았는데도 방 안의 사람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종이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이용해 내 의사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무서웠다. “다시 물을게요.” 내가 말했다. “입회 신청을 했습니까?” “아니요. 누가 대신 신청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어요.” “당신의 서명을 보관하고 있는 곳은요?” 그녀는 대답하기 전에 숨을 고르게 쉬었다. 부친의 사망 기록을 확인하느라 왕실 감사원, 보전실, 법원에 서명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세 기관을 피의자 명단처럼 적지 않았다. 서명의 존재와 그 서명이 범죄에 사용됐다는 사실은 다르다. 에리카에게는 본인이 부인한 범위를 분명히 적게 했다. 신청 사실, 대리 신청에 동의한 사실, 제12석 자리에 앉겠다고 약속한 사실, 세 가지 모두 없었다. 문서청 직원이 접수함을 비울 때 사용하던 집게를 가져왔다. 나는 봉투의 앞뒤를 촬영하고, 모서리의 접힘과 봉인 끈을 기록한 뒤, 직원의 입회하에 투명한 보전 주머니로 옮겼다. 접수 번호에는 ‘원본 내용의 진정성 미검증’이라고 적었다. 오렐이 웃지도 못할 표정을 지었다. “이걸 쓰는 데만 서류가 세 장입니다.” “서류 세 장으로 사람 하나를 지킬 수 있다면 싼 편이지.” 오렐이 펜을 멈췄다. “그럼 오늘은 싸게 먹히는 날이겠네요.” 첫 번째 단서는 봉투의 접착제가 아니라 접수 도장이었다. 일반 민원은 손으로 찍는 타원형 도장을 받는다. 그런데 이 봉투에는 민원 도장 위로 네모난 옅은 압인이 겹쳐 있었다. 법원 보존실의 자동 대조함에서 쓰는 임시 전달 표식이었다. 보존실 직원이 직접 발송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누군가 그 표식을 사용한 통로에 봉투를 올려놓았다는 사실만 알려 주었다. 루카스가 접수 기록을 대조했다. 원본은 저녁 여섯 시 십이 분에 접수됐는데 자동 전달 기록에는 여섯 시 십일 분에 ‘입회 대상 확인 완료’라고 찍혀 있었다. “시간이 뒤집혔네요.” 그가 말했다. “기계가 미래를 본 건가요?” “아니. 확인 완료가 무엇을 확인한 건지부터 봐야 해.” 해당 장치의 설명서를 펼치자 작은 글씨가 나왔다. 수령 대상의 이름이 형식에 맞는지 확인. 즉 확인된 것은 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글자의 배열이었다. 이름이 문서에 있다고 사람이 동의한 건 아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있어도 통과할 수 있는 검사였다. 우리는 두 시간 기록을 서로 다른 표로 분리했다. 에리카는 내 옆에서 그 설명서를 읽었다. “제 이름이 맞게 적혀 있다는 이유로 제가 온다고 되어 있네요.” “누군가 그렇게 해석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기계 설명에는 출석 승인이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사람들이 다 알까요?” “모르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야죠.” 그날 밤, 왕실 회계 법정의 당직 재판관은 긴급 보전 명령을 발부했다. 명의인이 입회를 부인한 문서로 제12석의 참석이나 동의를 처리하지 말 것, 같은 묶음에 속한 전송 자료를 지우지 말 것, 비공개 증언자들의 이름을 조회 대상으로 확장하지 말 것. 명령은 위조죄의 유죄 판단도, 신청서의 최종 위조 감정도 아니었다. 실수가 되돌릴 수 없는 권리 침해로 번지기 전에 세운 울타리였다. 나는 에리카에게 부친의 서명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원한다면 과거에 본인이 작성한 신청서 가운데 공개 가능한 한 장을 독립 감정관에게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비교 서명은 공개 법정에 걸리지 않도록 별도로 봉인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다가 그 사람의 이름을 더 널리 유통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사일라가 봉투의 접힌 곳을 가리켰다. 같은 크기의 보존실 안내문을 세 번 접어 보면 가운데에 가로 눌림선이 생긴다. 이 봉투의 선은 그보다 한 줄 많았다. 종이를 한 번 펴고 다시 접은 흔적이었다. 그것만으로 발송 경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누군가 이미 닫힌 서류를 다시 열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나는 그 작은 가능성을 기록했다. 세르나는 마계 측 기록을 가져왔다. 그녀의 사본에서는 제12석이 사람의 이름을 대신 적는 칸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에 없더라도 의사 전달을 기다릴 수 있도록 남겨 두는 칸에 가까웠다. 왕국 필사본에서는 ‘수령’이라는 말이 크게 쓰여 있었다. 어느 해석이 원문에 가까운지 판단하려면 제작 연대와 실제 사용 관행을 더 조사해야 했다. 마계의 문서가 있다고 그 문서를 진실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우리는 다른 종류의 편파적인 장부가 된다. “빈 의자를 채우려는 사람이군.” 로흐가 조용히 말했다. “앉지 않겠다는 사람의 이름으로.” 나는 그 말을 보고서 제목으로 쓰려다가 지웠다. 아직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다. 행동의 방향은 보였지만 의도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오렐이 문서청의 통로 기록을 들고 돌아왔다. 자동 대조함에 봉투를 올려놓은 것은 등록된 ‘장갑 0’ 계정이 아니었다. 일회용 방문자 출입패였다. 출입패는 낮에 반환된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 그런데 여섯 시 십일 분의 기록에는 같은 번호가 찍혀 있었다. 나는 출입패가 다시 쓰인 것인지, 기록이 재전송된 것인지, 번호가 복제된 것인지 세 갈래로 나누어 지시했다. 에리카는 부인서에 마지막 한 줄을 더 적었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와 나의 선택을 혼동하지 말아 달라.’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봉투 옆에 놓았다. 그녀가 직접 썼고, 내가 목격했으며, 접수 시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출처를 모르는 신청서에는 그 세 가지가 없었다. 그사이 나는 문서청에 위조 의심 문서를 받았을 때 쓰는 절차를 물었다. 접수 직원은 이름이 정확하면 일단 담당 부서로 보낸다고 했다. 별도의 대리권 확인은 담당 부서의 몫이었다. 담당 부서는 제출된 번호표를 신뢰했고, 번호표를 관리하는 곳은 문서청이었다. 두 기관이 서로를 믿는 동안 누구도 에리카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나는 절차도에 둥근 화살표를 그렸다. 원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리카가 말했다. “제 부친도 이런 원을 발견했을까요?” 나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오래된 검은 장부에는 승인과 실제 수령을 구분한 기록이 있었지만, 오늘의 자동 처리망과 연결된다는 확증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부인서 사본을 접었다. 그동안 아버지의 사망을 증명하던 문서를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불공평해 보였다. 루카스가 문서청 접수대의 방문자 서명부를 들고 왔다. 에리카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방문자 서명부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로 외부 접수를 배제할 수는 없었다. 편지나 대리 운송으로 접수할 수도 있었다. 나는 이 사실을 확인된 '부재 기록'이라고 쓰고 '출입하지 않음'이라고 쓰지 않았다. 그 차이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게 내 직무의 작은 성과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같은 운반 승강기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얇은 쇠문이 열리자 보존실 서류 다섯 묶음이 차례로 나왔다. 각 묶음에는 '정상 처리' 도장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의 내용이 실제로 처리됐는지 확인해 봤다. 단순 전달만 끝난 서류에도 같은 도장이 쓰이고 있었다. 직원은 그 도장 하나로 모든 절차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도장의 의미가 아니라 그 도장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권리가 이미 결정됐다고 믿게 되는 데 있었다. 우리가 문서청을 나서려는 순간 당직 재판관에게 새로운 연락이 왔다. 누군가 제12석 회의실에 참석자를 위한 의자 열두 개를 예약해 두었다는 것이다. 열한 개는 창고로 돌려보냈는데, 마지막 의자에는 이미 이름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신청서가 도착하기 세 시간 전의 작업 기록이었다. 나는 다시 외투를 입었다. 종이로 사람을 앉힐 수 없다면, 누군가는 먼저 의자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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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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