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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6화
PAYLUA ORIGINAL · 제16화

16화. 이름이 지워진 노동자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5,915자

오프라인 책장
셀딘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서류를 세 번째로 보았을 때, 나는 그가 범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창고 화재 당시 노동자 출근표. 두 번째는 왕실 인장 보관실 출입 기록. 세 번째는 방벽세와 연결된 소금 수출 영수증. 서로 다른 사건에 같은 이름이 나오는 건 의심스럽지만,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일 수도 있고 직무상 정당하게 관여했을 수도 있었다. “우리가 확보한 건 무엇입니까?” 에리카가 물었다. 나는 탁자 위에 증거 봉투를 세 개 놓았다. “지워진 노동자 이름이 있는 사본, 보존고의 인장 기록, 국경 상인이 가진 영수증. 셋 모두 출처가 다릅니다. 원본을 대조하고 본인에게 설명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군무청이 셀딘을 내줄까요?” “군무청도 법정 명령을 따를 의무가 있습니다.” 그 말이 입 밖에 나오자 브란트가 기침했다. 요즘 군무청이 재무청의 통제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웃지 않았다. 법이 종이에만 있으면 강한 사람들만 편해진다. 작동하지 않는 절차가 있다면 어떻게 작동시킬지 찾아야 했다. 우리는 세르나가 준 송금 대조 사본을 왕실 회계 법정에 제출했다. 상대방 자료라는 점과 원본 감정이 아직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판관은 마계 장부를 곧장 확정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지만, 왕실 지급 원장과 대조할 수 있도록 원본 보존을 명령했다. 마르켈의 상단도 관련 대행 계약과 수령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돈은 언제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로웬이 물었다. “일단 돈이 실제로 나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지급 승인과 금고 출금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는 두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행정은 왜 이렇게 말이 많죠?” “돈이 없을수록 말을 정확히 해야 해서요.” 나는 로웬을 위로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가 크게 웃었다. 서류가 산더미인데 웃음이 나오는 날도 있는 모양이었다. 오후에는 미지급 임금 검증 회의가 열렸다. 라니아와 노동자 대표 다섯 명, 창고 계약 감독관, 왕실 회계 담당자가 마주 앉았다. 나는 회의를 공개하고 싶었지만 일부 노동자가 보복을 걱정했다. 결국 당사자만 참석하되 지급 기준과 결정 결과를 이름을 가린 형태로 게시하기로 했다. “계약서가 없는 사람은 지급할 수 없습니다.” 감독관이 먼저 말했다. “법률에 그런 조항이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규칙에는 서면 계약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럼 일을 시킨 뒤 서면 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가 침묵했다. 에리카가 출근 대조표를 밀었다. 똑같은 날 세 사람이 창고 열쇠를 인수했고, 그중 둘만 계약서가 있었다. 셋째가 라니아의 남동생이었다. 감독관은 출근표에 찍힌 자신의 확인 도장을 알아보고 결국 일한 사실을 인정했다. “임금 액수는?” “하루 두 은화입니다.” “기록과 일치하나요?” 루카스가 다른 인부의 수령증을 대조했다. 액수는 같았다. 다만 연장 노동 수당은 별도로 조사해야 했다. 나는 확인된 기본 임금과 미확정 수당을 분리해 적었다. 사람을 돕겠다고 근거 없는 액수를 확정하면, 누군가 나중에 정말 받을 몫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다. 임금 지급을 위한 당장 쓸 돈은 부족했다. 카르디온이 낸 7금화 4은화는 이미 국고에 잡혔지만 모든 밀린 임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적었다. 나는 로웬에게 우선 생계가 급한 사람을 위한 공적 긴급 지원 기준을 정하고, 기존 예산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전시 선전비를 적법하게 전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자고 했다. 국왕은 추경 성격의 임시 배정을 승인했고, 회계 법정 서기는 국고에서 임금채권과 긴급 지원을 구분해 표시하라고 조언했다. “그럼 저희도 받을 수 있습니까?” 라니아가 물었다. “검증이 끝난 기본 임금은 지급 대상에 올랐습니다. 지급 날짜와 금액은 오늘 서면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추가 수당은 별도 확인 중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좋았다. 자기 몫을 받는 사람이 왜 징수관에게 감사해야 하는가. 긴급 지급 기준이 공고되자 재무청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에는 환호도 야유도 없었다. 모두 손에 작은 종이 한 장씩을 들고 자기 이름이 적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국이 배정한 지원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장부에 존재하지 않던 노동자의 이름도 임금 검증 명단에 올랐다. “이걸로 정말 약을 살 수 있습니까?” 라니아가 물었다. “오늘은 확인된 기본 임금의 일부와 긴급 생계 지원을 나눠 받습니다. 아직 못 받은 임금은 채권으로 남습니다. 액수와 지급 내역은 따로 기록했고요.” 그녀는 손에 쥔 수납확인서를 읽었다. 글자를 모두 아는 건 아닌 듯해서 루카스가 옆에서 천천히 설명했다. 이건 후하게 받은 선물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고도 받지 못한 돈의 일부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아니, 제 동생이 일한 거예요.” 라니아가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동생분 이름으로 임금채권이 기록돼 있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재무청 뒤편에는 작은 무료 급식소가 있었다. 예산이 줄어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나는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 메라를 만났다. 쉰이 넘은 여자는 계산표를 들고 내게 화를 냈다. “책상에서만 계산하면 아이들이 먹습니까? 밀가루가 다음 주까지밖에 없어요.” “그럼 들어온 물자부터 확인하죠.” 주방에는 남은 밀가루 서른 자루와 말린 콩 열두 상자가 있었다. 요리사는 빵 한 판을 만들 때 필요한 양을 손바닥으로 척척 재었다. 나는 같은 양을 저울에 올렸다. 루카스가 기록하자 메라가 눈을 흘겼다. “내 손을 못 믿겠다는 거냐?” “아닙니다. 선생님 손이 얼마나 정확한지 모두가 알게 하려는 겁니다.” 저울은 한 번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메라는 조금 기분이 풀린 모양이었다. “그럼 오늘은 콩을 더 넣어 수프를 묽게 하지 않고 사람 수를 조절해보죠. 우선 어린아이와 야간 근무 인부를 나눠 배식하면 재료가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할 수 있어요.” “굶는 어른도 있는데?” “그렇죠. 그러니 기존 배식 횟수를 줄이겠다는 게 아니라 같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나누는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메라는 나를 한참 보더니 지하 저장고를 열었다. 바닥 구석에는 작년 물자가 포대째 썩고 있었다. 누구도 재고를 확인하지 않은 탓이었다. 나는 그 자루를 오늘 쓸 식량에 넣지 않도록 표시하고, 잔량 파악을 위해 적어도 매주 한 번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저희가 식당 일을 해도 되나요?” “원래 하던 담당자들이 있고, 우린 도와줄 뿐이야. 직접 일하는 사람의 지식을 존중해야 해.” 점심 무렵 처음 받은 수프에는 콩이 넉넉했다. 라니아의 아이들이 그릇 바닥을 긁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오늘 한 일 중 무엇이 가장 중요했는지 알았다. 장부의 숫자 한 줄이 사람의 밥 한 숟갈로 바뀌려면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한가. 급식소를 나오자 메라가 내 등 뒤에서 소리쳤다. “징수관! 내일도 장부 들고 와! 대신 이번엔 빵도 좀 사 와!” “예산이 허락하는지 검토해보겠습니다!” “쓸데없이 말만 길어!” 옆에서 에리카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왕궁이 내 사무실을 부수러 오더라도 메라가 한마디만 하면 물러날 것 같았다. 회의가 끝난 뒤 한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얼굴에 화상 흉터가 남아 있었다. 옛 창고 화재에서 살아남은 목수 바넨이었다. “징수관님께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삼 년 전 창고가 타던 밤에 불이 두 번 났습니다.” “두 번이라뇨?” “먼저 장부실에서 연기가 났어요. 불이 꺼진 뒤 새벽에 보관동 뒤쪽에서 다시 불이 났습니다. 그런데 공식 보고서에는 한 번만 적혀 있어요.” 그는 당시 손에 쥐고 있던 자재 반출표 사본을 꺼냈다. 노란 종이에 얼룩이 남아 있었다. 뒷면에는 구조 투입 시간과 구급대가 돌아간 시각이 적혀 있었다. 에리카의 얼굴이 굳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언제였나요?” “첫 번째 화재 때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 불에서 다쳤습니다.” 에리카가 손에 힘을 줬다. 나는 조용히 물 한 잔을 밀었다. 바넨의 증언은 시간대가 달랐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그의 기억도 삼 년을 지났다. 원본 소방 기록과 의료 기록으로 확인해야 했다. 바넨이 말을 잇다 말고 창밖을 보았다. “저기, 저 마차는 아침부터 계속 서 있습니다.” 창밖에는 짙은 갈색 마차가 있었다. 운전석의 남자가 신문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 브란트가 밖으로 나갔을 때 남자는 말을 몰아 떠났다. 우리는 쫓지 않고 마차의 특징과 지나간 방향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이 감시할 수도 있고 전혀 무관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바넨이 돌아간 뒤 에리카는 불이 두 번 났다는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내가 조사 계획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는 처음으로 스스로 기록을 한 장 작성했다. '아버지의 사망 원인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당시 보고서상 연기 질식으로 분류됨.' 감정을 섞지 않으려 애쓰는 글씨였다. “제가 이런 식으로 적으면 충분합니까?” “가장 중요한 사실을 빠뜨리지 않았어요. 다만 화재 원인이 실화라고 판정됐다는 것과 실제 원인이 확정됐다는 건 다릅니다.” 그녀는 두 문장을 나누어 적었다. 나는 그 옆에 바넨의 첫 번째 화재·두 번째 화재 목격 위치와 예상 시간을 그린 도식을 붙였다. 한 번의 화재가 두 곳으로 번졌을 가능성도 있었고, 서로 다른 발화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직 어느 쪽도 확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정말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에리카는 말을 멈췄다. “그때는 그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죠. 제가 독단으로 판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복수의 약속이 아니라, 가족이 정당하게 물을 수 있는 질문의 자리였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저녁에 세르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마계 측 보존 계약이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삼백 년 전 첫 조약에서 보증 관리인은 양측의 수입·지출을 중간에 모아 정산할 권한을 받았다고 했다. 단, 매 백 년마다 인간 왕실과 마왕 양쪽의 승인을 새로 받아야 했다. “가장 최근 승인은 언제입니까?” 세르나의 답은 의외였다. 백 년 전 승인 이후 공식 갱신 기록이 없다는 것이었다. 삼 년 전부터 마계가 받은 청구서는 보증 관리인 명의로 계속 왔지만 실제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계산을 했다. 정당한 관리자가 없는 상태로 중간 계좌가 움직였다면, 마르켈과 셀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더 위에서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있거나, 서류를 훔쳐 권한을 행사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삼백 년 계약은 자동으로 끝난 건가요?” “기본 무역 계약은 자동 연장 조항이 있어요. 보증 관리인 권한은 별개로 갱신해야 합니다. 두 가지를 섞지 마.” “한 계약서에 여러 약속이 있을 수도 있군요.” “그렇지. 사람들은 흔히 가장 유리한 한 줄만 골라서 읽거든.” 나는 책상 끝에 있던 지도에 붉은 점을 찍었다. 왕실 보존고, 옛 창고, 붉은 절벽, 야간 교역소. 이제 네 장소가 같은 문양으로 연결됐다. 에리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오늘 지급된 임금은 어디에 기록하나요?” 나는 지급한 금액과 남은 채무, 재원인 예산 항목을 서로 다른 칸에 적었다. 모두 같은 돈 이야기지만 이 셋을 합쳐버리면 또 다른 허위 국고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마지막 줄에 두 사람의 서명을 남겼다. 재무청 문을 닫을 때 루카스가 그 종이를 유난히 조심해서 봉투에 넣었다. 그날 밤 도착한 문서는 셀딘의 공식 답변이었다. 그는 군무청에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다고 주장하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출입 기록에 찍힌 서명은 본인 것이지만 ‘정당한 상관의 명령에 따른 전달 업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덧붙였다. ‘상관의 명령서는 내가 보관한 적 없고, 검은 깃털 관리인에게 반환했다.’ 검은 깃털. 세 번이나 서류에서 보던 문양이 이제 사람의 직위로 등장했다. 누군가는 분명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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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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