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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지워진 글씨의 증인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3,720자

오프라인 책장
“전 그 글자를 지우라고 지시받았습니다.” 리엔이 말했다. 조정실 안이 조용해졌다. 가열판 수리로 참고인 조사를 받던 그녀가 이번에는 전송판 수정에 관해 자발적으로 진술하러 왔다. 나는 무엇부터 확인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지웠다는 말이 바로 사람의 권리를 빼앗았다는 자백은 아니었다. 어떤 장비에서 무슨 글자를 어떤 지시로 바꿨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리엔은 작업일지를 펼쳤다. ‘거절’과 ‘미응답’을 한 표에 넣으면 인쇄판의 폭이 좁아져 종이가 걸리지 않는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단순한 기술적 수정이라고 생각했다. “거절이라는 기록은 원본 보관함에 남아 있을 거라고 들었어요.” “그 설명을 누가 했습니까?” “주문서를 전달한 담당자입니다. 이름 대신 공용 계정 번호가 적혀 있었어요.”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한 작업을 보여 주었다. 구형 판에선 ‘거절’ 글자 아래 구멍이 뚫려 종이가 정지했다. 새 판에선 그 구멍을 막고 ‘확인 보류’ 활자를 넣었다. 원본 기록이 남아 있다면 보류로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외부 전송함에서는 보류가 다음 후보에게 넘어가는 신호로 사용되고 있었다. “언제 그 사실을 알았습니까?” “지난주에 광고를 봤을 때요. 보류가 ‘대리 확인 가능’이라는 말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땐 제 작업이 어떻게 쓰이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나는 진술의 자발성과 작업 시기의 자료를 따로 확인했다. 그녀가 언제 알았다고 주장하는지는 진술이고, 언제 어떤 장비를 수정했는지는 작업기록이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녀가 모든 목적을 몰랐다는 말도 바로 인정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다른 증거와 대조해야 했다. 하엘이 만든 작업 견본도 나왔다. 그는 인쇄 전 ‘거절’을 보관하고 인쇄 후 ‘확인 보류’가 찍힌 두 판본을 보관하고 있었다. 두 문서를 같은 자리에서 본 기록이 있었다. 거기에는 판형 지시 메모의 작은 도장이 있었다. ‘외부 대조실 검수.’ “그게 승인 아닙니까?” 루카스가 물었다. “기술 검수일 수 있어. 법률상 승인과 같지 않다.” 내가 답했다. 제삼 결제소 외부 대조실의 책임자는 법원 허가 아래 답변서를 냈다. 작업 목록을 받은 것은 맞지만 본인 동의 없는 권리 이전을 승인한 적은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반박하거나 받아들이는 대신 원본 지시서의 제출을 요구했다. 제출된 문서에는 기술 변경 ‘검수’ 표시가 있었다. 법적 효력 심사에 관한 별도 결재 문서는 없었다. 그 공백을 권리 이전 승인으로 바꿔 읽을 수는 없었다. 리엔이 가열판 사고에 대해서도 자료를 냈다. 그녀가 전원 부품을 수리한 시각과 보존실 인계 시각의 차이가 분명했다. 가열판은 수리 직후 공동 장비 창고에 들어갔고, 그 뒤 누가 가지고 나갔는지는 관리 대장이 끊겨 있었다. 현재의 연기 사고를 기술 과실 또는 고의적 설치 중 하나로 단정하기엔 부족했다. 삼 년 전 화재에 그 가열판이 사용됐다는 주장 역시 성립하지 않았다. 에리카는 부친의 두 권 장부를 번갈아 보았다. 제1권에는 인계가 확인된 것만, 제2권에는 인계 주장과 누락 자료를 남긴 듯한 칸이 있었다. 누군가 제2권의 미확인을 제1권의 완료처럼 옮긴 최근 표가 있었다. 리엔의 활자 변경은 바로 그런 오독을 기계에서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녀의 기술 설명으로 시스템의 작동 방식이 드러났지 과거 장부를 변조한 범인의 신원까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실물 판형을 비교하는 날, 기술관은 방 안의 창문을 전부 열었다. 황동판을 데우면 냄새가 나고, 이전 가열판 사고 이후 누구도 안전 절차를 생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형 인쇄기를 가져와 낮은 온도에서 글자 배열을 보여 주었다. ‘거절’ 활자를 빼고 ‘확인 보류’를 넣자 같은 자리에 다른 문장이 찍혔다. 바뀐 건 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종이의 글자였지만 그 종이를 읽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른 뜻이 되었다. 나는 여러 명의 조수에게 각자 출력된 종이를 읽어 보라고 했다. 첫 사람은 ‘잠시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두 번째는 ‘다시 신청할 수 있다’고 했으며, 세 번째는 ‘다음 후보가 받는다’고 말했다. 같은 글자가 세 사람에게 다른 행동을 떠올리게 했다. 그 다양함이 조합의 광고와 결합하면 위험했다. ‘확인 보류’가 남겨 둔 모호함을 이용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처럼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리카가 리엔에게 물었다. “당시에는 다른 표현을 쓸 수 없었나요?” 리엔은 수정 견본 가운데 하나를 가리켰다. ‘본인 의사 확인 필요’라는 글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 견본은 글자 수가 많아 인쇄판에서 걸린다는 의견으로 반려됐다. 나는 왜 더 정확한 표현을 위해 다른 판을 제작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그 결정권이 자신에게 없었다고 답했다. 기록에는 비용 절감과 납기 문제를 이유로 짧은 문구를 택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 루카스가 작게 욕을 했다. 나는 그에게 욕 대신 그 선택의 비용을 적으라고 했다. 장비 제작비를 줄였더니 사람에게 확인서를 다시 받아 오게 하고, 거절 의사를 증명하게 만들었으며, 누군가는 그 지연을 수수료로 팔았다. 그러니 기술 변경의 동기를 무조건 범죄라고 할 수 없어도 변경의 결과가 위험했다는 점은 명확했다. 제작한 기술자와 새 의미를 유포한 사람의 행위를 분리해야 했다. 리엔은 자신이 보관한 시험용 판의 압인 번호를 읽었다. 같은 날 만들었던 판 두 장 중 하나는 인쇄소에서 남았고 하나는 외부 대조실로 넘어갔다. 수령표에는 기관명만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건 작업대를 함께 정리하던 젊은 견습의 손이었다. 나는 그 견습을 찾아내기 전에 하엘을 특정하자고 하지 않았다. 여러 견습이 있었으며 기억만으로 개인의 이름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기술관은 당시 근무표를 보존하겠다고 했다. 판 위에서 마지막 시험 문구가 찍혀 나왔다. ‘거절 도달 불명’. 나는 그 표현을 보자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처음부터 이 정도만 적었어도 다음 후보의 재산 인계를 허용하는 듯한 광고는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확한 단어 하나를 만들지 못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간을 잃었는가. 나는 그 시험지를 실제 증거와 섞지 않고 모형 기록으로 봉인했다. 재판장은 그날 증거 보전 범위를 넓혔다. 리엔의 판형 견본과 하엘의 작업표, 제삼 결제소의 원본 지시서를 서로 독립된 봉투에 넣어 봉인하도록 했다. 당사자에게 거절권을 행사할 새로운 방법을 안내하고 이미 출력된 문서에는 재검증 표식을 붙이도록 임시 결정했다. 그것으로 모든 피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계가 원래의 단어를 왜 잃었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리엔은 돌아가면서 물었다. “제가 거절을 지운 사람인 건 맞겠죠.” “판에서 그 글자를 바꾼 기술자는 맞습니다. 누가 그 기술을 사람의 권리 이전에 쓰려 했는지는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 차이를 인정해 주는 곳이 있을 줄 몰랐어요.” 나는 책상 위에 남은 두 판을 바라보았다. 하나에는 거절이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보류가 있었다. 사람들은 보류라는 말을 보면 아직 가능성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의 거절은 그런 가능성이 아니다. 멈춰 달라는 말은 멈추라는 뜻이다. 재량껏 조금 더 기다리라는 요청이 아니다. 그날 저녁 문서청이 새 판의 마지막 출력물을 찾아냈다. 해당 출력물에는 법원 명령이 도착한 뒤에도 ‘다음 후보 배정’이 실행됐다는 표시가 있었다. 실제 권리가 이전됐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그러나 중지 명령을 반영하지 않고 기계가 계속 작동한 정황은 확인됐다. 그리고 다음 후보 칸에 적힌 것은 오래전에 보던 내 이름이 아니었다. ‘수령 기관 재지정: 제12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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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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