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158화. 은화 세 닢의 주인

마왕도 세금은 내야 합니다 · 4,172자

오프라인 책장
서류 속 숫자를 읽는 데는 익숙했지만, 숫자 때문에 하루 장사를 망친 사람이 내 앞에 앉아 있을 때면 나는 여전히 말을 고르게 되었다. 며칠 전 영수증을 가져왔던 시장 여자가 다시 찾아왔다. 남편이 가게 문을 열지 못한 건 수수료 때문만이 아니라고 했다. 조합의 안내원들이 가게에 붙인 ‘미완료 보관자’ 표지 때문에 손님들이 거래를 피했다는 것이다. “은화 세 닢은 아직 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 낸 줄 알아요. 아니, 제가 빚진 줄 알죠.” “실제로 누가 표지를 붙였는지 확인하셨습니까?” “이름은 몰라요. 가게 옆 약초상이 본 사람이 있다고 했어요.” 나는 여자가 한 말을 조사서에 그대로 적었다. 실제 영업 손실은 계산이 필요했고 조합이 표지를 붙였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의 모욕이 작다는 뜻은 아니었다. 행정과 회계의 언어는 때로 사람의 하루보다 느렸다. 약초상은 스스로 나서서 증언했다. 붉은 끈 달린 표지를 든 젊은 사람이 이웃 가게에 종이를 붙였고, 그 사람은 근처 문서대행 창구로 돌아갔다고 했다. 약초상은 얼굴을 오래 보지 못했고 복장만 기억했다. 우리는 거리의 위치를 확인하고 약초상이 실제 볼 수 있었던 범위를 기록했다. 화재 현장에서 봤다는 붉은 끈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었다. 그날 시장은 조용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구운 밀가루 냄새를 따라 달렸고, 마계산 약초를 파는 상인은 손님을 부르느라 목이 쉬어 있었다. 문제의 확인서를 팔았던 가게 앞에는 전에 없던 설명문이 붙었다. ‘민간 발행 문서이며 법원 명령이 아닙니다.’ 글씨가 작아 지나가던 사람들이 거의 보지 않았다. 나는 가게 주인에게 설명문을 크게 만들라고 명령할 권한이 있는지 검토하게 했다. 시장 규약과 법원의 임시 정정 지시가 적용되는 범위 안에서만 바꾸어야 했다. “왕실에서 나온 분이라면 그냥 저 간판을 떼어 버리세요.” 옆 가게 주인이 말했다. “근거를 갖춘 명령이 있어야 떼죠. 제가 화나서 떼는 간판은 다음 번에 누구 것까지 떼게 될지 모릅니다.” 그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표정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느린 절차를 지키는 사람이 급한 피해자에겐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가게 주인이 억울하게 지목되면 바로 그 절차가 필요해질 것이다. 나는 그 생각을 말 대신 서류로 보여 주기로 했다. 약초상은 가게에 붙은 ‘미납’ 표지를 봤던 장면을 자세히 설명했다. 젊은 사람이 표지를 들었고 함께 온 다른 사람이 문 근처에서 자루를 내려놓았다고 했다. 자루 안에는 봉투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었지만 내용물은 보지 못했다. 나는 두 사람의 복장을 따로 적었다. 하나는 붉은 끈 달린 표지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회색 장갑을 꼈다. 그 회색 장갑이 공동 보관 장갑과 같은 물건인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기록을 남기는 동안 약초상은 옆집의 딸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아이는 그동안 손님이 줄어 학교에서 쓰는 새 종이조차 사기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수사 자료에 필요한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어린 사람의 생활을 이유로 성인의 증언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대신 시장 구호 담당에게 생계 지원 제도가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는 담당자가 따로 판단해야 했다. 잠시 쉬는 동안 루카스와 나는 시장의 작은 탁자에 앉아 국수를 먹었다. 그는 그릇 속 면을 집어 올리며 말했다. “우리가 추적하는 돈보다 사람들이 잃은 시간이 훨씬 클지도 몰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에는 영업 손실을 계산할 방법이 있지만 사람이 이웃에게 의심받은 시간을 모두 적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증명되지 않은 손해를 마음대로 확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법률은 불완전하고, 우리는 한 문장을 더 정확하게 써야 했다. 약초상은 가게 처마 밑에서 오래된 출입표를 꺼냈다. 그는 인쇄소에서 온 배달인이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당일에는 다른 물건 배달이 없어 문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고 했다. 우리는 그 설명에 맞는 배송 시간대를 확인했다. 근처 다섯 가게 중 둘은 사람을 못 봤고, 하나는 큰 자루를 기억했다. 기억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곧장 누가 거짓말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보이는 방향도, 그날 일하던 자리도 달랐다. 나는 가게마다 필요한 질문만 했다. 누가 왔느냐보다 언제 어디서 표지를 봤는지가 중요했다.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강요하면 원래의 기억에 뒤늦은 추측이 섞일 수 있었다. 루카스는 창구 조사에서는 이런 조심성이 답답하다고 하면서도, 증언자의 대답을 먼저 읽어 주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를 막는 일은 서식만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참 뒤 시장의 아이가 구겨진 종이를 보여 주었다. 그 종이는 조합이 붙인 안내문의 뒷면처럼 보였지만 이미 비에 젖어 글자가 번졌다. 나는 아이의 보호자에게 허락을 받은 후 겉모양만 촬영하고 종이를 돌려주었다. 누군가 버린 종이 한 장 때문에 이웃을 의심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종이가 실물 고지서와 동일한지 확인하려면 정식 감정이 필요했다. 아이는 종이를 다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에게는 대단한 증거보다 빗속에서 주운 기묘한 종이에 가까웠다. 시장 관리인은 표지의 접착제를 긁어 낸 흔적을 확인했다. 표지는 민간 인쇄소에서 흔히 쓰는 밀랍 풀로 붙은 듯했지만 종류가 흔해서 출처를 특정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시험 결과를 소문처럼 퍼뜨리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실제 표지가 붙었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붙였는지 찾는 일은 아직 남았다. 그동안 조합 대리인은 자신들의 표지가 채무자를 낙인찍는 문서가 아니라 미완료 계약을 알리는 안내문이라고 했다. 나는 가게에 붙은 사진을 제시했다. 큰 글씨로 ‘미납’이라고 쓰고, 아래 작은 글씨로 ‘개별 확인 전 확정 아님’이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큰 글씨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했다. 재무청은 시장 조합과 협의해 정확한 안내표를 만들어 붙였다. ‘법원 명령 없는 민간 청구서를 왕실 세금 고지서로 오인하지 말 것. 실제 계약과 납부 내역 확인 가능.’ 서식에는 문의 창구도 적었다. 우리는 조합의 돈을 임의로 빼앗아 시장에 나눠 주지 않았다. 반환은 실제 수납이 확인된 건부터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절차가 필요했다. 옆 가게의 노인은 지난번 돌려받은 구리화 두 닢을 천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이게 크다고 보십니까?” “제게는 실물 수납과 반환을 증명하는 돈입니다.” “내겐 저녁에 빵을 살 돈이죠.” 그가 웃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 풀어졌다. 나는 노인이 자기 이름을 기사에 내지 않겠다고 한 것도 함께 기록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권리는 당사자에게 있었다. 오후에는 민간 수납업자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장부를 제출했다. 한 사람은 여섯 건의 청구서를 발급했으나 그중 두 건만 실제 수납됐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금액을 대신 보관했지만 조합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부가 있다고 곧장 사실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영수증, 상인의 진술, 보관 현금 실물을 대조해야 했다. 우리는 우선 확인 대상과 미확인 대상을 분리했다. 에리카는 회계판에 은화 세 닢을 쓰고 그 옆에 붉은 줄을 그었다. “이 여자의 빚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에요. 청구 문서에 적힌 액수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아직 받은 돈도 아닙니다.” 내가 덧붙였다. 오늘 실제로 확인한 것은 약초상이 본 표지 부착 장면과 남아 있는 고지서, 시민이 입은 곤란이었다. 재산적 손해가 얼마나 확정되는지와 책임자를 누구로 볼지는 별개였다. 나는 그 모호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청구서를 확정 채무처럼 붙이는 행위는 그 즉시 멈춰야 했다. 밤이 되자 여자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가게 문 앞에 붙었던 표지를 떼어 냈고, 약초상과 두 손님이 다시 왔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기뻤지만 보고서에 ‘영업 손실 전액 회복’이라고 적지 않았다. 하루의 문이 다시 열린 것과 지난날의 손해가 사라진 것은 달랐다. 문서청은 그날 회수한 표지 일부에서 삼우의 자동 대조 견본과 같은 모서리 절단 흔적을 확인했다. 인쇄판을 비교할 근거는 생겼다. 그 표지를 붙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사람을 겁주던 큰 글씨가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조금 더 좁혀졌다. 그리고 인쇄판의 후면에서 보존 담당자가 이상한 마크를 발견했다. 글자를 바꾸는 판형의 뒷면에는 ‘거절’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다. 지우려고 긁은 흔적 위로 새로운 활자가 박혀 있었다. ‘확인 보류.’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5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5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